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5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7화
이후, 나와 루시안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1층으로 향했다.
확실히 1시부터 점심시간이라더니, 길드의 업무가 잠시 중단되는 만큼, 아까와 다르게 1층은 사람들이 꽤나 빠져나가 다소 한적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일 때는 그들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던 로비의 다양한 모습들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예를 들면 의뢰와 관련된 사항을 적어 놓은 게시판이라든지, 의뢰 내용들이 적힌 서류들을 게시해 놓는 공간이라든지, 그 외에도 모험자 파티를
구하는 모집 게시판 등등이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우리보다 먼저 1층에 내려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셀린이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다가왔으므로 우리는 길드 구경을 잠깐 뒤로 미루었다.
셀린은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면서 귀엽게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짐 정리는 다 했어?”
“응. 사실 가져온 것도 옷가지뿐이라, 그다지 정리할 것은 없었거든.”
“그래? 따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줘. 아빠나 칼린에게 말해 줄게.”
“알았어. 필요한 것이 생기면 네게 말할게.”
“자,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셀린의 안내를 받아 식당에 도착하자, 나는 약간의 그리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급식실이랑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네? 그리운걸.’
물론 장소가 장소인 만큼 학교 급식실의 느낌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넓은 공간에 같은 모양의 테이블들이 일렬로 쫘르륵 늘어서 있었고, 각자 식판을
이용해 아주머니들이 나누어 주는 식사를 받아 와 테이블에서 먹는 형식이었다.
학교와 군대 이후, 이렇게 배식을 받는 것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오늘의 주메뉴는 스튜와 빵, 그리고 구운 오리 고기. 후식으로는 사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판을 들고 음식을 받기 위해 아주머니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처음 보는 나와 루시안의 얼굴에 아주머니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우리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머, 못 보던 얼굴인데?”
“오늘 새로 길드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넬, 그리고 루시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와 루시안이 꾸벅하고 인사하자 아주머니들은 저마다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무리 봐도 어린아이에 불과한 우리가 길드의 신입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어머머, 정말이니? 이렇게나 어린데? 우리 셀린이랑 거의 동갑이겠는걸.”
“셀린과 동갑 맞아요. 올해로 열 살이거든요.”
“세상에, 열 살이라고? 우리 아들보다도 어리잖아?”
“아주머니들, 아넬과 루시안은 아빠와 칼린 오빠가 인정한 새 길드원이에요. 둘 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검사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스터랑 칼린이? 호호호, 마스터가 이번에 아주 귀여운 신입들을 받으셨구나. 자자, 많이 먹으렴. 음식은 얼마든지 더 있으니까 먹고 싶으면 더
받아서 먹어도 된단다.”
아주머니들께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우리는 어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음식을 듬뿍 받게 되었다.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누군가가 환영해 준다는 것에 기분이 나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맛있게 먹으렴.’하고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들께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은 음식을 담은 식판을 들고 비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해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겠네.’
냄새를 맡았을 때부터 눈치챈 사실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상당히 맛있어 보였다.
먹는 만큼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 세계의 특성상, 먹는 것에 관해서 길드가 아끼는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스튜는 토마토를 베이스로 하여, 각종 채소와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새콤달콤한 토마토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거기에 고소한 오리 고기의 냄새까지.
빵은 흔히 볼 수 있는 밀빵류였지만, 구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오리 고기는 고기니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스튜를 그냥 한 숟가락 떠먹어 보고 오리 고기를 빵 위에 얹어 김치에 싸서……가 아니라, 스튜에 찍어 먹어 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상은
당연한 소리겠지만 맛있다는 감탄사였다.
“맛있어!”
“맛있네.”
“그렇지? 이곳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은 전부 솜씨가 좋으셔. 특히 요리장을 맡고 있는 메리 아주머니는 왕궁 요리사와 비교해도 실력이
뒤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야.”
“헤에? 그 정도로?”
“아마 이 메뉴 중에서는 스튜를 메리 아주머니께서 만들었을걸?”
“확실히, 맛있어.”
루시안은 후룩하고 스튜를 떠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스튜는 잘못 끓이게 되면 고기의 기름과 스튜의 재료인 채소들이 제대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비리고 기름지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리가 좀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요리인데, 이 스튜는 토마토의 향과 단맛이 느껴져서 고기도 부드럽고, 비린 맛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나와 루시안은 모처럼 단조로운 식사 메뉴에서 벗어나(아무래도 마차 여행으로 야외에서 음식을 해 먹다 보니 식사 메뉴 자체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주로 수프나 구운 감자 등이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판을 정리하면서 아주머니들께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사과 하나씩을 챙겨 들고 식당을 나섰다.
우리는 2층에 있는 중앙 쉼터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와 루시안이 에밀리 누나에게 안내받아 앉았던 그 자리였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길드원들의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셀린에게 물어보니, 보통은 점심을 먹고 나서 도시 안에 있는 정원에 놀러 가 쉬고 오거나 혹은 각자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한다는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우리도 밖에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첫날이기도 하고 아직 이 근방의 지리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세룬 도시보다
훨씬 큰 이곳을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은 자제하기로 하였다.
“루시안은 언제부터 검을 배우기 시작했어?”
“여덟 살 때부터. 아넬에게 배웠어.”
“아넬에게?”
“아넬은 여섯 살 때부터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여섯 살? 정말로?”
루시안은 사과를 아삭아삭 베어 물면서 셀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모험자 길드라는 특성상, 또래의 아이들과 사귈 기회가 그다지 없었는지 셀린은 동갑내기의 우리가 길드원이 된 것이 매우 기쁜 모양이었다.
거기에 서로 검술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는 만큼, 낯가림이 꽤 있는 나도 셀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말을 놓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셀린은 루시안 못지않게 붙임성이 좋은 아이였다.
덕분에 우리는 처음 만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분위기 좋게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 우리는 2층으로 올라오는 펠튼 아저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왕궁에서의 일이 끝난 것일까? 펠튼 아저씨는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크게 하품을 하며 2층에 도착하더니 나와 루시안, 그리고 셀린이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셨다.
“여어, 우리 조카에게 드디어 친구들이 생겼구나.”
“펠튼 아저씨! 다녀오셨어요?”
“그래, 이번에도 멋지게 의뢰를 해결하고 방금 왕궁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다.”
“그런데 조시아 누나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데요?”
항상 펠튼 아저씨와 함께 행동하는 조시아 누나였는데, 어쩐지 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자 펠튼 아저씨는 조금 질렸다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시아는 아직 왕궁에 남아 있다. 이상 현상 몬스터인 그 검은 코볼트의 시체를 연구하겠다고 왕궁 마법사들이 들고 가자 자기도 함께 연구해 보고
싶다며 달려가지 뭐냐. 그 녀석, 평소엔 똑 부러지는 성격인데 흥미 있는 마법 연구가 있다 싶으면 무작정 달려드는 버릇이 있거든.”
펠튼 아저씨의 말에 나는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여행하는 동안 조시아 누나는 호기심이 상당히 강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법을 수업하면서도 ‘이 마법은 왜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 등의 호기심을 늘 표현하면서 무작정 우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견을 나누어 보면서 수업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이번에 그 호기심이 자극받는 바람에 이상 현상 몬스터의 사체를 확인해 보고자 왕궁에 남았고, 펠튼 아저씨만 먼저 모험자 길드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빠르게 친해졌구나, 너희?”
나와 루시안이 길드에 있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셀린까지 우리와 함께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펠튼 아저씨는 살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 보기엔 활발해 보이지만 의외로 근성이 넘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무장에 틀어박혀 체력을 단련하거나 검을 수련하는 일을 하곤 하거든.
여자아이치고는 특이하지. ……음? 그러고 보니 아넬과 루시안하고는 성격이 상당히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두 사람도 비슷하니까 말이다.”
“어라? 너희도 그래?”
“응. 집에 있을 땐 아넬과 늘 오전, 오후 나누어서 검을 수련하거나 체술을 연습하거나 대련을 하거나 했었어.”
“……대련?”
순간, 셀린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아차!’하는 펠튼 아저씨의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루시안은 펠튼 아저씨의 표정을 보지 못한 것인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셀린을 바라보았다.
“대련이 왜?”
“아…… 저기, 여기는 다들 어른들뿐이라 나와 대련을 해 주시는 분들이 없었거든. 아이가 어른과 대련을 하면 다친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여태껏 제대로 된 대련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어. 아빠랑 몇몇 아저씨들만 나랑 가끔씩 대련해 주셔.”
“그래? 서로 다칠 수 있는 위험한 공격을 빼고 조심하면서 하면 다칠 일은 그다지 없는데……. 그러면 매일 혼자서 검을 수련한 거야?”
“응, 그래.”
“심심했겠구나. ……음, 그러면 조금 있다가 연무장을 안내해 주면서 나와 대련해 보지 않을래? 내가 사용할 목검이 있다면 말이야.”
“자, 잠깐만 기다려라, 루시안!”
루시안의 대답에 펠튼 아저씨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급히 손을 들어 루시안을 말리려고 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셀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루시안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진짜? 진짜로 나와 대련해 줄 거야?”
“어? 응…… 진짜.”
“고마워, 또래의 애들이랑 대련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 펠튼 아저씨도 그렇고, 다른 아저씨들도 대련은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만 하셨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