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7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0화
“냥…… 뭔가 딱 떠오르는 방책은 없는 것이냥?”
케르츠 씨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옆에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나이아스 씨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을 이었다.
“방책이라…… 모든 몬스터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적어도 고블린이나 놀 같은 하급 몬스터라면 전혀 마주치지 않을 방법이 있는데 말이다.”
나이아스 씨의 말에 일행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나이아스 님,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그렌 씨가 흥미를 가지고 물어보았지만, 정작 방법을 이야기하는 나이아스 씨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방법이 있긴 한데,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기껏해야 하급 몬스터만 막아 줄 뿐, 트롤 이상의 중상급 몬스터에게라면 효과는 반감되고
하피나 오우거 같은 상급 몬스터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을 방법이니까. 무엇보다, 사용하는 사람도 그다지 좋아할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고블린이나 놀 같은 하급 몬스터라고 해도 마주치는 것과 아예 마주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현재 일행의 전력이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토벌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신적인 면으로 신경이 쓰이고 피로가 누적된다.
지금은 가능한 몬스터와의 조우를 피하고 싶은 만큼, 나이아스 씨의 말에 다들 혹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들어 보고 생각해라. 방법은 저 오우거의 시체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오우거의 시체를 말입니까. 아! 혹시, 냄새를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그렌 씨의 물음에, 나이아스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사체라면 별로 효과가 없겠지만 방금 사냥한 오우거인 만큼, 특유의 체취는 가지고 있지. 적어도 이삼일 정도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거다. 거기에 보존 마법을 건다면 냄새가 좀 더 유지될 수도 있고. 단, 살점은 안 된다. 아무리 오우거의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피 냄새가
난다면 녀석들은 오우거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체취가 나면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부위는 가죽인데, 가죽은 체취가 오래
유지되지 않겠지.”
“그럼 가장 효과가 좋은 부위는 어디입니까?”
“설마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 몬스터가 영역을 표시할 때 항상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바로 나오는 답이니까 말이다.”
“몬스터가 영역을 표시할 때…… 서, 설마냥?!”
순간 가장 먼저 답을 떠올린 케르츠 씨를 필두로 일행들이 점차 ‘윽?!’ 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몬스터는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나무에 특유의 흔적을 표시해 두는 것 이외에도 체취를 묻혀 경쟁자의 침입을 막는다. 그것은 야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무에 몸을 비비적거리는 행위는 번거로울뿐더러 체취가 그리 오래 남지도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배설물을 나무에 묻히는 방법뿐이다.
소변이나 배설물을 배출하는 간단한 행동 한 번으로 몸을 비비적거리는 행위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고 강한 체취를 남길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발달되어 있고 말이다.
“그래, 오우거의 배설물을 가지고 이동한다면 어지간한 하급 몬스터는 냄새를 맡는 즉시 멀리 도망갈 거다. 또한 체취 또한 오래 유지되겠지.
가죽이라면 고작해야 이삼일이지만 배설물이라면 일주일은 족히 지속될 수 있을 거다. 다만, 문제라고 한다면…… 뭐,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윽, 냐, 냐앙…….”
“확실히, 효과는 기대해 볼 만하겠네요.”
일행들은 인상을 찡그리긴 했지만, 나이아스 씨가 제안한 방법이 효과가 있을 것임은 확신했다.
다만 문제라면 역시 오우거 배설물 냄새에 의해 우리도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과 그것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불쾌감일 것이다.
“냄새와 불쾌감을 참고 편하게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몬스터와 싸우면서 체력을 계속 소모할 것인지를 선택해야겠군요.”
“나야 둘 중 어느 걸 선택해도 상관은 없다만. 잘 상의해 봐라.”
나이아스 씨의 말을 끝으로, 일행은 서로를 돌아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찬성과 반대로 나눠 보도록 하죠.”
잠시 후, 느닷없이 숲 속에선 꽤나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졌다.
찬성하는 사람은 나와 루시안, 셀린. 그리고 세라 누나와 그렌 씨였다.
반대하는 사람은 케르츠 씨와 루웬 씨, 그리고 엘리시아였다.
찬성하는 입장의 의견은 공통적으로 ‘몬스터와 조우하는 것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몬스터와 조우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이대로 쭉 진행하면 분명 체력을 상당히 소모하게 될 것이고 아직 신전을 찾지도 못했는데 체력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무런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이 아닌 생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케르츠 씨는 묘인족이기 때문에 후각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오우거의 배설물은 당연하겠지만 냄새 역시 심할 것이고, 그것을 들고 다니다간 케르츠 씨는 자신의 코가 남아나질 않을 것이라며 극구 반대를 한
것이었다.
루웬과 엘리시아의 경우엔 단순히 몬스터의 배설물을 들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의한 반대였지만, 찬성하는 것이 일행의 체력 유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찬성으로 의견을 바꾸려는 것을 케르츠 씨가 ‘안 된다냥!’ 하면서 붙잡고 있는 중이었다.
케르츠 씨 나름대로는 정말로 심한 문제였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배설물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해 극구 반대를 외쳤지만, 아쉽게도 세상은 한
사람만의 외침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었다.
다수의 찬성에 따라, 우리들은 결국 오우거의 시체에서 배설물을 꺼내 들고 다니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금역(2)
“오우거의 시체는 마법사에게 있어선 귀중한 연구 재료가 되지. 이 오우거의 시체는 내가 보관하도록 하겠다. 보상은 나중에 마을로 돌아가면 주도록 하마.”
오우거의 시체는 도시에 내다 팔면 상당한 금액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값비싸게 거래되는 몬스터의 시체 중 하나이다.
창칼조차 튕겨 내며 간단한 마법 저항력까지 갖추고 있는 오우거의 단단한 가죽은 고급 방어구의 소재로, 굵은 심줄은 각종 무기와 공성 병기로, 거기에 트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 피는 포션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그야말로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몬스터였지만 이 깊고 넓은 숲에서 우리가 오우거의 시체를 프라알 도시까지 옮길 수 있는 수단은 없었기에 오우거의 시체에서 배설물만을 꺼내고 시체를 그대로 숲에 방치해 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나이아스 씨는 자신의 아공간에 오우거의 시체를 수납하였다.
오우거를 사냥한 것은 우리들인 만큼, 나중에 오우거의 시체 값을 확실히 지불하겠다고 한 나이아스 씨 덕분에 우리들은 오우거의 등장으로 다소 체력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의외의 수입을 얻음으로써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인간이란 생물은 참 속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당장에 결혼 약속이 잡혀 있는 내 입장에선 가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이러한 수입이 고마울 수밖에 없는지라 싹 입 다물고 시체를 구입(?)해 주신 나이아스 씨께 감사인사를 전하였다.
“으으으…… 냥, 속이 매스껍다냥. 죽을 것 같다냥…….”
“괜찮니, 케르츠?”
“전혀 괜찮지 않다냥.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토할 것 같다냥…….”
루웬 씨의 걱정 섞인 물음에 케르츠 씨는 ‘으에엑.’ 하며 힘없이 대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렌 씨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케르츠 씨를 돌아보았다.
“코라도 막고 버텨 봐. 우리들은 이제 코가 마비된 건지 냄새가 맡아지질 않는다고, 누님.”
“냥, 고양이의 코를 얕잡아 보지 말라냥. 무척 예민하단 말이다냥. 끄응…….”
아무리 지독한 냄새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코에 있는 후각세포가 계속되는 자극에 의해 지치기 때문이라고 전생에서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처음 오우거의 배설물을 들고 이동할 때만 해도, 우리 모두 나무막대 끝에 천으로 싸서 묶었다고는 하지만 천을 넘어 상당히 구린 냄새를 풍기는 오우거 배설물의 향에 다 같이 인상을 찌푸리고 코를 막았었다.(참고로 누가 이 나무막대를 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극에 이제는 다들 코의 후각세포가 마비된 것인지 별다른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일행들도 자연스럽게 찌푸렸던 인상을 원래대로 고쳤다.
다만, 냄새 문제가 해결됐다곤 해도 비주얼까지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비뽑기에 운 나쁘게 걸려 버린 그렌 씨에게는 다들 시선을 피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묘인족인 케르츠 씨는 후각이 마비된 우리들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오우거 배설물의 냄새가 느껴지는 모양인지, 안색이 그다지 좋지 못하였다.
옆에서 언니인 루웬 씨가 부축을 해 주어야 할 정도로 다 죽어 가는 그 모습에, 어째서 오우거의 배설물을 들고 가는 것을 그리 반대했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인간보다도 훨씬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렌 씨가 아무리 케르츠 씨와 떨어져서 걷는다고 하더라도 배설물이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괴로울 것이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 단순히 코를 막는다고 해결될 일 같았으면 누님이 진즉 그렇게 했겠지. 그런데 후각이 워낙 좋으니 코를 막아도 어느 정도 계속 잔향이 맡아지는 모양이야. 거참, 뛰어난 후각이 이런 곳에서 방해가 될 줄은 몰랐군.”
일행 모두가 ‘우욱!’ 하고 헛구역질을 하는 케르츠 씨를 안쓰럽게 바라보았지만, 이미 가지고 가기로 결정한 마당에 배설물을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행은 케르츠 씨의 헛구역질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도중엔 나와 루시안이 자진해서 그렌 씨에게 배설물이 묶인 나무막대를 받아서 번갈아 가며 들고, 그렌 씨가 케르츠 씨를 업고 이동했기에 전체적으로 이동속도에 크게 지장이 생기진 않았다.
케르츠 씨를 고생시키는 원인인, 나무막대에 묶인 오우거의 배설물은 그 강렬한 냄새만큼이나 효과가 아주 뛰어나서 우리는 오우거의 배설물을 들고 난 뒤 무려 이틀 동안이나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일 없이 편하게 영원의 숲을 탐색할 수 있었다.
고블린이나 놀 같은 하급 몬스터는 근처에서 냄새가 맡아지는 것과 동시에 ‘케엑!’ 소리를 내며 우리들과 멀어지기에 바빴고, 도중에 몇 번인가 그리즐리 베어 같은 중상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보다 상위 포식자인 오우거의 냄새를 맡자마자 어디론가 도망을 가 버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나이아스 씨가 예측했던 것처럼 쓸데없는 곳에 체력을 낭비하는 일 없이, 여행과 탐색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