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7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8화
“뱀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공격이 통할 것 같지 않아서 아이스 애로를 사용해 녀석의 몸을
차갑게 만들어 본 건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나 봐요.”
“그렇군. 몸집이 크다고는 해도 결국에 뱀이니까. 그 특성을 이용한 거구나.”
“아넬, 괜찮아?”
킹 스네이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셀린과 폴이 동굴에서 나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셀린이 내 몸 상태를 걱정해 부축해 줬지만 지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알렉스 형, 지금은 잠깐 도망갔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라요. 이 틈에 빨리 산을 내려가야 해요.”
“그렇지. 다행히 아넬이 녀석을 빠르게 쫓아내 준 덕분에 시간 여유는 남아 있어.”
“마, 마을로 향하는 방향은 이쪽이에요!”
아마도 해가 저무는 방향을 통해, 마을이 있는 위치를 짐작한 것인지 폴은 곧장 우리를 한쪽 방향으로 안내해 주었다.
다행히 내가 오러를 소모해 조금 기운이 빠진 것을 제외하면 일행 모두 다치거나 부상을 입은 이는 없었기에 이동속도에 지장은 없었다.
숲 속에서 킹 스네이크와 다시 조우하게 되지는 않을까 주의하면서 이동하는 것 때문에 심력은 소모되었지만 다행히 해가 지는 와중이라 떨어진 체온을
다시 보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킹 스네이크는 산을 내려가는 동안 우리를 추격해 오진 않았다.
3시간에 걸친 산행 끝에, 우리는 간신히 오르덴 마을로 복귀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해가 저물어 숲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걱정하고 있었던 듯, 발딘 아저씨가 집 앞에서 초조하게 우리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무사히 돌아왔구만. 해가 저무는데도 오지 않기에 숲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네.”
“폴 덕분에 숲을 헤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도중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산에서 내려오는 게 조금 늦었습니다.”
“문제라니?”
“그에 관해서 마을 주민들에게 말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 즉시 마을 회관으로 모든 마을 주민들을 모아 주세요.”
알렉스 형은 발딘 아저씨에게 부탁해 마을의 주민들을 마을 회관으로 모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확한 이유에 대해 듣지 못했기 때문에 발딘 아저씨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가득 찼지만, 심각해 보이는 알렉스 형의 표정을 보고 이유를 먼저
묻기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을 쪽으로 달려가셨다.
우리는 마을의 뒷산을 돌아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던 그런 숲이었지만, 해가 저물어 어둠이 내려앉은 그 숲의 모습은 오늘따라 으스스하게 보였다.
***
알렉스 형의 요청에 따라 마을 모든 주민들이 마을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해가 저물어 가고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웠지만 산을 탐색하고 돌아온 모험자가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 말에 마을 주민들은 두말하지 않고 마을
회관으로 모여 주었다.
주민 모두라고 해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다. 주민 대부분이 모인 것을 확인한 발딘 아저씨가 마을 대표로 알렉스 형에게 질문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마을 주민들을 모두 모이라고 한 겐가?”
마을 주민들 역시 저마다 궁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하고 작게 심호흡을 한 번. 알렉스 형은 천천히 마을의 뒷산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마을 주변을 탐색하면서 저희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많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두 달 전에 실종된 사냥꾼들의 행적과 이
근방의 야생동물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요.”
“그게 정말인가?”
야생동물은 둘째 치고, 실종된 사냥꾼들의 행적이라는 말에 주민들 중 일부가 알렉스 형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실종된 이와 가까웠던 사이거나 가족인 듯 그들의 행적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우선, 시신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그들이 몬스터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몬스터에게 잡아먹혔다고? 하지만 이 근방에는 몬스터가 나타난 적이 없네. 대체 어떤 몬스터가 그들을 해쳤다는 말인가?”
“여러분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서는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깊은 산속까지 탐색 범위를 넓혀 보았죠. 그리고
저희는 만났습니다. 킹 스네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를요.”
알렉스 형은 차근차근 주민들에게 우리들이 만난 킹 스네이크의 모습에 대해 알려 주었다.
일반적인 킹 스네이크는 D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지만, 이번에 만난 킹 스네이크는 최근에 대륙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이상 현상 몬스터의 일종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몬스터가 모험자 길드 기준으로는 B급에 해당하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라는 것.
왕국에 신고하여 더 강한 모험자들이나 토벌대가 와서 그 녀석을 토벌해야 한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몬스터의 종류와 그 등급에 대해서는 다소 지식이 얕은 주민들이었지만, 알렉스 형의 설명을 통해 우리가 만난 킹 스네이크가 어지간한 기사들조차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라는 것을 깨닫고 안색을 굳혔다.
“그간 숲 속에 야생동물들이 없었던 이유도 아마 킹 스네이크가 자신의 몸을 불리느라 전부 잡아먹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고블린을
비롯한 그리즐리 베어까지 닥치는 대로 포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에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녀석이 다음으로 노릴 곳은 산에서
가장 가까운 이 오르덴 마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 하지만 녀석이 꼭 우리 마을로 온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거나 옆 산맥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 않나?”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미 킹 스네이크는 사람을 포식했습니다. 뱀은 먹잇감을 통째로 삼켜 소화시키기 때문에 그 두 명의 사냥꾼이 킹
스네이크에게 잡아먹힌 것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정황상 녀석에게 당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킹 스네이크는 인간을 먹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를 보자마자 바로 공격했었지요. 다른 산맥으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많은 먹잇감이 몰려 있는 이 마을을 노릴 확률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그럴 수가, 그간 얼마나 평화로웠던 마을인데…….”
애써 현실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렇게까지 확답을 지으면 마을 주민들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 형은 안타까운 표정을 바로 고치고 발딘 아저씨에게 재빨리 말을 이어 갔다.
“몬스터가 지금 당장 이곳으로 오지는 않을 겁니다. 녀석의 거처로부터 마을까지의 거리는 꽤나 떨어져 있고 산맥에는 아직까지 몬스터가 먹을 먹이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서 마을을 떠나야 합니다. 영주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토벌대를 보내 달라 요청해야 합니다. 킹
스네이크의 토벌이 확인될 때까지는 여러분들은 마을을 떠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겠네만, 우리들은 이 마을을 떠날 수 없다네.”
“마을을 떠날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발딘 아저씨의 의외의 발언에 알렉스 형을 비롯한 우리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당장은 킹 스네이크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일 년 정도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발딘 아저씨의 표정을 보자,
현재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고민으로 한껏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것은 알고 있네, 나도 예전에 모험자 생활을 했던 사람이야. B급이라는 몬스터의 등급이 얼마나 위험한 녀석들을 칭하는 단계인지는 늙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들을 마을을 떠날 수 없다네.”
“……이유가 있습니까?”
알렉스 형의 물음에 발딘 아저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주민들 역시 알렉스 형의 설명을 들었으니 마을에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딘 아저씨의 말에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들 역시 마을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발딘 아저씨는 말을 이었다.
“목숨을 위해서라면, 자네의 말대로 마을을 떠나는 것이 옳겠지. 하지만 우리들은 가난한 주민에 불과하네. 당장 하루 이틀 정도야 짐을 싸 들고
도시로 피난을 가면 목숨을 보존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일주일이 넘어가고, 한 달이 넘어가면 우리들은 살 곳이 없네.”
“…….”
발딘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인지 알렉스 형은 고개를 숙였다. 발딘 아저씨는 푸념을 늘어놓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도시에 거처를 마련할 돈이 있을 리 없고, 또한 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할 만한 마을도 이 근방에는 없네. 설령 주민들 중 일부가 나뉘어 각
마을로 이주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새롭게 거처를 마련하고 생업을 구하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겠지. 몬스터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었으니
마을에서 우리를 야박하게 쫓아내지야 않겠지만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다른 이가 내 생업에 동참하는 것을 좋게 여기는 이가 있겠나? 없을
게야. 마을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생업의 종류는 정해져 있으니까 말일세.”
거기까지 듣고 나자, 나도 발딘 아저씨가 무엇 때문에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생업…….’
요약하자면 돈이 없는 것이다.
마을을 떠나서 다른 곳에 정착해서 살 만한 돈과 생활력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당장의 목숨을 위해서 마을을 떠나면 그들은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살기 위해선 거처가 필요하고, 거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이 세계가 전생에서처럼 국가에서 지원하는 복지 혜택 같은 것이 있어서, 무료 급식이나 노숙자를 위한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돈이 없다면 당연히
그들은 굶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한두 명 정도라면 잡일거리라도 할 수 있겠지만,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할 만한 일거리가 도시에도 마을에도 넘쳐날 리가 없을 것이다.
일거리가 없다면 그들은 굶는다.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다가 난민 취급을 받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굶어 죽게 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겠지, 어쩌면 몬스터에게 물려 죽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가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나?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몬스터를 피해 도망을 가더라도 결국은 목숨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라네.
그것도 삶의 터전을 포기했으니 길바닥에서 잠을 자며 굶주림을 견뎌야 하겠지. 그렇게 목숨을 위협받을 바에야 몬스터가 오기 전까지 지금의 삶을
계속 살면서 몬스터가 오지 않길, 더 늦게 오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