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9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1화
덕분에 우리들은 주인아저씨를 통해서 이곳 도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본래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학생들을 키우는 것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기관이 아니다.
설립 목적 자체가 검사 양성과 더불어 몬스터 퇴치에 의미가 있었던 만큼, 왕국 전체의 몬스터 퇴치에 상당 부분을 관여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왕성이 아니라, 이곳에서 국가 전체의 몬스터 문제를 다루고 있을 정도라니 그 규모가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럼,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몬스터 관련으로 찾아온 사람들인가요?”
“그렇지. 학교에 몬스터 퇴치를 의뢰하러 온 사람도 있고, 몬스터의 시체를 팔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그런 몬스터의 시체를 사기 위해 찾아오는
마법사들이나 연구자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먹기 위해 찾아오는 상인들까지. 거기에 학생들도 일 년 내내 학교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니까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이 이렇게 북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니?”
“확실히, 그렇겠군요.”
어쩐지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몬스터의 시체를 마차에 싣고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나.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상업이 발전할 만했다. 나도 모험자 업무를 제대로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지만 몬스터의 시체는 참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야생동물보다 튼튼한 그들의 힘줄은 활이나 공성병기, 그 외에 다른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몬스터의 피는 포션의 주재료가 된다. 그리고
가죽은 가공되어 방어구로 활용되고 뼈나 살덩어리들은 마법사들의 실험 재료로 쓰인다.
즉 값어치가 꽤 높은 것이다.
활용도도 높으니 그것을 팔기 위해서, 또 얻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고 그 결과 이렇게 북적북적한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잘 먹었습니다.”
“오냐, 다음에 또 들르거라.”
“그럴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곳이 왜 이렇게 북적이는지 이유도 알았겠다, 배도 채웠겠다, 궁금증을 푼 우리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따라 학교로 향했다.
보통 학교라고 하면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기품 있는 건물의 양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겠지만 우리들이 본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그런 기품 있는 건물
양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땅을 파서 물을 채워 놓은 해자도 있었고 도시 성벽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견고한 성벽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언뜻 보이는 세르피안 검술학교는 학생들이 다닐 법한 학교라는 이미지보다는 병사들이 철통같이 수비를 하고 있을 요새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학교라기보다는 그냥 성인데?”
“유사시에는 요새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은 이걸 뜻하는 것이었구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학교의 모습에 감탄하며, 학교 입구로 들어서자 병사들이 핼버드를 교차하며 우리들의 접근을 막았다.
“정지, 이곳은 세르피안 검술학교입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이라면 신분증 및, 학교 출입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호.’
병사들의 눈빛과, 핼버드를 교차하고 있는 그 자세에서 우리들은 각자 눈빛을 빛냈다.
병사에게서 오러의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련을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기세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바짝 군기가 잡혀 있었다.
그 모습에 살짝 감탄하며 우리들은 병사들에게 학교에서 보낸 초청장을 내밀었다.
“학교의 초청으로, 수도의 모험자 길드 본부에서 찾아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병사 중 한 명이 우리에게서 초청장을 받아 들고 초청장이 진품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그러고는 이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더니 ‘크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한번, 다시 태연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초청장을 돌려주었다.
“확인되었습니다. 아넬, 루시안, 셀린 님이시군요. 평소에 길드의 세 명의 신성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병사는 정중하게 우리들을 대우하였다.
본래라면 우리들의 나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그가 우리를 향해 하대를 해도 자연스럽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분이 그로 하여금 존대를 하게
했다.
루시안과 셀린의 모험자 등급은 각각 C등급. 왕궁과 맺은 협약에 의해 루시안과 셀린은 기사와 동일한 위치를 가지게 된다.
사적인 자리라면 몰라도,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는 병사보다 위의 신분인 것이다. 그리고 모험자 등급 B에 해당하는 나는 남작 위와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진짜 귀족이 된 것처럼 뻗댈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들에게 호의를 표해 준 병사들에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뻗댈 생각은 아니라고 해 놓고, 어른을 상대로 고개만 까딱하는 것이 어찌 보면 모순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주 존대하는 것뿐이라면 몰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위치를 무시하고 병사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등의 행동을 하면 곤란해지는 것은 병사 쪽이다.
그간의 여행을 통해 그 정도의 상황 판단 능력은 기르게 되었으므로 나를 따라 루시안과 셀린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병사들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병사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나는 초청장을 품속으로 집어넣으면서 병사에게 물었다.
“이대로 학교장실에 찾아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면 되겠습니까?”
“이 길을 곧장 따라 쭉 이동하시면 학교의 본관 건물이 나옵니다. 건물의 4층으로 올라가시면 좌측에 가장 큰 집무실이 있습니다. 그곳이
학교장실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후에는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다시 인사를 대신하고, 우리들은 성문을 지나 병사가 말해 주었던 길을 따라 쭉 이동하였다.
겉으로 봤던 것만큼이나 넓은 장소다.
미리 길을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분위기는 좋은데?”
“그러게. 병사들이 군기가 잡혀 있는 곳치고 나쁜 곳은 그다지 없었는데 말이야.”
내 말에 루시안과 셀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보통 성의 병사나, 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의 군기 상태만 봐도 그곳의 영주나 책임자의 인성을 엿볼 수 있다.
영주의 심성이 놀기를 좋아하고, 영지민들의 생활에 관심이 없다면 그의 병사들 역시 군기가 잡혀 있지 않고 뭐든 대강대강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영주가 성실하고, 영지에 관심이 많을수록 당연히 병사들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태도는 그로 하여금 책임자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콕 집어서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길을 따라 쭉 이동하니 상당히 커다란 4층짜리의 건물이 우리들 눈에 들어왔다.
점심을 먹고 도착했으니 수업이 한참인지 주변에 돌아다니는 학생이나 교사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껏해야 순찰을 도는 병사 몇 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본관 입구로 들어선 우리들은 곧이어 본관 입구로 들어섰다.
학교에서 전달사항을 알리는 종이들이 부착되어 있는 게시판, 그리고 학교의 내부 안내를 위한 작은 안내판. 그 외에도 세르피안 검술학교 출신으로
여러 업적들을 남긴 선배들의 활약상들이 조그맣게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이런 걸 보면 전생의 학교랑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겉에서 봤을 땐 아무리 살펴봐도 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구조였는데 내부로 들어오니까 약간 학교다운 느낌이 나서 그리운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기도 잠시, 우선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장 4층으로 향했다.
“분명, 왼쪽에 바로 학교장실이 보일 거라고 했었지?”
“아, 찾았다. 저기인가 본데?”
셀린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질 좋은 나무로 제작되어 있는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는 ‘학교장실’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말 없이 불쑥 학교장실을 들어가도 되는 건가?’
학교장이라면 세르피안 검술학교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총책임자라는 소리인데, 그런 학교장을 만나는 데 아무런 절차가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본부의 길드 마스터도, 외부인이 마스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카운터에 먼저 방문 목적을 알린 뒤에 따로 약속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들어오면서 카운터 같은 곳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고, 병사들도 딱히 이렇다 할 말을 한 적이 없었지.
‘그냥 들어가도 된다는 소리인가?’
학생들이 학교장실을 방문할 때 굳이 학교장과 미리 약속을 하고 들어가지는 않듯이, 이곳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똑똑똑, 하고 두꺼운 나무문에 노크를 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글쎄?”
고개를 갸웃하며 두 친구들을 돌아보니, 루시안과 셀린도 저마다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겠다는 답변을 할 뿐이다.
“일단 들어가 보자.”
노크는 했으니, 우리는 천천히 학교장실의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방에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펫이 깔려 있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소파들과 테이블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서류를 보관하는 데 쓰이는 각종 책상들과 마스터의 책상처럼 각종 서류가 놓여 있는 테이블이 보인다.
그 뒤로, 반짝이는 금발을 뒤로 곱게 묶은 젊은 여성이 의자에 몸을 편안하게 기대어 숙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들의 눈에 들어왔다.
‘……어?’
책상의 앞에는 ‘세르피안 검술학교 학교장 크리스틴 폰 세르피안’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저 사람이…… 설마 학교장님인 건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상대방이 너무 젊어 보였다. 이제 겨우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외모다.
한 학교의 최고 직급인 학교장과 이 도시를 총괄하는 영주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혹시 학교장님의 딸이라든가, 혹은 비서 같은 사람일까?’
그렇게도 생각해 보았지만, 학교장의 비서가 교장 의자에 누워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을 리도 없고 딸이라고 하기 에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명패에 적힌 ‘크리스틴 폰 세르피안’이라는 이름이 가장 신경 쓰인다.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이 남성의 이름으로는 보이지
않는 탓이었다.
물론 세상은 넓고, 존슨이라든지 비치라든지 생각보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는 만큼, 크리스틴이 남성의 이름일 가능성이 아예 제로는
아니겠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눈앞에 있는 젊은 여성이 학교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