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2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24화
상황은 분명 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까 전처럼 학생들끼리 진형을 유지할 시간도 없이 혼자서 다수의 고블린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전의 리자드맨을 상대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모두들 한곳으로 뭉쳐!”
키야아아아아악!
상황을 파악한 듯한 맥스 교관님의 외침과 동시에 그것이 마치 신호탄이라도 되듯, 고블린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리자드맨 부락에 울려 퍼졌다.
천천히 접근하던 고블린이 매섭게 뛰어오기 시작하는 그 모습에 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큰일이다! 너희 모두, 맥스 교관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자, 잠깐, 그러면 아넬은 어쩌고?”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잘못하면 저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도 없게 돼!”
“아, 알았어!”
나와 같이 있던 학생 두 명을 맥스 교관님이 있는 쪽으로 이동시키고, 나는 재빨리 허리춤에 매단 검집에서 다시금 검을 뽑아 들었다.
눈앞에 10여 마리 고블린들이 일제히 뛰어들면서 이곳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무시하고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함께 이동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곳에는 맥스 교관님을 비롯해서 루시안과 셀린, 레아 누나까지 있을 터였다.
‘그러니 우선은 숫자를 줄인다!’
어째서 고블린들이 우리를 노리고 이곳을 향해 덮쳐 오는 것인지는 몽둥이를 꼬나 쥐고 사납게 돌진하는 고블린들을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우선 눈앞에 보이는 고블린들을 퇴치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각 방향에서 고블린들이 일시에 덮쳐 오는 것이라면 40여 마리가 한곳에 뭉쳐 난전 상황이 벌어지는 것보단 지금처럼 10마리라도 따로 떨어져
있을 때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체내의 오러를 끌어올려 오른손에 쥔 검에 한껏 힘을 불어넣었다.
물론 고블린을 상대로 오러 소드를 사용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기에 신체 강화에 전체 오러 중 약 30퍼센트 정도를 사용하였다.
케륵, 케르르륵!
캬악!
고블린들은 저마다 꼬나 쥔 몽둥이를 거세게 휘두르면서 리자드맨들이 세워 놓은 조잡한 목책을 때려 부수며 부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참, 진짜 못 만들었네.’
애당초 방비하기 위함이라기보단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바닥에 꽂아 두어, 거기에 동물 가죽 등을 걸쳐 놓는 것으로 자신들을 과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그들의 침입을 저지시켜 주길 바랐는데 너무 허무하게 뚫리는 목책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우리들이 들어올 땐 손으로 뽑아냈었지.’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도 덕분에 리자드맨들을 습격할 때 쉽게 목책을 제거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남 말 할 처지는 딱히 아니라는 데에 쓴웃음을 한번, 이어서 나를 향해 달려드는 고블린을 향해 나는 검을 휘둘렀다.
‘응?’
서걱, 하고 고블린이 들고 있던 몽둥이가 내 검에 의해 윗부분이 잘려 나갔다. 나는 그와 동시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처음 돌격한 이 고블린을 순식간에 처리할 생각으로 휘두른 일격이었다. 하지만 잘려 나간 것은 고블린의 머리가 아닌 녀석이 들고 있던 나무
몽둥이였다.
순간적으로 고블린이 몸을 비틀어 내 검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기 때문에 고블린의 머리 대신 녀석의 몽둥이를 베어 버린 것이다.
“이건 무슨……?”
케르륵!
당황하기도 잠시, 몽둥이가 잘린 고블린은 자신이 들고 있던 나무 몽둥이 자루를 바닥에 내던지고 날카로운 손톱을 내세우며 재차 내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어쩐지 범상치가 않았다.
고블린의 공격을 살짝 몸을 뒤로 내빼면서 회피하고 나는 그대로 고블린의 미간에 검을 박아 넣었다.
……깨, 깨르륵…….
윽, 하고 조금 잔인한 장면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지만, 치명상을 입은 고블린은 그대로 절명했다.
하지만 이어서 돌진해 오는 다른 고블린들의 공격에 나는 곧장 죽은 고블린의 미간에서 검을 뽑아 들고 그들의 공격에 대응해야 했다.
‘무슨 고블린의 공격이 이렇게 빨라?’
나무 몽둥이는 다른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는 없었다.
그냥 튼튼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적당히 바닥에 내리치는 형식으로 다듬고 휘두르고 있는 것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휘두르는 고블린의 힘과 스피드가 뭔가 이상했다.
일반적인 고블린보다도 지금 이곳에 들어온 고블린들의 힘과 스피드가 훨씬 월등했기 때문이었다.
근력으로만 따지자면 아까 전에 우리들이 상대했던 리자드맨보다도 조금 더 강했고, 스피드는 리자드맨과 엇비슷한 정도였다.
즉, 일반적인 E급에 해당되는 고블린들이 아니라 고블린 한 마리 한 마리가 D급의 리자드맨에 해당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 대체 뭐야?”
고블린들 중에 가끔씩 D급 정도의 강함을 가지는 개체는 있다. 보통 10마리 이상의 고블린을 이끌고 다니는 무리의 리더 개체가 다른 개체보다
다소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고블린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런 리더 개체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 고블린들이 전부 이상 현상 몬스터인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 이상 현상 몬스터들은 원래 개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된다.
이전에 내가 처음 만났던 이상 현상 몬스터인 코볼트의 경우엔 일반 코볼트에겐 없었던 흑색의 털을 가지고 있었고, 이후에 킹 스네이크 같은 경우엔
일반 킹 스네이크보다 훨씬 큰 체구에 검은 빛깔의 단단한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녀석들의 몸은 평범한 고블린에 비해 다소 체구가 크다 뿐이지, 피부가 검은색이라든가 눈빛이 시뻘겋다거나 하는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일반적인 고블린들에 비해 강한 완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을 뿐, 이상 현상 몬스터라고 생각할 정도의 강함은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곳으로 들어온 모든 고블린들이 이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학생들은 내가 상대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제외하고도 약 30여 마리 이상의 D급 몬스터를 새로이 상대하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번엔 기습을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학생들 측에서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방에서 몰려들어 포위 공격을 받게 된 만큼 난전 상황이 이어지면 학생들이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바로 그때.
맥스 교관님과 학생들이 있는 방향에서 학생들의 기합 소리와 함께 고블린들이 서로 충돌하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빨리 합류해야겠어……!’
학생들과 고블린들의 전투가 시작된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
저곳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도 함께 있을 테지만 아무리 그들이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칼에
고블린 두세 마리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그들이 상대하지 못하는 다른 고블린들은 학생들을 노릴 것이고 학생들은 리자드맨을 상대하느라 지친 상태에서 아까의 리자드맨과 거의
비슷한 강함을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을 또다시 상대해야 한다.
당연히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토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의 토벌 성공 여부도 있지만 그들에게서 피해가 나오지 않고 임무가 무사히 완수되는 것에 있다.
기껏 리자드맨을 무사히 토벌해 놓고 이후 난입한 고블린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그만큼 허무한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곧, 우리들의 임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앗!”
케륵!
케엑!
순식간에 체내의 오러를 50퍼센트 이상 끌어올리자 내 검을 막기 위해 몽둥이를 들이밀던 고블린이 몽둥이째로 머리가 베어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비록 한 마리 한 마리가 고블린 리더 개체와 동일한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리자드맨과 동급 정도의 강함일 뿐이다.
단지 저쪽이 숫자가 많은 만큼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이나 눈먼 공격을 경계하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지 그
부분만 조심한다면 상대하는 데 크게 무리가 될 것은 없었다.
이번에 쓰러뜨린 고블린까지 포함하면 내가 쓰러뜨린 고블린의 숫자는 3마리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은 아직 8마리가 더 남아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인상을 다시금 찌푸렸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합류를 서둘러야겠는걸.’
계속 후방의 공격을 신경 쓰면서 앞에 있는 고블린들을 처리하려고 하면 시간을 꽤 잡아먹을 것 같았기에, 나는 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생각으로
신체 내의 오러를 전체의 70퍼센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속전속결!
오러 소모가 제법 있을 테지만 지금은 저쪽에 합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오러 소드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츠츠츠, 하는 전기가 흐르는 듯한 묘한 효과음과 함께 오른손을 통해 다량의 오러가 검으로 흘러들어 가며 검신 표면을 옅게 코팅하듯 물들였다.
그 빛은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이다.
그러나 영롱한 빛깔과는 정반대로 이 오러의 기운이 품고 있는 속성은 철저한 ‘절삭력’이다.
한껏 끌어올린 오러로 땅을 박차, 눈앞의 고블린에게 단숨에 쇄도했다.
케륵?!
갑작스레 자신의 앞에 다가온 나를 고블린이 당혹스럽게 바라보았지만 이미 내 검은 당황하는 고블린의 목을 긋고 지나가 그 옆에 있는 다른 고블린의
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옆에 있던 동료 고블린이 어떻게 당하는지도 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두 번째 고블린 역시 내 검에 의해 목을 잃고 ‘끄르륵.’ 이상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캬악!
키엑엑엑!!
케륵, 케르르륵!!
순식간에 두 마리의 고블린이 피를 흩뿌리며 땅바닥에 쓰러지자 남은 고블린들이 격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무기를 땅바닥에 치는 행위를 통해 내게
위협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위협이라기보다 그저 소음에 불과한 행동일 뿐이었다.
이어서 고블린들에게 접근해, 오러로 코팅된 오러 소드를 휘둘렀다.
오러를 통해 강한 절삭력이 부여된 오러 소드는 그들의 수비 행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몽둥이를 들어 막아도, 두부가 잘리듯 몽둥이는 내 검을 막아 내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났으며, 단단한 고블린의 머리뼈도 오러 소드를 막아 내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졌다.
가끔은 발악으로 내 검을 손으로 쥐려고 한 놈도 있었지만 그 경우엔 손가락이 우수수 잘리면서 그대로 목을 잃었다. 그렇게 남아 있던 8마리의
고블린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4분 남짓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