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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0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01화

‘대충 이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네.’

덤으로 학교장님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말이다.

“대련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서는 숙지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대련을 해 주시면 됩니다.”

세라 누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의 눈빛이 따갑게 바뀌었다.

각자 우리의 모습을 골고루 살펴 가며 바라보는 것이 ‘누구를 골라 볼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때 세라 누나의 말을 듣고 있던 엘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혼자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던 그녀가 걷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그녀가 걸을 수 있도록 스스로 길을 열어 주었다.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금색 머리카락에 달콤한 향기라도 뿜어지는 것인지, 그녀가 스쳐 지나간 자리의 학생들이 저마다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본다.

뚜벅뚜벅, 그녀가 멈춘 곳은 내 앞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깊은 눈으로 그녀는 나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어제 약속했었죠. 당신과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엘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6학년 A반 학생을 제외하고도 이 근처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던 다른 반의 학생들도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신님이 가장 처음으로 대련을 하시려는 모양이야.”

“어제 식당에서 은빛 검사와 대련 약속을 잡았다는 그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단번에 가장 강한 상대를 쓰러뜨리고 끝내겠다는 거겠지.”

여러 가지 지방방송들이 귀에 흘러들어 왔지만, 나는 지방방송 따위에 신경 쓰는 일 없이 눈앞의 소녀를 마주 응시했다.

어제 식당에서 마주했을 때처럼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당당한 그 모습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상당히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걸.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

“…….”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에서 오히려 긍정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았어. 어제의 약속대로 첫 대련은 너와 하도록 하지.”

“……올라가도록 하죠.”

쓸데없는 말을 하는 시간도 아깝다는 것일까. 그녀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등을 돌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루시안과 셀린에게 ‘다녀올게.’ 하고 가볍게 인사한 뒤, 엘리시아를 뒤따라 연무장 위로 올라갔다.

“…….”

엘리시아는 말없이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채앵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녀의 금발과 어울리는 금장식이 적절히 곁들어져 있는 형태의 멋진 검이었다.

과연 왕족이 사용하는 검답게 검집에서 뽑히는 검의 울림 역시 맑다.

분명 솜씨 좋은 장인이 심력을 기울여 만든 검이겠지.

검을 뽑아 들고 말없이 허공에 휘두르기 시작하는 엘리시아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왼쪽 허리춤에 찬 아버지로부터 받은 그 검을 뽑아 들었다.

비록 질적인 면에서는 엘리시아의 검보다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함께 생사를 넘어 온 믿음직한 검이다.

손에 착 감기는 그 감촉을 느끼면서 검을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3학년생. 즉, 열세 살의 나이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우수생을 위주로 진검을 사용한 대련이 허락된다고 한다.

목검을 사용한 대련보다는 진검을 사용한 대련 쪽이 훨씬 긴장감이 생기고 좀 더 정교한 검술을 펼칠 수 있는 만큼, 진검을 사용한 대련 쪽을

권장하는 것이다.

과연 대륙 최고의 검술학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좀 엄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상시 치료 마법사와 신관이 배치되어 있는 만큼 혹시라도

검에 의해 부상을 입더라도 어지간한 상처쯤은 순식간에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진검대련을 좀 더 무리 없이 권장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아무렇게나 진검을 사용한 대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학교 내부에서 검을 뽑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진검을 사용한 대련을 하기 위해서는 교관에게 허락을 받고 교관의 참관하에

대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칙이 정해져 있어서 생각보다 사고도 그다지 많이 일어나는 편은 아닌 모양이다.

“……준비는 됐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으려니 나를 부르는 엘리시아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엘리시아는 몸을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몸을 충분히 푼 모양인지 뺨이 옅게 상기되어 있었다.

‘예쁘긴 엄청 예쁘네.’

안 그래도 예쁜 얼굴에 상기로 인한 옅은 홍조까지 생기자 귀여움이 더해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시선을 붙잡았다.

이미 남학생 몇몇은 그 모습에 넋을 잃은 지 오래인 듯, 주변을 슬쩍 보니 눈이 풀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한가요?”

“아니, 이쪽도 대충 준비는 끝났어.”

“대충인가요? 확실하게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졌다는 핑계를 듣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내 대답에 엘리시아는 그 고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한번 지으며, 검을 가볍게 한 바퀴 휘두르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이쪽이야말로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싶은데 말이지.”

“무슨 의미죠?”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필승을 자신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괜찮겠냐는 말이지.”

“…….”

내 말을 들은 엘리시아가 미간을 조금 더 찌푸렸다. 설마하니 내게서 그런 대답을 들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그녀가 미간을 찡그리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서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그다지 크게 말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엘리시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자 주변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기 때문에 내가 엘리시아에게 했던 말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귀에도 들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들은 저마다 ‘저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감히 여신님에게!’ 등의 말을 내뱉었지만 나는 내가 한 말을 수정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저들의 자신감에는 살짝 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과 전혀 엮이지 않은 상태라면 모를까, 이미 그들과 대련을 하게 되고 학교장님으로부터 학생들에게 다소 ‘충격’을 줄 것을 의뢰받은 이상

소홀하게 의뢰에 임할 생각은 없었다.

할 거면 확실히 해야겠지.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준비는 확실하게 되셨나요?”

인상을 찌푸린 상태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엘리시아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전력으로 검을 휘둘러야 할 거야. 너희가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은빛 검사라는 칭호는 허울로 얻은 명성이 아니니까.”

“그럼, 가겠습니다.”

엘리시아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그녀의 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낮추어 검술을 펼칠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어떠한 기합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내게로 쇄도해 들어왔다.

 

 

 

 

실전과 같은 대련(2)

 

 

 

 

‘……오호?’

그 모습에 나는 살짝 감탄했다.

검을 들어 올리고 자세를 취하며, 또한 검을 내지르기 위해 쇄도하는 그 순간까지 일련의 동작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은 어느새 내 왼쪽 어깨를 노리며 매섭게 파고들었다.

나는 우선 몸을 살짝 비트는 것으로 그녀의 검을 회피했다.

내질러진 그녀의 검이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눈을 살짝 빛냈다.

‘확실히, 실력이 상당한걸.’

괜히 학년 중에 최강의 실력을 가진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렇게 검이 내질러진 상태에서 상대방이 검을 회피하게 되면, 검에 담긴 힘이 허공에 분산되어 위력이 급감하게 된다.

때문에 다시 검을 회수하여 새로운 힘을 검에 담아 휘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엘리시아가 내지른 검은 힘을 잃지 않고 곧장 허공에서 가볍게 회전하며 내 왼쪽 어깨를 다시금 노리며 휘둘러졌다.

마치 내가 이 정도의 공격쯤은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 공격을 미리 준비해 놨다는 느낌이다.

그 일격도 마저 피하니, 휘둘러진 검을 회수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회전축처럼 삼아 검의 힘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연속 공격을 해 온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아름다운 금빛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너울너울 춤을 췄다.

하나의 춤사위를 보는 것 같은 그 검술 요령에 감탄하고 있으려니 다시금 주변에서 이상한 지방방송들이 하나둘씩 접수되기 시작했다.

“흥, 큰소리 뻥뻥 치더니 여신님의 공격에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피하는 모습이라니.”

“그럼 그렇지, 학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여신님의 검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저것들은 대체 뭐라고 말하는 거람.’

지방방송을 원치 않게 청취하게 된 나는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에, 아무리 콩깍지가 씌었다고 해도 그렇지, 상대방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할 줄은 몰랐는데.

우리에게 있어서 회피는,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몬스터의 완력은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완력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다. 그런 몬스터의 일격을 받아치는 행위는 모험자에게 있어서는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다.

물론 오러를 발현해서 몬스터를 압도할 수 있는 완력을 가질 수 있다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완력을 가진 몬스터의 일격을 일일이 방어했다가는 무기도 쉽게 손상되고 팔이 견디질 못한다.

아니, 굳이 이것은 모험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검사들이라고 할지라도, 방어보다는 회피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하다니……. 이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콩깍지가 심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내 표정을 힐끔 바라본 엘리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대련에 집중하세요!”

“……아니, 지방방송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말이지.”

“…….”

의미를 알 수 없는 내 대답에 엘리시아가 인상을 쓰며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회피가 좀 어려운 자세에서 휘둘러졌기에 나는 검을 이용해 엘리시아의 검을 받아쳤다.

“이제야 드디어 반격을 하시는군요.”

“알고 있었어?”

“지금 놀리시는 건가요? 아까부터 일부러 제 공격을 받아치지 않고 회피만 했잖아요?”

엘리시아는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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