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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3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30화

검은 고블린이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내지른 검은 허공을 향해 내뻗어졌다.

‘끝이네요.’

눈앞으로 검은 고블린이 휘두르는 나무 몽둥이가 보였다.

앞으로 조금 후면 나무 몽둥이를 얻어맞고 머리나 어깨가 뭉개져 바닥에 나뒹굴게 될 것이었다.

최후의 순간,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케, 케에엑?!

파사사사사삭, 하는 요상한 소리와 함께 푸욱! 하는 섬뜩한 울림이 들려왔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어떤 물체를 꿰뚫는 듯한 소리였다.

또한 그와 동시에 검은 고블린의 바람 빠지는 허망한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마지막 죽는 순간에 무언가 환청 같은 것을 들은 것은 아닐까 의심했지만 곧장 두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앞에 목에 푸른빛을 머금은 장검이 관통하여 괴로운 듯이 목을 붙잡고 있는 검은 고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 하는 소리를 내고 있으려니 검은 고블린의 몸이 바닥으로 힘없이

나뒹굴었다.

“하아…… 하아…… 하…… 느, 늦지 않았어…….”

그리고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리자드맨 부락에 있던 맥스 교관이 구해 준 것이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이내 날 구해 준 남성이 생각보다 나이가 많지 않은 소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볼품없이 늘어뜨린 은발의 소년이 나를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넬……”

그러곤 와락, 하고 소년은 내게 안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년이 나를 끌어안았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확, 땀 냄새가 풍겨 왔지만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터질 듯이 두근두근거리는 아넬의 심장박동 소리가 가슴을 통해 온몸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로, 다행, 이에요.”

아직 숨을 고르지 못한 아넬이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두근두근, 하는 그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어느새 나보다도 키가 더 자란 동생 같던 소년의 등을 끌어안았다.

 

 

 

 

맺어지는 인연

 

 

 

 

사건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레아 누나가 상대하고 있던 마지막 검은 고블린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다른 고블린이나 또 다른 검은 고블린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학생들 역시 레아 누나가 시간을 충분히 끌어 준 덕분에 무사히 산맥 입구에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후에 합류한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셀린과 함께 우리들은 다 같이 세룬 도시로 복귀할 수 있었다.

참고로 검은 고블린에 의해 팔이 크게 다친 학생은 레아 누나가 가지고 있던 모든 힐링 포션과 루시안의 치유 마법으로 세룬 도시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상처를 회복시킨 뒤에 맥스 교관님이 신전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하였다.

듣기로는 약간의 후유증은 남겠지만 검을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쪽 팔이었기 때문에 검을 수련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상처가 완전히 나았을 때 재활을 열심히 하면 그 후유증도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었다.

우리들이 세룬 도시로 복귀했을 땐 이미 사방이 어두워진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엎어졌고 땀과 먼지, 피와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고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다들 곯아떨어졌다.

맥스 교관님이 다친 학생을 신전에 데리고 가 있는 동안 루시안과 셀린이 학생들을 보살펴 주었고 나는 상당히 지쳐 있는 레아 누나를 길드에 바래다준 뒤, 아버지에게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리자드맨 토벌까지는 문제가 전혀 없었으나 고블린의 난입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또한 그 고블린들의 난입에 무려 세 마리에 달하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상 현상 몬스터가 자신의 개체와 무리를 짓는 경우는 있어도(검은 고블린이 다른 고블린들을 이끌고 함께 왔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수의 이상 현상 개체가 함께 나타난 적은 이제껏 없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무려 세 마리에 달하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니, 최근 이상 현상 몬스터 출현이 줄어들었다고 안심하고 있던 판국에 또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설명을 듣던 아버지도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이 길드에 알려지면 상당히 파장이 크겠구나. 지금 당장이야 이렇다 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렇겠죠.”

파장이야 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숨기거나 할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아버지는 요새 길드를 비롯하여 왕국 전체가 안정화되는가 싶었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서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추가적인 피해가 걱정되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이제 영주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해야 할 것 같구나. 늦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내일 아침 해가 밝는 대로 이상 현상 몬스터의 시체를 회수할 병사들을 보낼 필요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저도 여관에 들렀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셀린에게도 아버지와 했던 이야기를 전해 줘야 할 것 같으니까요.”

“그래. 레아는 걱정하지 말거라. 네 엄마에게 맡겼으니 지금쯤 씻고 저녁을 먹은 뒤에 푹 쉬고 있을 거다. 오러를 거의 소모한 만큼 이곳까지 오는 데 상당히 피로했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레아답다고 해야 할지.”

“네. 정말 레아 누나다운 거죠.”

학생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홀로 검은 고블린을 상대하느라 레아 누나는 거의 대부분의 오러를 소모하였었다.

또한 조금만 늦었더라면 레아 누나는 검은 고블린에 의해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만큼 정신적인 면으로도 상당히 지쳤을 것이다.

당장 그 자리에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레아 누나는 이를 악물어 가며 피로감과 싸우면서 우리들과 함께 세룬 도시로 학생들을 이끌어 복귀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쓰러지고 싶었겠지만 학생들이 자신 때문에 걱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참 레아 누나답다면 레아 누나다운 상냥한 배려였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이를 악물면서까지 버티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결국 아버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할 겸, 레아 누나를 안내해 주겠다는 말로 함께 길드에 들어서자마자 레아 누나는 앞으로 엎어지듯 허물어지고 말았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리나에게 레아 누나를 맡긴 이후 여태껏 아버지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래.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

“의뢰를 최선을 다해 완수하는 것은 모험자의 의무니까요.”

“후훗, 이제는 정말로 다 컸구나.”

아버지와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가 어머니와 리나에게도 레아 누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길드를 나왔다.

레아 누나에게도 인사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녀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방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었기에 인사를 나누지는 못하였다.

이후 여관으로 돌아가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셀린에게 아버지와 했었던 이야기, 또한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날은 빈 방을 빌려 루시안과 함께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었다.

 

 

***

 

 

4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세룬 도시의 영주는 병사들을 산맥에 파견하여 이상 현상 몬스터인 검은 고블린의 시체 3구를 회수하였다.

그다지 몸집이 큰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성인 어른만 한 크기였기에 짐수레 하나로도 시체를 옮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검은 고블린의 시체는 왕국으로 보낸 서신에 답장이 오는 즉시 영주가 책임지고 왕국으로 운송해 주기로 이야기가 되었다는 모양이다.

우리들 역시 세르피안 검술학교 측에 이번 일과 관련된 서신을 보내긴 했지만 거리가 거리다 보니 아직 답장을 받진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맥스 교관님의 판단상, 학생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늘까지는 푹 쉬고 내일 세르피안 검술학교를 향해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팔을 다쳤었던 학생도 지속적으로 치료받은 덕분에 이제는 움직이는 데 그다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상처가 나았다.

다른 학생들 역시 4일간의 충분한 휴식으로 저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진정시켰으며 또한 그들 역시 내일 세르피안 검술학교로 복귀하는 것에 전원 찬성했다.

나와 루시안, 셀린 역시 동의하였으며 지금은 맥스 교관님의 호의를 받아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내일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어머니와 리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이제 내일이면 다시 돌아가는구나.”

“이번에 예상치 못한 일로 기존 계획보다 좀 더 오래 머물렀으니까요. 학교에서도 슬슬 학생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 학생들을 무사히 학교까지 바래다주는 것까지가 이번 의뢰의 내용이니 함께 가 봐야 해요.”

“그래, 그렇겠지. 오히려 의뢰 중인데도 이렇게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오빠, 이번에 가면 또 언제 다시 찾아올 거야?”

‘응? 응?’ 하고 물어 오는 리나에게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작게 미소 지었다.

“의뢰가 끝나자마자 들르는 것은 무리일 거야. 이번 의뢰에 관련되어서 길드 본부에 전달해야 할 사항들이 제법 있거든. 이후에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르겠어. 만약 의뢰가 없다면 길드 마스터께 말씀드리고 또 들를게.”

“정말?”

“그럼, 그간 제대로 방문하지 못했었으니까 말이야.”

6년 동안이나 바쁘다는 핑계로 들르지 않았었으니까 말이다.

이참에 이번 의뢰가 끝나고 나면 별다른 의뢰가 없는 한 길드 마스터에게 말씀드리고 가족들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엄마도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게. 이번엔 엄마를 너무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네. 그럴게요.”

“그럼, 아넬이 떠나기 전 마지막 저녁식사구나. 어서 먹도록 하자.”

이번엔 그리 머지않은 기간에 다시 방문하기로 어머니와 리나에게 단단히 약속을 하고 우리 가족은 화목하고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서도 어머니와 리나는 조금 더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내일 여행을 떠나는 아이를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아버지가 말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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