리스타트 라이프 17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1화
오우거의 배설물이 같은 상급 몬스터까지 쫓아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급 몬스터들은 강력한 만큼이나 몸집이 크다거나, 날아다닌다는 등 특색이 있기
마련이다.
덕분에 일행 중에 한두 사람만 몬스터의 출현에 대비해 경계를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몬스터와 조우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데 여유가 생겨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찾아다니거나 간단한 사냥을 하는 등 다양한 먹거리로 체력을 천천히 회복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
“해가 지는 곳에 있는 세 개의 산봉우리. 혹시 저것이 아닐까요, 나이아스 님?”
뤼피올 마을을 떠난 지 정확히 10일이 되어 가는 날 오후, 야영지로 택한 어느 산봉우리 중턱에서 석양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셀린이 해가
지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한 지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이아스 씨는 셀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노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는 석양을 가리며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셀린이 가리킨 산봉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약 2분 정도를 그렇게 탐색한 나이아스 씨는 의외로 눈을 살짝 크게 뜨면서 대답했다.
“세 개의 산봉우리라……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어디? 어디냥, 셀린?”
“저쪽이에요.”
나이아스 씨의 말에 케르츠 씨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쪼르르 셀린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나이아스 씨와 똑같이 석양의 빛을 두 손으로 가리며 ‘캣츠 아이!’라고 소리치더니 산봉우리가 있는 지점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냥……. 얼핏 보면 그냥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앙에 있는 산봉우리가 다른 산봉우리보다 앞에 있다냥.”
“어라, 케르츠 누님, 그렇다는 건……?”
“프롤륀 신관님이 이야기하셨었던 세 개의 산봉우리가 감싸고 있는 형태랑 얼추 맞아떨어진다냥. 자세한 것은 직접 가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여태 확인해 봤었던 다른 곳들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냥. 거기에 해가 지고 있는 방향까지 정확하다냥.”
“셀린 굉장한걸? 저걸 찾아내다니 말이야.”
“응? 아니,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봤으면 알 수 있었을 거야. 우연이야, 우연.”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못 보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잖아?”
루시안의 칭찬에 셀린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어째, 산봉우리 쪽을 바라보는 셀린의 표정이 기묘했다.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조금 기분이 이상해서.”
“기분이 이상해?”
셀린은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뭔가 표현을 하고 싶은데 그것이 말로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냥 막연히…… 기분 나쁘다고 해야 할까.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냥 기분 탓이겠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셀린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를 넘겼다.
한편 일행들은 셀린이 찾아낸 산봉우리를 저마다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곳이 목표로 하는 산봉우리일지, 아니면 위치상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산봉우리들이 붙어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다시 한 번
제대로 확인해 보고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산봉우리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해 본 결과.
결국은 케르츠 씨가 말했던 것처럼 프롤륀 신관님이 이야기하셨었던 산봉우리의 지형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정 지어지고, 우선 별다른 목표가 없는
상태니 저곳을 목표로 움직여 보기로 결정했다.
특히 케르츠 씨는 나무 위로 올라가 목표로 한 산봉우리까지 가는 길을 탐색해 보는 등 활기차게 움직였다.
오우거의 배설물이라는 나름 특단의 조치(?)를 취한 덕분에 몬스터와의 조우 빈도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고, 밤에 잠을 청할 때도 몬스터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배설물로 방지할 수 있었다.
알람 마법의 설치와 함께 기존에 두 명씩 운영하던 불침번을 한 명으로 줄인 결과, 일주일 동안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몬스터에 의해 소모되었던
체력을 다시금 보충할 수 있었기에 현재 일행들은 10일 동안의 탐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활기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냥냥, 방금 확인하고 왔다냥. 여태까지 왔던 길처럼 전부 숲이라 그냥 보이는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될 것 같다냥. 다른 상급 몬스터가
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하늘에 날아다니는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선, 와이번이나 하피의 출현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냥. 하급 몬스터는 배설물로 어떻게든 쫓아낼 수 있으니 늦어도 3일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냥.”
처음엔 우리들 중에서 배설물 냄새로 가장 고생했던 케르츠 씨지만, 역시 사람이란 적응의 생물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배설물 냄새에 완전히 코가 길들여졌는지, 냄새를 맡아도 이전처럼 헛구역질을 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어졌다.
오우거의 배설물도 습득한 지 벌써 일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보존 마법 덕분에 아직도 그 특유의 향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들의 훌륭한 몬스터 기피제
역할을 해 주었다.
……이젠 그 냄새에 우리들의 몸 또한 절여진 것이 아닐까 고민될 정도긴 했지만, 그래도 몬스터의 피 냄새로 절여진 것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말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해가 저물고 있으니 이동할 수 없어요. 계획을 짜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간 저녁 준비 늦는다구요. 저녁을
먹으면서 따로 상의해 보도록 하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채워 줄 소중한 저녁이었다.
이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재빠르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착착착 진행되는 저녁 준비 과정에 동참하면서 나는 해가 저물어 가는 곳에 언뜻 보이는
세 개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지금이야 단순히 그토록 찾아다녔던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으니 다들 좋아하고 있지만 저곳엔 지금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나이아스 씨도 신전에서 생기는 일만큼은 제대로 도와주기로 하셨으니 큰일이야 일어나겠냐마는 항상 이러한 애매모호한 느낌이 들
때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곤 했었던 것이 떠올라 기분이 뒤숭숭했다.
“아넬, 뭐하고 있어? 수프 끓고 있어!”
“아,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루시안의 재촉에 나는 살짝 불안한 감을 애써 떨쳐 내고 보글보글 수프가 끓기 시작한 냄비를 향해 걸어갔다.
뭐,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저곳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 괜히 고민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목적지를 향한 이동 계획을 짠 우리들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시작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셀린이 발견한
산봉우리를 향해 전속 전진했다.
셀린이 목표지점으로 예상되는 산봉우리를 발견하고, 이동하기 시작한 지 2일째.
점점 더 가까워져 가는 산봉우리를 볼 때마다 일행들은 알 수 없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해야 했다.
“확실히 뭔가 있기는 있나 보군. 어째 산봉우리 근처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몬스터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야.”
“오우거 배설물 냄새로 인한 효과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건 아닌 것 같죠?”
“몬스터뿐만이 아니다냥, 다른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찾아보기가 힘들다냥. 적어도 하루 이틀 만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닌 것 같고 한 달 이상은
유지된 것 같다냥.”
산봉우리에 가깝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갔다.
원래 영원의 숲엔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사는 만큼, 걸음을 걷다 보면 때때로 몬스터의 울음소리들이 숲에 울려 퍼지곤 한다.
딱히 적의를 가져서 내뿜는 울음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임을 표시함과 동시에 같은 개체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 중 하나다.
늑대가 가끔 ‘아우우!’ 하고 하울링을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그러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일이 끊겼다.
또한 이전에는 길을 걷다가도 심심찮게 몬스터의 영역과 마주하게 되어 길을 좀 돌아가야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몬스터의 영역도 없이 일직선으로 쭉
산봉우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몇 번인가 몬스터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만들어 놓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들뿐이었고, 새로 생긴 것들은
없었다.
즉, 기존에 영역을 차지하고 있던 몬스터가 지금은 영역에 없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이렇게나 숲이 조용하다면 필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몬스터와 조우하지 않아 쓸데없이 체력 낭비를 하지 않게 되는 점은 편하지만, 산봉우리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일행들은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전에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어요. 이상하리만큼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던 경우가요.”
“그래? 그렇다면 참고가 좀 될지도 모르겠군. 그 이야기를 좀 들려줄 수 있겠나.”
이동을 꾸준히 하면서도 ‘이 근방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하며 일행들끼리 갖가지 추측이 오고 갈 무렵, 내가 예전에 경험했던 일과
거의 흡사한 이 상황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자, 나이아스 씨가 흥미를 가지고 물었다.
그렌 씨 들도 그렇고, 루시안,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도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는지 이쪽을 바라보았고 셀린은 내가 무엇을 말할 생각인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네. 제가 킹 스네이크라고 불리는 몬스터의 이상 현상 개체와 조우했을 때 이처럼 인근에 몬스터가 전부 사라졌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원인을 몰랐지만, 변이를 일으킨 킹 스네이크가 인근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잡아먹었기에 생긴 일이었어요. 만약 이번 경우도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져 생긴 것이라고 한다면…….”
“흐음……그러니까, 지금껏 몬스터가 없었던 이유가 네가 겪었던 것과 같은 이유라면 이 근처에 그 몬스터들을 전부 포식할 정도의 강한 상급
몬스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소리인가?”
“네.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나이아스 씨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정도로 깊은 숲에 이만큼이나 몬스터가 없다면 뭔가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다만, 일반 숲도 아니고 이렇게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몬스터를 먹어 치울 정도면 대체 얼마만큼 강한 개체가 있냐는 것인데. 오우거가 5마리 뭉쳐 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할 거다.”
“어쩌면, 이 문제를 일으킨 것도 이상 현상 몬스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넬, 영원의 숲에선 이제껏 이상 현상 몬스터가 나타난 적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