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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8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82화

그 모습에 분한 마음이 들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 보니, 폴이 가져온 검은 어디에 있지?’

그러다 문득, 나는 폴이 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나무 뒤로 집어 던질 때만 하더라도, 폴은 집에서 가져온 발딘 아저씨의 검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아까 집어 던진 게……!’

내게 아이스 애로의 영창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하여 폴이 킹 스네이크를 향해 집어 던졌던 물건이 발딘 아저씨의 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와 킹 스네이크의 사이에 검으로 보이는 물체가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저것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이라는 수단도 있지만, 고작해야 하급 마법으로는 녀석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없다. 목구멍에

파이어 볼트나 아이스 애로를 틀어박으면 조금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럴 바에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검을 이용해 치명상을 입히는 쪽이 훨씬

공격력이 높다.

‘하지만, 멀어…….’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킹 스네이크는 곧바로 내 반응을 탐지하고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거기다 고통스러운 부상을 입은 만큼, 이전보다 더 사납게

달려들겠지.

검을 집어 들기 전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설령 검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남은 오러 양으로는 이렇다 할 반격을 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어차피 다 같은 데드 엔딩이라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걸어야겠지……!’

나는 실패하는 즉시 쓰러질 각오를 하고, 온몸에 남은 오러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래 봤자 전체의 약 20% 정도의 오러밖에는 남지 않았지만 잠깐의 시간 동안 어떻게든 킹 스네이크의 공격에 반응할 수는 있는 정도일 것이다.

땅을 박차면서 뛸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움찔거리자마자, 킹 스네이크가 쉭!? 하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움직임을 느끼고 그에 반응한 것이겠지.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시간조차 아까워 나는 즉시 땅을 박차면서 폴이 던진 검을 향해 쇄도했다.

캬아아아악!

그리고 킹 스네이크 역시 동시에 나를 목표로 달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소리와 오싹오싹한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단 0.1초라도 녀석에게 신경 쓰면 늦는다!’

온 신경을 땅에 떨어진 검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빠르게 검을 집어 들고, 검을 검집에서 빼낼 수 있을까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했다.

5초조차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5분이 넘게 흐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길었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는 마침내 킹

스네이크보다도 먼저 땅에 떨어진 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검집을 잡고 들어 올리자마자 재빨리 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검을 빼어 듦과 거의 동시에, 눈앞으로 킹 스네이크의 피로 물든 입이 보였다.

감각기관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몸통으로 정확한 공격을 하기가 어려우니, 녀석도 직접 머리를 움직여 나를 물어뜯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진

모양이다.

하지만 승부수라고 던진 킹 스네이크의 공격이 내게 있어서는 유일하게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놈은 간과하고 말았다.

“하아아아앗!”

몸통이나 꼬리가 휘둘러졌다면 반격할 방법도 없어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되었겠지만, 유일하게 내가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머리가 알아서 내게

다가와 주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실패하면 그대로 죽을 각오로, 오러를 남김없이 오른손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수많은 이빨이 솟아 있는 킹 스네이크의 입 안으로 오른손을 쑤셔 넣었다.

푸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입천장에 발딘 아저씨의 검이 손잡이 부근까지 매우 깊숙하게 박혀 들었다.

내가 던진 검이 틀어박혔을 때처럼, 입 안까지 비늘처럼 단단하지는 않겠지.

캬아아아아아아아……!!

크으으!!

킹 스네이크의 몸부림에, 나는 녀석에게 치여 땅바닥을 굴렀다.

오러를 오른손에 전부 쏟아붓느라, 신체를 강화할 여력이 없었기에 녀석의 공격을 방어할 방법이 없어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쿨럭 하고 거센 기침이

나왔다.

도중에 우드득하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적어도 갈비뼈가 서너 개 정도는 부러진 것 같았다.

힘껏 휘두른 꼬리에 얻어맞은 것도 아니고, 고통에 발버둥치는 머리에 퍼억 하고 얻어맞았을 뿐인데도 이 정도 충격이다.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충격과 더불어 오러를 전부 사용한 데 대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하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에 마지막으로 의식의 끈을 놓기 직전, 나는 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는 킹 스네이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꼴좋다.’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아넬, 아넬!”

“아넬, 정신 좀 차려 봐, 아넬!”

“셀린, 건드리면 안 돼! 잘못하면 부러진 뼈가 폐나 다른 내장을 찌를 수도 있어!”

“윽, 하, 하지만……!”

“일단 바닥난 오러를 조금이나마 보충했으니, 아넬의 오러가 다시 활동하기 시작할 거야. 그 회복력을 믿어야 해!”

“……네.”

흐리멍덩한 의식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다.

……성인 남성과,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래, 알렉스 형과 셀린의 목소리였다.

‘우욱……!’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그와 동시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픈 통증이었다. 몇 번인가 더 꿈틀꿈틀

움직여 보았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바늘로 살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결국 움직이는 것은 포기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반짝이는 금발이 눈에 띄었다.

“……셀린?”

“아넬! 정신이 좀 들어?!”

“……윽, 소리 지르지 마.”

“아, 미안해…… 몸은 좀 괜찮아?”

“……아니, 죽을 것 같아.”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이 아이는 참, 곧 죽을 녀석이 ‘죽을 것 같아.’라고 투덜거리는 경우가 어디 있겠니.

죽을 만큼 아프다는 의미지. 그러니까 그만 울어.

이 이상 누워 있다가는 셀린이 계속 울 것만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다시 애써 봤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몸을 일으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일어나지 마라, 아넬, 갈비뼈가 네 개나 부러졌어.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면 내장이 다칠 수 있으니까 지금은 편하게 누워 있어.”

“알렉스 형…….”

시선을 아래로 간신히 내리자, 알렉스 형이 셀린과 마찬가지로 엉망진창 구겨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고 머리를 굴리기도 잠시,

킹 스네이크와의 일전이 기억났다.

나 참, 실패하면 곧 죽느니 뭐니 하면서 필사적으로 소리쳤던 게 언젠데 잠깐 의식을 잃었다고 그것을 까먹다니 어지간히도 긴박했던 상황이었나

보다.

가슴에서의 통증도 마지막에 킹 스네이크의 몸부림을 피하지 못해 얻어맞으면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생긴 것이었지.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알렉스 형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나는 몸에서 힘을 최대한 빼고 편안하게 누웠다.

“킹 스네이크는 어떻게 됐나요?”

“……죽었다. 정말이지,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해. 단신으로 B등급의 몬스터를 퇴치하다니,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야.”

“……폴은요?”

“……폴은.”

내가 킹 스네이크를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기쁨과 놀라움,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알렉스 형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떨궜다.

그 표정만 보아도 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구하지 못했구나. 작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제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죠?”

“킹 스네이크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우리가 이곳으로 달려왔으니 얼추 한 시간 정도 기절해 있었을 거야. 그리 오래 지나진 않았어.”

“한 시간인가요…… 형이 바닥난 오러를 보충해 주셨군요.”

“그래, 그래도 임시방편이야. 최대한 빠르게 도시로 이동해서 사제에게 치료를 받아야 해. 다행히 여분으로 챙겨 온 힐링 포션이 있으니까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상처가 더 심해지진 않을 거야. 지금 마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그들이 오면 간이침대를 만들어서 옮겨 줄 테니 일단은

휴식을 취하고 있으렴.”

“네.”

알렉스 형의 말을 듣고, 나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같은 오러 유저라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오러를 전달하여 부족한 오러를 보충해 줄 수 있었다.

다만 둘 다 정상인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고 한쪽이 오러가 완전히 바닥난 상황에서만 가능한 행동이다.

둘 다 정상인 상태에서 오러를 넘겨줘 봤자 상대방의 오러가 보내 준 오러를 거부한다. 때문에 오히려 내부에서 충돌을 일으켜 둘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하지만 조금 전의 나처럼 신체에 오러가 조금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체내에 오러를 보충해 주게 되면, 보충된 오러는 별다른 반발 없이

신체 내부로 흘러들어 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부족한 오러를 재생성시켜 준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대량의 오러를 보충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알렉스 형의 말처럼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오러가 재생성된 것만으로도 신체의 회복력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 이런 부상까지 입은 상태에서는 그런 회복력이 더더욱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살았구나.’

일단은, 복잡한 생각은 접어 두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더불어…… 나를 대신하여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폴에게도 감사해야겠지. 그 덕분에 나는 두 번이나 목숨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알렉스 형의 말대로 마을 주민들이 속속 벌판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벌판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진 거대한 뱀의 모습에 크게 놀라고, 또한 그 엄청난 몬스터를 어린아이가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한

명의 아이가 몬스터에 희생되었다는 것에 슬퍼하였다.

특히 폴의 시신을 확인한 발딘 아저씨의 흐느낌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오르덴 마을에서 있었던, B급 몬스터 출현 사건은 한 모험자에 의해 몬스터가 퇴치되면서 해결되었다.

 

 

***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을 주민들에 의해 최대한 안전하게 오르덴 마을로 옮겨진 나는, 그 이후 마을 주민들의 배려로 최대한 상태가 좋은 짐마차를 받아 그럭저럭 큰

문제 없이 루그릭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차이고, 환자까지 있는 상황이라 속력을 내지 못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내가 일반인이 아니라 오러를 발현한 오러 유저이고,

또한 알렉스 형이 가지고 있는 힐링 포션의 도움을 받았기에 상처가 더 심하게 도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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