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9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루시안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의 손에 구현되어 있던 라이트 마법이 요동쳤다.
마법은 사용자의 의지와 생각을 반영한다고 하였으니 그의 의지와 생각이 라이트 마법처럼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겠지.
“………저, 마법사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어, 그게…… 오러를 발현시키지 못한다면 마법사가 되는 것이…… 맞겠지?”
그동안 또래의 그 누구보다도 검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었던 루시안이었다.
그런데 단 한 순간의 선택으로 검사의 길에서 마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게임식으로 따지자면 검사가 되기 위해 힘과 민첩 스텟을 잔뜩 찍어 놨는데 히든 이벤트로 느닷없이 마법사로 전직된 꼴이다.
루시안의 표정이 공허해졌다.
조시아 누나도 이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루시안과 z내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마차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상당히 어색하고도 무거운 침묵이 말이다.
더불어 루시안은 열 살의 나이로 ‘대륙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채, 마나를 발현시켰다.
[외전] 루시안 스토리
아빠를 따라 가족이 전부 세룬 도시로 이주한 이후, 내게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아넬 프로스트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동갑의 남자아이였다.
처음 아넬을 만난 것은, 아빠와 함께 세룬 도시의 모험자 길드로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아빠가 길드의 지부장님과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심심해서 길드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핫!’, ‘하앗!’하는 기합 소리 같은 것이 들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목소리라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내 또래의 아이가 내는 기합 소리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기합 소리를 쫓아 복도 끝으로 걸어가니 뒤뜰로 향하는 문 같은 것이 있었다.
나중에서야 이곳이 원래는 외부인 출입 금지 장소인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내 또래의 아이가 내지르는 기합소리를 쫓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경고 문구가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이후, 문을 열고 길드의 뒤뜰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은발을 가진 소년, 아넬을 만나 친구가 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
엄마는 아빠가 아주 강한 모험자라고 하셨다.
비록 모험자 길드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집을 비우시기는 하지만, 의뢰를 해결하고 집에 올 때마다 아빠는 많은 돈을 벌어 오셨다.
그 돈으로 나와 엄마에게 맛있는 고기와 깨끗한 옷도 사 주신다.
아빠와 자주 놀지 못하는 것은 조금 슬프지만, 엄마는 아빠가 나와 엄마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느라 자주 집을 비우는 것이라고, 우리가 아빠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허리에 매단 그 검으로, 나와 엄마를 위해 돈을 벌어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나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아빠와 같은 검사가 되어 아빠와 엄마를 위해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아빠와 같은 모험자 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나중에 크면 농부가 될 수도 있고, 열심히 공부하면 학자가 될 수도 있다고 엄마에게 들었지만 나는 아빠와 같은 검사가 되고 싶었다.
이후에 아빠에게 검술을 알려 달라고 졸랐을 때, 왜 검술을 배우고 싶으냐는 아빠의 질문에 돈을 벌고 싶어서, 라고 대답했다가 어째서인지 크게 혼났다.
아빠는 검사 같은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나를 타일렀다.
하지만 아빠는 검술은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 또다시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내가 아빠를 대신해서 돈을 벌어 온다면, 아빠도 집에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 혼자서 검술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와 함께 세룬 도시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아넬이라는 친구를 만난 것이다.
“아넬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뭐가?”
“혼자서도 검술을 잘하잖아.”
“그건 아니야, 나도 아빠한테서 배운 걸 연습할 뿐이니까. 오히려 그걸 한 번에 따라 하는 루시안이 더 잘하는 거야.”
“그래?”
때론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난 듯이 말하기는 하지만, 아넬은 착한 친구였다.
사실은 나 같은 것은 귀찮고, 혼자서 검술을 연습하고 싶을 텐데도 내가 검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알려 주고, 그래도 모른다면 이해할 때까지 모르는 것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준다.
아넬의 수련에 방해가 될까 봐 주저하면서 모르는 걸 묻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화내면서 그런 것은 질문하는 것이라고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넬은 똑똑하구나! 라고 말하면, 아넬은 자신도 레아 누나와 부모님에게 배운 것뿐이라고 말하면서 절대 자랑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조금만 잘한 것이 있으면 ‘난 이것도 잘해! 넌 못하지?’라고 말하면서 서로 자랑하기 바쁜데, 아넬은 절대 자신이 똑똑하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다.
검술을 수련하지 않을 때엔 책을 읽고, 책을 안 읽을 때엔 동생과 놀아 준다.
동생하고도 놀지 않을 때는 쉬나 싶었더니 엄마와 함께 집안일을 돕는다.
한번은 아넬이 읽는 책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나도 읽어 보았지만,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아넬은 그 어려운 책을 전부 읽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책도 잘 읽고, 똑똑하고, 거기에 검술까지 열심히 하는 아넬의 모습에 ‘이런 애들이 정말로 어른들이 말하는 천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아넬처럼 될 수 있을까?’
한번은 그렇게 아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아넬처럼 똑똑한 것도 아니고, 검술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아넬처럼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물어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아넬에게 물어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넬은 조금의 비웃음도 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루시안과 나는 다르니까 나처럼 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루시안도 뛰어난 검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건 확실해.”
“정말로?”
“내가 봤을 때 가능성은 충분한걸.”
아마 그때부터 검술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빠에 대한 동경심에서, 나 스스로 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말이다.
아넬은 분명 장래에 훌륭한 검사나 똑똑한 학자가 될 것이다. 어쩌면 검사와 학자 둘 다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똑똑하고, 또 검술을 잘하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훌륭한 사람의 친구로 있으려면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면 안 되겠지. 아넬과 계속 친구로 있으려면 나도 아넬에게 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검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넬은 노력만 한다면 나도 뛰어난 검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넬이 말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넬만큼 노력하자.’
그렇게 다짐했다.
아넬만큼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뛰어난 검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말이다.
***
아빠가 모험자인 만큼, 아빠는 가끔씩 집에 머물 때마다 내게 몬스터에 대해 말해 주곤 했었다.
퇴치한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며, 내게 몬스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잔인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아빠는 내가 그런 무서운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모험자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런 무서운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결국 아빠가 쓰러뜨렸다는 점에서 내가 아빠에게 또 다른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아마 아빠는 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도 몬스터를 퇴치해서 당당한 검사로 인정받아야겠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아직은 어리지만, 나날이 늘어 가는 검술 실력이 있으니 조금만 더 성장하면 몬스터 같은 것은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마주친 고블린의 날카로운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저게, 몬스터야?’
처음 본 고블린이라는 이름의 몬스터는 흉측하게 생긴 외모에 사람을 죽여 그 살을 뜯어 먹는다고 하는 날카로운 이빨, 소름 끼치는 눈동자와 기괴한 울음소리까지 모두 아빠가 이야기해 줬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 매서운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아마도 내 뒤에 나보다 어린, 아넬의 동생인 리나가 없었다면 분명 주저앉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서 인상을 찌푸리고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꼴사납게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고블린의 모습이 내 눈에 더 자세히 들어왔다.
체구는 나와 아넬이랑 비슷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어린아이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휘두르는 몽둥이에서 붕붕 소리가 들린다.
직감적으로 저런 것에 맞았다가는 정말로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다.’
더 이상 도망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우리를 구해 주러 올 사람도 없었다. 손에 목검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것으로는 고블린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공포감을 느끼며, 마음이 꺾이려던 그때였다.
“……아넬, 설마 싸우려고?”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아직 숲을 벗어나려면 꽤 거리가 되는데 너도, 리나도 지쳤잖아? 고블린들이 쫓아온 속도를 봐선, 이대로 무리해서 달려 봤자 결국 사냥당할 거야. 그럴 바엔 지금 체력이 있을 때 어떻게든 해 보는 것이 훨씬 나아.”
차분히 숨을 고르면서, 아넬은 자신의 목검을 들어 올려 고블린들을 향해 겨누었다.
그 모습은 고블린들과 싸우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후!’하는 작은 기합 소리와 함께, 나를 슬쩍 돌아보면서 말했다.
“루시안, 리나를 부탁해.”
그 말에, 나는 아넬이 혼자서 고블린과 싸우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급하게 목검을 뽑아 들었다.
“잠깐! 왜 아넬 혼자서 싸우려는 거야?”
“그렇지만 너, 제대로 대련해 본 적도 없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난 3년 가까이 아버지, 레아 누나와 대련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나 혼자서 어떻게 해 보는 게 훨씬 나아. 괜히 어설프게 같이 덤볐다간 둘 다 엇갈려서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어.”
“…….”
아넬의 말을 듣고,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