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9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3화
학교장님의 외모는 확실히 젊어 보였다. 오러를 단련한 자들은 오러 덕분에 신체가 일반인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신체의 노화가 느려진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길드 마스터는 극에 달한 오러 발달로 인해 오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작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학교장님 같은
경우엔 길드 마스터보다는 오러 양이 부족해도 뭔가 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나이에 비해 훨씬 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세라 씨가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학교장님에게 ‘스승’이라고 부른 것도, 대륙 최고의 검술학교라는 세르피안
검술학교와 이 도시의 총괄자가 고작 이십대의 여성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단순히 외모만 젊은 것이라면 납득이 갔다.
거기에 아까 보여 준 기세를 봤을 때, 그녀는 강했다.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보다 훨씬 윗줄의 실력을 가진 세라 씨가 학교장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고, 왕국기사단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루시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학교장님은 우리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살펴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식으로 인사하마. 세르피안 검술학교의 학교장이자 이 도시의 영주인 크리스틴 폰 세르피안이다.”
“학교장님의 보조를 맡고 있는 세라 폰 이스프릴입니다.”
“세르피안 왕국 모험자 길드 본부 소속의 B급 모험자, 아넬 프로스트입니다.”
“모험자 길드 본부 소속의 C급 모험자, 루시안 지어스입니다.”
“모험자 길드 본부 소속의 C급 모험자이자, 길드 마스터인 페이탈 폰 이그니스의 딸인 셀린 폰 이그니스입니다.”
일행 중에 유일한 정식 귀족인 셀린만 ‘폰’의 이름을 사용하고, 우리들은 천천히 학교장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의 인사를 받았다.
“아까는 미안했다. 방문 밖으로 발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하나같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 범상치 않기에 직감적으로 그의 아이들이 방문했음을 눈치챘지.
나잇값을 못하고 장난기가 도졌구나.”
“아닙니다, 왕족의 앞에서 함부로 검에 손을 댄 것을 눈감아 주신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거야 원, 실력이 좋으면 인성이라도 부족해야 가능성이 있거늘…… 실력도 인성도 모두가 흠 잡을 곳이 없어서야 우리 아이들만 고생하겠구나.”
학교장님은 알 수 없는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우리를 돌아보았다.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는 학교 내의 직책을 제외한 본인의 신분은 통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학교장의 지위로 있는 나는 이 나라의 왕족이
아니지. 아까 있었던 일은 내 장난으로 인해 생긴 것이니 너희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의 저희의 신분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루시안의 질문을 들은 학교장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야 물론, 이 학교의 학생이 아닌 만큼 학교의 초청으로 방문한 손님의 신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학생과 동일하다고 보면 될
게다.”
“명심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대답에 학교장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뭔가 더 하고 싶은 질문 있나?”
“네, 있습니다.”
“아넬……이라고 했었지. 그래, 질문하고 싶은 것이 뭔지 말해 보려무나.”
“조금 전에 하셨던 말씀 중에, ‘우리 아이들이 고생하겠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이런, 혼잣말을 한 것인데 들었나 보구나. 귀가 꽤 밝군.”
얼핏 들으면 핀잔을 주는 것처럼 들렸지만 학교장님의 표정을 확인해 보았을 때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것이라기보단 어쩐지 ‘이걸 말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복잡한 심정을 가진 얼굴이다.
이내 학교장님은 ‘후우.’ 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 우리들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어차피 도움을 받은 거라면 미리 말해 놓는 쪽이 좋겠지.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테니 그곳에 있는 소파에 앉거라.”
우리들은 학교장님의 말에, 차례대로 소파에 앉았다. 세라 씨는 걸음을 옮겨 학교장님의 등 뒤로 이동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한번 확인하며, 학교장님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르피안 검술학교(2)
“우선, 너희는 우리 학교에서 길드의 신성들인 너희를 초청한 이유가, 학생들과 너희를 서로 경쟁시킬 의도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굳이 숨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학교장님의 성격이라면 빙빙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다소 직설적이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이런 스타일을 가진 사람에게는 다소 말을 꺼내기 거북한 말이 아니라면 숨기지 않고 마주 답해 주는 것이 훨씬 호감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장난친 것을 빼고는 학교장님도, 그녀의 제자인 세라 씨도 우리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솔직하게 대답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서 너희들을 이곳으로 초청한 것이 아니란다. 굳이 말하자면, 그래, ‘의뢰’를 부탁하기 위해서 불렀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
“의뢰라뇨……?”
예상 밖의 대답을 들은 우리들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자, 학교장님은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 학교가 최근 몇 년간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으로 학생들의 몬스터 퇴치를 중지한 것은 알고 있느냐?”
“네. 이곳에 오기 전에 마스터에게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학생들의 몬스터 퇴치를 중지한 이유는 혹시라도 있을 이상 현상 몬스터의 존재에 학생들이 희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마주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한 번이라도 마주치면 어지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모험자들, 토벌단이라 하더라도 전멸할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들이니 실전 경험이라곤 전무한 학생들이 상대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지.”
‘실제로도 중지선언을 한 이후에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기도 하고 말이다.’라며, 학교장님은 말씀하셨다.
“비록 그 때문에 세간에서는 학교에 인재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명목으로 몬스터 퇴치를 모험자 길드에 떠넘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우리들은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까짓 세간의 평가 때문에 학생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몬스터 퇴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들끼리 학생들을 충분히 가르치고, 또한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학교장님의 눈빛은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냥 형식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분, 제대로 된 귀족이시구나.’
보호의 대상이 ‘학생’이라는 점에서 학교장님이 평민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귀족 자제만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본인과 단체의 명예를 위해 학생들을 희생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은 점에서 적어도 다른 썩어 빠진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귀족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인가요.”
“그렇다. 본래 학교의 일정대로라면 학생들은 빠르면 5학년, 늦어도 6학년 때에는 몬스터 토벌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실전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수련과 또래 아이들과의 대련으로만 느낄 수 없는 실전 특유의 긴박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느낌으로써 스스로의 나태함과 부족함을 깨닫고 더욱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지. 하지만 몬스터 퇴치가 중지되면서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 오로지 교관과의 대련과, 친구들과의 대련, 혹은 개인 수련뿐인 나날이 이어졌지. 그리고 그 결과는…….”
학교장님의 다음 말은 듣지 않더라도 대충 예상이 갔다. 그동안 적지 않은 실전을 경험해 온 우리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한 대련과 실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련에서는 기본적으로 목검을 사용한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상대방이 크게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설령 실전과 비슷한 느낌을 내기 위해 진검을 들고 대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소 느낌이 달라질 뿐, 실전과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애당초 대련이라는 것은 상대방과 검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실력 향상을 노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죽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아무리 실전과 같이 대련을 하려고 해도 실전과 대련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그 느낌과 나 역시 살기 위해선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그 압박감은 일반적인 대련으로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정상적이라면 몬스터 토벌을 통해 직접 경험함으로써 대련과 수련으로만 쌓은 자신의 실력이 실전에선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깨닫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금 수련하는 과정에서 한층 더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라졌으니 이어지는 수순은 뻔한 것이다.
수련과 대련뿐인 일상.
학교의 일정엔 학생 전체가 영향을 받는 만큼 특정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 매뉴얼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학생들끼리의 경쟁을 제외하면 학생 스스로 발전할 계기를 줄 수 없는 만큼 학생들이 점점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고 나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아니나 다를까, 학교장님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셨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점점 감소하면서 어느 정도 괜찮겠다 싶은 판단하에 몬스터 토벌을 다시 재개할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토벌에 참여할 학생들은 몬스터 토벌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란다. 즉, 몬스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지.”
“그건……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몬스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다.
그런데 그 상태로 실전 경험까지 없으면서 몬스터 토벌에 임한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이다.
물론 모두가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습에 약해도 실전에 강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무겁게 짓누르는 실전 감각에도 겁먹지 않고 평소의 실력을 백분 발휘하여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학생들도 분명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연습 땐 강했지만 실전에 약한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실전에서 실수는 곧 죽음과 연결된다.
평소와 다른 긴장감 탓에 실수했다고 해도 몬스터가 학생의 사정을 봐줘 가며 공격하진 않을 것이고 실수한 만큼 그 틈을 노리고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