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5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50화
거리상으로도 이종족들이 오기 힘들고 가까운 디아스와 라그나 왕국이 아니라, 세르피안 왕국까지 올 만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 같아도
굳이 세르피안 왕국으로 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물론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종족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들을 보고 신기하니 뭐니 하는 것은 상당히 실례되는 일일 테니
말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엘프족이라고 하면, 긴 귀가 특징인 종족이다. 또한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 남녀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는데 그것은 이 세계
역시 통용되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엘프족은 남성도 여성도 전부 늘씬늘씬하고 피부가 곱다.
이목구비 역시 뚜렷하여 엘리시아만큼의 절세라고까지 부르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예쁘다’, ‘잘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흔히
엘프족을 판타지의 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엘프족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느껴졌다.
물론 진짜 목적은 이상 현상 몬스터의 조사지만 말이다.
‘엘프도 엘프지만, 드워프도 놀랍고…….’
엘프의 모습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라 신기하다면, 반대로 드워프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또 신기하다.
소설에선 드워프를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지만 짜리몽땅한 체구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모든 무구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장인 종족으로
묘사한다.
하나 이곳의 드워프들은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짜리몽땅 체구는 아니었다. 오히려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큰 신체를 가지고
있다. 얼추 180센티미터는 넘어가는 장신들이 많다.
전생에선 ‘드워프’라는 단어 자체가 ‘난쟁이’를 뜻하는 단어였지만 이곳에선 ‘난쟁이’가 아닌, 다른 뜻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았다.
체구는 달랐지만 그래도 드워프가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는 장인 종족이란 인식은 다름없는지 그 손재주를 통해 대장장이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많고, 목수나 공예가 같은 장인부터 시작해 모험자 전사나 용병 또는 기사로서 활동하는 드워프들의 숫자도 상당하다고 한다.
타고난 근력을 바탕으로 휘둘러지는 일격은 어지간한 방패로 막아도 방패째 적을 우그러뜨린다는 모양이다.
실제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드워프 중에 남성 드워프의 경우는 대다수가 경갑옷 차림에 배틀액스나 워해머 같은 중형 무기들을 등에 매달고
있었다.
아, 참고로 여성 드워프의 경우엔 남성만큼이나 우락부락하진 않다. 키는 똑같이 크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인족……!’
인간의 귀가 위치해 있는 부분은 원래 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맨들맨들하고, 머리에 귀가 붙은 수인족들을 보자마자 내 마음속의 무언가가
화악! 하고 불타올랐다.
내가 본 수인족 여성은 머리에 고양이 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묘인족인 모양이다.
차림새는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엉덩이 부근에 고양이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흔들리는 꼬리에 맞춰 우리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인다.
엘리시아를 포함해 우리 네 사람의 시선이 자신의 꼬리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묘인족 여성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후훗.’ 미소
짓고는 다시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거리 저편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세르피안 왕국과는 전혀 다른 디아스 왕국의 모습을 네 명 모두 정신없이 구경하며 걷고 있으려니 우리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세라
누나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 슬슬 물건들을 구하러 가 봐야지 않겠니?”
“아…… 네. 그래야죠!”
세라 누나의 말에 우리들은 정신없이 구경하던 것을 간신히 멈추고 원래의 목적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느라 여행에 필요한 짐들을 일절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조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상점에 들를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새 상점을 지나쳐 거리의 끝까지 걸어와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세라 누나가 결국 제지를 건 것이었다.
언제 이렇게 와 버렸지, 하며 엘리시아도 셀린도, 나와 루시안 역시 ‘하하…….’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우리들이 구매해야 할 물품들은 총 세 가지였다.
야외 취침 때 필요한 야영도구들과 음식을 조리할 취사도구, 그리고 이동 간에 먹을 식량이다.
우선적으로 이동한 곳은 야영도구와 취사도구를 구매할 수 있는 수도의 한 잡화점이었다.
한 나라의 수도에 자리 잡고 있는 잡화점의 크기는 당연한 말이지만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판매하고 있는 물품들도 전부 질이 좋았고, 대강 확인한 물품의 가격들도 바가지 없이 정상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좋은 가게인 것 같았다.
“자, 그럼 한번 물건을 살펴보…….”
“주인장,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침낭 5개와 물품을 담을 수 있는 질 좋은 가방 5개. 지금 당장 준비할 것.”
“어?”
잡화점 내부에 들어서서 여행에 가장 필요한 물품 중 하나인 침낭을 살펴보면서 어느 침낭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살펴보려고 하는 우리들을
제치고, 상당히 체구가 큼직한 이 가게의 주인장이 서 있는 카운터로 걸어간 세라 누나는 금화가 잔뜩 든 돈주머니를 카운터 위에 쿠웅, 하고
내려놓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세라 누나가 내려놓은 돈주머니의 무게가 보통이 아님을 깨달은 가게 주인장은 순식간에 고개를 90도로 꺾으며 ‘네잇!’ 하고 대답하더니, 허겁지겁
가게의 창고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어리둥절하게 세라 누나를 바라보자 세라 누나는 우리들의 시선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국왕 폐하께서 공주님, 엘리시아가 사용할 물품은 무조건 최상급으로 구매하라는 명을 받았거든. 어차피 최상급으로 구매할 건데 굳이 품질을
확인하거나 어떤 걸 살지 고민할 필요는 없잖니?”
“아바마마도 참…… 그런 명령을 하셨었나요? 참,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엘리시아의 볼멘소리에 세라 누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의 경비는 대부분 세라 누나가 책임지고 있다.
영원의 숲 여행의 비용 전액을 왕궁에서 부담해 주기로 하였기에 돈은 세라 누나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고 우리들의 개인 비용이 들어갈 일은 없었다.
잠시 뒤 가게 주인장은 창고에서 깨끗하게 포장된 침낭 5개를 가지고 와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최고 품질의 침낭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푹신함과 보드라움의 정도나 바느질의 마무리가 뛰어난 물품이었다.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
침낭의 표면을 손으로 몇 번 꾹꾹 눌러 본 루시안이 감탄과 동시에 적잖이 당황하며 말했다.
나와 셀린, 그리고 엘리시아도 가게 주인이 가져온 침낭을 손으로 눌러 보며 그 부드러움과 푹신함에 루시안과 마찬가지로 놀라는 것과 동시에
나지막이 감탄했다.
일반적으로 침낭은 천 안에 솜이나 새의 깃털 등을 채워 넣어 만들어진다.
가장 저급에 해당되는 침낭은, 역시나 솜이다.
솜이 왜 가장 저급이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것보다 더 안 좋은 품질의 침낭의 경우엔 온갖 잡다한 짐승의 털을 사용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패스하도록 하겠다.
푹신하기는 하지만, 솜을 사용한 침낭은 보온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면 솜 자체가 습기를 머금어 서로 눌리고 엉켜 붙어 그리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급의 품질은, 양의 털을 넣은 침낭인데 솜을 넣은 침낭보다는 보온성이 높지만 꽤 무겁다는 단점이 있고 양의 털도 사용시간이 길어지면 뭉치고
엉키는 특성 탓에 오래 사용하지는 못한다.
상급 품질은 오리와 거위의 털을 사용한 침낭이다.
물새들의 특성상 오리와 거위들의 털은 방수성도 높고 보온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엉켜 붙거나 하는 점도 적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이러한 오리, 거위털이 들어간 침낭은 물새 고간 부위의 솜털과 날개 부위의 깃털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침낭 안에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날개 부위의 깃털은 그래도 수량 확보가 쉬운 편이지만 물새의 솜털은 한 마리당 확보되는 양이 결코 많지 않기 때문에
만들기도 상당히 어렵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오리와 거위털 침낭 중 가장 싼 것이 솜털과 날개 깃털의 비율이 대략 6:4 혹은 5:5
반반.
가장 최고 품질의 침낭은 솜털과 날개 깃털의 비율이 대략 9:1 정도가 된다.
지금 가게 주인장이 꺼내 온 침낭은, 그중에서도 최고 품질의 침낭으로 예상되는 것이었다.
솜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푹신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온력 역시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헤헤, 이 침낭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주로 신분 높은 귀족 나리들이나 그 자제분들이 사용하시는 최고급 품질의 침낭입니다. 만져 보시면
알겠지만 푹신함의 정도가 일반 침낭과는 비교를 불허하지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루톤강에서 잡은 거위들의 털로 만든 것입니다. 저희
가게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침낭이라 자부합니다.”
그렇게 설명하던 주인은 손가락을 쫙 펼치며 그 두툼한 손바닥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침낭 한 개당 5금화입니다.”
‘우왓, 비싸……!’
“비싼걸…….”
“그러게…….”
주인장이 부른 가격에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의 얼굴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딱히 가게 주인아저씨가 덤터기를 씌웠다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만한 품질의 최고급 침낭이라면 그 정도의 가격은 할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상한 거랑 가격을 실제로 듣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금화는 10은화의 값을 가지고, 1은화는 한화로 약 5만 원어치의 값을 가진다.
즉 이 침낭 한 개당 가격이 250만 원이라는 값을 가지는 셈이다. 그것이 5개니까 총합 1,250만 원.
아무리 왕궁에서 여행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지만 그만한 수준의 침낭은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가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기에 거절하려고 하는
찰나 세라 누나는 돈주머니에서 25개의 금화를 꺼내더니 가게 주인에게 건넸다.
“같이 주문했던 배낭은 가격이 얼마지?”
“아이고, 배낭은 그냥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그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요?”
“여행에 필요한 취사도구들, 그리고 침낭 이외에 야영도구들도 필요한데. 그것 역시 질 좋은 것들로 부탁하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시면 제가 최고의 것들로 꺼내다 드리겠습니다.”
세라 누나가 상당한 양의 금화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고 있는 주머니는 묵직했다. 그것을 확인한 주인은 눈이 돌아가기 시작하며 뱃살을
크게 출렁이더니, 허겁지겁 창고로 다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