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2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27화
나머지 2명은 아넬과 함께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아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다급히 주위를 살피려고 하니, 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뻗으며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고는 크게 소리쳤다.
“앗! 저기에서 오고 있어요!”
학생이 가리킨 곳에서는 마지막 2명의 학생들이 허겁지겁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맥스 교관은 곧이어 학생들과 같이 있어야 할 아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금 뛰어온 학생들에게 아넬의
위치를 물었다.
“아넬 군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 아넬은 저쪽에서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막는다며 저희에게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이런, 합류하기보다는 한쪽 방향에서라도 고블린들을 막기로 결정한 모양이군.”
맥스 교관은 학생의 말을 듣자마자 아넬이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한 모양이었다.
순간 그 아이가 혼자서 남았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고쳤다.
아넬은 이제 내가 알고 있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자기 자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고 인정을 받으며 성장한 소년이었다.
분명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아넬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 지부에서 동행한 그들의
안내역으로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었다.
곧 이곳을 향해 들이닥칠 고블린들을 상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린 맥스 교관의 말에 나는 오러를 끌어올리려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레아 양, 지금 즉시 학생들과 함께 하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산인가요?”
맥스 교관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블린들의 숫자가 많습니다. 각 방향에서 보이는 고블린들의 숫자가 어림잡아 10여 마리 이상. 부락 전체를
둘러싸고 오는 것이라면 약 40여 마리는 넘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전에 길드에서 조사했던 것처럼 이 근방에 자리 잡고 있다던 고블린 부락의
고블린들로 보이는군요. 어째서 고블린들이 리자드맨 부락을 습격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서 저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치면 상황은 난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위험합니다.”
그의 말대로 지금 학생들은 토벌을 끝내고 지쳐 있는 상태였다.
비록 리자드맨보다 한 단계 아래로 취급받는 고블린이라고 하지만 저만한 숫자가 일시에 이들을 덮친다면 필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산하라는 것은 곧 퇴각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둘러싸여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기보다는 어느 한 방향을 잡고 이동하면서 그들을 떨쳐 내거나 준비된 상태에서 고블린들을 공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토벌의 최대 목표는 학생들의 피해 없이 토벌이 무사히 완료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교관에게 있어서 최우선 상황은 학생들의 안전이었다.
“교관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아넬 군이 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고블린들을 처리하고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들의 추격을 가능한 저지할 테니 레아 양은 학생들을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맥스 교관의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실력은 오러 익스퍼트.
학생들을 이끌면서 퇴각하기보다는 후방에서 그들의 추격을 저지해 주는 쪽이 학생들은 더 안전해진다.
거기에 이곳의 지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였고 실력 면에서도 지금은 루시안과 셀린 양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니 맥스 교관의 말대로 학생들을 안내하여 이곳을 벗어나 학생들이 고블린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이었다.
“레아 누나, 저와 셀린도 이곳에 남아 맥스 교관님을 도울게요. 아넬은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아넬을 부탁드릴게요, 루시안.”
아넬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어엿한 소년이 되어 돌아온 루시안이 제법 믿음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 성장한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즉시 학생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학생 여러분, 저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곳에서 말을 묶어 둔 산맥 입구까지 가장 가까운 방향은 처음 리자드맨 부락을 습격했을 때 들어온 방향이었다.
다행히 이곳에 침입하기 위해 목책을 제거해 놨기 때문에 빠르게 부락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반대로 이미 부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고블린들은 목책에 의해 이동에 어느 정도 제지를 받을 것이었다.
그렇게 목책 부분을 벗어나 숲으로 향하려고 하니 이쪽 방향에서 덤벼드는 몇 마리의 고블린들이 있었다.
“하앗!”
그들이 목책을 빠져나오고 있는 학생들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처리할 목적으로 나는 검을 뽑아 들어 한껏 오러를 운용하였다.
그러고는 눈앞의 고블린을 단숨에 처리할 생각으로 검을 내질렀다.
케륵?!
‘……읏?!’
순간, 내 검에 전혀 반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고블린이 정확히 내가 내지른 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몸을 움직이려는 그 모습에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고블린은 이쪽의 공격에 움찔하고 반응을 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일격에 즉사시킬 생각으로 내지른 검을 막아 내지는 못하였다.
내지른 검은 정확하게 고블린의 목에 틀어박혔고, 이어서 검을 조금 움직여 목 안을 헤집는 것으로 고블린은 절명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역시, 뭔가 이상해.’
일반적으로 자신보다도 상위 개체의 리자드맨 부락을 하위 개체인 고블린들이 습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고블린들은 저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리자드맨 부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정상적인 고블린들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조금 전에 처리한 고블린을 보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고블린들은 이상 현상 몬스터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이다.
“여러분, 조심하세요! 일반적인 고블린들이 아닙니다. 적어도 여러분들이 조금 전에 상대했던 리자드맨과 거의 동급의 강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검을 뽑아 들고 이곳을 향해 달려드는 몇 마리의 고블린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윽, 하앗!”
“차앗!”
다행히 늦지 않게 내 경고가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는지 그들은 고블린은 리자드맨보다 약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고블린들을 상대하였다.
아직까지는 몇 마리 되지 않는 고블린들과의 전투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몇 마리의 고블린에 의해서 학생들의 발이 묶이는 것은 좋지 않았다.
맥스 교관과 루시안, 셀린 양이 뒤를 막아 주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고블린들이 이곳을 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르게 이동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에 빠르게 그들을 처리하고 학생들을 이끌 생각으로 오러를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하앗!”
비록 아넬과 루시안만큼의 성장은 아니지만 그간의 시간 동안 이쪽도 길드 업무만 처리하며 나이만 먹어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잠깐 만났던 어느 여기사에게서 검의 요령을 전수받은 뒤에 나름 성장하여 지금은 오러 유저 상급에 간신히 도달한
정도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무언가의 현상으로 인해 강해진 고블린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일대일의 상황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격을 받으며 정신이 팔려 있는 고블린들의 등 뒤를 노려 일격에 목을 노리고 검을 내지르는 형태로 빠르게
그들의 숫자를 줄여 나갈 수 있었다.
“대, 대단해……!”
“빠르고 정확해……!”
‘후우……!’
내가 고블린을 처리하는 그 모습을 보고 몇몇 학생들이 놀란 표정으로 칭찬의 말을 해 주었지만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아주 잠깐, 다시금
얼굴을 굳혔다.
소음 때문인지 부락으로 향하고 있던 다수의 고블린들이 다시금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다가오는 모습에 나는 학생들이 상대하고 있는 마지막
고블린을 재빨리 처리하고 학생들을 재촉하였다.
“지금 여기서 붙잡히면, 고블린들에게 둘러싸일 수 있습니다! 모두 조금 힘들겠지만 오러를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해 주세요! 빠르게
이동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오러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동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곳 학생들은 전부 검술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답게 학생 전원이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학생들을 인도하면서 점점 멀어지는 리자드맨의 부락을 힐끔 바라보았다.
고블린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들의 비명소리 또한 함께 들려왔다.
지금 부락에 남아 있는 맥스 교관부터 아넬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 양 모두 나보다도 훨씬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검사이자 모험자인 만큼
고블린을 상대로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잠깐 멈추어서 뒤를 바라보았다.
학생들의 뒤로 적지 않은 수의 고블린들이 ‘케륵, 케륵’ 소리를 내며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그리고 그들의 뒤로 검은색의 피부와 흰색의 턱수염을 가지고 있는 기괴한 모습의 커다란 검은색의 고블린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본능적으로 저 고블린이 위험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또한 저 고블린이 이번에 리자드맨 부락에 고블린들이 느닷없이 쳐들어온 원인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
“허억, 허억…… 후…… 허억.”
“후우…… 하아, 하아…….”
“후욱……!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고요한 숲 속을 가득 메웠다.
리자드맨 부락을 벗어난 학생들이 내뱉는 숨소리다.
부락을 벗어나 산 속을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한 지도 벌써 30여 분이 지났다.
아무리 오러를 운용할 수 있는 학생들이라 해도 전투를 치르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이렇게 산길을 빠르게 이동하는 행군을 하게 되었으니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쳤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발걸음을 쉬이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몇 번인가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쉬게 해 주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가, 우리의 뒤를 추적해 온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많은 수는 아니었고 기껏해야 4, 5마리 수준의 공격이었다.
부락을 습격하고 뒤에 남은 맥스 교관과 루시안들이 막아 준 고블린의 숫자가 얼추 20여 마리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쪽에서 처리한 고블린의
숫자도 벌써 10여 마리가 훌쩍 넘어간다.
맥스 교관은 우리들을 습격한 고블린이 사전에 길드에서 조사했었던 고블린 부락의 고블린들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