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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6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61화

그사이에 정령들은 다시금 일행들의 찻잔 위를 날아다니며 어떤 식물의 잎사귀를 말린 것으로 보이는 찻잎을 찻잔 안에 떨어뜨려 주었다.

이후에는 주전자 속의 뜨거운 물을 찻잔에 따라 주면서 찻잎이 우러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녹차인가?’

처음엔 살짝 녹차와도 비슷한 색깔의 물이 우러나오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찻잔 안에서 우려지고 있는 물의 색은 녹색 빛에서 점점 연한

연둣빛으로 바뀌어 가더니 이내 연한 노란빛의 색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색이 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연해지는 그 모습에 신기해하고 있으려니 엘루윈 촌장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우리들에게

완성된 차를 음미할 것을 권했다.

“색이 연한 노란빛이 되었을 때가 가장 맛이 있을 때라네. 찻물을 한 번에 들이켜지 말고 처음엔 향을 맡은 뒤에 천천히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해

보게나.”

“잘 마시겠습니다.”

촌장님의 말을 듣고 나선 일행들은 테이블에서 저마다 찻잔을 하나씩 집어 들고 차의 향을 맡았다.

향은 의외로 둥굴레차처럼 살짝 구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달달한 것 같은 향이 났다.

호록하고 차를 조금 들이켠 뒤에 입 안에 머금으면서 맛을 음미하자 구수한 향과는 다르게 조금 쌉싸름하면서도 끝 맛은 의외로 달콤쌉싸름한, 묘한

차의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맛에 대한 표현이 부족할 뿐이지 차의 맛은 놀랍도록 깔끔했고 또한 맛있었다.

“집 앞에서 재배한 찻잎이지. 그다지 고급이라고 말할 만한 찻잎은 아니지만, 뒷맛이 깔끔하고 입 안에 씁쓸한 맛이 남지 않기 때문에 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차라 손님에게 대접하기에 안성맞춤인 차지. 어떤가?”

“네, 맛있습니다.”

“제법 많은 종류의 차를 마셔 보았지만 이런 맛을 가진 차는 처음인 것 같아요.”

“냥, 쓰지 않고 살짝 달달해서 좋다냥.”

일행들도 저마다 엘루윈 촌장님이 대접한 차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정령에게 부탁해 차 한 잔씩을 더 얻어마셨다.

신기하게도 정령은 ‘물 좀 더 부어 줄 수 있어?’라고 물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주전자에 담긴 물을 찻잔에 부어 주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이것이 사실은 진짜 정령 같은 것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이 ‘루’라고 하는 정령이 사실은 정령이 아니라 마법의 일종이라고 하셨지요?”

내 질문에 촌장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정령 마법이라는 것은 본디, 옛 엘프족 선조들이 만들어 낸 독창적인 마법의 한 형태란다. 정령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이것은 시전자의 마나가

뭉쳐진 일종의 ‘마나 덩어리’라고 보는 게 옳단다. 진짜 정령은 아니지.”

“그렇지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엘프족은 마나의 친화성이 높지. 때문에 오러의 발현도보다 마나를 발현하는 숫자가 훨씬 많단다. 그중 마나의 친화성이 특히 높은 몇몇은 마나에

자신의 의지를 심을 수 있게 되지. 인간 중에서도 간혹 뛰어난 실력의 대마법사는 마법에 의지를 부여하여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도 마법이 스스로

타깃을 노리는 것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는데, 이는 마법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전자가 마법을 구현하며 ‘저 목표를 노려라.’라는

의지를 마법에 부여했기 때문이란다. 사용된 마나가 시전자의 의지와 동화되어 일어나는 현상이지.”

“그럼 이 정령 마법이라는 것도…….”

“엘프들 중에서 마나와의 친화성이 뛰어난 몇몇은 자신의 의지를 마나에 담아 이런 모습의 정령 마법을 구현할 수 있단다. 마나와의 친화성이 좋으면

좋을수록, 또한 마나에 의지를 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정령 마법은 정말로 정령이 소환된 것처럼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지.”

일종의 시전자의 의지를 바탕으로 구현되는 인공지능 같은 개념인 모양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엘프의 기준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마법에 속하는지라 루웬 씨는 엘루윈 촌장님이 소환한 정령들과는 다르게 아주 기본적인 명령밖에는

알아듣지 못하는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른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여러모로 신기한 점이 많네요.”

“허헛, 그것은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어느 종족이든 마찬가지란다. 우리 역시 인간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참으로 많으니까 말이다.”

“마을에서 이곳으로 오면서 여러 가지 궁금했던 점이 있는데 그것을 질문해도 될까요?”

엘리시아와 셀린의 질문엔 엘루윈 촌장님은 ‘허헛.’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일이라고는 집 안에 틀어박혀 시간 보내는 것이 전부인 이 늙은이의 말상대가 되어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지.”

엘루윈 촌장님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분인 만큼 아는 것도 적지 않으셔서 우리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들려줌으로써 즐거운 이야기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그렇게 즐거운 추억 하나를 만든 후, 우리들은 마을에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재정비한 뒤 조금 더 있고 싶다는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엘루윈 촌장님을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에 경비를 서고 있는 엘프들에게도 배웅을 받으며 라그락 마을을 떠났다.

라그락 마을 이후로도 총 3개의 마을을 더 방문하며 각 마을의 촌장님들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은 결정을 보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공통적으로 뤼피올 마을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채 우리들은 발길을 재촉했다.

 

 

***

 

 

그 변덕스럽다던 숲 속의 날씨도 웬일로 그다지 우중충해지거나 하는 일 없이, 우리들은 날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순조롭게 영원의 숲을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가 프라알 도시를 떠난 지 정확하게 19일이 되는 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케르츠 씨는 코를 움찔움찔, 주변의 냄새를 확인하더니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케르츠 씨?”

“……상당히 그리운 향이 난다냥. 아마 뤼피올 마을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냥.”

“앞으로 어느 정도 더 걸릴 것 같나요?”

케르츠 씨는 몇 번 더 코를 움찔거리며 냄새를 판별하더니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음, 빠르면 오늘 오후? 늦어도 내일 아침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냥.”

“그러면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겠는걸요. 야외에서 자는 것보다는 방에서 자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냥냥, 찬성이다냥.”

중간중간 마을에 들러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하룻밤을 편하게 보내는 것 정도가 다였으니 일행 모두 적지 않게 피로가 쌓여 있을

것이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빠르게 이동하고 오늘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뤼피올 마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케르츠 씨가 몸을 멈추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냥?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난다냥. 몬스터인 것 같은데냥?”

“네? 몬스터입니까, 누님?”

갑작스러운 몬스터 감지 소식에 그렌 씨가 케르츠 씨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러자 케르츠 씨는 자신도 좀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다시금 둘러보았다.

“이상하네냥? 이곳이 몬스터의 영역이었다면 들어오자마자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텐데냥. 어떤 녀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짐승 계열의 몬스터다냥.

코볼트나 놀, 어쩌면 그리즐리 베어가 아닐까 싶다냥.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냥.”

케르츠 씨의 천연 내비게이션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몬스터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지역을 피해서 영원의 숲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자신들의 활동영역에 여러 가지 표식을 해 놓기 마련이고, 체취 역시 남겨 놓기 때문에 그 부분을 케르츠 씨가 파악하고 몬스터와

마주치는 것을 가능한 피해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몬스터의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몬스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기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지금 일행의 전력으로

고작 몇 마리의 몬스터와 마주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기에 우리들은 짐을 싣고 있는 나귀가 몬스터의 모습에 날뛰지 않도록 주의하며 천천히

전투 준비를 갖추었다.

“저쪽이야.”

뭔가를 감지했는지, 한쪽 방향을 가리킨 세라 누나의 말에 일행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푸스럭푸스럭 소리와 함께 몇 마리의 놀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비추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 맞았다냥.”

“거,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좀 진지해집시다, 누님.”

“고작 놀 몇 마리 가지고 너무 그러지 말라냥. 이렇게 보이기는 해도 고양이는 늘 감각이 깨어 있다냥.”

“농담은 그만두고요, 옵니다!”

예상대로 우리들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놀들은 크르렁! 하는 소리와 함께 발톱과 송곳니를 이용해 이쪽을 공격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파티의 전력은 엘리시아를 제외하더라도 C급 모험자가 넷에 B급 모험자 둘, A급의 실력자가 하나다.

빈말로도 D급 수준의 놀 몇 마리 정도로는 어지간히 방심하는 게 아닌 한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인 만큼, 고작해야 7마리 수준의 놀

무리들은 각자의 칼질과 마법 한두 대를 맞고는 순식간에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야 했다.

그런데 쓰러진 놀의 시체를 쳐다본 그렌 씨는 뭔가를 발견했는지 놀의 시체로 다가가 그 시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시체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음? 뭔가 좀 이상한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렌 씨?”

“아니, 문제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데. 이놈들, 우리가 만든 상처 말고도 상처가 더 있는데?”

그렌 씨의 말에 놀들의 시체를 조금 살펴보자 확실히 우리들이 만든 상처를 제외하고도 몇 군데 다른 상처들이 놀들의 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처의 모양새로 봐서는 검이나 창 같은 것에 베인 상처는 아닌 것 같고, 다른 몬스터들과 싸우기라도 한 것일까요?”

“글쎄…… 애당초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 놀 무리들이 돌아다니는 것부터가 좀 이상하긴 한데. 더군다나 이곳은 뤼피올 마을 근처야. 모든

몬스터들의 영역을 전부 살필 수는 없겠지만 주기적으로 마을의 토벌대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의 영역 확장을 억제하거든. 그래야 마을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대체 이놈들은 어디서 온 걸까요?”

“놀이야 그다지 서식 환경을 가리지 않는 몬스터 중 하나니까 괜찮은 보금자리를 찾기만 한다면야 이 숲 아무 곳에서나 영역을 잡고 활동할 수 있는

개체긴 한데. 글쎄, 우리들도 이 숲에서 떠난 지 꽤 오래 지나서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겠는걸. 어쩌면 단순히 우연찮게 돌아다니던 놈들을 만난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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