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1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6화
그와 동시에 어느새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발견한 릭의 표정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리나의 외모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 그녀의 왼쪽 허리춤에 검 한 자루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우리는 조금 전 검을 뽑은 사람이 바로
리나이고 또한 리나가 지금 릭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인식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거지? 하고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나와 셀린, 엘리시아, 그리고 당사자인 릭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리나의 고운 목소리가 길드 내부에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 이상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베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 목소리는 조금 전까지 셀린과 엘리시아를 심쿵하게 만들었던 애교 넘치는 리나의 목소리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다른, 그런 서슬 퍼런 목소리였다.
리나 프로스트(1)
“언니, 이거 어때요?”
“응, 리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아이참, 제가 아니라 언니에게 어울리는지를 보셔야죠.”
“응? 나는 괜찮은데. 장신구 같은 것은 걸치고 있어 봐야 움직이는 데 걸리적거리니까 말이야.”
“그러지 말고 때론 걸리적거리지 않을 만한 장신구도 하나쯤 착용해 보세요. 언니들이라면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그렇지, 오빠?”
“어? 응, 그렇다고 생각해.”
“그, 그래? 그러면 하나만 골라 볼까?”
“그러면 저도 하나만…….”
여성용 귀걸이, 팔찌 등을 파는 장신구 상점에서 서로 여러 가지 디자인의 다양한 장신구를 집어 들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 명의 여자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겉으로만 보면 영락없이 사이좋은 자매들의 모습이다.
셀린과 엘리시아는 리나를 만난 것이 오늘 처음이다.
하지만 리나가 먼저 방그레 미소 지으며 다가가 준 덕분에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리나를 대하는 데 전혀 부담감 없이,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상당히 친밀한 모습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여성들과는 반대로 이곳 남자 쪽 분위기는 침울하기 그지없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뒤돌아 축 처져 있는 릭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릭, 언제까지 그렇게 늘어져 있을 거야?”
릭은 장신구 상점 입구에서 서성이며 괜히 애꿎은 상점 물건만 만지작거리면서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영락없이 좋아하던 여자아이에게 고백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사람의 표정이다.
릭이 왜 침울한 표정으로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나조차도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절로 힘이 빠지는 마당인데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죽할까.
실제로 몇몇은 릭의 표정을 보면서 그가 혹시 실연을 당해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하는 표정으로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릭은 길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구시렁거렸다.
“그야, 친구 여동생에게 거부당하고 목에 검이 들이밀어졌는데 늘어지지 않을 수가 없잖아…….”
“하지만 이후에 리나가 사과하면서 했던 말들도 들었잖아? 남성공포증이라고.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고.”
“그야, 그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그러나 내가 침울한 진짜 이유는 네 여동생에게 거부당했기 때문이 아니야. 남성 공포증이라는데 네게는 어떻게 그렇게 살갑게 달라붙을 수 있는지 의아해서 그렇지!”
릭은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릭이 손가락질을 하고 원망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내가 리나의 오빠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나의 마음속을 내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야, 나는 가족이니까 그렇겠지.”
“6년 동안이나 떨어져 있었다며? 그렇다면 거부당해도 이상할 것은 없잖아?”
“너…… 친구가 자기 여동생에게 거부당하는 모습을 원하는 거냐.”
“끄응,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설마하니 아넬에게 저런 어여쁘고 귀여운 여동생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지. 거기에 저 나이에도 오빠에게 끔뻑 죽는 여동생이라니…… 현실성이 없다고, 현실성이.”
릭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셀린과 엘리시아와 하하호호 웃고 있는 리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세 사람의 모습이 눈이 부시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는 ‘크윽!’ 하면서 자신의 심장을 움켜쥔다.
“어흑, 심장이…….”
“오버하기는…….”
그래도 릭이 본인 특유의 그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 주려는 그 모습에 나는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길드 안에서 자신에게 그저 인사를 건넸을 뿐인 릭에게 리나는 느닷없이 검을 뽑아 들고 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것은 상당한 무례에 해당되는 행위다.
아니, 굳이 상식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자신의 목에 검이 겨누어지는 그 경험을 과연 누가 좋아할 것인가.
하지만 리나는 그렇게 릭의 목에 검을 들이대면서도 도리어 릭을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떨어지지 않으면 베어 버리겠어요.’ 등의 말을 내뱉었다.
사실 릭이 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고, 또 장난기는 많아도 심성이 착해서 그렇지 다른 이들 같았으면 정이 확 떨어지고 화를 버럭 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짓을 당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나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먼저 그녀에게 달라붙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차분히 리나의 설명을 들어 준 릭에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리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리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며, 나는 지금은 셀린과 엘리시아와 함께 서로 방글방글 웃고 떠들고 있는 리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리나는 남성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과 말도 나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모르는 남성이 근처에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고 또한 경계를 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이것은 리나의 설명일 뿐이고 릭이 자신에게 느닷없이 접근한 것에 대해 문답무용으로 검을 뽑아 들고 그런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경계할 정도라면 심각한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리나의 말로는 현재 남성 중에 근처에 다가와도 무섭지 않고,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은 아버지와 나뿐이라고 한다.
아마 루시안도 기존에 리나와 알고 지낸 사이였던 만큼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정확한 것은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봐야 알 일이다.
내 동생이 갑작스럽게 남성공포증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 이유를 듣고 나는 정신이 잠깐 멍해졌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즉, 리나가 갓 열 살이 되었을 무렵에 어느 남성들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사건 이후라고 한다.
과거에 도시 내에서도 상당한 미모를 자랑했다고 하는 어머니의 피를 제대로 이어받은 탓인지, 리나는 어렸을 때부터도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도시를 떠난 이후, 열 살로 성장하면서 지금과 엇비슷한 정도의 예쁨과 귀여움을 뽐내며 도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리나 역시 남성공포증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리나에게 흑심을 품은 남성들이 나타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남성들은 리나에게 성욕을 느끼고 접근한 놈들은 아닌 것 같았으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상당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리나에게서 미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그녀를 납치하여 돈 많은 귀족에게 돈을 받고 넘길 생각으로 접근한 인신매매단이었다는 것 같다.
그들은 우연히 세룬 도시에 들렀다가 거리에서 리나의 모습을 보았고, 리나를 이용해 한몫을 벌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 곧이어 실행에 옮겼다.
그 범행 계획이란 상당히 대담한 것이어서 리나가 어머니와 늘 저녁거리를 사러 시장에 함께 나온다는 점을 노려 리나를 단숨에 납치할 모양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작은 여자 어린아이니, 쉽게 납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사람들이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으로 모여드는 시간대는 제법 북적거리기도 하고, 아무리 부모가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구매하는 도중에는 시선이 고정된다는 점을 그들은 노렸던 것이다.
리나를 납치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리나를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결국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성문을 수비하는 병사들에게 돈을 건네고 검문을 받지 않고 바로 통과하는 방법이라든가, 혹은 세룬 도시가 군사 도시가 아니라 성의 해자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병사들 몰래 성벽을 빠져나갈 수 있는 개구멍 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였지만, 아마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기에 납치를 실행에 옮겼겠지.
다만 납치를 실행에 옮기는 도중에 납치범들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리나가 검술을 배웠다는 점이다.
이 점은 나 역시 이곳에 와서 처음 들은 소식인데, 내가 라티움으로 떠난 이후에 리나는 아버지와 레아 누나에게 조금씩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어머니의 피만큼이나 아버지의 재능도 적지 않게 이었는지 리나는 그 나이에도 제법 괜찮은 성취를 이루어 내었고, 아버지와 레아 누나로부터 배운 검술 실력이 위기 상황에서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었다.
비록 아버지에게 진검을 선물 받지 못하여 허리춤에 검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에 위협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리나는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남성의 우악스러운 손을 피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에게 위기가 왔음을 깨닫고 다급히 어머니를 불렀고, 이렇게 해서 첫 번째 납치 위기는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어머니에게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아버지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분노한 아버지가 길드장의 지위를 이용해 도시 병사들에게 이야기하여 한동안 리나를 위협한 인신매매범을 잡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았으나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인신매매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잡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약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별다른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고 한다.
아마도 인신매매범이 리나를 잡는 것에 실패하고 곧이어서 도시 병사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납치를 포기하고 다른 도시로 떠났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다만 혹시라도 다른 인신매매범이나 앞으로 리나를 노릴 자가 계속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고민 끝에 리나에게 검을 소지하는 것을 허락했다.
열 살의 여자아이에게 허락하기엔 너무 위험한 진검이었지만, 이번과 같은 일이 또 발생했을 때 리나가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아버지도 동의하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