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1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4화
아무래도 당시의 레아 누나는 그저 어린 동생이 ‘누나 좋아해!’라고 말하는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뭐, 그래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지?’
조금 전 레아 누나의 반응을 보아하니 예전처럼 어린아이가 하는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만 동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나 남자가 되어 자신에게 고백한 것에 대해 당황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나는 테이블에 내려 두었던 자료들을 다시 집어 들고 창고방을 나섰다.
대답이야 못 들었지만, 그렇다고 거절당한 것도 아니다.
이번 일로 확실하게 레아 누나에게 내 존재를 어필했으니 이제는 레아 누나도 이전처럼 나를 막연하게 귀여운 동생으로만 보지는 못하겠지.
지금은 그것에 만족하도록 하자.
세룬 도시(2)
자료를 챙겨 들고 로비로 나오니, 역시 방문자는 맥스 교관님과 루시안, 그리고 셀린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릭과 더불어 엘리시아까지 함께 있었다.
“루시안과 셀린은 그렇다 치고 릭과 엘리시아는 어쩐 일이야?”
고개를 갸웃하며 물으니 릭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대답한다.
“짐을 풀고 난 이후엔 학생들의 자유 시간이거든.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토벌 계획 쪽이 더 궁금해서 말이야.”
“저도요. 모험자 길드에 직접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구경도 할 겸, 토벌 계획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그들의 뒤를 돌아보니 두어 명 정도의 학생들도 함께 따라와 있었다.
하기야 세룬 도시는 그다지 넓은 도시가 아니다. 거기에 따로 특산품이라고 할 정도로 볼만한 것들을 파는 도시도 아니고 말이다.
볼거리라면 수도 라티움과 세르피안 검술학교 부지가 훨씬 더 많겠지.
그런 만큼 토벌 계획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경각심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학생들을 각자 테이블에 안내했다.
학생들과 더불어 맥스 교관님,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까지 전부 테이블에 착석한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에게 몬스터 토벌에 관련된 자료들을 나누어 주었다.
“이번에 학교 측에서 토벌하기로 한 리자드맨 부락의 위치와, 규모,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길에 대한 자료와 리자드맨의 전력, 그에 따른 위험성 등을 대략적으로 계산한 자료요.”
“그렇군요. 위치는 세룬 도시로부터 대략 5시간 이상 떨어진 산 속입니까.”
“그렇소. 기준은 성인 남성의 걸음걸이고, 말을 이용할 시엔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오.”
자료를 살펴보던 맥스 교관님의 표정이 조금 찌푸려졌다.
세룬 도시로부터 5시간.
말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2시간의 거리라면 조금 먼 거리다.
여기서 준비를 하고 출발한 뒤, 그곳에서 몬스터 토벌을 위한 준비를 다시 재점검하고 실행에 옮기고 나서 해가 지기 전까지 세룬 도시에 다시 복귀하려면 시간이 조금 빠듯하다.
더군다나 이번 리자드맨 부락의 위치는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토벌에 이동하는 시간과 하산하는 시간은 추가적으로 더 소모될 수 있다.
말을 이용해서 이동시간을 단축시켜도 이곳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면 산맥 근처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어림잡아 오전 10시.
산을 올라 리자드맨의 부락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면 얼추 11시에서 11시 30분 정도가 될 것이고, 점심을 먹지 않고 바로 토벌을 실행한다고 하면 토벌에 약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몬스터를 베어 넘기는 것만으로 토벌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뒷정리나 토벌 확인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니 말이다.
이후 다시 하산하고 세룬 도시까지 복귀한다고 치면 아슬아슬하게 해가 지는 오후 5시 전후로 도착하게 된다.
사실 조금 어두워져도 일행에 마법사인 루시안이 포함되어 있으니 밤에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라이트 마법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해가 진 뒤에 움직이는 것은 여러모로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아슬아슬할 뿐이지 복귀 시간은 토벌 계획이 원만하게만 진행되면 무리 없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점을 생각했는지 맥스 교관님은 아버지를 통해 세룬 도시에서 학생들이 사용할 다수의 말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또한 이동 경로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자료로 넘어갔다.
“부락에 있는 리자드맨의 숫자는 얼추 20여 마리군요.”
“그렇소. 몬스터라는 생물 중에 일부분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는 개체가 있지. 특히 하급 개체인 고블린과 리자드맨, 놀, 코볼트는 어미에게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걷고, 무기를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성장력이 빠른 몬스터요. 학교에 리자드맨 부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에서는 자료보다 추가적으로 개체수가 더 늘어났을 수도 있소.”
“그것을 감안하면, 조금 조정이 필요하겠군요.”
아버지의 말에 맥스 교관님은 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사전에 학교장님은 토벌 작전에 있어서 교관과 우리 세 명의 개입을 최소화해 달라는 부탁을 하신 적이 있었다.
토벌의 주체는 학생들이 되어야 하는 만큼, 우리가 나서서 그들의 토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다 보면 학생들은 고작 몬스터 한 마리 정도만을 상대하고 토벌이 마무리되어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실전 경험을 위해서는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토벌을 이끌어 나가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학생들의 전력은 낮아진다.
애초에 예상했던 리자드맨 20마리라면 지금의 학생들로도 어찌어찌 토벌을 완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보다 숫자가 늘어났다면 학생들로만 토벌을 완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토벌 자체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중 일부가 크게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엔 몬스터의 공격에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상황을 봐서 세 마리 이상의 리자드맨들이 뭉쳐 있다면 그곳을 우선적으로 경계하고 학생들을 보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네. 두 마리까지라면 학생들도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을 거야. 적어도 그만한 실력들은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세 마리 이상의 리자드맨이 뭉쳐져 있는 곳을 우선시해서 경계하고, 여력이 남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학생들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군.”
루시안의 제안에 맥스 교관님은 동의했다.
10명의 학생들이 20여 마리 이상의 리자드맨과 전투를 벌이는 셈이니, 단순 계산으로는 학생 한 명이 리자드맨 두 마리를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난전 상황에서 리자드맨이 짝 맞추기 게임을 하듯, 학생 한 명에게 두 마리씩 딱딱 달라붙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는 리자드맨을 한 마리만 상대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어느 곳에서는 다수의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실전 상황에서 유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하고 맥스 교관님은 다음 사항으로 넘어갔다.
어찌 보면 이것이 이번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리자드맨을 쓰러뜨린 이후, 2차적인 몬스터의 공격이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확답하기가 좀 힘드오. 일단 리자드맨 부락 주변을 탐색한 결과, 리자드맨 부락 이외엔 그들의 상위 포식자가 활동하고 있는 흔적은 따로 발견하지 못했소. 조금 떨어진 인근 숲에 고블린 부락이 있는 것은 확인했지만 리자드맨은 고블린보다도 상위 등급의 개체. 리자드맨 부락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리자드맨 영역을 침범할 일은 없을 것이오.”
몬스터 토벌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이 무엇이냐고 모험자에게 물으면 10명 중에 8명은 2차적인 몬스터 난입을 이야기할 것이다.
보통 몬스터의 토벌은 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을이나 도시로 내려와 날뛰는 몬스터는 금방 퇴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깊은 숲 속이나 산 속에서 활동하는 만큼,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선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에 모험자나 토벌대가 직접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그 깊은 숲 속에서 토벌 대상이 된 몬스터 혼자만 영역을 잡고 서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양한 야생동물이나 몬스터들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가까스로 해당 몬스터를 발견하고 토벌하기까지는 성공하더라도 토벌한 몬스터의 피 냄새를 맡고 다른 몬스터가 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때로는 토벌한 몬스터보다 상위 개체가 찾아와서 모험자 파티가 전멸하는 일도 있다.
보통 토벌 의뢰는 그 근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몬스터의 퇴치를 의뢰하는 것인 만큼, 일대를 들쑤시고 있는 토벌 대상 몬스터보다 상위 개체가 주변에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토벌 대상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나서, 2차적으로 몬스터가 습격해 온다면 당연히 습격을 받는 입장이 된 모험자나 토벌대는 크든 작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 점을 맥스 교관님은 우려하는 것이다.
“고블린 부락…… 그곳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대략적으로 40여 마리가 활동하는 것 같다는 보고는 받았었소. 하지만 활동 구역이 리자드맨들이 자리 잡은 산맥보다 훨씬 안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성은 없는 편이오. 그리고 그만한 규모의 고블린 부락이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인근에 그들을 위협할 상위 포식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 리자드맨을 토벌하고 나서 추가적인 몬스터 습격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소. 단, 요즘 같은 경우엔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추가적으로 영역을 이동할지 모르니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오.”
“과연……. 알겠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자료들이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이 정도 정확도라면 토벌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학생들의 안전이 많이 보장될 것입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길드는 세르피안 왕국과 협력관계에 있으니 왕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검술학교와도 협력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소. 거기에 이쪽도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것인 만큼 이만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오.”
아버지와 맥스 교관님은 이후에 짧게 악수를 나누고 추가적으로 자료를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였다.
학생들과 함께 토벌 작전을 다듬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맥스 교관님은 우선적으로 우리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
대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지금 아버지와 이야기할 내용까지 우리가 굳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늘 하루 동안은 자유롭게 시간을 쓰도록 하게나. 내일 오후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찾아오게. 그곳에서 토벌에 관련된 계획을 학생들과 공유한 뒤, 그다음 날 출발할 생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