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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1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10화

오늘은 구운 오리고기가 주 메뉴였는데, 식당 주인의 비법 소스를 껍질에 발라 적지 않은 시간을 불에 그을리듯 익히는 방식의 요리였다.

고기를 느끼하게 만드는 기름은 쪽 빠지고, 껍질은 씹으면 살짝 바삭 소리가 날 정도로 잘 익혀졌으며, 소스 특유의 맛이 오리고기의 풍미를 한껏

살려 주는 맛있는 식사였다.

비록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이긴 했지만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 식당 주인장에게 가볍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우리는 각자 만족스럽게 배를

채운 상태로 값을 지불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럼, 잡화점은 이쪽이야.”

이후로는 릭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잡화점으로 이동했다.

이전에 들렀던 식료품점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들르는 많은 모험자와 여행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다 보니 우리가 들어온 잡화점도 그 규모가

상당했다.

단순히 진열되어 있는 물건의 숫자를 보면 수도에 있는 잡화점과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학생들이 밤에 덮을 질 좋은 침낭과, 불을 지필 부싯돌, 물통 등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로프나 마차 수리 도구 등을 따로

구매하였다.

“어디 보자, 더 필요한 것이 뭐가 있더라.”

잡화점을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물품이 없는지 검토해 보았다. 아까 말했었던 것처럼 침낭과 부싯돌, 그리고 물통, 그 외의

도구들은 얼추 다 챙겼다.

하나하나 구매한 물품들의 목록을 확인해 보니 이 이상으로 필요한 물품들은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조금 놓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거리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괜찮을 듯싶었다.

‘어라?’

다 되었다는 생각에 슬슬 계산대로 이동해 구매한 물품들을 계산할 생각이었지만 문득 눈길을 잡아끄는 물건이 있어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물건을

향해 다가갔다.

제법 귀여운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형태의 손수건이었다.

나는 그 손수건을 들어 가볍게 만져 보았다. 디자인도 그렇지만 천도 싸구려 재질로 만든 것은 아닌지 촉감이 제법 좋았다.

“아넬?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응? 아…… 잠깐 이것 좀 보고 있었어.”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셀린에게,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손수건을 보여 주었다. 셀린은 손수건을 살펴보더니 ‘헤에.’ 하며 눈을 살짝 빛냈다.

디자인이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거 귀엽다. 아넬이 쓰려고?”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은 여동생에게 줄 선물을 고를 생각이었거든.”

“아, 여동생? 그러고 보니 네게 여동생이 있다고 했었지, 참.”

셀린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넬, 여동생이 있었나요?”

나와 셀린이 대화하는 도중에 엘리시아가 갑자기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내가 들고 있는 손수건을 바라보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어머나, 제법 귀여운 손수건이네요. 그건 여동생에게 줄 선물인가요?”

“응. 그 아이는 예전부터 이런 귀여운 물건을 좋아하고는 했거든. 눈에 확 띄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귀여운 것들을 말이야.”

사실, 이것이 이번 외출의 진짜 목적이었다.

6년 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만큼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이라면 선물 같은 것을 챙기지 않더라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웃어 주시겠지만 어쩐지 여동생인 리나에게만큼은

마음이 제법 걸렸던 탓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무척이나 잘 따라 주던 아이다.

하지만 내가 열 살, 리나가 일곱 살일 때 내가 수도 모험자 길드로 향하면서 헤어졌다.

그 뒤로 몇 번인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등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사실상 리나가 일곱 살이 되는 동안 지냈던 시간과 거의 엇비슷한 시간을 만나지 못한 채 편지로 인사만 나눈 것이다.

어쩐지 그냥 만나러 가는 것이 주저되었다.

‘지금쯤이면 제법 예쁜 소녀로 자라 있겠네.’

나와 세 살 차이였으니, 현재 리나의 나이는 열세 살이다.

셀린과 엘리시아만큼 한창 꽃다운 나이는 아니지만, 제법 소녀다운 풋풋함이 물씬 느껴질 나이다.

그런 예민한 나이대의 동생에게 갑자기 예전에 집을 떠난 오빠가 나타난다면 혹시라도 부담감 같은 것을 가지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다.

‘어렸을 때야 누구나 좋아! 라고 쉽게 말하지만 사춘기라는 것도 무시 못 하니까.’

지금 만나면 싸늘한 눈빛으로 ‘누구야?’ 하고 물어보는 것 아닐까 솔직히 무섭기도 하다.

너무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수건을 사는 것을 조금 주저하고 있으려니, 셀린과 엘리시아가 어쩐지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사려고?”

“응? 아니…… 가만 생각해 보니까 그 아이랑 만나지 못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서. 그 아이가 선물에 부담감 같은 것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되네. 그만큼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까 말이야.”

“아뇨. 그렇지 않을 거예요.”

내 말에 엘리시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에게도 오빠가 한 명 있어요. 이 나라의 왕위를 물려받을 후계자라는 직위 때문에 쉽게 웃지 못하고, 언제나 근엄한 모습을 유지해야 해서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고,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오빠지만 그래도 언제나 제게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그런 오빠가 간만에 만나서 제게 선물을 준다면

무척이나 기쁠 것 같아요. 그러니 아넬의 여동생도 분명 오빠에게 선물을 받으면 기뻐할 거라 생각해요.”

“……그러려나.”

“네. 분명히요.”

“내 생각도 그래. 언제나 편지를 받았을 때 즐겁게 웃었을 정도로 소중한 여동생이잖아? 내가 네 동생의 편지를 읽었을 때도 편지 내용에서 아넬

너를 그리워했으면 했지, 싫어한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었으니까 좋아할 거라 생각해.”

두 여자아이의 확고한 대답에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손에 쥔 손수건을 리나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두 여자아이들에겐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두 명 다.”

“뭘, 그 정도로.”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마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짓는 셀린과 엘리시아에게 다시 한 번 미소로 답하며 나는 리나에게 선물할 손수건을 계산하였다.

이후로는 여행 때 필요한 물품들도 학교 명의로 계산하고, 남는 시간에는 나와 루시안이 각자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는 데 오후 시간을

소비하였다.

역시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는 데도 릭과 셀린, 그리고 엘리시아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일행의 적극적인 조언과 도움을 통해 나와 루시안은 무사히 좋은 선물들을 마련할 수 있었으며 고향에 돌아갈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각자 잊은 물건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하도록 해라. 아직까지 출발엔 조금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다시 점검해 보도록!”

“네, 교관님.”

교관의 지시에 6학년 A반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이 챙겨 온 짐을 뒤적뒤적하며, 뭔가 놓고 온 물품은 없는지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뭐, 사실 점검이라 해도 이동하는 동안 갈아입을 여벌의 교복과 각자 검을 손질할 도구들, 그리고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개인 금전 등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간 계획되어 있었던 ‘몬스터 토벌’을 위해 출발하는 날이다. 햇수로는 약 10년 만에 다시금 학교의 몬스터 토벌이 재개된 만큼 교관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저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다.

특히나 6학년 A반의 경우엔 그동안 경각심을 새로이 다지고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으니 그 기세가 사뭇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이 끝난 뒤, 우리는 세룬 도시를 향하는 팀에 이동했다.

우리와 함께 세룬 도시로 이동하는 A반 학생들 10명 역시 준비된 마차로 이동한다. 그 멤버 중에는 릭과 엘리시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전부 마차에 탑승하는 것을 확인한 맥스 교관은 가장 첫 번째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말의 고삐를 잡으며 힘차게 외쳤다.

“출발!”

그의 외침에 총 석 대의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나서고 있는 마차와 내가 이끌고 있는 두 번째 마차는 각각 학생들이 탑승하는 마차다. 마지막 마차는 식료품과 여행에 필요한 물품,

학생들 각자의 짐이 실려 있다.

짐마차도 그렇고 학생들이 타는 마차도 그렇고, 제법 큰 규모의 마차를 학교에서 준비해 주었기 때문에 학생들 10명이 5명씩 나눠 타도 넉넉한

정도로 자리가 남는다.

학생 10명에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 마지막으로 우리를 총괄하는 맥스 교관님까지 총 14명의 멤버가 이동하는 것이지만 그 인원에서 마부는

따로 포함되지 않았다.

마부의 역할을 맥스 교관님과 나, 그리고 루시안이 서로 나눠서 맡았기 때문이다.

말을 다루는 것과 마차를 다루는 것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운전 방법은 비슷하다.

길에 맞춰 말이 움직이는 방향만 조금씩 조정해 주면 되는 역할이었기에 이미 적지 않은 규모가 움직이는 이번 여행에서 마부까지 포함해 굳이

17명씩이나 이동할 필요는 없었기에 우리가 마부 역을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도 외부 인원에 비전투원인 마부를 고용하는 것보단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낫다.

그렇기에 나는 말의 고삐를 쥐고 가볍게 첫 번째로 나가는 마차의 뒤를 따라 마차를 이동시켰다.

뭐, 고작 열여섯 살짜리에게 마차를 맡기는 것을 조금 불안해하는 몇몇 교사가 있긴 했었지만 그 정도는 학교장님이 가볍게 용인해 주셨다.

마차는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간다.

말도 성격이 제법 얌전하고 힘이 좋다.

이런 말이 마차를 이끌면 굳이 어렵게 다룰 필요 없이 길만 조정해 주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우리는 세르피안 검술학교를 떠나 도시 입구에서 검문을 받고 도시를 빠져나왔다.

세룬 도시로 향하는 길에 오르자 마차 뒤가 조금 소란스럽다.

아마 첫 마차 여행을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테니 다소 들떠 있는 것이겠지. 그 들뜬 목소리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지금이야 여행에 제법 익숙해졌기 때문에 좋은 풍경을 보고도 ‘아, 좋다.’ 정도로 짧게 감탄하지만 루시안과 레아 누나, 그리고 그 당시의 우리를

라티움까지 데려다주었던 마부인 슐츠 씨와 함께한 첫 마차 여행에서는 나도 저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주변을 연신 둘러보았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을 때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휘기 시작하는 길에 맞추어 말의 방향을 전환시켜 주고 있으려니 옆에서 누군가가 ‘읏차.’ 하고 마부석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심심하지 않아?”

내 옆자리에 털썩 앉은 셀린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물어 왔다. 그녀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제 방금 성문을 출발했는데? 왜 마차에서 나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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