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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3화

 

 

두 개의 달.

트원문(Twin Moon)이 뜬 밤하늘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두 개의 달빛 아래 반짝이는 도끼날과 검날은 뜻 모르게 밤하늘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이 우라질 말라깽이! 오늘이야말로 네놈이 죽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는 죽어서 더 이상 서로에게 거치적거림이 없도록 하자!”

부웅. 부웅.

몸통만한 도끼를 장작개비처럼 휘두르며 외치는 드워프를 보며 엘프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쌀쌀맞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흙쟁이 네가 죽겠군.”

“이, 이…… 우라질 말라깽이가……!”

말싸움으로는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드워프였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후아아앙-!

바람을 동반한 도끼는 단번에 엘프의 몸을 두 쪽으로 쪼개버릴 것만 같았다.

까앙!

몸통만한 도끼를 가볍다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막아버린 엘프. 엘프의 손에 들린 검은 결코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이 내린 대장장이라는 드워프가 만든 도끼를 이처럼 쉽게 막을 정도로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아니, 드워프가 만든 도끼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검은 도끼를 정면으로 막기 힘들다. 그게 바로 도끼와 검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우라질! 페이실린!!”

드워프는 자신의 도끼를 어렵지 않게 막고 있는 엘프의 검을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드워프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엘프의 손에 들린 페이실린이 달빛을 흡수하듯 빨아들이고는 환하게 반짝였다.

오래전 고대 마도제국이 인간들의 손에 의해 멸망을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워프왕은 최고의 드워프들을 모아 한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검을 당시 최강이자, 최악의 종족이었던 나이먼 종족과의 싸움을 위해 엘프왕에게 건네며 동맹을 맺었다.

최고의 드워프들이 혼신의 힘을 집약시켜 만든 페이실린은 드워프들 사이에서 대륙 최고의 검이라 칭해지고 있었다.

“우라질!!”

단 한 차례 부딪혔을 뿐인데도 도끼의 날이 미세하게 나가 있는 것을 보곤 드워프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자신의 도끼 역시 꽤나 실력 있는 드워프가 만든 것이었지만 확실히 대륙 최고라고까지 칭하는 페이실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라질! 이제 보니 그 페이실린을 믿고 그 동안 그렇게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해댄 거였군! 역시 네놈들도 인간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어! 앞에서는 점잖은 척, 온간 예의를 다 따지며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만 실질적으로 네놈들의 속은 그완 완전 딴판이지! 더러운 인간들과 너희 엘프들은 하나도 다르지 않아!!”

드워프의 심한 독설에 시종일관 냉정한 모습을 잃지 않던 엘프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들거렸다.

“닥쳐! 감히 인간 따위와 비교하다니! 그러는 너희 드워프들이야말로 인간보다도 더 추한 존재들이 아닌가? 인간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 숲과 대지를 망친다지만, 너희 드워프들은 단순히 네놈들의 취미를 위해서 숲과 대지, 산을 모두 망치잖느냐!”

엘프의 대꾸에 드워프가 콧김까지 뿜어내며 씩씩! 거렸다. 인간들보다도 추하다는 말은 도저히 그냥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수한 도끼를 다시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듣고 있으니 한 명의 인간으로서 꽤 불쾌하군.”

“……!”

“……!”

드워프와 엘프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음성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곳엔 트윈문을 등지고 선 위드가 살짝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우라질! 네놈은 여기 무슨 일로 온 거냐!!”

대번에 욕설부터 내뱉는 드워프와는 다르게 엘프는 그저 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위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벅저벅.

위드는 두 종족의 눈빛을 태연스럽게 받아 넘기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는 두 종족과 약간의 거리만을 남겨두고 멈춰 섰다.

“인간이나, 엘프나, 드워프나 또 다른 종족들이나 모두 자신들의 특성과 개성이 있는 법이지. 다른 종족의 그런 특성들을 자신의 종족과 맞지 않다고 해서 더럽다느니, 추하다느니 하는 것들은 잘. 못. 된. 일. 아닌가?”

“우라질! 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

드워프와 다르게 엘프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을 바라보다 위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프에게 말했다.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면 엘프는 변화 자체를 극도로 두려워할 뿐이지. 엘프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인간은 결코 엘프들처럼 살아갈 수 없는 종족. 그런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어서 위드는 드워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워프들의 기술은 그 어떤 종족도 따라갈 수 없지. 하지만, 드워프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만들어낼 뿐이지. 그렇다고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것들을 다른 종족들과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드워프들의 행위는 소중한 자원의 낭비일 뿐이야.”

“이 우라질 인간이!”

엘프와 다르게 드워프는 확실히 단번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흥분한 어조로 소리를 질렀다. 당장이라도 도끼를 휘두를 것만 같은 그의 모습에도 위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프라디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들은 각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꿈꾸는 이상이 다르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해서 비하한다면 그 행위야말로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너희 둘은 어떻게 생각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드워프와 다르게 엘프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매번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키며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는 거냐? 네 말대로 모든 종족이 살아가는 방법과 꿈꾸는 이상이 다르다지만 최소한 타 종족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종족이라도, 심지어 같은 인간들끼리도 서로를 죽이고, 죽는 존재. 솔직히 말해서 인간만큼 추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나?”

엘프의 말에 위드는 씁쓸하게 웃었다.

“솔직히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만큼 욕심 많은 존재는 없지. 하지만, 다른 종족들과 다르게 유난히 많은 욕심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커다란 힘이니 어쩔 수 없잖아?”

“…….”

욕심.

말 그대로만 따지면 분명 나쁜 것이다. 하지만, 욕심이 없다면 그건 살아도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엘프나, 드워프에게도 욕심은 있지만 그들은 선을 지킬 줄 안다. 유일하게 그 선을 지키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지만, 그러한 점이 타 종족보다 수명도 짧고, 기본적인 체력도, 머리도 좋지 않은 인간을 프라디아 대륙에서 가장 강성한 존재로 만든 게 아닐까?

엘프나 드워프에게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위드는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두 개의 달을 가만히 올려봤다.

“아름답지? 언젠가 인간은 저 달까지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릴지도 모르지.”

위드의 말에 엘프는 그저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드워프는 이놈의 인간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어쨌든 확실한 한 가지는 위드의 등장과 그의 말들로 인해서 드워프와 엘프의 싸움이 멈췄다는 것과 다시 시작하기엔 조금 어중간한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런 날에는 술이라도 한잔해야 하는 건데.”

위드의 중얼거림에 드워프의 귀가 쫑긋 거렸다.

“술! 이 우라질 아카데미는 술도 안 팔고!”

아카데미 내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규칙 위반이 아니지만 문제는 아카데미 내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학기 중에 아카데미 밖을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술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기와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드워프에게 있어서 벌써 몇 달째 술을 먹지 못했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엘프 역시도 마찬가지. 그들이 드워프들처럼 죽자 살자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엘프가 직접 담근 과실주는 타 종족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할 정도로 술을 즐겼다.

드워프의 말에 위드는 보이지 않게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사라질 즈음해서 그들이 있는 아카데미 1동 기숙사 옥상에 또 한 사람이 올라왔다.

“위드.”

“여기야!”

나타난 사람은 레인이었고, 그의 손엔 작은 병 하나와 몇 개의 잔이 들려 있었다.

“수, 술이다!!”

레인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냄새만으로 알아차린 드워프는 그 짧은 다리를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앞에 도달했다.

드워프의 갑작스런 반응에 레인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자 드워프가 짧고 뭉툭하며 단단한 손을 내밀었다.

“술, 술!!”

사탕을 간절히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는 드워프의 모습에 레인은 난감한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레인의 눈빛에 위드는 슬쩍 웃으며 엘프를 향해 말했다.

“한 잔 할 거지?”

“…….”

위드의 물음에 엘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몸을 일으켜 레인에게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뭐, 먹지 않겠다면 우리야 좋지만.”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위드의 뒷모습을 보는 엘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웬만한 인간 여성보다도 아름다운 입술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마시지 않겠다고는 안했다.”

“큭큭!”

그 작은 음성에 위드는 웃음을 흘렸고, 트윈문 아래 비추어진 엘프의 얼굴이 처음으로 붉어졌다.

 

“크하하하하하! 오랜만에 술을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군! 술이 조금 적다는 게 아쉽지만!”

술을 몇 잔 먹더니 드워프는 좋아서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때라면 평소 자주하는 말인 ‘시끄러운 흙쟁이’이라는 말을 할 법한 엘프 역시도 천천히 술잔에 담긴 술을 음미하느라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말든 상관없다는 듯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술은 어디서 구한 거냐?”

눈을 반짝이며 묻는 드워프의 부담스런 얼굴에 위드가 급히 레인을 가리켰다.

“레인에게 부탁을 했더니 이렇게 구해서 왔네. 솔직히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고맙다, 레인.”

“오오! 허약한 인간이 제법이군! 그래, 술은 어디서 구했지?”

역시나 부담스런 드워프의 모습에 레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뭐…….”

이 술을 구하기 위해서 무려 20실버나 써야했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웠던 레인은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드워프는 그가 일부러 술을 구한 경로를 말해주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우라질! 역시 인간은 치사한 종족이야!’라며 불만을 품었다.

다시 몇 잔의 술이 돌자 이제 술이 거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고작 두 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술이 다 떨어졌군.”

위드는 그렇게 말을 하며 술병을 들었다. 

그러자 드워프와 엘프가 동시에 위드의 손에 들린 술병에 시선을 모았다.

두 종족의 모습에 위드는 웃음을 머금고는 술병을 내밀었다.

“우리는 됐으니까 너희가 한 잔씩 더 마셔.”

위드의 말에 손을 뻗는 드워프보다 엘프가 잽싸게 술병을 가로채곤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이런 우라질! 말라깽이!”

“오늘 일은 잊지 않지.”

엘프는 드워프에게 술병을 건네고는 위드와 레인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마지막 술을 아주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우라질! 말라깽이!”

엘프가 건넨 술병을 잡고 다시 한 번 그를 쏘아본 드워프는 이내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 그대로 마셔버렸다.

“캬하! 우라질! 이제 없군!!”

술병을 탈탈! 털며 얼굴을 찌푸린 드워프는 아쉽다는 듯 빈 술병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윽고, 위드와 레인을 향해서 말했다.

“후바 쿠에바스 카힐 드로브 쿠빌리에다.”

드워프의 말에 위드와 레인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걸 다 불러야 하는 건 아니겠지?”

위드의 물음에 드워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후바라고 부르면 된다. 웬만하면 인간 따위에겐 알려주지 않지만 오늘은 기분도 좋고, 오랜만에 술도 먹었으니 특별히 알려주는 거다. 그리고 네가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게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이 나랑 비슷해서인지 마음에 든다! 크하하하하!!”

‘비, 비슷?’

위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후바를 바라보곤 이내 나쁘지 않다는 듯 씨익 웃었다.

“말라깽이 너는?”

자신이 소개를 했으니 너도 응당 해야 한다는 듯 말을 하는 드워프의 모습에 엘프는 아쉽다는 듯 빈 잔을 바라보곤 몸을 일으켰다.

“샤프 앙트슈에 세레카네르 노로라무엔 드르.”

그 말을 끝으로 엘프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고, 그 모습에 후바는 튕기듯 몸을 일으키고는 엘프의 뒷모습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우라질! 저놈의 말라깽이가 혼자 고고한 척은 다 해대는군! ”

위드와 레인은 그 모습을 보며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이젠 203호 드워프, 203호 엘프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겠다.”

위드의 말에 레인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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