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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5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3화

“일부러 이번 영원의 숲 여행에 네가 나서기로 했다는 거야?”

“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라는 내 질문이 이어지기도 전에 엘리시아는 내가 무엇이 궁금한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게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최근 들어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대륙 전역으로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한 문제는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에요. 발생 원인,

그들의 변칙적인 행동 패턴, 변이에 이어 어떻게 하면 큰 피해 없이 이들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대륙의 모든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그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여태껏 뚜렷한 성과를 거둔 국가는 없었고, 계속해서 이상 현상 몬스터는 왕국에 피해를 늘려만 왔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국가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발생 원인을 알 수 있을 만한 단서를 찾은 것입니다. 이번 영원의 숲 여행은 빈말이 아니라 아바마마와

왕궁 대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예요.”

단순히 우리를 제외하고 사방팔방으로 정보 수집을 위한 파티를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엘리시아는 이번 영원의 숲 여행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이상 현상 몬스터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왕국의 안정에도 이바지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대륙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세르피안 왕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 공적은 결코 작지 않아요. 이번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우리들이 습득할 수 있다면 그 공적으로 아넬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은 아바마마께 큰 상을 받게 될 거예요. 여러분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단순히 상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사의 작위를, 아넬의 경우엔 그간의 토벌 공적까지 논의하여 합해지면 남작의 작위를

받는 것 또한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기사 이상의 작위는 자식에게 세습이 가능한 진짜 귀족의 영역이잖아. 그렇게 간단히 주어지는 부분이 아닐 텐데.”

모험자 길드의 B급 모험자로서 남작위의 대우를 받는 것과, 실제 남작의 작위를 받는 것은 당연한 소리겠지만 하늘과 땅만큼의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정식 귀족이 아닌 만큼 자식에게 세습될 이유가 없을뿐더러 영지를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왕국의 대신들도 처음 길드 마스터가 모험자 등급에 맞는 귀족 대우를 그들에게 요구했을 때 그들은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마지못해 승낙했던

것이다.

어차피 모험자 본인은 실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그만한 대우를 해 줄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영지의 일부분이 깎여 나가거나

영토가 빼앗기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남작위를 받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살짝 고개를 저었지만, 엘리시아는 도리어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내게 말을 이었다.

“아넬은 갓 성인이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오러 익스퍼트 하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재능 있는 검사예요. 또한 적지 않은 수의 이상 현상

몬스터를 퇴치하면서 왕국민들에게는 ‘은빛 검사’라는 칭호로 불리고 있고요. 듣기로는 최연소로 오러 유저가 된 만큼의 재능까지 갖추고 있으니

아넬이 삼십대 이전에 오러 익스퍼트 중급을, 오십대 이전에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를 가능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중급엔 최소

남작에서 자작의 작위를 얻을 수 있고 상급은 백작 이상의 작위가 확정되어 있습니다. 아넬이 삼십대 이전에 오러 익스퍼트 중급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아넬의 자질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점에 대해선 아바마마께서도 인정을 하신 부분이고요.”

“잠깐만, 국왕 폐하가 인정을 하셨다고?!”

갑작스러운 엘리시아의 폭탄 발언에, 나는 이번엔 정말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엘리시아가 계획한 것에 불과한 작전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이미 베이트론 국왕에게까지 이 일이 의논되었다는 사실에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 아바마마께서도 이전에 아넬을 한번 만나 보시고는 제법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물론 아직 아바마마께서는 아넬의 결혼 소식에 대해서는

모르고 계신 만큼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밖에는 동의하지 않으셨지만요.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거예요. 능력

있는 귀족 남성이 아내를 여럿 두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에서도 허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가진바 능력을 왕실에 써 줄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아바마마께서도 허락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에 느닷없이 국왕이 나를 왕궁에 초청하여 얼굴을 봤던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단순히 이상 현상 몬스터 세 마리를 잡았다고 해서 국왕이 직접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기엔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엘리시아의 말을 들어

보니 아무래도 이것과 관련된 부분인 것 같았다.

연회 도중에 갑자기 내게 다가와서는 ‘음, 네가 은빛 검사라고 불리는 아넬인가.’ 하고 내 온몸을 샅샅이 훑어보기에 ‘뭐지, 설마 변태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설마하니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대로 엘리시아의 계획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차분히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엘리시아에게 말을 이었다.

“엘리시아…… 미안해. 난 여러 명의 여성과 인연을 맺을 생각은 없어. 레아 누나를 배신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걸. 그러니 정말

미안해. 네 고백에는 답해 주지 못할 것 같아.”

“아넬이라면 분명 그렇게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장의 대답을 바라고 했던 고백도 아니었어요. 또한 레아 언니라면…… 그분처럼

심지가 강하고 올곧은 분이라면 아넬이 좋아할 사람이라고도 인정하고 있어요. 제가 그분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넬을 쉽게 포기할 생각도 없어요.”

엘리시아는 반짝이면서도 굳은 의지가 보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선전포고예요. 이전에 말했었던 것처럼 많은 학생들 앞에서 잊지 못할 수치를 준 것, 반드시 아넬에게 책임지게 할 생각이에요. 아넬이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제가 레아 언니에게 직접 찾아가 이야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필요하다면 왕족으로서의 권력을

사용해서라도요. 그러니 각오해 두세요, 아넬. 저, 아바마마의 고집조차 꺾고 검을 배운 공주입니다. 그 점 감안하셔야 할 거예요.”

마지막 선언 이후 엘리시아는 후련하다는 듯이 밝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려 다시금 일행들이 있는 야영지로 돌아갔다.

나는 도대체 이 상황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바빠 엘리시아가 자리를 떠난 이후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손에 든 차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있었다.

그런 내 뒤로 푸스럭하고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온통 엘리시아가 했던 말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그저 야생동물이나

새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전생의 23년과 이 세계에서의 18년. 총합 41년이라는 시간 만에 나는 처음으로 여성에게 고백을 받아 보았다.

그것도 고백을 넘어선 선전포고를 말이다.

 

 

 

 

이종족 삼남매(1)

 

 

 

 

“아넬, 아넬, 아넬!”

“……어? 나 불렀어?”

내 얼빠진 대답에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루시안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기에 옆에서 몇 번을 불러도 눈치채는 게 늦는 거야?”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으려니 루시안이 옆에서 꽤나 내 이름을 불렀는데도 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아, 미안해…….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어. 그런데 왜 불렀어?”

“이제 보이기 시작했어. 프라알 도시야.”

루시안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나 역시 시선을 옮기자 저 멀리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의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왕국 끝에 존재하는 도시치고는 영원의 숲과 교류를 하는 장소라는 이점 때문인지 상당히 큰 규모의 도시였다.

얼추 규모만 보자면 이전에 세르피안 검술학교 부지보다는 살짝 작은 정도다.

검술학교 부지가 제2의 수도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 다이론을 제외하고는 디아스 왕국의 도시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몰고 있는 우리들 말고도 상당히 많은 여행자들이 각각의 길에서 프라알 도시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중에는 인간도 많았지만 엘프와 드워프, 수인족 등의 이종족들의 모습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역시 영원의 숲과 가까워지니 이종족분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고 있네요.”

“어? 어…… 응. 그러게.”

내 옆으로 말을 몰아서 다가온 엘리시아의 말에 어정쩡하게 대답하자 옆에 있던 루시안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엘리시아는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가볍게 ‘쿡쿡.’ 하고 웃었다.

“어제 했었던 이야기가 계속 신경 쓰이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영원의 숲에 들어가고 나면 임무를 최우선적으로 여길 거니까요.”

“…….”

“무슨 이야기?”

“후훗, 나중에 아넬에게 들어 주세요.”

나는 침묵하고 있고, 엘리시아는 기분 좋은 듯이 웃고 있고, 어째서인지 셀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고, 세라 누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엘리시아를 보고 있는 묘한 상황이 이어지자 루시안도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인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뭔 일 있는 거야?”

하지만 물어본다고 해서 지금 당장 루시안에게 어젯밤 엘리시아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를 해 줄 수는 없는지라 나중에 따로 시간이 생기면 알려 주겠다 말한 뒤에 우리들은 계속 말을 몰아 프라알 도시로 향했다.

‘생각보다 꽤 먼걸.’

원래 시야라는 것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 그곳이 의외로 가까워 보이고 금방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고는 하지만 막상 이동해 보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는 법이다.

이럴 땐 두런두런 잡담이라도 나누면서 이동해야 그나마 덜 지루한 법인데, 조금 전에 있었던 일로 일행 전체가 조용한 침묵에 빠지는 바람에 먼저 말을 꺼내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응? 어떤 소리?”

내 말에 루시안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오러로 확장된 감각으로 어렴풋이 들렸던 소리들이니 아마도 루시안이나 셀린, 엘리시아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오러 기감이 더 뛰어난 세라 누나는 그 소리를 정확하게 들은 듯 내 물음에 답해 주었다.

“누가 앞에서 싸우고 있는 모양인데?”

조금 언덕진 경사를 넘고 나자 세라 누나가 말한 것처럼 길가에 3명의 남녀가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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