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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1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7화

하지만 그것이 원천적인 예방 수단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자 거리에 돌아다니지 말고, 항상 누군가와 같이 다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첫 납치 시도가 일어난 지 2달 만에 다시 동일한 남성들이 리나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것도 이번엔 무기를 가지고서 말이다.

남성들이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번 수색 사건으로 리나의 아버지가 이 도시의 길드 지부장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어진 2차

범행이었다.

리나가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도시 인근 공터에서 놀고 있는 틈을 노려, 무기를 휘둘러 아이들을 위협하고 그들은 리나를 재차 노렸다.

당시의 리나는 왼쪽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으나, 남성들은 부모가 그저 형식상으로 아이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검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검으로

위협하며 리나를 협박했다.

다치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따라오라는 식으로 요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에게 잡혀가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아무리 열 살짜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뻔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리나는 검을 뽑아 들고 그들에게 대응했다.

일대다의 불리한 싸움이었고, 리나는 필사적으로 남성들에게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남성이 휘두른 검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반대로 리나가 남성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는 모양이다.

리나가 3명에 달하는 남성들을 상대로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리나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상처 입히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남성들이 공격을 자제했을 뿐이란다.

그대로 싸움이 이어졌으면, 체력이 떨어진 리나는 남성들에게 꼼짝없이 붙잡혔겠지만 다행히 그 위기 상황에 리나를 구해 준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인 리안 프로스트다.

남성들은 공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전부 잡아 놨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우연히 좀 떨어진 곳에서 홀로 놀고 있던 한 아이가 남성들이 검을

들고 친구들을 위협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몰래 도시로 달려가 급히 우리 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된 것이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천운이었던 셈이다.

아버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오러를 발현하여 공터로 질주하셨고, 리나를 공격하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을 보게 되었다.

남성들은 제법 검을 다룰 줄 알았지만, 기껏해야 오러 유저 하급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실력으로 오러 익스퍼트의 아버지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리나를 위협하던 사내 둘은 순식간에 아버지의 검에 목숨을 잃었고, 아이들을 상대로 위협하던 사내만이 아버지에게 항복하여 붙잡혔다.

사건의 전황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지막으로 붙잡은 사내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이라고 한다.

인신매매범을 처단하고, 그에 관련된 인원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당시 아버지가 구한 리나의 상태였다.

열 살의 어린아이가 칼을 든 인신매매범 3명을 상대로 저항한 것이다.

일반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경험이다. 하지만 리나에게는 이미 더 큰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섯 살 때, 나와 루시안과 함께 경험하였던 고블린에 의해 죽을 뻔했던 바로 그 트라우마였다.

그때의 트라우마와 함께 납치 미수 사건이 겹치면서 리나에게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끼친 것인지, 그날 이후로 리나는 일정 나이 이상의

남성들만 보면 저도 모르게 몸을 경직시키고,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이 가게 되었다고 한다.

길드에서 릭에게 보인 행동과 같이 말이다.

다만 검술을 배운 탓인지 남성을 상대로 공포에 질리기보단 방어체계로서 검을 뽑아 든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동생에게 그런 힘든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내가 그동안 너무나도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이 이야기를 내게 말하지 않았냐고 리나에게 물어보니 리나는 부모님과 레아 누나와 상담하여 이런 일을 내게 알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겨우 길드 본부에 자리 잡아 활약을 펼치는 내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로 말이다.

일부러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에 내가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납득하면서도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이곳에 와서도 부모님과 리나, 그리고 레아 누나 역시 이러한 큰일이 있었다는 것을 내게 숨기셨다.

아마도 곧 도시를 다시 떠날 내게 그런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겠지.

리나 역시 내게 이 사실을 최대한 숨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남성공포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남성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만 충분하다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의식하게 되긴 하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애써서 무시하면 평범하게 행동할 수도 있는 만큼, 그 사실을

숨기고 모처럼 도시에 들른 나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단지 운이 좋지 않게 릭이 리나에게 과도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결국 숨기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리나에게 들어 버리니, 릭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셀린과 엘리시아가 지금 리나와 계속 함께 있는 이유도 리나가 다른 남성들을 의식하지 않게 은연중 몸으로 틀어막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리나?”

“오빠, 아까부터 계속 불렀잖아?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아무래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다 보니 리나가 여러 번 불렀음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모양이다.

리나는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는데 한눈팔기야?’ 하면서 볼을 귀엽게 부풀렸다.

하지만 귀여운 표정도 잠시, 조금 씁쓸한 듯이 웃으며 리나는 말을 이었다.

“아까 전에 내가 했었던 이야기 때문이지?”

“응? 아니, 그냥 다른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

“거짓말. 오빠, 지금 엄청 서글픈 표정 하고 있는 것 알고 있어?”

“……그랬니?”

조금 어설프게 미소 짓자, 리나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나는 그런 리나의 모습에 조금 움찔하며 손을 잡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리나는 슬쩍 빼려고 하는 내 손을 다시금 붙잡으며 더욱 꽉 쥐었다.

“오빠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지만 오빠도 남자인데?”

“알아. 그래도, 오빠는 괜찮아.”

아무래도 가족이기 때문일까.

실제로 릭에게 싸늘하게 반응했던 것과 달리, 리나는 내 손을 잡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방그레 미소 지었다.

“오빠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건, 오빠라면 분명히 나를 엄청 걱정할 것 같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레아 언니도 많이 아껴 주고 예뻐해 줬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나아졌어. 나 정말로 괜찮으니까, 조금 더 웃어 줘. 이젠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은걸?”

“그래? 그렇네……. 확실히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걸.”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4시 30분이다.

저녁시간인 6시까지는 앞으로 1시간 30분밖에 남질 않았다.

물론 저녁을 먹고 나서도 가족끼리의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리나가 괜히 나와 함께 도시로 나오고 싶어 한 것은 아니겠지.

나는 애써 표정을 고치고 리나에게 웃어 주었다. 그제야 리나도 다시 해맑게 미소 짓는다.

“오빠, 셀린 언니랑 엘리시아 언니가 이 팔찌들 선물로 주었어.”

리나는 두 손을 펼쳐, 제법 귀엽게 디자인된 팔찌들을 내게 보여 주었다.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는 만큼, 이곳에 있는 장신구들은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싸구려 정도를 면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여길 만한 금액은 아니다. 나는 기뻐하는 리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셀린과 엘리시아를 돌아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셀린, 엘리시아. 동생에게 선물을 사 줘서.”

“아니야, 네게 그동안 받은 것들도 있으니까. 우리가 사 주고 싶어서 사 준 거야.”

“그래도 보답은 해야겠지? 손에 들고 있는 것들, 아직 계산하지는 않았지? 그건 내가 계산할게.”

“응? 아, 아니야. 딱히 보답을 바라고 사 준 것이 아니니까. 그럴 필요 없어.”

“맞아요. 이 정도 선물을 사 준 것 정도로 보답을 바랄 생각은 없어요.”

내 말에, 셀린과 엘리시아 둘 모두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 손을 뒤로 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리나가 어째서인지 히죽 미소 짓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팔찌는 소중하게 주머니 안에 넣어 놓고 그녀들의 등

뒤로 돌아가 셀린과 엘리시아의 손을 잡고 내게로 내밀었다.

“언니들, 오빠가 직접 고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물로 사 주겠다고 하는 거니까요. 아까 전에 말했었잖아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 봤으면

했다구요. 지금이 기회인걸요?”

“자, 잠깐만, 리나……!”

“자, 잠시만요. 그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하지만 두 사람이 들고 있는 장신구들은 이미 내 손에 옮겨져 있었다.

나도 눈치가 제로인 남자는 아니다.

동생이 말하는 그 뜻이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바보가 아닌 것이다. 자신에게 선물을 한 보답으로, 내가 두 명에게 선물을

주었으면 하는 것이겠지.

내가 두 사람의 장신구를 계산하러 가자, 리나는 조금 내 눈치를 보다가 슬쩍 계산대 위에 다른 장신구 하나를 올려놓았다. 단순한 디자인의

반지였다.

아마 귀금속으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고 흔한 금속인 구리로 만들어진 반지 같았다.

“헤헷, 나도 오빠에게 선물 하나 받고 싶은데. 이거 사도 될까?”

“기왕 리나에게 선물하는 거라면, 이런 반지가 아니더라도 더 괜찮은 장신구를 사도 되는데?”

내 대답에 리나는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이걸로 좋아. 왼손에 끼면 검술에도 크게 지장이 없을 테니까.”

“그러니?”

“응.”

더 좋은 것을 사 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리나는 이 반지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럴 때 괜히 고집해서 더 좋은 것을 사 주는 것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 주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는 셀린, 엘리시아 그리고 리나에게서 받은 반지와 장신구를 계산했다. 가격은 제법 있었지만 부담이 될 만한 금액까지는 아니었다.

구매한 장신구를 셀린과 엘리시아에게 선물하자, 두 명은 얼굴을 살짝 상기시키며 내가 준 장신구를 받아 들었다.

“선물 고마워, 아넬.”

“잘 쓰도록 할게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셀린이야 원래 장신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엘리시아는 명색이 공주인만큼 이보다 더 좋은 장신구들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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