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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6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7화

“당연한 말이겠지만, 걷는 것보다는 마차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마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더 빨라. 그리고

모험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동할 때 마차를 이용하지 않아. 크고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말을 타고 이동해.”

“아, 그렇군요.”

승마라. 도시 간의 이동 경험이라곤 세룬 도시에서 이곳까지 마차를 탄 여행 하나밖에 없는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곳으로 올 때도 레아 누나가 원래는 마차보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게 더 빠르지만 나와 루시안이 승마를 모르기 때문에 마차를

사용하는 걸로 바꾸었다고 했었지.

한 번 이동할 때마다 거리에 따라서는 꽤 많은 돈이 드는 마차인 만큼,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직접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루시안이 승마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에밀리 누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모험자의 기본 지식들은 알려 준 주제에 이동에서 가장 중요한 승마에 대한 것은 빼놓고 있었다니, 내 실수야.”

하기야, 주 이동 수단이 말인 만큼 본부에 오는 모험자 대부분은 승마가 기본 사항일 것이다. 나와 루시안의 경우가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지.

“아니에요. 미리 말하지 못한 저희의 잘못인걸요.”

“그래도 괜찮아. 의뢰 내용을 전달하고 너희가 각자 여행 준비를 해서 출발하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생각해 놨으니까. 지금이라도 문제를

알았으니 승마를 배우면 돼. 너희 두 명 모두 운동 신경이 좋으니 하루 이틀이면 쉽게 배울 수 있을 거야.”

“승마라는 게 그렇게 빨리 배울 수 있는 건가요?”

“일단 타고 달리다 보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거든.”

“…….”

그렇게 해서, 우리 두 사람은 다음 날 라티움 인근 말 목장에서 승마를 배우게 되었다.

 

 

***

 

 

말 목장에 도착한 우리는 넓게 펼쳐진 들판과 그곳에서 풀을 뜯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말들을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이곳은 왕궁에서 직접 관리하는 목장으로, 왕궁에서 기사나 기마병들이 사용하는 전투마나, 일반마들을 관리하는 장소였다.

세르피안 왕국과 모험자 길드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길드에서도 세르피안 왕국과 관련된 의뢰를 수행할 때는 이곳에서 말을 대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길드원들이 이동할 때마다 말들을 사고파는 일을 반복했다는 모양이다.

일부 사람들은 본부에 마련되어 있는 마구간에 자신의 애마를 두고 직접 돌보며 함께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개인 말이 있으면 이동에 편하다는 장점은 생기지만,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 주고 관리를 해 줘야 하는 등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게 되지.

말을 타고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일일이 인근 마을에 말을 맡기고 나중에 찾아가야 하는 등의 불편한 점이 많아서 대부분은 개인 말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나와 루시안에게 오늘 승마를 알려 줄 교관님인 C급 모험자 알렉스 형은 개인 말에 대해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알렉스 형은 이번에 나와 함께 오르덴 마을에 함께 가기로 한 길드의 모험자였다.

예전에 몇 번인가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다른 길드원들과 마찬가지로 의뢰로 인해 오랜 시간 본부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사람이다.

눈을 살짝 가리는 정도의 금발에, 살짝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싱글싱글한 미소까지.

딱 동네 형 같은 이미지의 모험자였다.

동행해야 하는 내가 승마를 못한다는 소식을 에밀리 누나에게 전해 듣고 직접 가르쳐 주겠다고 오늘 우리와 동행하였다.

우리 입장에서야 같은 길드원인 알렉스 형이 동행해서 승마를 알려 주는 것이 목장 사람들에게 신세 지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또한 내 입장에선

앞으로 함께 여행해야 할 알렉스 형과 미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알렉스 오빠도 승마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잖아요?”

“……나는 단지 동물과 그다지 친하지 않을 뿐이란다, 셀린.”

우리의 뒤로 가죽 반바지와 가벼운 반팔 티 차림의 셀린이 고개를 내밀었다.

참고로 셀린은 이미 승마를 배운 경험자다. 우리 두 사람이 승마를 배우러 간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최근엔 승마를 하지 못했다며 함께 따라나섰다.

셀린 역시 나와 루시안, 둘 중 하나의 파티에 동행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승마에 미리 익숙해지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셀린은 승마 경험자이고, 우리 둘은 완벽한 초보자인 만큼 오늘 하루는 우리가 셀린에게 지도를 받는 형식이 되었다.

목장 사람에게 안내를 받아, 우리는 마구간에 있는 다양한 말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승마를 처음 배울 때 또는 여행 목적으로 말을 고를 땐 성격이 온순한 말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 탑승자를 배려해 주는 애들이 많거든.”

“말들도 성격이 있나요?”

루시안의 질문에 알렉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고집이 센 녀석도 있고, 화를 잘 내는 녀석, 까다로운 녀석, 애교 많은 녀석 등 사람만큼이나 말들도 성격이 다양하단다.”

“어? 그런가요? 말들은 전부 온순한 줄 알았는데?”

옆에서 알렉스 형의 말을 듣고 있던 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에 알렉스 형은 무슨 소리냐는 듯 말을 이었다.

“말들이 생김새가 온순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전투마로밖에는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성격이 난폭한 놈들도 있어. 사람의 시체를 거리낌 없이

짓이기는 잔인한 녀석들도 있지. 말들이라고 전부 성격이 온순한 건 아니야.”

알렉스 형은 ‘그 예시로.’라고 말을 이으며 마구간 한편에서 거센 콧김을 푸르릉 내뿜고 있는 흑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척 보기에도 눈빛이 날카롭고 기세가 등등한 것이 일반적인 다른 말들과는 달리 기가 세다는 것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런 말들은 전투마로 어울리는 녀석이지. 체격이 크니까 그만큼 힘도 강하고 무거운 마갑을 입어도 견딜 수 있거든. 성격도 드세서 쉽게 겁먹거나

하지 않아. 자신이 인정한 주인이 아니면 등에 타지도 못하지. 아니, 오히려 어설프게 접근하면 공격당할 수도 있어서 위험해.”

“그래요?”

셀린은 알렉스 형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겁 없이 검은 말에게 다가갔다.

물론 입구는 잠겨 있지만 말이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은 마련되어 있다.

자신의 영역에 낯선 이가 다가오는 것이 매우 불쾌한 듯 검은 말은 거센 콧김을 푸륵푸륵 내뿜었다.

아무리 다시 봐도 셀린이 말한 것처럼 순해 보이는 태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무슨 배짱인지, 셀린은 말에게 다가가 지긋이 말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푸륵, 푸륵! 히힝!”

웬 여자아이가 자신의 눈앞에 다가오자 흑마는 가소롭다는 듯 투레질을 하며 셀린을 위협했다. 하지만 셀린은 말의 거센 위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얌전히 있어.”

“히힝!”

순간, 셀린의 말에 매섭게 푸르륵 거리던 흑마가 기겁하며 뒷걸음쳤다.

그 커다란 동공이 흔들리면서 사나운 맹수라도 보듯 셀린을 보고 덜덜 떨기 시작한다.

“봐요, 얌전하죠?”

“어어,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건 알렉스 오빠가 동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승마를 배울 땐 말이 무섭다면서 배우는 데 하루 종일 걸렸다면서요?”

“아니, 지금은 괜찮으니까 상관없잖아…….”

“동물은 진심으로 대해 주면 보답해 준다고요. 그렇지?”

셀린과 눈이 마주치자 겁에 질린 흑마의 고개가 빠르게 끄덕끄덕 움직였다.

세상에, 셀린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가?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말들의 지능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다.

“셀린, 어떻게 한 거야?”

“응? 뭐가?”

내 물음에 고개를 돌려 본 셀린의 눈을 보고, 나는 ‘아!’하며 흑마가 왜 셀린에게 굴복했는지 알게 되었다.

셀린의 눈빛 속에서 붉은 기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 때문인가?’

작은 도마뱀이라면 말에게 천적이 되지 못하겠지만, 레드 드레이크라는 개체는 도마뱀보다는 작은 용에 가까운 녀석이다.

같은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존재인데 하물며 초식 동물인 말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여태 셀린을 상대했던 말들은 셀린이 무의식중에 표출하는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을 느끼고 셀린에게 굴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야 저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끼면, 오러를 뿜어 대항할 수 있는 말이 아니고서야 셀린 앞에서 얌전해질 수밖에 없겠지.

으, 하고 예전에 맞붙었던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을 다시 떠올리며 나는 몸서리를 쳤다.

“하하…….”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 주는 기운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한동안 마구간 내부를 돌아다니며 성격이 온순한 말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고른 말은 카틀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길고 부드러운 갈기가 인상적인 갈색의 말이었다.

이 세계는 말의 숫자가 많은 만큼, 자신의 말이 아니라면 말에 이름 같은 것을 붙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한 마리씩 착실하게 이름이 붙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참고로 루시안이 고른 회색빛의 털색을 가지고 있는 말의 이름은 소피아라고 한다.

둘 다 암컷이라 그런지 성격이 상당히 온순했다.

카틀린은 첫인상부터 부드러워서, 가까이 다가가자 내게 다가와 호기심을 나타냈다.

몇 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금방 얼굴을 비비적하며 친근감을 나타냈고, 루시안이 고른 소피아도 마찬가지였다. 말들도 첫인상에서 호감을 느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그때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음이 맞는 두 마리를 데리고 마구간을 나오자 목장 사람이 다가와 녀석들의 등에 안장을 올려 주었다.

자신의 등에 꽤 묵직해 보이는 안장을 올리는데도 두 마리는 익숙한 것인지 조금의 불평도 없이 가만히 안장을 다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승마를 배워 보자. 우선 셀린이 하는 것을 먼저 봐봐.”

우리에게 승마 시범을 보여 줄 사람은 셀린이었다. 어른인 알렉스 형보다는 같은 체구의 셀린의 승마 동작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셀린은 가볍게 고개를 꾸벅한 뒤에 우리에게 직접 승마를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고삐를 쥐고, 올라갈 때는 왼발을 등자에 먼저 넣고 한 번에 말을 뛰어넘듯이 타야 해. 실수로 오른발을 넘기다가 말의 엉덩이를 걷어차면

말이 깜짝 놀랄 수 있거든. 그리고 내려올 때는 반대로 먼저 등자에서 발을 빼고 난 뒤에 미끄러지듯 내리는 거야. 마찬가지로 내리는 과정에서도

말을 자극하면 큰일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

셀린은 말의 고삐를 쥔 채 고개를 돌려 알렉스 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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