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6화
“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좀 까다롭다고 해야 할지, 코볼트들은 고블린과 다르게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개 발(!)이기 때문에 무기를 들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들의 무기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다.
하지만 무조건 두 발로 서서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개처럼 네발로 이동하며 기동성을 높여 달려드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고블린보다도 훨씬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루시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전에 고블린에게 당한 이후로 이런 일에 대비하여 쉽게 당하지 않기 위해 단련을 거듭해 왔다.
조금 까다롭다 뿐이지, 막는 것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우…… 으악!”
“조심하세요! 후우……!”
“고, 고맙다, 루시안……!”
다만 조금 문제가 있다면 마부인 슐츠 씨였다.
모험자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그들로부터 한 수씩 가르침을 받아 어느 정도는 자신의 몸을 방어할 수 있다고 했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다 보니 코볼트들의 공격을 계속해서 버텨 내긴 무리였는지 자세가 서서히 위태로워졌다.
다행히 슐츠 씨의 근처에 위치를 잡은 루시안이 그의 움직임을 보면서 코볼트들의 공격을 방어해 주고는 있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점점 밀리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상대가 고블린들이었다면 공격을 막고 반격을 하면서 같은 시간에 두세 마리 정도는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볼트보다 고블린들이 상대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동물 특유의 움직임으로 재빠르게 달려들고, 실패하면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형식의
코볼트들이 야밤에는 고블린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려는 찰나엔 이미 뒤로 도망가 있다.
다행히 레아 누나가 도중에 공격을 성공시켜, 코볼트 한 마리를 처리해 준 덕분에 4 대 4의 구조가 되어 상대하기가 한결 편해졌지만, 아직도
리더급에 해당되는 코볼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아마 마차에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펠튼 아저씨나 조시아 누나가 우리가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겠지.
라이트 마법으로 주변을 밝게 한다고 해도, 빛이 퍼지는 거리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하려고 해도 도통 보이지 않았다.
“아넬!”
“……네!”
잠깐 주변으로 눈을 돌린 그사이를 노리고 코볼트 한 마리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름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은 놈이었지만, 아쉽게도 이쪽은 이미 오러까지 끌어 올린 상황이다. 허를 찔려 대응하는 것이 조금 늦었다곤 하지만,
공격까지 허용할 정도로 방심하고 있진 않았다.
“어딜!”
“캐앵!”
일격에 목을 베어 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예상외로 코볼트는 내게 이빨을 들이미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앞발톱을 이용해 내 검을 후려쳤다.
다만, 자세가 자세인 만큼 내 쪽에서 더 강한 힘이 들어갔고, 공격당한 코볼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닥에 엎어지자마자 자세를 다시 잡는 것을 보니 치명상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코볼트가 방어까지 하는데요, 레아 누나?”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간, 죽인다. 크릉.’하는 식으로 말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코볼트라면 모르겠는데, 이곳 세계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동물과 동급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도 생명체인 만큼 본능적으로 위험한 공격들은 회피하고, 또한 때에 따라서는 방어도 하긴 한다.
그러나 주둥이를 이용해 물어뜯으려는 자세에서, 앞발로 내 공격을 방어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에 어이가 없어져서 말하자, 레아 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확실히 일반적인 코볼트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덩치도 조금 더 크고 이빨이나 발톱도 훨씬 단단해요. 속도도 빠릅니다.”
“리더 개체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또한 이들이 잡아먹은 사람의 숫자만 20여 명이 넘어갑니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한 만큼 타 개체보다 몸집이 훨씬 커지고
영악해진 것일 수도 있죠.”
사람 고기만큼 영양가가 높은 고기도 없다고 했었던가.
확실히 지난 3개월간 20여 명분 이상의 인육을 전부 먹어 치웠다면 영양가도 엄청났을 테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보다 훨씬 크고 영악하다는 리더 개체는 대체 어떤 놈이지?
“으르릉!”
“살벌하게도 노려보네…….”
내게 공격을 당한 코볼트는 이빨을 드러내며 명백한 적의를 내뿜었다. 앞발을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니 상당히 아픈 모양이다.
상처 입은 동물은 평소보다도 위험하다고 했었던가? 조심해야 할 필요성은 있었다.
“후우……! 리더 개체가 도망간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아마도 이 근방에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네, 이쪽이 습격을 받고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봤고, 이미 동료 중 한 마리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적의를 보이고 있는 걸 봐선
아직도 자신들이 이길 승산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리더 개체가 도망갔다면 이들도 도망갔겠지요.”
“만약 이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면 조심해야겠어요.”
슐츠 씨를 도와 다시 한 번 코볼트의 공격을 방어한 루시안이 나와 레아 누나의 대화를 듣고 한 말에, 우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앗!”
“……깨갱!”
이어지는 코볼트들과의 싸움에서 레아 누나를 도와 추가적으로 한 마리의 코볼트를 더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여 이제 남은 코볼트의 숫자는 세 마리가
되었다.
그나마도 남은 세 마리의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 이대로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가 각자 한 마리씩만 맡으면 상황은 종료된다.
뭉치면 위험하지만, 각개 격파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상황을 종료해 버리기엔 뭔가 꺼림칙했기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레아 누나……?”
“글쎄요……. 조시아 씨로부턴 별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대로 끝을 낼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볼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그때였다.
“아넬, 고개 숙여라!”
“네……엣?”
느닷없이 들려온 펠튼 아저씨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그의 말대로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가 머리 위를 슉 하고 지나가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면서, 이후 ‘카앙!’하는 둔탁한 소리와, ‘커엉!’하는, 코볼트의 것과는 전혀 다른
묵직한 울음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숙였던 머리를 다시 들어 올려 뒤를 바라보자, 웬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바닥에 엎어져서 펠튼 아저씨를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긴 모습부터 시작해서 털색까지, 일반적인 코볼트라고는 볼 수 없는 생김새였다.
일반 코볼트들이 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눈앞의 코볼트는 검고 윤기 나는 긴 털에 입을 비집고 튀어나올 정도로 긴 송곳니들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생긴 것은 흡사 개보다는 늑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마차에서 순식간에 내가 있는 곳까지 거리를 좁혀 나를 보호해 준 펠튼 아저씨는 자신이 튕겨 낸 코볼트의 모습에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이놈이었군, 그동안 이 근방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을 습격하던 코볼트들의 우두머리가!”
“크아앙!”
사나운 펠튼 아저씨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검은 코볼트는 바닥에서 버둥거리며 자신의 이빨을 드러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서늘하게 빛나는 것이, 저런 것에 물렸다가는 그대로 살점째 도려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펠튼 아저씨는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코볼트를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발을 통째로 잘라 내 버릴 생각으로 휘두른 일격이었는데, 잘리기는커녕 검을 튕겨 냈단 말이지? 아무리 오러를 덮어씌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보통이 아니군. 이거…….”
‘그동안 왜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지 알겠군.’이라고 말하며, 아저씨는 눈살을 찌푸리셨다.
검은 코볼트는 오른쪽 앞발을 절면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이 파일 정도로 날카로운 발톱이 내 눈에 보였다.
고개를 숙이라고 했었던 펠튼 아저씨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면 저 발톱에 의해 머리가 멀쩡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등 뒤가 서늘해졌다.
‘내가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스피드라니…….’
거기다가 비록 오러를 사용한 오러 소드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오러 익스퍼드의 펠튼 아저씨가 잘라 내 버릴 생각으로 휘둘렀던 일검이다.
그 일검을 받아 내고도 앞발이 절단이 되기는커녕, 절뚝거리는 것에서 그친 그 엄청난 방어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펠튼 아저씨의 얼굴은 살짝 굳어 있었다. 그 표정에서 여유를 부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스피드와 맷집, 거기에 튼튼함까지 고려하면 C급에 등록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이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한 놈이었어.”
“캬아앙!”
펠튼 아저씨의 검이 푸른빛을 머금었다.
검 끝에 이슬이 맺힌 것처럼, 푸른 기운이 검신 전체를 은은하게 감싸고, 시린 빛을 내뿜었다.
이내 그 검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드는 검은 코볼트에게 휘둘러졌고, ‘카앙’이라든지, ‘탕!’과 같은 소리도 없이 검은 매끄럽게 검은
코볼트를 통과하였다.
옆에서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베었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매끄럽게 말이다.
하지만 땅을 박차 올랐던 검은 코볼트는 땅에 착지할 때 더 이상 목이 몸통에 달려 있지 않았다.
매섭게 노려보며 사납게 입을 벌린 그 상태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자 느끼지 못한 채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버린 검은 코볼트의 사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등 뒤로 깨개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앗, 저놈들이 도망가고 있어요!”
“아니다, 쫓지 마라!”
루시안이 다급히 풀숲으로 도망치는 코볼트들을 쫓으려고 움직이자, 펠튼 아저씨가 크게 소리치며 루시안을 제지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빛줄기가 쏘아졌다.
“마나의 힘으로, 내 적을 꿰뚫는 빛의 화살이 되어라! 매직 애로우!”
어느새인가 마차에서 걸어 나온 조시아 누나가 빛의 화살을 소환하여 도망치는 코볼트들을 향해 날린 것이었다.
풀숲을 향해 쏘아진 빛의 화살들은 도망친 코볼트의 숫자에 딱 맞는 세 발이었다.
전부 명중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정확하게 ‘깨앵.’하는 소리가 세 번 울리며 푸스럭 거리던 풀숲이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