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0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4화
아마 이 기억은 평생 동안 잊을 수 없겠지.
때문에 실전 경험이란, 어지간해서는 쉽게 겪기 힘든 것이다.
학교장님이 굳이 세라 누나와 다른 교관들이 아닌,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을 불러 이 일을 부탁한 것 역시 그 이유에 있는 것이다.
솔직히 살기를 품은 기세를 내뿜는 것은 익스퍼트 이상의 경지를 쌓은 검사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어지간한 교관들이라면 다소 힘들더라도 기세를 내뿜는 것은 가능할 것이고, 세라 누나 정도의 실력자라면 방금 내가 했었던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을 수 있겠지.
학교장님이라면 아마 전교생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그 기세를 보여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와 같은 효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이미 학교장님이나 교관, 세라 누나 들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기를 품은 기세를 느끼더라도 다소 몸을 굳힐 뿐, 오히려 이런 기세를
내뿜을 수 있는 상대방에게 경외심을 가지게 되겠지.
그렇기 때문에 학교장님은 학생들과 전혀 연관이 없는 우리를 불러 이 의뢰를 맡긴 것일 거다.
나이는 굳이 상관없었겠지만 이왕이면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서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으면서, 또한 그들로 하여금 ‘어쩌면 진짜로 나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그 학교장님의 명령이라면 말이야.’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우리가 가장 적격이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리시아도, 또한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도 저마다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이곳을 응시하고
있다.
내가 정말로 엘리시아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러 유저의 검사들도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하면 반발한다.
하물며 익스퍼트 급에 이른 검사를 모욕하는 것은 당장 그 사람에게 목이 베여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니 내가 정말로 그녀를 벨지도 모른다 여기는
것일지도.
나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오러는 끌어올리지 않은 그 상태로 천천히 엘리시아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엘리시아가 내 동작에 제대로 된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으윽?!”
카아앙! 하고, 강한 검의 울림이 연무장 위로 울려 퍼졌다.
내가 엘리시아에게 휘두른 검을 그녀가 필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려 방어했기 때문에 검과 검이 강하게 맞부딪치며 그 충격음이 울려 퍼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 검을 받아친 엘리시아의 힘이 강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러를 끌어올린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오러를 끌어올리지 않은 내 손이 적지 않게 저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검을 회수하여 뒤로 물러섰다.
내 검을 방어한 엘리시아의 표정은 그야말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자신이 제대로 방어하지 않았으면, 내 검이 목을 잘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 당신…… 정말로 죽일 생각으로……?”
“농담인 줄 알았어? 이번엔 오러를 끌어올려 방어한 모양이지만, 다음엔 쉽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막도록 해.”
“잠, 잠시만요!”
그러나 엘리시아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오러를 살짝 끌어올린 상태로 말이다.
물론 진짜로 엘리시아를 죽이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는 만큼 엘리시아의 저항에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의 오러다.
하지만 실제로 당하는 엘리시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리얼한 공포체험일 것이다.
누군가가 바로 앞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왕녀라는 신분으로 소중하게 보호를 받으며 자라 와, 검술학교에 입학해 다른 이들에게는 우상이 되며 누구보다 우수한 성적을 쌓아 온
엘리시아가 결코 경험하지 못한 감각일 것이다.
나는 첫 일격과는 다르게 이번엔 엘리시아가 적당히 방어할 수 있도록 일부러 그다지 어렵지 않은 공격을 연속으로 퍼부었다.
“으, 윽! 읏?! 크윽!”
그러나 이미 평정심은 무너지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맹신마저 깨어져 버린 엘리시아는 이전과 같은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였다.
이길 수 있다는 그 맹신이 깨어져 버리자 심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분명 이 공격들이 조금 전의 목을 노린 일격과는 다르게 아무런 의미 없이 휘둘러지는 검격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러한 여유는 지금의 엘리시아에게는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
그 검격엔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기려고 하는 투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 나는 엘리시아의 검을 튕겨 내고 단 번의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꺄아악!”
이 일격에 의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엘리시아가 길게 비명을 질렀다.
주변 학생들로부터 ‘엇?!’ ‘앗!’ ‘허억!’ 하는, 온갖 비명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얼핏 보면 내가 엘리시아의 목을 검으로 관통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아……?”
하지만 내 검은 엘리시아의 목을 관통하지 않았다.
그저 엘리시아의 목 옆을 비껴 찔렀을 뿐이다.
검이 통과하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 몇 가닥이 검에 의해 잘려 나가 허공에 흩날리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몇 가닥 되지 않으니 괜찮겠지.
아마도.
엘리시아는 자신의 목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있는 내 검을, 새파랗게 질린 눈으로 바들바들 떨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마치 ‘어째서?’ 라고 묻는 표정이다.
그 모습이 어쩐지 작은 새끼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아 귀여워, 나는 저도 모르게 그간 유지하고 있던 무표정을 지우고 작게 미소를 띄우고 말았다.
“이상으로, 실전 경험 체험을 마치겠습니다. 고생했어. 엘리시아.”
“……네, 네? 그, 무, 무슨 말이……?”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목 옆에 검이 있으면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으려나.
나는 천천히 내지른 검을 회수했다.
검이 치워지고 나자, 드디어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인지 엘리시아의 얼굴에 아주 조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두 눈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듯이 말이다.
“미안해. 너와 학생들에게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한 몬스터와 싸우게 되면 실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느낌을 알려 주고
싶었어. 그 때문에 과하게 몰아붙이고, 또 심한 말을 하면서 너희를 화나게 한 거야.”
“그, 즉…… 연기였다는……?”
“그런 셈이지.”
내 말을 들을 순간, 긴장이 풀린 것인지 엘리시아가 쓰러졌다.
하지만 그녀가 땅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엘리시아를 부축했다.
그녀의 몸무게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일어설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쩔그렁하고 그녀의 검이 연무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엘리시아에게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연기였다고는 하더라도 공포심을 이기지도, 나를 이긴 것도 아니니까 판정은 그대로 불합격이야, 엘리시아.”
“불합격…….”
“……어라?”
갑자기 엘리시아의 맑고 고운 두 눈망울에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방울들은 이내 눈망울에서 넘쳐흐르며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꽉 다문 엘리시아의 입에서 작은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흐……흑, 흐윽……!”
엘리시아는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자신의 양손으로
내 가슴팍을 투닥투닥 때리기 시작했다.
그다지 아픈 주먹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러움이 잔뜩 느껴지는 투닥거림이었기에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느낌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고 투닥거리는 손은 내 가슴팍을 붙잡은 채 응석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엘리시아는 내게 달라붙는다.
“흐에엥…… 흐이이잉…….”
‘어라……?’
나 설마, 엘리시아를 울려 버린 것인가?
여신님의 울음에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던 학생 전원이 침묵했다.
교관님도 세라 누나도 저마다 복잡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루시안은 ‘저질렀네, 저질렀어.’ 하는 표정으로 측은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고, 셀린은 어쩐지 무척이나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그 누구도 현재의 이 상황 속에서 섣불리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연무장에는 여신님의 흐느낌만이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그날 세르피안 검술학교에는 학생들로부터 전해지는 한 가지 전설이 생기게 되었다.
어느 사악한 마왕이 학교에 나타나 아름답고 착한 여신님을 칼로 위협하고, 겁박하여 끝내는 울음을 터트리게 만들고는 여신의 눈물에 정신을 차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여신님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필사적으로 여신님을 안아 들고 달랬다는 별 해괴한 마왕에 대한 전설이 말이다.
준비(1)
나와 엘리시아의 대련이 있었던 날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의 아이디어가 한데 어우러진 각본에, 배우 아넬의 주도하에 명배우 뺨치는 연기력으로 학생들의 혼을 그야말로 쏙 빼놓은 그 사건으로부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 시간 동안 6학년 A반 학생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몬스터 퇴치, 즉 ‘실전’이라는 것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별다른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그 태도를 고치고 몬스터 토벌에 앞서 진지하게 수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몬스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런 가벼운 마음을 버리고 실전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엘리시아와의 대련 도중에 내가 과도하게 뿜어냈던 오러에 의한 살기가 예상대로 크게 한몫을 담당하였다.
여태껏 살기라는 것에 그다지 노출된 경험이 없는 그들에게 있어서 내가 내뿜은 살기는 그동안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했었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모양이다.
앞으로 있을 몬스터와의 실전에서는 정말 단 한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실제로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실력 여부와 상관없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엘리시아를 통해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아무리 제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라 하더라도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