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6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3화
생각을 마친 나는 곧이어 작전을 실행했다.
신체 접촉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라면, 셀린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발휘될 것이었다.
“……하앗!”
“……!”
셀린의 검이 휘둘러지는 타이밍에 맞추어서 나는 검과 함께 내 몸을 최대한 비틀어 셀린의 몸을 파고들었다.
방어나 회피만 하고 있던 상대가 갑자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에 살짝 당황한 듯, 셀린의 몸이 움찔거리며 잠깐 멈추었다.
그녀의 몸을 파고들어 셀린의 배후를 점하는 데 성공한 나는 쭉 뻗어 있는 셀린의 왼손을 내 왼손으로 힘껏 잡았다.
‘이제, 기운이 느껴질…… 어라?’
어제와 마찬가지로 셀린의 몸과 접촉을 하면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손으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그저 셀린의
따스한 손바닥뿐이었다.
“하앗!”
“잠깐……!”
당황해서 손을 놓기도 전에, 셀린은 과격하게 몸을 돌리면서 내 쪽을 되돌아보았다.
그런데 그 도는 힘이라는 게 폭주 상태 그대로의 힘이라,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셀린의 손을 잡고 있던 나는 끌려가듯 셀린에게 잡아당겨져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아얏!”
오러를 두르고 있었던 만큼, 엄청 아프다기보다는 꼴사납게 바닥을 구른 꼴이라 인상을 잠깐 찌푸렸지만 우리의 광전사 셀린은 그 잠깐의 투덜거림도
용납하지 않고 이어서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물론 이 상황에서 목검까지 얻어맞을 수는 없는지라 급히 일어나서 셀린의 목검을 방어했다.
자세를 다시금 바로잡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재빠르게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보았다.
‘분명 어제는 신체를 접촉했을 때 그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단순히 손을 마주 잡은 수준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어제는 기운이 거의 소비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일 수도 있는지라 우선은 셀린의 공격을 수비하는 것에 치중하며 목검을 내리쳤다.
그러면서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셀린의 검격을 피해, 은근슬쩍 셀린의 몸 이곳저곳을 터치해 보았다.
……뭔가 이야기만 들으면 여자아이의 몸을 더듬거리는 변태로 보이겠지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곳은 최대한 피했고 어깨나 오른손, 등 같은 곳에
잠깐 손을 댔다가 뗀 것뿐이다.
도중에 길드마스터와 펠튼 아저씨로부터 영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긴 했지만, 두 분 모두 내가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인지
셀린을 더듬는(?) 행동에 대해서 딱히 간섭하지는 않으셨다.
‘손, 어깨, 등이 아니라면 남은 곳은 몸의 앞쪽이랑 머리인데…….’
가만 생각해 보니 어제 셀린을 끌어안았을 때, 셀린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녀의 머리를 감싸듯이 안아 바닥에 엎어졌던 것이 생각났다.
‘아무리 의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자아이의 가슴이랑 다리를 만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남은 장소는 셀린의 머리뿐이다.
만약 이곳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한다면, 그냥 포기하고 셀린의 힘이 전부 소비될 때까지 대련을 하는 것으로 결정한 나는 ‘후우!’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셀린을 향해 재차 쇄도했다.
아까와 똑같은 패턴이었기 때문에 셀린은 내가 파고드는 것을 보자마자 자세를 바꾸어 공격 방향을 전환했다.
오호라? 의식은 없어도 학습 능력은 있다는 것일까?
아까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던 파고들기인데, 이번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자세를 변경했다.
나는 셀린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자세 그대로 셀린의 왼팔을 붙잡아 체술의 요령으로 셀린의 팔을 살짝 꺾었다.
“으읏!”
순식간에 왼팔이 제압당한 셀린이 몸을 버둥거렸지만, 제압당한 왼팔이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고통을 주기 때문인지 크게 저항하지는 못했다.
셀린은 폭주하게 되었을 때 상당히 저돌적인 공격을 주로 퍼부으면서 마치 광전사가 된 것처럼 공격에 온 힘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몸에 대미지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마냥 무시하고 검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유효타가 될 것 같은 일격은 방어하고, 지금처럼 몸에 상당히 무리가 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진짜 광전사였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식으로 자신의 왼팔이 어떻게 되든 무리해서 몸을 움직여 내게 타격을 먹이려고 했겠지만 폭주한 셀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우선은 셀린의 기운을 잠재우는 방법을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다.
왼팔은 그대로 제압한 채 목검을 잠깐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오른손을 셀린의 머리 위에 얹었다.
‘……왔다!’
저릿저릿한 느낌과 함께 오른손에 뜨거운 기운이 몰려들었다.
흡수라든가, 침식 같은 느낌은 아니고 내 손을 배척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천적을 위협하는 도마뱀처럼 쉭쉭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으윽!’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기운의 힘에 오른손이 저릿하는 수준을 넘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 불꽃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는 것처럼 손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덤이다.
셀린 이외의 사람이 자신에게 접촉한 것에 심히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쪽도 이유가 있어서 접근한 만큼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오른손을 향해 오러를 집중시켰다.
‘캬악!’하는 듯이, 기운이 크게 요동친다.
‘오러가 효과가 있어?’
기운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끌어 올린 오러였는데, 예상외로 불꽃의 기운은 내가 끌어 올린 오러를 느끼자마자 크게 위협하듯 일렁거렸다.
마치 저 혼자만의 자아를 가진 듯이 움직이는 불꽃의 기운을 느끼며 나는 다시금 오른손에 오러를 집중시켰다.
이 기운이 계속해서 셀린을 폭주시키게 하는 원인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오러를 끌어 올리기 시작하자 불꽃의 기운 역시 필사적으로 저항하듯 자신의 기운을 끌어모아 내 오러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더 유리한 듯싶었지만, 대체 이 작은 어린아이의 몸 어디에 그런 기운이 숨어 있는 것인지 깜짝 놀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윽, 생각했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잖아?’
처음 예상했었던 오러 익스퍼드에 달하는 힘은 아닌 것 같았으나 적어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오러양보다 훨씬 큰 힘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쪽은 내 의사로 온전하게 오러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형태이지만 저쪽은 셀린의 의사 없이 불꽃의 기운이 저 혼자만의 의지로
힘을 끌어다 쓰는 형태라 그런지 힘의 집중력 자체는 내가 더 우세했다.
나 참, 만화에서나 보던 기 싸움을 설마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왼손으로는 여자아이를 제압하고, 오른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이 괴상한 포즈는 또 뭐람.
그러나 농담하고 장난칠 정도로 상황은 여유롭지 않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셀린의 머리와 마주하고 있는 내 오른손에는 기운의 영향으로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실제로 해 보니까 장난이 아니잖아?
쓰라린 고통을 느끼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낀 것인지 연무장 밖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던 펠튼
아저씨들에게서 뭔가 반응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곳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여기까지 기운을 끌어 올렸으면 이제부터는 자존심 싸움이다.
네놈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오러를 끌어 올려 불꽃의 기운에 맞섰다.
그에 맞추듯 셀린의 몸에 깃들어 있는 그 기운 역시 일렁이며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끼기기긱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치열한 힘겨루기였다.
힘겨루기의 영향으로 셀린의 신체가 살짝 떨릴 정도로 기 싸움이 이어졌고, 그 기 싸움에서 패배한 것은 내 쪽이었다.
‘오러가 부족해……!’
온몸에 있는 오러를 전부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레드 드레이크의 힘인 불꽃의 기운에 맞서기는 무리였는지 힘겨루기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텨 보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없는 오러가 재생성될 리 없었다.
‘계속 기 싸움을 유지하면 진다. 단 한 번에 본체를 꿰뚫어야 해!’
힘의 크기 자체는 불꽃의 기운이 훨씬 우세하다. 하지만 힘의 집약성 자체는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힘겨루기를 유지하면 힘의 크기가 작은 이쪽이 지고 만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남은 힘을 한 곳으로 뭉쳐 기운을 뚫기로 마음먹고, 나는 오러로 마법을 펼칠 때처럼 오러에 상상력을 덧씌웠다.
‘마나의 힘으로, 내 적을 꿰뚫는 빛의 화살이 되어라! 매직 애로우!’
실제로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 외친 마법 영창을 기반으로 오러로 이루어진 화살이 적을 향해 날아가는 상상을 하자, 오러 중의 일부가
날카로운 화살 형태로 변환되더니 실제 화살이 내쏘아지는 것처럼 불꽃의 기운을 단숨에 꿰뚫고 지나갔다.
‘캬아아악!’하는 듯이, 기운이 거세게 불타올랐다.
‘윽……!’
기운이 발버둥 치면서 엄청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화염이 폭발하듯, 몰려들었던 그 기운들이 셀린의 온몸으로 흩어지며 사그라졌다.
그와 동시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던 내 오러 역시 바닥을 드러냈고, 나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셀린의 몸과 같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윽!”
아까 셀린에게 내팽개쳐졌을 때와는 다르게, 몸에 오러가 없는 상태에서 바닥에 ‘꽈당!’하고 엎어지니 등 뒤로 꽤 아픈 충격이 전해졌다.
다행히 머리는 안 부딪쳤지만 등이 상당히 아프다.
“아넬!”
“괜찮으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우윽, 셀린의 몸에 있던 알 수 없는 힘과 싸웠어요.”
“셀린의 몸에 있는 기운이라면…… 설마?”
“네, 불꽃같이 일렁거리는 이상한 기운이었어요. 그 기운을 꺼뜨리려고 하자 필사적으로 저항하기에 오러로 중심을 꿰뚫었더니 터지듯이 셀린의
몸속으로 사라졌어요. 그 과정에서 오러를 전부 소모해서 지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드네요.”
오러가 바닥나는 바람에 극심한 탈진감이 몰려들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은 빈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윽, 오러가 이렇게까지 바닥난 것은 또 오랜만인걸…….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 있으려니, 가슴팍 쪽에서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들어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호박색 눈동자로 돌아온 셀린이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셀린은 자신이 또다시 내 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