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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7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2화

그렇게 10여 분 정도를 올랐을까, 산길이 사라지고 작고 평평한 벌판이 나왔다.

폴은 벌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이곳이 내가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장소야.”

“확실히 그럴 만하네요.”

벌판에서는 마을의 모습이 훤히 내다보였다.

어느 누군가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고, 어디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전부 보일 정도로 좋은 위치였다.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바라보았을 때는 ‘좁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는데 이렇게 산 위로 올라와 마을을 내다보게 되니 그 느낌이

또 색달랐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폴이 이곳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기, 아넬.”

“네.”

“모험자라는 직업은 어때?”

돌연, 벌판에 앉아 있던 폴이 내게 질문을 해 왔다.

역시나, 라고 해야 할까. 당연히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이번이 첫 번째로 하는 여행이거든요.”

“그렇구나, 그러면 도시는 어때?”

“도시요?”

“잠깐 들은 건데, 아넬은 수도에서 왔다고 들었어. 수도라는 곳은 엄청나게 큰 곳이지?”

아마도 하는 말로 봐서는 이 근방에 있는 루그릭 도시에 조차 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나 역시 열 살이 되기 전에는 세룬 도시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 오히려 당연한 것일까.

“도시에는 크고 높은 건물들이 많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예요. 이층집도 있고, 에레나 여신의 신전들도 있는 장소예요.”

“그래? 역시 엄청난 곳이구나, 도시는.”

도시 이야기에 좋아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폴은 고개를 돌려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오르덴 마을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 마을이 좋아. 하지만 싫어. 이곳은 너무 지루하거든. 그리고 아무것도 없고.”

“그렇겠네요.”

솔직히 폴이 한 말을 이곳에 오기 전에, 마을을 제대로 둘러보기 전에 들었다면 ‘도시로 나가고 싶어 하는 꼬맹이가 그냥 내뱉는 말’ 정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을 직접 둘러보고 이곳에 올라와서 마을의 전경을 눈에 담으니 어쩐지 그 말에 반박하기가 어려워졌다.

발딘 아저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 오두막에서 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들이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도시로 향하고 싶어 한다고 했었지.

그러나 도시는 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꿈과 희망이 넘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발딘 아저씨는 아들이 마을에 남아 평범한 주민이 되어 소박하게나마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발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저씨가 옳다고 생각했었다. 도시는 생각보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장소가 아니다.

당장에 내가 살던 세룬 도시만 하더라도 돈이 없고, 살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근근이 삶을 이어 가는 빈민가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었다.

돈이 있고 능력이 있는 자들에겐 기회의 장소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그 어떤 곳보다도 가혹한 곳이다.

그런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발딘 아저씨의 아들이 도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는 것은 솔직히 어리석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기껏 도시로 향해 봤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현실일 뿐일 테니까.

‘그런데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하겠는걸.’

나는 작은 마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 마을에 환생했다면, 길드의 지부장인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 아무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농부나 약초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과연 그 삶에 만족하고 마을에서 평범한 마을 주민이 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환생의 삶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아니었겠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도시로 향하여 이 세계의 새로운 모습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떻게든 검술이나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다.

어차피 환생으로 주어진 새로운 목숨, 뭐가 그리 아깝겠냐 하면서 말이다.

단지 지금은 운이 억세게 좋았기 때문에 우연히 모험자 검사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검을 빠르게 접할 기회가 있어 검술을

배우고, 우연이 겹쳐 큰 사고 없이 현재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뿐이다.

돈이 없고, 능력이 없으니까 현실에 만족하며 평범하게 마을 주민으로 살아라, 라는 말을 과연 이 소년에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도시로 가고 싶으신가요?”

“그래, 지금은 무리겠지만 조금 더 커서 어른이 되고 나면 행상인 아저씨를 쫓아서 도시로 가 볼 생각이야.”

‘도시로 가면 무엇으로 먹고살 거냐?’ 같은 냉혹한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생각을 통해서 단순히 내 기준만으로 남의 인생을 멋대로 판단하고 결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배운 참이다.

폴이 나와 가까운 사이였다면 간단한 충고라도 해 줬겠지만 내가 폴의 인생에 간섭할 만한 이유는 없었고, 또한 조언을 해 주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 뒤면 헤어질 사이다. 오지랖 넓게 간섭할 필요는 없겠지. 대신 간단하게 해 줄 만한 말은 있었다.

“힘내세요.”

“응? 어…… 그래.”

내가 응원의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한 것인지 폴의 표정이 묘해졌다.

시시콜콜 충고를 해 줄 필요는 없겠지만 응원 정도라면 괜찮겠지.

나는 다시 한 번 더 마을의 모습을 한 차례 둘러보면서 주변 지리를 눈에 새겼다.

나무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산세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길드에서 배운 지식으로 대강 특징이 뚜렷한 장소를 체크해 두었다.

“형, 이제 내려가요.”

“어? 벌써 내려가려고? 조금만 더 있다 가자.”

“내려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의뢰 때문에 알렉스 형이랑 상의할 게 생겼거든요.”

“그,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산에서 내려오면서 폴과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마을에서 떠나고 싶다, 도시는 어떠냐? 자신도 모험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이전과는 달리 나도 폴의 말에 간간이 대답도 해 주고

공감도 해 주며 말을 주고받았다.

동정이라기보다는 심경의 변화랄까? 그런 것이었다.

덕분에 폴과는 약간 친해진 것 같았다.

 

 

 

 

오르덴 마을(2)

 

 

 

 

“다녀왔습니다.”

“어머, 폴이랑 놀고 온 모양이구나.”

“네, 폴 형에게 마을을 안내받았어요.”

발딘 아저씨의 집으로 돌아온 이후엔, 내가 봤던 것들을 정리하여 알렉스 형과 셀린에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약초꾼인 발딘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동서남북 방향으로 가장 특징이 될 만한 것과 만약에 이 근방에 몬스터가 서식한다면 몬스터가 서식하기 좋은 장소와 방향, 그리고 그곳의 특징 등을 얼추 유추해 보았다.

덕분에 해가 저물 무렵쯤에는 간단한 미니 맵 정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고, 지금 만든 미니 맵을 토대로 내일 이 근방을 탐색해 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럼, 잘 부탁하네.”

“두 달 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여기 감자와 꿀을 조금 담아 놨네. 출출할 때 먹게나.”

“아, 감사합니다. 나중에 숙박비를 포함해서 값을 치르겠습니다.”

“값은 무슨……, 자네들이 노력해 주는 것으로 마을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네.”

발딘 아저씨로부터 탐색하다가 출출해지면 먹으라고, 간단한 요깃거리로 감자와 꿀을 받은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마을 주변의 탐색을 시작했다.

어제 만든 미니 맵을 통해, 마을의 동서남북을 얼추 파악할 수 있는 특징들을 눈에 익혀 둔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탐색에는 알렉스 형과 나, 그리고 셀린, 마지막으로 폴이 함께했다.

모험자들의 탐색에 왜 폴이 동행하게 되었냐면, 폴이 마을 근방의 산길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전문 약초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발딘 아저씨만큼의 노련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저씨에게서 전수받은 노하우와, 심심할 때마다 주변 산속으로 놀러 다닌 경험을 통해 산속 어디에 있더라도 대강 마을의 방향은 알 수 있다며 폴도 동행하게 된 것이다.

일종의 인간형 나침반(?)이라고 해야 할까.

전문가인 발딘 아저씨가 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저씨는 마을 사람들과 선약이 있어서 오늘 시간을 비우는 것이 어렵다고 하셨다.

실제로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야 탐색 의뢰가 우선시되었겠지만, 몬스터가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지금에서는 기존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발딘 아저씨와 동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아저씨의 대행으로 폴을 챙겼다.

폴 역시 심심하게 마을에 있는 것보다는, 우리와 동행하는 것이 훨씬 좋은 모양인지 함께 따라가겠다고 한 뒤로부터는 싱글싱글 웃으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알렉스 형, 뭘 하시는 건가요?”

“나무 밑동을 살펴보고 있는 거야. 몬스터들은 저마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독특한 행위를 하기 때문에 주로 나무에 그런 흔적들을 남겨 놓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확인하면서 이 주변에 몬스터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볼 수 있단다.”

“하지만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요?”

“우연히 마주치지 못했을 수도 있지. 몬스터의 행동 범위는 생각보다 넓은 편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요즘은 몬스터들도 변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는 없었더라도 다른 장소에서부터 몬스터가 이동해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보지 못했다고 해서 이 근방에 몬스터가 아예 없을 거라는 편견은 가지면 안 돼.”

“아하, 그렇군요! 알아 둬야겠다!”

폴은 알렉스 형의 옆에 딱 붙어서, 알렉스 형의 행동을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열심히 물어보았다.

탐색을 하는 와중에 저렇게 옆에 누군가가 달라붙어 꼬치꼬치 캐묻고 질문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알렉스 형은 딱히 불편해하는 기색도 없이 폴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을 해 주었다.

으음, 알렉스 형도 붙임성이 좋은 편이란 말이지…….

아니면 내가 유별나게 붙임성이 없는 것일까.

왠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응? 아넬, 왜 그래?”

옆에서 함께 나무 밑동을 탐색하고 있던 셀린이 내 한숨 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냐, 그냥 내가 좀 삐뚤어진 성격이구나 싶어서.”

“탐색하다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뭐, 알렉스 형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만약에 나였다면 저렇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답해 주지 못했을 것 같아서.”

“아아…… 하긴, 아넬은 좀 까칠한 면이 있으니까.”

내 말에 셀린은 즉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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