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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7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6화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시체를 찾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간다.

통재로 집어삼켰을 테니, 시체가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면서도 꾸준히 몬스터의 발자국과 흔적, 야생동물의 흔적들을 확인했었다.

이상하리만큼 그들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아했었는데, 설마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이 지면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뱀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 뱀이 나무에 발톱으로 흔적 같은 것을 남겨 영역을 표시할 리가 없으니 눈치챌 방법이 없겠지.

“……큰일이야, 킹 스네이크가 이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면 생각할 것도 없겠어. 이건 분명 이상 현상 몬스터의 징조다. 당장 이곳을 떠나 마을로

돌아가야 해.”

알렉스 형은 이 킹 스네이크가 이상 현상 몬스터일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기본 몸체가 다른 뱀보다 훨씬 큰 뱀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성장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자신이 잡아먹은 동물들과 몬스터들을 전부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몸집을 불린 것일까.

어쨌든 확실한 것은 그리즐리 베어가 자신의 거처에서 뱀이 허물 벗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을 리는 없으니 잡아먹혔거나, 이 녀석에게 밀려서

어디론가 도망을 갔을 것이다.

아마도 잡아먹혔을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싶다.

그리즐리 베어를 먹어 치울 정도면 최소한 B랭크에 준하는 녀석이라는 소리겠지.

알렉스 형의 등급은 C, 나는 D, 셀린은 E급이다.

폴은 비전투인원인 만큼, 이 상태에서 킹 스네이크와 마주하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폴, 마을 쪽으로 안내해 줘. 길이 좀 험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마을로 돌아갈 수 있는 길로!”

“아, 네! 알겠어요.”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 분위기의 알렉스 형이었기 때문에 덩달아 폴까지 기합이 들어가 버렸지만 우리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 없이 재빠르게

동굴을 되돌아 빠져나왔다. 그러나 달릴 수 있는 것은 딱 동굴 입구까지였다.

입구를 빠져나와 공터로 나가자, 우리들은 검은빛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한 마리의 거대한 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의 고블린 사건 때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하아……, 왜 이럴 때는 항상 불길한 예감이 꼭 맞아떨어지는 건지……!’

앞길이 막혀 버린 우리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눈앞의 커다란 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런,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나……!”

알렉스 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주치고 싶지 않던 상황에서 이 사건의 범인을 만나게 되어 버린 것이다.

킹 스네이크는 혓바닥을 징그럽게 움직이면서, 이쪽을 매서운 노란 눈동자로 응시하고 있었다.

혓바닥에서는 쉿쉿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기 또한 압도적이다.

뱀에게 있어서 탈피란, 몸의 성장을 위한 일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동굴 안에 있는 허물보다 지금의 킹 스네이크가 훨씬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으려니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는 크기다.

높이만 약 1미터 50센티미터는 가볍게 넘는다.

쭉 늘어진 뱀의 몸통 길이는 총 20미터는 훨씬 넘어 보였다.

거기다 분위기로 봐서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묻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을 곱게 보내 줄 만한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하긴, 뱀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엄연히 몬스터로 분류되는 녀석이다.

동굴의 원래 주인이었던 그리즐리 베어도 곰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난폭성 때문에 몬스터로 분류되었는데 같은 몬스터인 저 녀석이 그리즐리

베어보다 난폭함이 덜할 거라곤 생각하기 어렵겠지.

때문에 나와 알렉스 형, 그리고 셀린 또한 재빨리 검을 꺼내 들었다.

채앵! 하는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는지, 우리들이 검을 꺼내 든 동시에 킹 스네이크가 캬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크게 움직였다.

“조심해! 달려든다!”

알렉스 형의 외침과 동시에 킹 스네이크가 움직였다.

“크윽!”

“알렉스 형!”

킹 스네이크의 목표는 일행 중에 가장 앞에 서 있던 알렉스 형이었다.

커다란 입을 쫙 벌리고,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몸을 움직여 알렉스 형을 물어뜯으려고 하였다.

알렉스 형의 몸으로부터 급하게 끌어올려진 오러의 힘이 느껴졌다.

그는 재빨리 뒤로 도약해 킹 스네이크의 공격을 피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쉬이익.

자신의 공격이 빗나간 것이 의아한 모양인지 킹 스네이크가 고개를 치켜세우며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혹시 속도가 느리진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지만, 방금 공격을 해 온 킹 스네이크의 스피드는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빠르고

신속했다.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아, 아아…….”

“아차, 폴……!”

갑작스러운 소리에 등 뒤를 돌아보자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뱀의 모습에 잔뜩 겁에 질린 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폴 형, 동굴 안으로 들어가세요!”

“뭐…… 뭐?”

“어서요, 빨리!”

“아, 알았어…….”

내 다그침에, 폴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간신히 이끌고 동굴 입구로 몸을 숨겼다.

사실 기감이 좋은 몬스터에게서 몸을 숨긴다고 해 봤자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지만 적어도 비전투원인 폴에게 먼저 킹 스네이크가 달려드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 형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셀린을 돌아보며 작게 말을 이었다.

“셀린 너도 동굴로 들어가서 폴을 지켜 줘라.”

“네? 하지만, 오빠!”

“저 녀석은 그리즐리 베어보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일 거야. 그렇다면 최소 C급, 아마도 B랭크에 해당되는 녀석이겠지. 오러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넬이라면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겠지만 네가 상대하긴 아직 힘든 몬스터다.”

“……윽!”

셀린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하지만 알렉스 형의 말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셀린이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으로 오러 익스퍼트 급에 달하는 힘을 얻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셀린이 오러 익스퍼트 급의 검사가 된

것은 아니다.

한 손으로 문손잡이를 우그러뜨릴 정도의 힘이 있어도 오러 유저처럼 신체의 감각까지 예민하게 강화되지 않으며 이는 신체의 반응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내가 오러를 끌어올려 셀린과 전력을 다한 대련을 한다면, 내가 이긴다.

내가 셀린보다 검술에 대한 숙련도가 높고, 또한 반응속도가 높기 때문에 셀린의 공격은 피할 수 있고, 반대로 셀린은 내 공격을 제대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블린이나 코볼트 정도의 몬스터라면 셀린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적어도 D급 몬스터까지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C급 이상의 몬스터, 특히 눈앞의 킹 스네이크 급의 몬스터라면 셀린의 능력으로는 아무래도 무리다.

팔씨름같이 단순한 힘 싸움을 할 수 있다면 셀린이 녀석에게 밀리진 않겠지만, 몬스터들이 그런 단순무식한 힘겨루기를 할 녀석들도 아니고 조금 전

알렉스 형을 공격했던 것처럼 무섭게 쇄도하면 셀린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에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알렉스 형의 말대로야. 셀린은 아직 실전은 처음이잖아. 지금 저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야.”

“그렇지만, 아넬은!”

“나도 저 녀석을 상대하긴 무리겠지. 하지만 알렉스 형 혼자서 저 녀석을 상대하면 더 위험해져. 적어도 협공을 통해서 저 녀석을 교란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해.”

“…….”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모양이었지만, 셀린은 납득한 것인지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없는 편이 나와 알렉스 형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 같았다.

셀린에게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손을 살짝 흔들어 주고, 나는 알렉스 형과 함께 킹 스네이크를 노려보았다.

솔직히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킹 스네이크가 아니라 그리즐리 베어와 마주쳤다고 가정해도 상대하기가 골치 아픈 판국인데, 그 녀석보다도 훨씬 더 강할지 모르는 적을

상대하게 되었으니 상황이 결코 좋을 리 없었다.

“……최악이네요, 형.”

“그러게, 이거 위험한걸.”

알렉스 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게 물었다.

“저 녀석의 공격에 반응할 수 있겠니, 아넬?”

“아슬아슬해요.”

조금 전 알렉스 형을 물어뜯으려고 했던 그 공격의 속도가 저 녀석의 전부라면 아슬아슬하기는 해도 어떻게든 피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어뜯으려고 한다면 과연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알렉스 형은 내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설령 B급이라 하더라도 진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일 거야. 진짜 B급 몬스터보다는 속도도 파워도 덜한 것 같아.”

“불행 중 다행이네요.”

우리들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킹 스네이크는 다시 한 번 그 커다란 입을 쫙 벌리고 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쪽을 향해 쇄도했다.

 

 

 

 

검은 괴물(2)

 

 

 

 

나와 알렉스 형은 양쪽으로 갈라졌다.

내가 길드에서 배운 지식들 중에는 낮은 랭크의 모험자들이 높은 랭크의 몬스터를 함께 사냥할 때 필요한 토벌 방법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금을 통틀어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는 진리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높은 등급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여러 명의 공격을 동시에 방어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세계처럼 몬스터의 지능이 낮은 경우엔 더욱 그런 성향이 도드라진다.

그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다.

‘가망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지.’

상황이 힘든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까지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알렉스 형은 C급의 모험자 중에서도 많은 몬스터 토벌 경험을 가진 베테랑 모험자다. 그리고 나는 비록 경험도 부족한 D급 모험자이지만 마법이라는 변수를 지니고 있다.

자만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마법이 현재 상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선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와 알렉스 형은 서로 킹 스네이크를 교란시키기 위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쉬익?

다행히 교란이 성공적으로 먹혔는지 킹 스네이크는 나와 알렉스 형 중에 어느 쪽을 목표로 설정해야 할지 당황하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짜 B급의 몬스터보다는 덜한 것 같다는 알렉스 형의 추측은 맞은 것 같다.

늘 사냥을 하는 입장에서 다수의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되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겠지.

틈을 노려서 킹 스네이크의 몸에 검을 휘둘러 보았다.

“윽?!”

카앙! 하는, 마치 강철을 때린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이 찌잉 하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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