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9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6화
세르피안 검술학교(3)
흥분한 릭을 간신히 달래고 나와 루시안, 그리고 릭은 내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 특이한 친구이기는 했지만 본성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기에 어차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지낼 것이라면, 옆방 친구로서 미리 친분을
다져 놓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내 방으로 초대한 것이다.
뭐, 초대라고는 해도 대접할 것도 없고, 나 역시 방금 들어온 방이라서 방은 휑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직 학교는 수업시간일 텐데 릭은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아직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지 않았을 것이다. 수업이 종료되기까지는 아직 30분의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릭은 자신의 방에 있었다고
말했었지.
땡땡이인가?
하지만 릭은 ‘아.’ 하고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학년에서 상위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자유 시간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있거든. 그 시간에 학생 스스로가
수업에 참여할지, 아니면 개인 수련을 할지, 휴식을 취할지 정할 수 있어. 나는 오늘은 휴식을 선택해서 방 안에서 쉬고 있었던 거고.”
“오호? 그런 제도가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이곳은 학생 개인의 신분이 아닌, 순수한 검술 실력만으로 한 학기당 테스트를 보고 테스트 성적에 따라 학생의 대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와 루시안이 배정된 독방도 그 대우 중 하나다.
“잠깐, 그렇다는 것은 릭 너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학생이라는 소리야?”
“응? 그야, 네 옆방이니까 당연하잖아? 상위권에 속하지 않으면 독방은 얻지 못한다구.”
“그, 그렇긴 한데.”
뭐랄까 이미지가 매칭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조금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라 그런지 전혀 강해 보이질 않았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 표정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간단히 파악한 것인지, 릭은 배시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나름 이렇게 보이기는 해도, 검을 잡을 땐 진지해진다고?”
“하긴……, 그렇긴 하겠네.”
어느 학문이 그렇지 않겠냐만, 특히 검술은 재능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개인의 노력은 필수다.
아무리 잔머리를 써서 좀 더 효율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검술에 요령을 피운다고 하더라도 결국 검을 휘두르는 것은 자신의 신체다.
체력이 없으면 쉽게 지치고, 힘들어진다. 또한 노력이 없으면 적의 검에 대응하지 못하고 얻어맞게 된다.
당연히 어지간한 노력이 없다면 전체 100여 명이 넘는 학년생들 중에서 탑 10위 안에 들 수 없었겠지.
어떻게 보면 단순히 외모만 보고, 만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은 릭을 내 멋대로 판단한 것이 되어 버렸으므로 나는 순순히 내 잘못을 인정하고
릭에게 사과했다.
릭의 실력을 의심했다는 것은 곧 그의 노력을 의심했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넬은 착하구나.”
“뭐, 이 친구가 좀 착하긴 하지.”
릭의 말에 옆에 있던 루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와 동시에 학교 전체에 다시 한 번 커다란 종소리가 데엥, 데엥 하고 울려
왔다.
“드디어 오늘 수업이 전부 끝났나 보네. 이제 곧 애들이 우르르 몰려오겠는걸.”
그렇게 말하면서 릭은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기왕 인사를 나누게 된 것, 오늘은 너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싶은데 같이 갈래?”
덤으로 밥을 먹는 동안 학교 수업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 주겠다고 릭은 말했다.
셀린과도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지만, 셀린은 누군가가 추가적으로 일행에 합류하더라도 거부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루시안 못지않게 붙임성이 좋은 만큼, 우리들이 새로 사귄 친구라고 릭을 소개해 주면 ‘그래? 반가워!’ 하고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릭의 제안을 수락하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셀린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5시 50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세르피안 검술학교의 식사 시간은 아침식사가 6시 30분부터 8시, 그리고 점심식사가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저녁식사 시간은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라고 한다.
1층 로비로 향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셀린을 만날 수 있었다.
“셀린? 세라 누나는?”
“아, 세라 언니는 내게 기숙사를 안내해 주고 따로 볼일이 있다고 먼저 학교로 돌아가셨어. 내일 아침을 먹고 나서 8시 30분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따로 데리러 올 거래.”
“그래?”
하긴, 우리를 안내하라고 했지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으라는 명을 받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학교장님의 보조를 맡고 있는 만큼,
세라 누나 역시 학교장님 못지않게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쪽은 누구?”
셀린이 우리 옆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안녕!’ 하고 있는 너구리 얼굴(?)의 릭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셀린의 물음에 릭은 재빨리 셀린에게 달라붙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반가워, 네가 길드 본부의 세 신성 중 하나인 붉은 마녀 셀린이구나! 나는 아넬의 옆방을 쓰고 있는 릭 가던이야!”
순간 우리들의 귓가에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꺅!’ 하고 작게 비명을 지르는 셀린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어떡해, 미안해! 누가 내 몸을 잡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려서……!”
아니, 굳이 셀린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여자애들이라면 낯선 남자가 자신의 몸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들어가겠지.
단, 셀린의 경우는 그 힘이라는 것이 규격 외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크, 으윽…… 괘, 괜찮아……. 아무 말 없이 손을 덥석 잡은 내 잘못이니까, 하하…… 그것보다 너 정말로 힘이 세구나! 트롤을 던져 버렸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솔직히 거짓말인 줄 알았어!”
“너 정말로 붙임성 좋구나?”
내게 붙임성 좋다고 인정받고 있는 루시안조차 릭의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
어쩐지 셀린에게 쥐어짜인(?) 손이 살짝 덜렁거리는 것 같았지만, 릭은 방글방글 웃는 특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셀린과 연신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얼굴 옆으로 살짝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고통을 참고 있는 것인가?
나참…… 정말 특이한 친구다.
나와 눈이 마주친 루시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으면서 릭의 손을 붙잡았다.
“끄악!…… 이 아니라, 왜, 왜 그래, 루시안?”
“셀린에게 손이 붙잡혔는데 손이 멀쩡할 리가 없겠지. 그나저나 꽤나 아플 텐데도 잘도 참는구나, 너?”
“그야, 고통을 참는 것은 나름 익숙해져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학교 의무실에 가면 금방 치료받을 수 있어.”
“여, 역시, 부러졌던 거야?”
셀린이 당황하면서 묻자, 루시안은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부러졌다면 식은땀 흘리면서 참는 것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겠지. 그보다 셀린, 사고를 치지 말라고 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용케도 사람 손 하나를 분질렀구나?”
“으으, 그치만 릭이 갑자기 손을 덥석 잡아서 깜짝 놀랐단 말야!”
“내가 잘못한 거니까, 셀린에게는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 줘.”
“사람 좋은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손이 아작 났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특이한 친구일세…… 마나의 힘으로, 다친 자의 상처를 보듬어
주어라, 힐링!”
루시안의 영창과 동시에, 릭의 손에 마나로 추정되는 기운들이 스며들며 그의 손을 치유해 주었다.
힐링 마법.
마나를 일시적으로 신성력과 비슷한 힘으로 전환하여, 신체의 회복력을 상승시켜 어지간한 상처를 낫게 하는 치유 마법이다. 물론 진짜 신성력과
비교하면 다소 효과가 떨어지는 감이 있었기 때문에 중상에 해당하는 상처는 치유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뼈에 살짝 금이 간 것
정도의 작은 상처라면 루시안의 힐링 마법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고, 고마워. 역시나 마검사…… 마법도 잘 다루는구나.”
“아니, 이쪽이 오히려 본업이야.”
그 와중에 루시안의 마법에 눈을 빛내는 릭에 태도에 우리는 모두 가볍게 웃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의 식당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 학년이 약 800여 명, 일단 저학년과 고학년들로 나뉘어서 식사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40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거기에 그들을 가르치는 교관들과 학교 관계자들도 식사를 하러 오는 곳이니 적지 않은 인원이 모여드는 곳이다.
추가로 더하자면 그냥 일반인도 아니고 학생들의 대다수는 귀족의 자제들이다.
어지간한 퀄리티로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먹는 만큼 힘을 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먹는 것에
있어서는 왕국에서도 지원을 할 만큼 아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에 도착한 우리들은 이곳이 과연 학교 식당인지, 아니면 레스토랑을 보고 있는 것인지 적지 않게 깜짝 놀랐다.
테이블 하나하나가 상당히 고급이었고, 식사 역시 뷔페식으로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만큼 음식을 가져가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길드에서 먹던 식사도 충분히 훌륭한 것이었지만 거기에 럭셔리를 첨가하면 이런 느낌이 될 거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학교 식당의 화려함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어쩐지 우리들이 식당에 들어옴과 동시에 이곳을 향해 수많은 시선들이 모여드는 것 같았다.
“……어쩐지 우리들한테 시선이 몰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면 몰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아마도 옷 때문일걸.”
“옷?”
릭의 지적에, 우리들은 각자의 옷을 살펴보았다. 음,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입었던 옷 그대로다.
가죽 보호대는 방 안에 두고 나왔지만,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나는 평상복이다.
혹시 귀족이니까, 이런 낡은 옷을 입고 식당에 들어오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그런 의미가 담긴 눈빛인가?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고?’
학생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자니, 약간의 적대적인 시선과 반쯤은 흥미롭다는 시선. 그리고 나머지는 릭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들이었다.
“어쩌면 오늘 수업 때 너희들이 학교에 왔다는 소식이 퍼졌을지도 모르겠는걸.”
“그 짧은 시간에?”
학교에 도착한 것이 점심을 먹고 나서였으니까 얼추 2시다.
학교장실로 이동하면서 마주친 사람들이라고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와 학교장님, 그리고 세라 누나가 전부였는데 그 사이에 우리가 학교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전교생에게 쫙 퍼졌다는 말인가?
‘혹시 학교장님이 일부러 퍼트리신 건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내일이면 같은 나이의 학생들을 찾아가 우리를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대련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어 있다. 오늘은 어차피 대련도 하지
못할 테니 먼저 이야기를 퍼트려 봤자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