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5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2화
“아니, 섣부르게 단정 짓긴 어렵다. 방금 아넬의 말을 듣고 오러를 제어 없이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아. 검술이나 체술
동작을 통해 외부로 방출하는 방법 또한 마찬가지지. 의지가 적용하지 않으면 오러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펠튼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나서 바로 의지 없이 오러를 움직이는 실험을 해 본 모양이었다.
일어선 자세 그대로 팔을 몇 번 휘두르며 체술 동작을 펼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것이었을까.
펠튼 아저씨의 말을 들은 조시아 누나가 눈을 껌뻑였다.
“나이가 들어 상상력이 부족해진 것 아니에요?”
“늙은이 취급하지 말라고. 나이는 좀 먹었지만 그 정도로 머리가 굳지는 않았어.”
펠튼 아저씨는 조시아 누나의 농담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이지만 오러를 오래 다루면 다룰수록 강해진 오러 제어력이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넬이 오러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1년하고도 반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었지? 그 정도라면 아직까지 오러를 완벽하게 자기 의지 하에 두지는 못했겠지.”
펠튼 아저씨의 말대로 실제로 나는 오러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내 오러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 의지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 오러 소드를 사용할 수도 있고, 오러 디펜스, 기척 차단, 소리
차단, 기감 확장 등 다양한 오러 응용법 또한 사용할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제어하다 보니 반대로 오러가 굳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게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점이다.”
“오러가 굳어 버리다니요?”
루시안의 질문에, 펠튼 아저씨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조금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크흠!’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오러는 처음 발현했을 당시엔 신체를 불규칙하게 돌아다니거나, 심장 속에서 갈무리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날뛰게 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오러를
제어하면 할수록 심장 속에 갈무리되어 이내 잠잠해지지. 즉, 이전과 같은 활동성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시간이
흐르면 나와 같이, 사용자의 의지가 없으면 아예 스스로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즉, 아넬이 특이 케이스인
것이지, 누구나 오러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게야.”
오러를 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러가 아직 자신만의 활동성을 가지고 있을 때 한정으로 오러에 상상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대로 이 능력이 죽지 않게 계속 단련하면 괜찮지만, 오러의 활동성을 발전시키지 않고 오러를 의지대로 제어하는 것에 계속 몰두하다 보면 활동성이
죽게 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펠튼 아저씨의 설명을 들어 보았을 때, 펠튼 아저씨는 의지 없이 오러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것을 감안해서 생각해 보면 일단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을 성공시켰는지 실감이 났다.
“아넬은 대단한걸, 오러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다니.”
“…….”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자 루시안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러를 발현한 상태에서 꼭 마나를 발현해야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고민하다 보니 찾게 됐어.”
“여태까지 누구도 못 했던 일을 해낸 거잖아? 좀 더 기뻐해도 괜찮을 텐데.”
“그렇지만…….”
검사로서의 목표가 상실된 루시안 앞에서 ‘난 검사인데 마법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라고 자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루시안의 시선을 살짝 피하자, 루시안은 히죽 웃으면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치 ‘다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나 때문에 그래?”
“……아니.”
내 거짓말에도 루시안은 피식 웃었다. 가식으로 웃는 것이 아니라, 루시안은 진짜 괜찮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아까까지는 이젠 검사는 포기해야 하나, 하고 엄청 고민했었거든? 그런데 아넬이 검술로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어.
그러니 이젠 괜찮아.”
내게서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일까?
의아한 눈으로 루시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눈동자가 아니라 검사로서의 목표를 가지고 있던 그 올곧은 눈동자였다.
루시안은 자신의 검을 꽈악, 하고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넬이 오러를 이용해 마법을 펼친 것처럼, 나도 마나를 이용해 오러를 사용하는 검사처럼 되어 보겠어. 나, 마검사가 될 거야.”
“마검사?”
의외의 말을 들어 살짝 놀라자, 루시안은 내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꼭 마나와 오러를 동시에 사용해야 마검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마법을 쓸 수 있고, 또 검술을 펼칠 수 있으면 그게 마검사지.”
“그런 의미라면, 아넬도 오늘 마검사가 되었네요.”
“거참, 한 놈은 오러를 이용해 마법까지 사용하는 괴물에, 다른 한 놈은 마나를 발현한 주제에 검술까지 익혀 마검사가 되겠다고 하는 또 다른
괴물이라……. 이거,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 기대되는군.”
“후훗, 그러게요. 꼭 키워 보고 싶은 후배들인걸요?”
나와 같이 루시안을 걱정하고 있던 레아 누나는 기운을 되찾은 듯 보이는 루시안의 발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펠튼 아저씨나 조시아 누나는
다른 의미로 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루시안이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는 것에 기뻐하고, 또한 모험자 길드에 잠재성이 무한한 두 명의 인재가 생겼다는 것에 또 기뻐하며 우리는 일단
이야기를 멈추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야영지로 돌아가 저녁 식사를 해결하였다.
기쁜 것은 기쁜 것이고, 먹을 것은 먹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레아 누나와 펠튼 아저씨, 그리고 조시아 누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받으면서 나와 루시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나누었다.
주어진 힘과 발전시켜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나와 루시안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요소는 지식과 경험이었다.
그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레아 누나, 펠튼 아저씨, 조시아 누나는 아낌없는 조언으로 도와주었다.
얼추 새벽이 밝아 올 때쯤이 돼서야, 나와 루시안은 앞으로의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검술 마법(2)
루톤 마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루시안이 마나를 발현하고 내가 오러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와 루시안은 새롭게 얻은 힘을 실험하고 또한 공부하는 데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투자하였다.
가장 먼저 나와 루시안이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한 일은, 조시아 누나에게서 마법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었다.
한쪽은 마나를 발현시켜 버렸고, 다른 한쪽은 마나를 발현시키지는 못했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갖추어진 만큼 우리는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절실히 필요하였고, 고맙게도 조시아 누나는 아낌없이 우리에게 마법이 무엇인지를 친절히 알려 주었다.
본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남에게 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조시아 누나는 지식을 아끼는 것보다는 나와 루시안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돈을 받고 과외를 하는 것보다도 더 성실하게 이것저것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조시아 누나의 가르침을 받으며 그녀가 알려 주는 마법들을 하나하나 사용해 보면서 마법에 대한 기초 감각과 지식을 흡수해 나갔다.
‘하지만 루시안은 그렇다 치고, 내 마법은 제약이 많은걸.’
루시안이 펼치는 마법은, 말하자면 정통 마법이다.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구현하는 오리지널 방식이다.
하지만 내가 펼치는 마법은 일종의 편법이다.
마나 대신 오러를 사용하고, 또한 일반 마법처럼 제자리에 서서 마법을 상상하고 영창을 외치면 마법이 구현되는 형식이 아니라, 오러를 신체 외부로 방출시키기 위해 검술 또는 체술 동작을 펼칠 필요가 있었다.
즉, 가만히 서서 마법을 펼칠 수 없는 데다 쓸데없는 동작이 필요한 만큼 마법을 사용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들이 뒤따랐다.
가장 큰 제약이라고 한다면 역시 상상력의 문제다.
검술이나 체술 동작을 펼치면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마법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구현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라이트 마법이라든가, 매직 애로우 등과 같이 초급 마법에 해당되는 수준이라면 마법을 이미지화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조시아 누나는 중급 마법 이상으로 넘어가면 인페르노라든가, 체인 라이트닝, 헤이스트, 플라잉 등등 상상하기 꽤나 힘든 마법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가만히 서서 상상하기도 힘든 것을 검술을 펼치면서 상상해야 하니 마법이 구현되지 않을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고 충고하였다.
‘일부 마법을 제외하면 초급 마법까지밖에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겠는걸.’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마법은 보조의 용도다.
내게 있어서 주된 것은 마법이 아니라 오러를 사용한 검술이기 때문에 초급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했다.
루시안의 경우엔 마법이 주된 것이고, 검술이 보조의 용도로 바뀐 만큼 나보다 검술을 펼치는 데 여러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만큼 검술을 펼치며 마법을 구현하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모양이었다.
둘 다 마검사를 목표로 하였으니 검술도 단련하고, 마법도 단련해야겠지만 한쪽은 주력이 오러이고, 한쪽은 마나인 만큼 그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름 재미있긴 하겠지만.’
서로 검술과 마법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 성장해 나갈 것인지 루시안과 내기를 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 차이점이 두근거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앞으로 수도 라티움까지 남은 거리는 약 3일 정도다.
수도에 도착하고 나면 펠튼 아저씨와 조시아 누나와는 헤어져야 한다.
둘 다 베테랑급의 모험자인 만큼 해결해야 할 의뢰도 상당하고, 최근엔 이상 현상 몬스터 덕분에 의뢰량이 늘어 바쁜 만큼 그들도 우리와 이 이상 함께 생활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본부에서 새로운 인연이라도 만드는 것이 아닌 한, 친절하게 마법에 대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조시아 누나와 함께 있는 이때뿐일 것이다.
나와 루시안은 최선을 다해 조시아 누나가 기겁할 정도로 마법에 대한 지식을 흡수했고, 우리는 서로의 검술과 마법을 최대한 갈고닦으며 수도 라티움에 도착했다.
“엄청 크네요…….”
“세룬 도시의 5배 아니, 10배는 훨씬 넘겠는걸…….”
“일국의 수도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아넬과 루시안은 대도시를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