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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6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9화

알렉스 형이야 오랜 시간 동안 말을 타고 이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곤 하지만, 나와 셀린은 꽤나 고생을 해야 했다.

내게 오러가 없고, 셀린에게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이 없었으면 진즉에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약 2주라는 시간 만에 목표로 했던

오르덴 마을 근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던 길을 잠깐 멈추고, 지도를 펼쳐 보던 알렉스 형은 주변 지형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사람들의 말과 지도에 따르면 대충 이 근방일 텐데.”

“이 근방이라고는 하더라도 마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요?”

“오빠, 길을 잘못 들어온 것 아니에요?”

“도시에서 듣기로는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된다고 했으니까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닐 거야. 다만 마을이 도시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을

뿐인 거지.”

인근 도시로부터 말을 타고 달린 것이 벌써 하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있는데 마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도시 인근의 마을들은 비상시에 도시의 지원을 받기 위해 아무리 멀어도 말로는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쯤에 자리를 잡는 편인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꽤나 먼 곳에 위치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슬슬 해가 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해가 질 때까지 달린다고 해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걸. 조금만 더 이동해 보고 괜찮은 야영 장소가 있으면 그곳에서 밤을

보내고 다시 이동해야겠어.”

“……잠깐만요, 오빠, 아넬.”

“응? 왜 그래, 셀린?”

“저기 봐.”

셀린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약초꾼으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기보다는, 숲길을 내려오고 있는데 그 장소에 우리가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커다란 등짐을 메고 산길을 내려온 중년의 사내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외지인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로군. 여행자인가?”

“아닙니다. 모험자 길드에서 오르덴 마을 주변을 탐색하라는 의뢰를 받고 온 모험자들입니다. 혹시 오르덴 마을 사람이십니까?”

“아아, 이거, 모험자분들이셨구려. 반갑소, 오르덴 마을에서 약초꾼 겸 나무꾼을 하고 있는 발딘이라고 하오.”

자신을 발딘이라고 소개한 약초꾼 사내는 하하 웃으며 일행의 대표인 알렉스 형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보다 연장자가 손을 뻗었는데 말 위에서 악수를 받을 수는 없었는지 알렉스 형은 말에서 내려 발딘 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만. 저번에 아이단이 도시에 다녀오면서 길드에 탐색 의뢰를 요청했다고 하더니 그 일로 찾아오셨구려.”

“맞습니다. 그래서 마을 일로 여러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머지않아 해가 저물 테니 이곳에 서서 이야기하기는 그렇고, 우선은 움직입시다. 멀지 않은 곳에 오두막이 하나 있소.”

발딘 아저씨를 따라 약 한 시간 정도 움직이자(발딘 씨의 걸음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발딘 씨의 말대로 통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집이 한 채 나왔다.

가까운 곳에 말들을 묶어 두고 통나무집에 마련된 식수로 말들의 목을 축이게 한 뒤 우리는 짐을 챙겨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발딘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약초꾼이나 나무꾼, 혹은 도시를 오고 가는 이들이 사용하는 장소로, 해가 저물거나 날씨가 급격하게 바뀌어

제시간 안에 마을로 돌아오기 힘들 때 사용하는 임시 거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두막 안에는 비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수와 건조 식량이 몇

놓여 있었다.

발딘 아저씨는 오두막부터 마을까지는 걸어서 반나절 정도가 걸린다고 덧붙이면서 벽난로 근처의 준비된 장작으로 능숙하게 불을 지폈다.

사람이 거주하는 목적의 오두막이 아니다 보니 오두막집은 상당히 초라했다.

불을 지필 수 있는 벽난로 하나와 담요로 추정되는 천이 두어 개, 그리고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 정도가 오두막에 있는 전부였다.

그러므로 우리도 다 같이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하긴, 밖에서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밤이슬을 맞으며 노숙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지만 말이다.

‘후우,’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발딘 아저씨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행색을 보니 루그릭 도시에서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상당히 먼 곳에서 온 모양이구만.”

“예, 라티움에서 왔습니다.”

“허어, 수도에서 왔단 말인가?”

“네, 오르덴 마을 근방에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왔지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알렉스 형의 말에 발딘 아저씨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실, 아이단이 도시에 의뢰를 요청한 이후부터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네. 이게 정말 몬스터의 짓인지도 잘 모르겠더군.”

“실종된 사람들은 찾았습니까?”

“아니, 시체는커녕 흔적조차 찾지 못했네.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했다면 핏자국이라든가, 그 비슷한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나를 비롯해서 마을

근처의 숲 지리를 알고 있는 이들이 그들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지. 그래서 이것이 정말로 몬스터의 짓인지 아리송한 상태일세.”

아이단이라는 사람이 도시에 의뢰를 전달하고, 그것이 본부까지 전달되는 시간. 또다시 우리가 의뢰를 전달받고 이곳까지 오게 된 시간까지 전부

합치면 최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별다른 피해도 없고, 또한 흔적조차 없다라?

어쩌면 진짜로 몬스터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몬스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자료를 길드에 제출해야 할 필요는 있다.

알렉스 형은 발딘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가 저물 때까지 마을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았고, 귀찮을 법도 한데 발딘 아저씨는 알렉스 형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 주었다.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이제 저녁을 먹을까 하는데 같이 드시겠습니까?”

“보다시피 가진 것이라곤 약초밖에는 없는데 나눠 준다면야 고맙지. 마을에 가면 내가 대접하도록 하겠네.”

“기대하겠습니다.”

“껄껄, 자네, 꽤나 능청스럽구먼그래.”

예의 바른 알렉스 형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것인지 발딘 아저씨의 표정이 밝다. 우리는 다 같이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메뉴는 별것 없다.

물을 떠 온 그릇에 수프 가루를 넣고 끓인 다음 육포를 잘게 잘라 넣어 먹는 형식이다.

아무래도 야외 음식은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서 보존이 잘되는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메뉴가 한정된다.

솔직히 이제는 수프 냄새만 맡아도 속이 느글거릴 지경이지만, 체력을 보충하려면 잘 먹어 두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땐 전생의

밥과 김치가 그리워진다.

그때 발딘 아저씨가 자신의 가방에서 어떤 식물 하나를 꺼내더니 남은 물에 식물을 씻고, 식물의 잎사귀를 손으로 잘라 수프 안에 넣었다.

“아저씨, 그건 뭔가요?”

“투탈이라는 식물이란다. 약초로도 쓰이지만 음식의 누린내를 잡는 향신료로도 쓰이는 약초지. 이것만 넣어도 수프가 제법 먹을 만해질 게다.”

확실히, 투탈이라는 식물을 넣고 난 이후로 수프에서 은은한 풀 향이 올라오면서 수프와 육포 특유의 누린내가 사라졌다.

누린내만 사라졌을 뿐인데 식욕이 돋았다.

“이곳까지 오면서 줄곧 수프랑 건량만 먹었을 테니 질렸을 게다. 하지만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은 음식에 조그마한 변화만 줘도 식욕을 느끼게 되지.

귀찮더라도 주변에 있는 투탈 같은 향신료나 산나물을 뜯어 넣으면 그것도 하나의 별미가 될 수 있단다.”

“여행을 많이 해 보신 모양이군요.”

“허헛, 지금이야 나이가 있으니 마을에 정착해서 약초꾼을 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잠깐 모험자 일을 했던 적이

있었지. 실력도 그저 그렇고, 몬스터에 의해 동료를 몇 잃은 후에는 혈기도 식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했다가 간신히 이곳에 정착했다네.”

발딘 아저씨는 조금 깊어진 눈으로 보글보글 끓는 수프를 바라보았다. 과거엔 동료들과 같이 이런 식사를 했었던 것일까. 과거를 추억하는

눈빛이었다.

알렉스 형의 질문에 생각 이상으로 자세히 대답해 준 것도, 또한 모험자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태도도 그가 과거에는 모험자였기

때문이었나.

“그런데 이렇게 어린 모험자는 또 처음 보는군.”

“후후, 아마 대륙에서 가장 어린 모험자들일 겁니다. 어리긴 해도 실력은 있는 아이들이죠. 이번엔 저를 따라 모험자로서 경험을 쌓기 위해 함께

온 것입니다.”

“그래도 내 아들만 한 아이들이 모험자라니, 조금 묘하구먼그래.”

“아들이 있으십니까?”

“요 두 아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들이 하나 있지.”

“귀여우시겠군요.”

발딘 아저씨는 이제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와 셀린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의 자식이라, 전생의 기준으로는 평범한 쪽에 속하겠지만 이 세계의 기준으로는 꽤나 늦은 나이에 본

자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렉스 형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지만 발딘 아저씨는 쓰게 웃으면서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젊었을 때의 나처럼 요즘 한창 혈기가 끓는 것인지 마을을 벗어나 도시로 가고 싶어 하지. 도시라는 곳은 그 아이가 꿈꾸는 것만큼 화려하고 멋진

장소가 아닌데 말이야. 마을에서 제게 맞는 일을 배우면서 사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요새는 통 듣지 않아서 고민이라네. 후후.”

“그런가요?”

발딘 아저씨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이런,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구만. 뭐, 젊은 나이 때 으레 있는 혈기 왕성한 시기가 아니겠나. 나이를 좀 더 먹고 세상을 알게 되면 내

뜻도 이해해 주겠지.”

“그럴 겁니다. 수프도 완성된 것 같으니 드시지요.”

“잘 먹겠네.”

발딘 아저씨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옛이야기를 해 주듯이 우리에게 과거 모험자였던 시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셨다.

으레 모험자의 경험담이라고 하면 자기 과시를 위해 허구와 과장이 상당히 섞여 있기 마련이었지만 발딘 아저씨가 해 주시는 이야기는 그런 허구나

과장이 섞이지 않은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이었다.

자신이 처음 모험자 길드에 가입해서 파티 멤버를 모집한 일. 파티 멤버들과 같이 처음으로 몬스터 토벌 의뢰를 받아 인근 숲 속에 있던 고블린들을

퇴치한 일. 파티 멤버들과 여행을 하면서 마주친 다양한 몬스터들과 일들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흘러나왔다.

주제 자체로만 보면 별것 없이 단순한 이야기일 텐데도 발딘 아저씨는 묘하게 말솜씨가 좋으셔서 우리는 금세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저녁

식사는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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