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8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81화
쉐에에엑!
위협적인 뱀의 소리가 다시 한 번 벌판에 울려 퍼진다.
이제는 킹 스네이크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전처럼 시선을 교란시켜 줄 알렉스 형도 없는 상황에서 나 혼자 B급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
조금의 방심이 곧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전처럼 아이스 애로를 사용해 쫓아 볼까 생각했지만, 바로 기각시켰다.
검술 마법을 펼치는 데는 잠깐이지만 시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킹 스네이크가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움직여도 회피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알렉스형 의 보조 없이 검술 마법을 펼칠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검을 휘둘러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공격이 먹히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최악이다……!’
아마도 세룬 도시에서 고블린을 상대했을 때 그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일 것이다.
“으윽?!”
킹 스네이크가 꿈틀하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몸을 움직였다. 녀석이 몸을 움직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공격이 휘둘러졌기 때문이다.
단 1초라도 반응이 늦으면 그대로 놈의 일격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었다. 나무를 일격에 박살 낼 정도라면 오러로 강화시킨 신체라고 해도 갈비뼈가
산산조각이 나겠지.
즉사하면 다행이고, 즉사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뱀의 뱃속을 구경하게 될 거다.
‘어느 쪽이든 데드 엔딩밖에 없잖아…….’
나도 모르게 입술을 콱 깨물었다.
이대로 숲 속으로 뛰어들어 녀석을 교란시켜 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뱀은 나무도 오를 수 있었다.
저렇게 커다란 놈이 나무를 타면서 위에서부터 공격해 오면 더 답이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어디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벌판에서 녀석과
승부를 가려야 했다.
“……후우.”
일단은 킹 스네이크와 두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녀석을 자극시키지 않도록, 움직임은 최소화했다.
킹 스네이크는 쉬이익 하면서 언제든지 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내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계속 유지하자 의아한 모양인지
자신도 움직임을 멈추고 내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는 머릿속으로 마법의 영창을 떠올렸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꿰뚫는……?!”
재빠르게 검을 움직여 마법을 발현시켜 보려는 시도를 했으나 킹 스네이크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꼬리를 휘두르려 하는 모습에 영창을 외치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뒤로 눕혔다.
쐐애액! 하는 소리와 함께 매서운 채찍과도 같이 킹 스네이크의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젠장, 영창도 못하잖아!’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지만, 입 밖으로 내뱉으면 킹 스네이크를 자극시킬까 봐 속으로만 외쳤다.
‘어쩌지? 어쩌지…….’
흥분으로 뜨겁게 달궈진 머리와 심장을 필사적으로 가라앉히면서 이 상황을 이겨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뱀과 관련된 지식들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지만, 생각나는 것이라곤 이전에 떠올렸던 것과 동일한 지식들뿐이었다.
‘방법은 없는 건가?’
회피하는 것이 고작인 상황에서는 킹 스네이크를 공격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녀석의 급소를 노리는 것 정도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아넬!”
……쉬익?!
“……엇!”
그때 등 뒤로부터 뭔가가 휙 하고 날아오더니 킹 스네이크 앞에 따앙 하고 떨어졌다.
킹 스네이크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감각들을 자극시킨 날아온 물체로 쏠렸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재빨리 마법의 영창을 시도했다.
“마나의 힘으로, 적을 꿰뚫는 얼음의 화살을 쏘아라! 아이스 애로!”
쉬이이잇!
내질러진 검으로부터 얼음의 결정이 생성되어 킹 스네이크에게로 날아갔다.
차가운 기운이 자신에게로 쇄도하자, 킹 스네이크가 재빨리 몸을 움직였지만 덩치가 덩치인 만큼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아이스 애로를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몸통의 한 부위에 아이스 애로가 명중했다.
캬아아악! 하며 킹 스네이크가 몸부림을 쳤다.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스며들자 그것에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제2, 제3의 아이스 애로들을 생성시켰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냉기의 기운들을, 킹 스네이크는 회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겉으로만 보면 뱀술사가 피리로 뱀을 다루는 모습처럼, 뱀이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묘한 모습이었지만 20미터가 족히 넘어가는 거대한 뱀이 온몸을
강하게 꿈틀거리는 것은 솔직히 공짜여도 보기 싫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피한다고 그 거대한 몸은 회피에 적합한 크기가 아니었다.
3개의 아이스 애로 중에 한 개, 두 개 정도는 스쳐 지나가거나 놈의 몸에 명중했다.
냉기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 때마다 킹 스네이크의 몸이 눈에 띄게 둔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위협적인 몸이지만 이제 공격 주도권은 이쪽으로
넘어왔다.
‘제발, 도망가라……!’
어제처럼 몸의 한기를 느낀 킹 스네이크가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가 주길 간절히 바라며, 나는 아이스 애로를 계속해서 쏘아 냈다.
5개, 10개, 15개…… 20개가 넘는 아이스 애로를 쏘아 냈을 때, 나는 내 호흡이 무척이나 거칠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헉……허억, 헉……!”
체내의 오러는 그렇게 많은 양이 남아 있지 않았다.
100% 중에 약 25% 정도쯤일까.
총 23발에 달하는 아이스 애로를 쐈지만, 그중에 녀석의 몸에 정통으로 틀어박힌 숫자는 7발 정도였고 나머지는 스쳤거나 명중시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꽤나 효과가 있었는지 킹 스네이크는 캬아아아악 하며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몸부림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 더 공격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검을 들었다.
머릿속으로 검 끝에 얼음의 화살이 생성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마법을 영창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아넬!!”
“헉, 허억……! 마나의 힘……?!”
나는 누군가에게 밀쳐졌다.
이곳에는 나와 폴밖에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폴에게 밀쳐졌다는 것일까?
‘왜?’
하지만 의문은 잠깐이었다.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넘어진 나를 대신하여 무언가가 킹 스네이크의 꼬리에 맞고 거세게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킹 스네이크의 공격에 날아간 것이 폴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은 괴물(4)
“폴……!!”
다급히 폴이 튕겨져 날아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땅바닥에 처박힌 폴에게선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다 자란 나무조차 일격에 부러뜨려 버리는 위력을 가진 공격에 당했으니 결코 멀쩡할 리가 없다.
쉬이익……!
“큭!”
킹 스네이크가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쓰러진 폴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싶었는데 쓰러진 폴의 몸에 혓바닥을 몇 번 날름거리더니, 킹 스네이크는 쩌억 하고 그 큰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저 녀석, 폴을 먹으려고……!!’
공격을 당하면서 폴이 내뿜은 피 냄새에 자극이 된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나와 전투를 벌이고 있던 녀석이 느닷없이 쓰러진 폴을 먹으려고 하자, 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설령 폴이 조금 전의 일격으로 즉사했다 하더라도, 결코 킹 스네이크가 그를 잡아먹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용납할 수도 없었다.
“웃……기지 마아!!”
나는 오른손에 있는 힘껏 오러를 집중시켜, 들고 있던 검을 냅다 집어 던졌다.
검사가 전투 중에 검을 던지는 행위는 그야말로 자살 행위에 가깝다.
적을 일격사시킬 수 있는 경우나, 여분의 검이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같이 여분의 검도 없고, 킹 스네이크를 일격사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검을 집어 던지는 행위는 ‘이 공격 이후에 나는 죽겠다!’ 하고 자살을 외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서 일말의 망설임조차 느끼지 못했다.
어리석은 짓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보다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이 감정을 무시하고 폴이 저 뱀 녀석에게 잡아먹히는 광경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있는 힘껏 집어 던져진 내 검은, 쐐액 하고 매섭게 회전하며 킹 스네이크에게로 날아갔다.
눈이 뒤집혀서 집어 던진 것치고는 날아가는 방향이 제법 괜찮았다.
캬아아아악!!
푸욱, 하고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킹 스네이크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벌판에 울려 퍼졌다. 날아간 검이 폴을 잡아먹기 위해 벌려진 녀석의 입 안으로 들어가 정확히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정말 요행에 가까운 행운이었으나, 행운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헉……허억, 헉…… 꼴좋다……!”
안 그래도 오러가 부족한데, 검을 집어 던지며 추가적으로 오러를 소모하는 바람에 호흡이 상당히 거칠어졌다.
그러나 킹 스네이크의 입에 정확하게 틀어박힌 내 검에 나는 필사적으로 호흡을 다시금 가다듬고,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이 이상 오러를 소모하면, 오러가 바닥났을 때 찾아오는 특유의 무력감 때문에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그런 뒤에는 폴과 사이좋게 킹 스네이크의 먹이가 되겠지.
‘이제 어쩐담…….’
검이 없으니, 킹 스네이크를 공격할 수단조차 없었다.
검술 마법은 딱히 검이 없더라도 체술 동작을 통해 펼칠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설프게 마법을 발현시켰다가는 오러가 바닥나 바닥에 엎어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동안 날린 아이스 애로 덕분에 킹 스네이크의 몸에 냉기가 스며들어 녀석의 움직임이 처음보다는 많이 둔해졌다는 것과 내가 날린 검에 의해 입 안을 다치는 바람에 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감각기관이 일부 손상되었다는 점이다.
킹 스네이크는 혓바닥을 연신 날름거리며, 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입 속을 헤집는 검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치명상은 아니야…….’
고통 때문에 나를 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내 아픔이 좀 사라지면 내게 재차 공격을 해 올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이제 킹 스네이크를 상대로 장시간 버틸 수 있을 만한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에서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래서야 폴이 자신의 몸을 던져 나를 구해 준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닥에 엎어진 폴을 힐끔 바라보았다.
여전히 폴에게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다못해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라도 있으면, 작은 희망이라도 갖겠지만 꼬리에 적중당한 그의 가슴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함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