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3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3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5화
Chapter 3 드래곤아 죽어라
“헉! 헉! 헉!”
털썩!
“하악, 하악, 하악!”
“후- 하! 죽겠다-!!”
하나 같이 숨을 몰아쉬며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6인의 사내들. 그들은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질려버렸다는 듯 아직까지도 검을 들고 대련을 하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따앙!
“윽!”
아직까지는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지만 1, 2년 안에 경지에 오를 오브라이언의 검에 맞서서 죽을힘을 다하는 아일린.
“차하-!”
채앵!
가녀린 체구에도 불구하고 아일린은 박력이 넘쳤다. 조금 봐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르지 못하면 결코 쉽게 받아낼 수 없는 오브라이언의 공격을 그녀는 모조리 받아내고 있었다.
까앙! 까앙!
검과 검이 충돌하며 일으키는 불꽃.
오브라이언과 아일린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땀방울.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주변은 후끈 달아올라 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질릴 정도라니까.”
루카는 고개를 저으며 아일린에게 붙었던 시선을 떼어냈다.
아일린은 충분히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거기에 루카는 결혼은 근처도 가보지 못한 상태다. 그녀가 아무리 오브라이언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마음속에서라도 사심이 생겨야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루카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것은 비단, 루카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커닝, 가스파 역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괜히 핏빛 마녀가 아니지.”
짧은 금발 머리에 우락부락한 체격이 전형적인 용병 스타일인 아시크의 말에 루카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루카, 방금 그 말 그대로 전해줄까?”
갈색 머리를 길게 길러 깔끔하게 뒤로 묶어 넘긴 사내가 빙글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깔끔한 인상과는 다르게 그 역시 아시크와 마찬가지로 오브라이언 용병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용병이었다.
“니클 형님, 장난하지 마십시오.”
루카는 끔찍하다는 듯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아일린에게 걸려서 온몸이 부서질 정도로 당한 경험이 있는 루카로서는 극구 사양하고 싶었다.
“가일 그 자식은 어디 간 거야? 루카의 이런 모습을 봐야 당하고만 살지 않을 텐데!”
커닝의 말에 루카가 조용하라는 듯 눈을 부라렸다.
“루카 그 자식이 알면 머리 아프니까 조용해!”
“너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 거냐?”
커닝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루카가 무슨 소리냐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아니야!”
“킥킥킥!”
언제 어디서나 가일을 괴롭히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루카였기에 커닝은 그저 재밌다는 듯 웃기만 했다.
“근데 가일 이 자식은 정말로 어디 간 거야?”
루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리자 호흡을 고르고 있던 월터가 대답했다.
“보나마나 에리카 양에게 갔겠지 뭐.”
커닝의 대꾸에 루카가 혀를 찼다.
“매일 같이 올라가지도 못할 나무만 쳐다보고 있으니…… 그러다 전쟁터에서 죽기 딱! 좋지! 멍청한 놈!”
루카의 말에 모두가 피식 웃었다.
그야 말로 가일의 정성은 대단했다. 하루도 빠짐없을 정도로 에리카에게 얼굴을 비추는 것은 기본이고, 어디서 에리카에게 뭔가 필요하다는 소리만 들으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구하러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리카가 가일의 마음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일이 에리카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는 위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일 녀석도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한 놈이야.”
“그러면 뭐하냐? 상대를 잘 못 골랐는데!”
“하긴.”
“그 자식이 에리카 양에게 아무리 잘해봐야 영주님이 짠! 하고 나타나서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것만큼도 안 되지!”
“불쌍한 자식.”
커닝과 루카의 말에 체력을 회복하던 가스파가 걱정스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영주님은 어디에 계신지, 몸은 건강한지 모르겠군.”
가스파의 말에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루카와 커닝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움이 묻어나오는 것은 어떻게도 숨길 수가 없었다.
“영주님이라면 우리보다 강한 분이니 잘 계시겠지.”
“그렇고말고! 영주님이 어떤 분이신데! 히드라의 목도 가차 없이 베셨던 분인데!”
위드의 전투 능력이야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치열한 전장 속에서 수많은 히드라의 목을 베었다고 하더라도 가스파를 비롯해서 루카, 커닝의 기억 속엔 지켜줘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주님, 잘 계시죠?’
가스파, 루카, 커닝은 약속이라도 한 듯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히덴 가르시아의 말에 에리카는 지친 얼굴로 애써 웃음을 지었다.
“네.”
“갈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참 기분이 좋구나.”
“다 스승님께서 잘 가르쳐주시니 가능한 일이지요.”
에리카의 말에 히덴 가르시아는 허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큰 성인이라고 하지만 그에 눈에 비치는 에리카는 그저 예쁘고, 어린 제자일 뿐이었다.
똑똑!
수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에리카는 히덴 가르시아를 바라봤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얼른 수련실 문을 열었다.
“키에브 제국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현재 귀빈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마법사의 말에 히덴 가르시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예.”
이어서 히덴 가르시아는 수련실로 찾아온 마법사와 함께 귀빈실로 향했고, 홀로 남은 에리카는 잠시 머리라도 식히자는 생각에 수련실을 빠져나왔다.
수련실을 빠져나온 에리카는 곧장 자신이 자주 가는 정원으로 걸었다. 그렇게 정원에 도착하자 이미 정원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가일과 마주쳤다.
“에리카 양!”
기다렸다는 듯 에리카를 향해서 다가오는 가일.
“또 기다리신 건가요?”
에리카의 물음에 가일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머리나 식힐 겸 잠시 들른 것입니다.”
‘그러면서 왜 쑥스럽게 웃는 거야!!’
“그, 그러시군요.”
에리카는 가일의 얼굴을 보며 어색하게 웃고는 정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예.”
‘이놈의 인간 아주 지긋지긋하네!’
에리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을 찾아오는 가일이 귀찮았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자신이 가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기다리거나, 찾아오는 가일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에리카 양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헛소리야?’
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도 에리카는 어째서 그러냐고 예의바르게 물었다.
가일은 곧바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마법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라고 하던데 에리카 양은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법사들로부터 감탄을 받을 정도로 높은 경지를 쌓아가고 있으니 어떻게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뭘 좀 알긴 아는군.’
가일의 말에 속으로는 당연하다는 듯 우쭐해진 에리카였지만 겉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듯 겸손하게 고개까지 저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스승님의 발끝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걸요.”
에리카의 말에 가일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아닙니다! 에리카 양! 사실, 따지고 보면 가르시아 님과 에리카 양 사이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감안했을 때, 에리카 양이야 말로…… 그러니까…… 아! 천재! 마법 천재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지금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을 겁니다!”
마법 천재라는 말까지 들먹이는 가일의 행동에 에리카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오로지 과분하다는 듯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 에리카의 모습을 가일은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볼 뿐이었다.
“저……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이번 에카일에 제가 알레인 시에서 돼지고기 요리로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이 되시겠습니까?”
조심스런 가일의 물음에 에리카는 고민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질긴 인간이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거절하면 아무래도 좀 그러니까 한 번쯤은 들어주지 뭐.’
정확하게 7번이나 연속으로 퇴짜를 놓은 에리카였기에 이번만큼은 도저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침, 이번 에카일에는 시간이 좀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정말로요?”
“예.”
“가, 감사합니다!!”
가일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입이 찢어져라 기뻐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에리카 양이 이제 슬슬 넘어오기 시작했어!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는 그 결실이 있는 법! 루카 형님이 아시면 엄청 놀라겠지? 하하하핫-!!’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가일의 모습을 바라보던 에리카는 슬쩍 먼 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위드.”
한 번만 봐달라는 듯 예쁘게 얼굴을 찡긋 거리는 에리카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널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니?’
에리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푸른 하늘에 위드의 얼굴을 떠올렸다.
***
끼아아아악-!!
크게 울부짖으며 허공을 비행하는 검붉은 색의 드래곤, 통칭 레드 드래곤의 등에는 키셀이 올라타 있었다.
이제 막 길들이기 시작한 야생 드래곤이었기에 그는 땅에서 바라보는 위드 일행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땅으로 급하강을 하는가 싶다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고, 좌우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몸을 한 바퀴 뒤집으며 선회하기도 하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떻게든 자신의 등에 올라탄 키셀을 떨어트리려는 드래곤의 비행은 위드 일행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으으, 드래곤도 드래곤이지만 그 위에 올라타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 인간도 정말 대단하군!”
후바는 진심으로 키셀을 대단하다 여겼다.
‘아무리 위대한 우리 드워프 일족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비행하는 드래곤의 등에서 버틸 수는 없어!’
자신을 포함 그 어떤 드워프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후바였다. 그도 그럴 것이 드워프들은 체질적으로 비행 몬스터의 위에 올라타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
샤프는 키셀이 드래곤을 길들이는 것을 유심히 바라봤다. 드워프와 다르게 엘프들은 비행 몬스터를 길들인다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 예로 간간히 엘프 중에는 와이번이나, 만티코어, 그리고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없는 그리핀(Griffin) 등을 이동 수단으로 애용하기도 할 정도였다.
샤프 역시 만들 수만 있다면 비행 몬스터를 자신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키셀이 드래곤을 길들이는 방법 등은 그에게 있어 상당히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었다.
위드는 생각보다 드래곤을 길들이는 방법이 간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드래곤이 그 사람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 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드래곤 기사단의 기사들은 비행하는 드래곤 위에서 자유자재로 병기를 휘두르며 전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훈련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드래곤 자체를 길들이는 것은 그렇게 어렵게 보이지 않네.’
솔직한 심정으로 위드 역시 드래곤을 길들이라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키셀처럼 능수능란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를 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