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5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51화
그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신체 밖으로 뿜어진 오러를 제어하기 위해선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몸 안의 오러를 움직일 때와 달리, 일단 신체 밖으로 표출된 오러를 제어하기 위해선 상당한 의지력과 오러 제어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때문에 오러 제어력이 약한 오러 유저들은 신체 밖으로 뿜어낸 오러를 제어하기는커녕 제대로 다루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오러 익스퍼드의 실력자
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얇은 막의 형태로 오러를 변형시켜 사용자의 기척을 차단하고,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것 정도의 일들이 가능하다고 했었던가.
‘무언가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으음.’ 팔짱을 끼고 기억을 되돌려 보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잠깐, 내가 오러를 발현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장풍 비슷한 것을 내뿜었던 적이 있었지?’
고블린들로부터 공격을 당한 이후에 한동안 침대 신세를 지다가, 신체가 회복되어서 가볍게 체술로 몸을 풀어 보고자 뒤뜰로 나갔었던 일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그때 오러를 제어하기는커녕, 내 몸에 오러가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날은 체술을 펼치면서도 평상시와 다르게 컨디션이 유난히 좋아 스스로의 모습에 자아도취 하여 ‘이러다가 막 장풍 같은 것도 쓸 수 있게
되는 것 아냐?’하며 내 손바닥에서 장풍이 나가는 것을 상상하며 몸을 움직였었다.
‘그리고 내 상상대로 손바닥을 통해 오러가 방출되며 파앙! 하고 방출된 오러가 허공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었지.’
당시에 레아 누나는 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러를 방출했다는 그 사실에 놀라 내가 어떻게 오러를 자각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오러를 신체
외부로 방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분명 나는 그때 오러를 제어하지 않고서도 오러를 허공에 방출했었다.
‘그때 내가 했었던 행동에 무언가 힌트가 있다!’
단서를 발견하자 끙끙거리던 두뇌가 맹렬히 회전하며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했었더라?’
평범하게 체술을 사용했고, 평상시보다 체술 동작이 잘 펼쳐져서 ‘이러다가 막 장풍 같은 것도 쓸 수 있게 되는 것 아냐?’라는 말을 했었지.
그리고…….
‘그래, 무협 만화에서 고수들이 장풍을 쏘는 모습을 상상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분명 ‘상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무협 고수들이 손으로 장풍을 내뿜는 것을 상상했었고, 내 내부에
잠들어 있던 오러는 내 상상력에 반응하여 내 제어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고 손바닥을 통해 신체 외부로 내뿜어졌었다.
‘설마, 오러도 마나처럼 제어가 아닌, 사용자의 상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번 해 볼 가치는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앉은 자세 그대로 두 손을 허공에 내뻗었다.
천천히, 그러나 최대한 정확하게 내 두 손에 빛을 내뿜는 수정이 생성되는 것을 상상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리얼하게 말이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나는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나의 힘으로, 주변을 환히 밝히는 빛을 생성하라, 라이트!”
영창과 동시에 심장 속에 갈무리되어 있던 내 오러가 꿈틀하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무언가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처럼 날뛰기는 했지만, 내 오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갈 길을 잃은 아이처럼 심장 속을 빙글빙글 돌다 이내
잠잠해졌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내 손에는 라이트 마법으로 생성된 빛의 수정 같은 것은 없었다.
“……실패인가.”
작은 허탈감 같은 것이 밀려왔기 때문에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막연하게 ‘이거, 될지도 몰라!’라는 직감만으로 모든 것을 성공시킬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했었던 것이 무산되자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긴, 여태껏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설마 그중에서 오러에 상상력을 덧씌워 본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나 하나가
전부였을까? 아니겠지.”
그래도 오러에 상상력을 더한다는 발상 자체는 과거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으니 나름대로 가망이 있을 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할 줄이야.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상상력은 완벽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내 두 손에 빛을 내뿜는 수정이 있는 것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 높게 상상했다고 생각한다.
영창도 틀린 발음이나 단어는 없었다.
내 손에 빛이 생성되는 이미지도 충분했고, 실제로도 내 영창과 상상력에 반응하여 심장 속에 있던 오러가 꿈틀거리기도 했다.
설마 마나의 힘으로, 라고 외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오러의 힘으로! 라고 외치면 문제가 해결될까 싶어서 곧바로 바꾸어 영창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결과는 같았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지?’
오러가 심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심장 속을 이리저리 방황했던 것이 떠올랐다.
‘오러 방출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과거에 장풍 형식으로 오러를 방출했을 때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때의 나는 지금처럼 가만히 앉아 두 손을 내민 채 오러를 방출한 것이 아니었다.
체술 동작을 펼치면서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이 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상상했고, 몸의 움직임에 따라 최종적으로 힘을 실어 모아 내뻗어진
손바닥을 통해 그 힘들이 방출 되는 것을 상상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내려놓았던 검을 집어 들고 천천히 검을 꺼내 들었다.
스르릉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날카롭게 빛나는 하얀 검신이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라이트 마법을 성공시키기 위한 이미지를 상상했다.
단, 아까와는 다르게 손바닥에서 빛을 내뿜는 수정이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검 끝에 작은 빛의 구슬이 만들어져 빛을 뿜는, 조금 특이한
이미지를 상상했다.
천천히 이미지가 완성되어 가고, 내 상상 속의 검은 그 검신의 끝이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하다.
“후우우…….”
천천히 몸을 움직여 찌르기의 기본자세를 잡았다.
두 발을 어깨 넓이 정도로 벌리고, 오른발을 뒤로 빼어 전체적으로 몸을 조금 비틀었다.
땅에 굳게 자리 잡은 두 다리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아, 비틀린 몸통을 통해 한껏 뒤로 잡아당겨진 오른팔에 힘을 모으고, 그 힘이 최대치까지
끌어모아졌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검을 강하게 내뻗으며 라이트 마법의 영창을 외쳤다.
“마나의 힘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빛을 생성하라! 라이트!”
영창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검이 내뻗어지면서 심장 속의 오러가 빠르게 움직였다.
끌어모아진 신체의 힘을 따라 오른팔을 통하여 손으로, 그리고 다시 검의 손잡이를 통해 검의 끝으로 이동한다.
이윽고 힘이 집중된 검 끝에서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내 오러들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검 끝에 뭉치며, 환한 빛을 내뿜는 빛의
구슬로 모습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검 끝에 생성된 빛의 구슬은 눈부시게 환한 빛을 뿜어내며 내가 서 있던 들판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으앗?”
검 끝에 빛의 구슬이 생성된 것에 기뻐하기도 잠시, 집중이 흐트러지자마자 펑!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라이트 마법의 구현이 풀려 버렸다.
구현이 풀리면서 약간의 반동도 있었고, 의외의 소리에 놀라 버려 나는 뒤로 넘어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뭐야, 무슨 소리였지?”
“아넬이 갔던 곳이에요!”
내가 소리 지른 것과 더불어 생성했던 라이트 마법의 빛이 야영지까지 비추었는지 야영지에 있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선두의 레아 누나부터 루시안, 펠튼 아저씨, 슐츠 씨, 조시아 누나까지 전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빛을 보긴 봤는데, 설마 그 빛이라는 게? 라고 묻는 듯한 시선들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깐 한숨을 내쉬고 고민한 뒤 나는 일행에게 방금 내가 일으킨 사건(?)에 대한 것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 모두가 경악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사실일 것이다.
***
내게서 설명을 들은 이후, 펠튼 아저씨를 비롯한 일행 모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인상을 굳혔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러로 마나를 대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행위였다.
쉽게 믿기 힘든 이 사실에 마법사인 조시아 누나는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더듬더듬, 말을 잇기 시작했다.
“마법 구현에 필요한 마나를 오러로 대체한다고? 더군다나 오러를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러에 마나처럼 상상력을 부여해 사용자의 제어 없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 신체 외부로 방출……?”
“그런 발상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오러를 제어하지 않고 신체 외부로 방출할 수 있다니…….”
“허 참, 여덟 살의 나이로 오러를 발현하고, 그 친구는 열 살의 나이로 마나를 발현한 것도 놀랄 판국인데 이제는 오러를 이용해 마법까지
사용한다고? 기가 막히는 일이로군…….”
처음에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모두 고개를 갸웃했지만, 내가 찌르기의 기본자세를 통해 다시 한 번 라이트 마법을
성공시키자 이번에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설마 오러를 의지로 제어하지 않고 마나를 다루듯 상상력을 동원하면서, 거기에 오러를 신체 외부로 방출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의지의 제어가 아닌
검술을 사용할 줄은 정말 몰랐다는 반응들이다.
하긴, 나 역시 이전에 우연히 체술을 펼치며 손바닥을 통해 오러를 방출했었던 경험이 없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방법이기도 했다.
“사용자의 의지 없이도 오러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줄이야. 이거야 원, 말의 등 위에 오른 상태로 고삐 없이 원하는 대로 말을 움직인다는 것과
비슷한 말이로군.”
“마법에 필요한 마나를 오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알려지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겠어. 오러와 마나의 경계가 사라지고, 검사와
마법사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질지도 몰라. 누구나 오러나 마나, 둘 중 하나만 발현하면 검사가 될 수도, 마법사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이건 정말
엄청난 발견이야!”
아무래도 마법사라 그런지 특히나 이 사실에 흥분한 듯 조시아 누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소리쳤지만, 펠튼 아저씨는 손을 내뻗어 조시아 누나를
진정시키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