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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6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5화

“이전처럼 이성까지 잃고 폭주 상태가 된다면 통하지 않을 변명이었겠지만, 셀린이 더 이상 의식을 잃는 일이 없다면 어떻게든 우길 만한 이유는

있단다. 오러를 발현하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는 오러가 매우 특이한 형식으로 발현되는 케이스가 있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오러의 형태가 아니라,

오로지 오러의 힘이 근력의 힘으로 전환되어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셀린이 그 형태의 오러를 발현한 것이라고 우기면 어떻게든 넘길 수는 있어.

이것도 다 네 덕분이다.”

길드마스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런 변명도 완벽하게 통하지는 않겠지. 너와 루시안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열 살의 나이로 오러를 발현했다는 것은 믿을 수

있겠지만, 지금 셀린이 보여 주고 있는 힘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이니까 말이다. 최대한 빠르게 셀린이 자신의 힘을 제어할 필요가

있지. 셀린의 문제를 해결해 준 네게는 감사하고 있다. 보상을 원한다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 줄 의향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구나.”

“셀린을 도우라는 말씀인가요?”

“염치없는 말이지만, 그렇다. 지금도 왕국 전역에선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 때문에 펠튼도 그렇고, 다른 길드원들도 진득이 길드에

머물면서 셀린을 지도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란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매일같이 칼린과 더불어 서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지.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워 버리고 딸에게 전념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구나.”

“하지만 제게 그런 일을 맡기셔도 되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현재로써는 너와 루시안밖에는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단다. 너희 두 사람을 신입이라는 명목으로 이곳에 데려온 이유도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너희 두 명을 미래의 전력으로 삼기 위해서이기도 했지. 그 정도로 현재 길드는 여유가 없어.”

그렇다고 해서 카운터를 맡고 있는 안내원 누나들에게 셀린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남는 잉여 인력인 나와 루시안에게 맡기고 싶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와 루시안은 지금 당장 길드의 전력으로 써먹을 수 없다.

경험도 없을뿐더러 길드 업무에 대한 지식 자체가 전무한 상황인 만큼, 차근차근 시간을 투자해서 길드원의 지식을 쌓아야 제대로 된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조시아 누나에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현재 길드마스터가 원하는 것은 이곳에 머물면서 길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개인의 기량을 키우고, 덤으로 셀린의 힘의 제어를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의 생각을 마치고 작게 고개를 끄덕여 마스터에게 대답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고맙구나, 보답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너와 루시안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길드에서 최대한 지원해 주기로 하겠다. 검술에 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내가 조언을 해 주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알려 주겠다. 그러니 셀린을 잘 부탁한다, 아넬.”

그렇게 말하는 길드마스터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마도 아까 말했었던,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셀린에게 전념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셀린의 문제가 문제라고는 하더라도 당장의 죽을병도 아니고, 이전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무식하게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진 것뿐이니 그것을 위해서 업무를 때려치우고 셀린에게 전념한다는 것이 사실 마스터의 말대로 무리인 것은 맞았다.

‘……기왕 엮이게 된 것, 점수나 확실하게 따지 뭐.’

어차피 길드에 소속된 이상, 좋든 싫든 길드의 일을 함께 해결해 나아가야 하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런 마당에 길드마스터와 길드원, 그리고 셀린에게 점수를 따 놔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당분간 단련에 힘써야 한다면, 셀린을 도와주면서 단련해도 괜찮겠지.

‘또래의 여자아이를 방치할 수도 없으니까.’

루시안에 이어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아이다. 그런 만큼 아예 불가능하다면 모를까, 가능하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싶었다.

마스터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벗어난 뒤, 나는 루시안과 셀린이 있을 길드 연무장으로 갔다.

지금 마스터와 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

 

 

길드 본부에서 생활하게 된 것도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은 열한 살이 되었다.

길드마스터의 뜻으로, 우리는 그 시간 동안 길드원으로서, 또한 모험자로서 알아야 할 기초 지식들에 대해 공부하고, 개인의 기량을 키우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E급에서 A급까지 해당되는 몬스터에 대한 지식, 그에 대한 대처법, 상황에 따른 조치와 응급 처치 요령부터 시작해서 나의 경우엔 오러를 단련하고

검술 마법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수련을, 그리고 루시안은 마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검술을 수련했다.

셀린을 돕는 조건으로, 마스터로부터 검술과 마법에 대한 것은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기에 나와 루시안이 반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실력 상승을

이룬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현재 나는 D급 모험자 수준에 해당되는, 즉 오러 유저 중하급에 해당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오러 유저 중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검술 마법이라는 특수성을 발휘해 일시적으로

중급에 해당되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의뢰를 통해 실적만 쌓으면 C급 모험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 같다.

루시안 역시 마나를 발현한 이후 마나 유저가 되어 나와 같은 D급의 모험자가 되었다.

둘 다 열한 살의 나이로 D급의 모험자가, 그것도 본부에서 인정받는 제대로 된 모험자가 되었으니 당연히 주변에서는 우리 두 사람의 실력에 상당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요 반년의 시간 동안 제일 노력한 사람은 나와 루시안이 아닌, 바로 셀린이었다.

자신이 검술에 재능이 없는 약한 몸이 아니라 사실은 그 이상의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로 셀린은 길드원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주어진 괴력을 컨트롤하는 것에 그야말로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물론 오러 익스퍼드급에 달하는 그 괴력이 쉽게 컨트롤될 리는 만무했기에, 고작 반년의 시간 동안 셀린이 그 힘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간의 노력이 성과를 발휘하여 현재는 일상생활 정도는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성과가 있었다.

힘을 각성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곧잘 손에 쥔 컵을 깨뜨리거나(물론 손아귀의 힘으로만 간단히 깨부쉈다.), 포크를 구부려 꺾어

버리거나(무심코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니 구부러졌다고 한다.), 문을 열다가 손잡이를 우그러뜨리는 일이 자주 있긴 했었지만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오러나 마나처럼 의지를 통해 다룰 수 있는 힘도 아니고, 일시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아닌, 상시 지속되는 능력이다 보니 아무래도 셀린이 본인의

감각만으로 자신의 힘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된다.

‘덕분에 셀린과 함께 있으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의 감각이 발달되어 버렸지만 말이지…….’

나와 루시안은 셀린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특별한 능력 하나를 새로 몸에 익히게 되었다.

바로 감각의 발달이다.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감각의 발달이란 말 그대로 주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검격을 주고받아도 이 검격이 내게 위험할 수준의 검격인지, 아니면 받아넘겨도 무리가 없는 정도의 약한 검격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직접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어딘가에서 나를 공격하거나 공격하려는 낌새를 본능적으로 감지하여 재빠르게 회피 동작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무협지로 따지면 ‘헛, 살기?’라고 말하면서 주인공이 고개를 수그리거나, 주변의 히로인을 안고 엎어지면 그 자리로 탓탓탓, 하고 수리검이 박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왜 우리 두 사람에게 뜬금없이 이러한 능력이 생겼냐 하면,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지난 반년간 셀린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이었다.

힘을 각성한 셀린은 약 두 달간 자신의 힘을 통제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컵을 깨거나, 손잡이를 우그러뜨리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경우였고, 셀린의 입장에서는 반갑다고 상대방의 어깨를 툭 하고 치는 것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억 소리가 나서 바닥에 나뒹구는 경우도 있었다.

심한 경우엔 팍 하며 바닥에 처박히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자각했다 하더라도, 여태까지 일반적으로 해 왔던 행동들을 일일이 신경 써서 컨트롤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다.

그 때문에 셀린이 그런 동작들까지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셀린과 함께하는 나와 루시안은 셀린의 돌발 행동을

항시 주의해야 했고, 셀린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흠칫하며 반응하는 경계심을 길러야 했다.

셀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당시에 나와 루시안은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시안의 경우엔 셀린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녀가 까르르 웃으며 등을 톡 하고 치는 바람에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던 적도

있었고, 나의 경우엔 우연히 모퉁이를 돌다 셀린과 딱 마주 섰는데, 내 모습에 깜짝 놀란 셀린이 ‘꺄악!’하며 내 가슴팍을 밀치는 바람에 으헉

하고 벽까지 날아가 처박혀 느닷없이 생명의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이 반년간(지금도 사고는 간간이 계속 발생한다.) 계속 이어졌으니, 위험 감지 능력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그 능력이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실력이 느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 미묘한 점이다.

“그래서 요즘 셀린은 좀 어떠냐?”

펠튼 아저씨는 두툼하게 썰어 익힌 고기를 나이프로 잘라 포크로 먹으며 내게 셀린의 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 역시 펠튼 아저씨가 시켜 준 소고기 스테이크를 한 점 입 안에 넣으면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까 보셨다시피, 일상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아직까지 대련이나 검술에서까지 힘을 통제하는

것은 좀 힘들고요.”

“그래도 고작 반년 노력한 것치고는 성과가 좋구나.”

“셀린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으니까요. 자기 때문에 마스터가 계속 길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계속해서 문손잡이를 갈아 끼우니 돈 문제에도 신경 쓰인 모양이고요.”

“뭐, 마스터가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그까짓 문짝이야 수백 개도 더 고쳐도 문제는 없겠다만 하긴, 그 아이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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