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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6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60화

셀린의 힘을 파악하고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셀린이 연습 상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루시안을 상대로는 펼치기 힘들었던 오러 사용을 응용해 볼 수도 있었고, 상황에 따라 오러를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것도 연습해 볼 수 있었다.

셀린에게 좀 미안한 말이지만 검술을 사용한다고는 하더라도 방어 없이 공격에 한정되다 보니 공격 경로가 일정하고, 또한 셀린의 수준 자체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편하게 상대하는구나, 아넬.”

“역시 아넬이야!”

그런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펠튼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했고, 루시안이 연무장 아래에서 나를 응원해 주었다.

이후, 루시안과의 대련을 포함해서 셀린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지 1시간이 되자 드디어 그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슬슬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지 셀린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하아……하. 하아…….”

“후우……, 정말 무지막지한 능력이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훔치며, 나는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는 셀린의 붉은 눈동자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흔히 공격과 수비는 7:3 비율의 힘을 소모한다고 한다.

즉, 수비에 치중한 나보다 셀린이 체력과 힘의 소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린은 한 시간 이상 맹공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질릴 정도로 엄청난 체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끝이 보이는 만큼, 피통이 넘쳐나는 보스의 체력을 거의 다 깎아 놓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플레이어의 심정처럼 나는 마지막으로 오러를

조금 더 끌어 올려 자세를 취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내가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하아앗!”

여태 해 왔던 것처럼, 셀린은 기합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내게로 파고들어 왔다.

이번에는 회피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올려 베기 형식의 검격이었기에, 나는 오른손에 힘을 주고 셀린이 휘두르는 검격에 맞추어 검을

아래로 내려쳤다.

목검과 목검이 마주쳤으니 ‘따아악!’하는 울림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셀린의 다음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어어?”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나와 목검을 부딪친 셀린이 느닷없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체력이 거의 다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쓰러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쓰러지는 셀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 상태로 잘못 엎어져서 머리라도 박았다가는 크게 다칠 수가 있다.

“아넬!”

“이런, 괜찮으냐!”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셀린을 품에 감싸 안은 상태로 연무장에 구르듯 엎어지자 연무장 아래에서 나와 셀린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루시안과 펠튼 아저씨가 다급히 연무장 위로 올라왔다.

오러로 몸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다지 아픈 것도 없었고, 셀린도 내 몸을 쿠션 삼아 넘어졌기 때문에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괜찮…… 으윽?”

셀린을 받아 든 내가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순간, 셀린의 몸에서 불꽃처럼 일렁이는 무거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도마뱀처럼 꿈틀거리던 그 힘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듯이 일렁거리더니 이내 사그라지듯 셀린의 몸에서 사라졌다.

‘방금 대체 뭐였지?’

오러도 아니고, 마나도 아닌 정체불명의 힘이었다.

여태껏 셀린과 대련해 오면서 그런 기운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아넬?”

“……셀린?”

불꽃같던 그 기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려니, 가슴팍에서 꿈지럭꿈지럭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셀린이 어쩐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붉은색의 눈동자가 아닌, 평소처럼 진한 호박색의 눈동자다.

“정신이 좀 들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나지 않아?”

“어? 루시안과 대련하고 있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갑자기 눈을 떠 보니 아넬에게 안겨 있기에…….”

‘안겨 있어?’

셀린의 말을 듣고 잠깐 눈을 감았다.

……아아, 이해했다.

왜 셀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고, 당황하고 있는 표정인지 말이다.

나는 셀린을 보호한다고 그녀를 감싸 안아 함께 연무장 바닥으로 엎어졌지만, 셀린에게는 그 기억이 없을 것이다.

기억이 있다면 애당초 넘어지지 않았겠지.

그런데 눈을 뜨고 나니 뜬금없이 오늘 처음 본 남자아이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마에선 땀이 흐르고 있고, 호흡은 ‘하아, 하아.’ 거칠어져 있는 남자아이에게 말이다.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셀린의 몸이 오른팔을 누르고 있는지라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럴 수가!”

그런 자세로 서로 꾸물(?)거리고 있는 우리를, 펠튼 아저씨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아저씨, 이건 불가항력……!”

“셀린, 몸은 좀 괜찮으냐? 어디 기절할 것처럼 피곤하진 않고?”

“아저씨? 아뇨, 좀 피곤하긴 하지만…… 대련하면서 이 정도로 피곤한 것은 당연하잖아요?”

“세상에, 셀린이 이렇게 빠르게 제정신을 되찾다니? 아넬 너,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네?”

힘을 다한 셀린이 제정신을 차렸기에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더니,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셀린을 보고 있는 펠튼 아저씨의

태도가 영 심상치 않았다.

마치, 원래는 셀린이 힘을 다한 이후에 기절을 해야 정상인데 오늘은 기절을 하지 않고 제정신을 차린 것이 놀랍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뭔가가 있기는 단단히 있는 모양이군.’

정신을 차린 셀린에게는, 루시안과의 대련 도중 셀린이 쓰러지려고 했고 그 모습을 본 내가 서둘러 달려가 셀린을 붙잡으려다가 함께 넘어진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정말로 대련의 기억이 없는 모양인지, 셀린은 조금 고개를 갸웃하기는 했지만 펠튼 아저씨도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알았다며 납득해 주었고, 이후

땀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셀린 이그니스(3)

 

 

 

 

한편 나와 루시안은 바로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펠튼 아저씨와 함께 연무장에 남았다.

앞으로 길드에 머물게 된 이상 셀린의 저 이상한 능력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의견은 펠튼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 두 사람은 펠튼 아저씨로부터 셀린의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셀린에 대해서 말하려면, 셀린이 길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겠구나.”

“길드로 오게 된 이유라뇨? 마스터의 딸이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셀린은 마스터의 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친자식이 아니지.”

펠튼 아저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셀린 이그니스.

현재는 모험자 길드 본부에서 마스터의 딸이자, 길드원들의 조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 중인 귀여운 여자아이지만 원래는 세르피안 왕국 북서쪽 변방 마을에서 살던 아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그러니까 레아 누나가 파견 임무를 받고 우리 집에 오게 된 이후의 일이다.

이상 현상 몬스터라는 존재가 서서히 대륙 각지에서 나타나 왕국에 피해를 주기 시작한 그때, 세르피안 왕국의 북서쪽 지역에서 레드 드레이크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본부에 전해졌단다.

드레이크라고 하는 몬스터는 A급에 해당되는 상위급 몬스터로, 굵기가 4m에 달하고 길이는 10m가 넘어가는 커다란 도마뱀 형태의 몬스터다.

특히 레드 드레이크의 경우엔 입에서 불을 뿜고 턱의 힘은 어지간한 B급 몬스터도 단 일격에 즉사시킬 정도로 강력하며 휘두르는 앞발은 강철 방패조차 우그러뜨린다고 하는, 오우거와 비교되는 힘의 상징 같은 녀석이다.

성벽과 같이 제대로 된 방어 시설이 없으면 막는 것은 거의 재앙급으로, 원래는 깊은 숲 속에서 자신만의 레어를 만들어 생활하기 때문에 마주치는 일이 상당히 드문 몬스터라고 하지만 본부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어째서인지 레어를 만들지 않고 산에서 내려와 북서쪽 일대를 어슬렁거리며 마주하는 몬스터, 여행자, 모험자, 마을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며 날뛰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길드마스터를 포함한 주력 인원들은 이 드레이크가 이상 현상 몬스터가 아닐까, 하고 판단하여 마스터의 지휘 아래에 A급 모험자 한 명과, B급 모험자 세 명이 뭉친 파티를 결성하고 드레이크 토벌에 나섰다고 한다.

그 B급 모험자에는 펠튼 아저씨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펠튼 아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골치 아픈 임무였지.’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색을 하는 와중에도 숲에 불을 지르는 행동을 하거나, 인근 하급 몬스터들을 끌어들여 추적을 방해하는 통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수색에 난항을 겪었었다. 상위급에 해당되는 몬스터들은 상당히 영악한 편에 속하지만 그때 만났었던 그 녀석은 영악하다는 것을 넘어서 상당한 지능을 갖춘 수준이었지.”

우리가 상대했었던 검은 코볼트도 몬스터라고 하기엔 보기 힘든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흔적을 감추거나 철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만을 노리거나, 부하들을 이용해 시선을 끈 뒤에 자신은 기습을 통한 치명타를 먹이려는 행동 등. 영악하다는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나 역시 위험한 상황을 겪을 뻔했었지.

그런데 원래는 E급에 해당되는 코볼트가 그 정도의 일을 벌인 것이다.

A급에 해당되는 드레이크라면 어떤 피해가 났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찌푸려졌다.

“……약 한 달에 가까운 수색 끝에 마스터와 우리는 서쪽의 어느 숲에서 불을 내뿜으며 트롤 한 마리를 산 채로 굽고 있는 그 드레이크 녀석과 마주하게 되었다. 상당히 거친 싸움이 일어났다만, 최후엔 마스터가 놈의 목을 베면서 토벌은 완료되었지. 목이 베인 상황에서도 꼬리를 내려치며 끝까지 날뛰더구나. 정말 끈질긴 놈이었어.”

토벌이 완료된 이후, 그 커다란 몸집의 드레이크를 고작 5명이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마스터는 인근 영주에게 소식을 전하고 병사들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남은 2명은 드레이크의 사체를 지키기로 하고, 마스터와 펠튼 아저씨, 그리고 다른 B급의 모험자인 프레딕 씨가 함께 산을 내려왔을 때, 그들의 눈앞에 보인 것은 레드 드레이크가 전멸시킨 것으로 보이는 어느 마을의 참혹한 모습이었다.

“불에 그슬려 새까맣게 탄 시체들과 타고 남은 집의 모습들이 당시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지. 탄내가 남아 있었던 것이, 고작 하루 이틀 정도밖에 안 지난 것으로 보였었다.”

“……셀린이 있었다는 마을이 그곳이었나요?”

“그래, 당장은 마을의 시체를 수습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마스터와 우리는 서둘러 영주성으로 향하려고 걸음을 옮겼지. 산을 수색하느라 말을 데리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걸어서 가야 했거든. 그리고 우리가 마을을 떠나기 바로 직전, 마스터께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마을로 되돌아가셨다. 나와 프레딕은 그런 마스터의 뒤를 쫓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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