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6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5화
사실,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우리들은 시미르 촌장님께 가장 중요한 이야기만 듣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드리고 촌장님 댁을 걸어 나왔다.
“설마 영원의 숲에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요.”
“그러게나 말이다냥. 어쩐지 마을 근처에 놀 무리들이 돌아다닌다는 게 좀 이상하긴 했다냥.”
시미르 촌장님이 우리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최근 들어 영원의 숲에 뭔가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 그 범위 내에서만 활동해야 할 몬스터들이 마치 원래의 거처를 잃은 것처럼 자주 이 근방에 나타나는 중이라고
한다.
그것도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면 모르겠는데 우리들이 마주친 놀 말고도 트롤이라든지 그리즐리 베어 같은 중급 이상의 몬스터들도 자주
배회하는 것으로 보아, 영원의 숲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나이아스 씨와 시미르 촌장님이 오늘 이야기하고 있던 주제였단다.
오래전부터 이종족들은 마을 단위로 생활하면서 장작을 구하거나, 약초를 구하는 등의 일부 직업을 제외하면 마을 안에서도 충분히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생활을 이어 왔기 때문에 목책으로 단단히 보호받고 있는 마을이 배회하는 몬스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적은 딱히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변에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려서 좋을 것은 또 없는지라 현재는 뤼피올 마을 인근의 엘프족 마을들과 연합하여 주기적으로 실력 있는
엘프들과 함께 자경단 대원들이 나서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몬스터가 나타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대책을 논의할 필요를
느끼고 있던 시점에 우리들이 이곳에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네요.”
“뭐가 말이냥?”
“토벌대를 만들어 몬스터를 주기적으로 토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냥 영원의 숲 중앙으로 들어가서 원인을 알아보면 되지 않나요?”
엘프 마을의 전력은 대륙의 일반 마을과 비교를 불허한다.
대륙에선 실력 있는 자들은 대부분이 모험자가 되든지 기사가 되든지 또는 영지의 마법사가 되든지 하는 식으로 도시에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쪽이
권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생계를 위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엘프의 마을에선 그러한 권력, 또한 금전적인 재력도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마을에서 가족들과, 또한 이웃들과 벗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고 또한 그것이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는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대륙으로 향한다.
그 때문에 엘프족의 마을에서는 오러 유저, 오러 익스퍼트, 마나 유저, 마나 익스퍼트의 실력자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선천적으로 마나와 친화성이 높은 그들은 뛰어난 마법적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아 마을에서 최소 두 명 내지 세 명 이상은 마나 익스퍼트의
마법사가 있을 정도다.
현재 뤼피올 마을과 공동으로 연합하고 있는 마을의 숫자는 뤼피올 마을을 포함하여 총 네 곳이다.
각 마을에서 마나 익스퍼트의 마법사가 한 명씩만 뭉친다고 해도 어지간한 A급의 몬스터도 단숨에 토벌이 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거기에 그 밑의 다른 이들까지 모여든다면 문제가 되는 곳에 직접 이동하여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나이아스 씨가 도와준다면
말할 것도 없다.
내 말에 그 말뜻을 이해한다는 듯 그렌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하.’ 하고 웃더니 자신의 뺨을 살살 긁으며 ‘어쩔 수 없거든.’ 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해 주었다.
“영원의 숲 중앙부터는 금역이거든.”
“금역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렌 씨는 피식 웃으며 우리들에게 금역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금역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듣기로는 여신께서 영원의 숲을 창조하셨을 때 이종족들에게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게 해
주시면서 충고를 하셨다고 해. 영원의 숲 중앙 이상으로는 넘어가지 말라고 말이야. 그때부터 엘프족을 비롯해 드워프족과 수인족 모두 영원의 숲을
중앙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고, 그곳을 금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지. 솔직히 숲의 나머지 절반만 하더라도 이종족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엔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넓은 땅이고, 여신께서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하셨을 리가 없으니 사람들은 그곳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고 해. 어쩌면 촌장님은 여신께서 그곳을 왜 금역으로 지정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금역이라…… 그래서였을까요. 나이아스 씨가 굳이 그 실력을 가지고도 촌장님을 찾아와 이야기를 하셨던 이유가 말이에요.”
“아마도 그렇겠지. 나이아스 씨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엘프족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결국 내일 촌장님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때까진 기다려야겠네요.”
“하하하, 어차피 한 달 이상을 힘들게 온 거리잖아? 아니지, 세르피안 왕국에서 이곳까지 온 거리를 감안하면 그보다 더 되겠군. 어쨌든 모처럼
목적지인 뤼피올 마을에 도착했으니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하라구. 우리 어머니들의 음식 솜씨는 좋으니까 말이야. 기대해도 좋아.”
“네. 그럴게요.”
하기야 그렌 씨 말대로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머리를 굴려 봤자 결국 머리가 아픈 것은 이쪽뿐이었다.
결국 자세한 것은 내일, 검은 결정에 대해 조사를 끝마친 나이아스 씨와 시미르 촌장님, 그리고 프롤륀 신관님께 들을 수 있을 것이었기에 일단은
머리를 끙끙 싸매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걷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상당히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다.
“냥, 아빠가 고기를 굽고 있는 모양이다냥.”
“오호, 이 시간에 고기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아버지가 힘 좀 쓰셨나 보군.”
타르헨 씨의 집에 도착하자, 냄새에 가장 민감한 케르츠 씨의 말대로 타르헨 씨는 마당에서 장작으로 불을 지펴 놓고 꼬챙이에 고기를 꽂아 바비큐를
굽듯,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의 종류는 다양했다.
아마 이곳에도 사냥꾼이 있는 듯, 그 사냥꾼이 잡아 온 고기를 얻어 온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는 엘프족하고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지.’
물론 타르헨 씨는 엘프가 아니라 드워프족이지만.
그가 구해 온 고기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의 엘프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엘프라는 종족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식물을 좋아하고, 숲을 보며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는 점은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필요에 의해선 나무를 베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또한 사냥을 통해
고기도 섭취한다는 점에선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덤으로, 수인족은 무척이나 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냐앙! 다녀왔습니다냥!”
“허어, 욘석. 고기 냄새 맡으면 날뛰는 것은 여전하구나.”
“고기는 진리다냥!”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오냐, 시미르 촌장님껜 인사드렸느냐?”
“네. 하지만 일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프롤륀 신관님과 함께 다시 한 번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엉? 무슨 일로?”
타르헨 씨는 그렌 씨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가 아니라 이쪽에 인간족 친구들이 우리 마을을 찾아온 이유 때문에요. 그런데 아버지, 최근에 마을 근처에 몬스터가 자주 출몰한다고 촌장님께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 일 말이냐? 딱히 마을엔 피해가 없긴 하다만, 약초꾼인 클로라가 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투덜거린 적은 있었지. 한데 너도 알다시피
클로라는 마나 익스퍼트의 마법사잖느냐? 고작 고블린과 놀 몇 마리가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걸로 뭘 그리 걱정이냐고 하긴 했다만. 아무래도 몬스터가
나타나는 게 좀 심상치가 않은 모양이더라. 자경대에 있는 피틸 녀석도 투덜거리고 말이다.”
타르헨 씨는 그렇게 말하며 ‘소싯적이었으면 그깟 놀 몇 마리 따위, 도끼로 한 방에!’라고 말하며 자신의 튼튼한 팔 근육을 과시해 주었다.
과거에는 믿을 만한 실력의 모험자였지만, 이 마을에서는 드워프의 손재주를 살려 목수의 일을 맡고 있다고 하는 타르헨 씨는 현재 마을 근처에
출몰하고 있는 몬스터에 관해서는 자경대 쪽에서 일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말도 덧붙여 주었다.
“내일 아침에 그렌 씨 들도 함께 가실 생각인가요?”
타르헨 씨에게서 노릇노릇 잘 익은 새고기가 꽂혀 있는 꼬챙이를 하나 받아 든 나는 감사 인사를 함과 동시에 그렌 씨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렌 씨가 우리들과 함께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 마을까지 오는 동안 안내받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 마을에 도착하고 계약에 의거한 정당한 대가를 이들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관계는 마무리된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그렌 씨도 그다지 할 말이 없었는지 뒷머리를 살짝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모험자가 되고 나서부터 생긴 그다지 안 좋은 버릇이지. 호기심이 많아졌거든.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또 너희들이 가져온 검은 결정이 어떤 물건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데. 동행을 허락해 줄 수 있겠나? 물론 검은 결정에 관한 것은 그것이 어떠한
물건인지에 관해서 알게 되어도 외부로 발설하지 않겠어. 어차피 한동안은 이곳에 머물 생각이니 말할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야.”
“그것은 촌장님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약속인가요?”
“그야 물론이지.”
“물론이다냥.”
아무래도 이 일에 호기심이 가는 것은 그렌 씨뿐만이 아니었는지 케르츠 씨와 루웬 씨도 이쪽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결정 권한은 내게 없었다.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타르헨 씨에게 고기가 꽂힌 꼬챙이 하나를 받아 들고 있는 엘리시아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엘리시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렌 씨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 일에 대한 비밀을 지켜 주시는 것만으로도 족해요. 어차피 그렌 씨 들도 이 마을의 주민이니 이 일에 대해 금방 알게 되실 거 같구요.”
“하하, 이 마을이 고향이라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대륙을 여행하는 것에 비교하면 좀 심심한 것도 사실이지. 동행을 허락해 줘서 고맙다,
엘리시아. 아니, 공주마마라고 불러 드려야 하는 건가?”
“후훗, 제가 하대를 해 주길 원하시는 건가요?”
“아, 아니…… 딱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뭐냥? 강아지 귀 페티시 말고도 또 이상한 취향이 생긴 거냥? 거참 몹쓸 동생이다냥.”
“뭐야? 강아지 귀는 존엄이다! 툭하면 털 날리는 고양이 따위완 비교를 불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