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4화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효 타격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공격이 제법 날카롭구나. 하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많다.”
하단을 향해 내리꽂는 나의 검격을, 아저씨는 살짝 검을 비틀어 올리는 행동 하나만으로 간단히 튕겨 내고, 이어서 검을 빠르게 회수하였다.
그다음 이어지는 동작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어 올리듯이 휘둘러지는 일격.
설명은 길었지만, 수비 동작을 취하고 공격 동작으로 전환되는 그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기 때문에 나는 작게 신음했다.
‘빠르다, 그리고 간결해!’
아직까지 이쪽은 반격에 의해 튕겨 나간 검을 회수하고 있는데, 아저씨의 검은 이미 오른쪽 옆구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동작을 최소화시킨 간결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검을 회수해 방어 동작까지 펼치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윽!”
작게 신음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멍 때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검을 사용한 대련인 만큼, 목검 대련같이 한 대 맞으면 억 소리가 나고 바닥에 나뒹구는 것이 아니라 최소 중상이다.
물론 대련인 만큼 중간에 검면으로 바꾸어 휘둘러 치거나 검을 회수할 수도 있겠지만, 순간 오기가 생겼다.
이제 겨우 몇 합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벌써 한 대 맞은 셈 쳐서, 검을 회수당하여 라이프가 하나 줄어드는 것은 싫었다.
‘쇄액!’하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고, 아저씨의 검이 옆구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나를 베어 버린 것 같아 보였는지, 대련을 구경하고 있던 슐츠 씨와 조시아 누나 쪽으로부터 ‘으앗!’, ‘꺄악!’하는 비명이
들렸지만 나는 반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법이구나, 순간적으로 오러를 대폭 끌어 올려 몸의 순발력을 높여 공격을 피했어.”
“마지막에 아저씨가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늦춰 주셨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가능했어요.”
“흐음, 확실히 좀 위험하기는 했지. 피하지 못할 것 같아 보였으면 바로 검을 회수할 생각이었다만, 포기한 얼굴이 아니라 한번 내질러 본 것인데
용케도 잘 피했구나.”
“뭘 용케도 잘 피했구나예요!”
“잉?”
위급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공격을 회피한 내 모습에 만족한 펠튼 아저씨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우리의
뒤쪽으로부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자 질겁한 얼굴의 조시아 누나가 허겁지겁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게 다가온 그녀는 펠튼 아저씨에게 공격당한 옆구리는 멀쩡한지, 팔다리는 제대로 달려 있는지, 피 흘리는 곳이 없는지를 다급히 체크한다.
“어어? 저, 저기, 누나?”
오히려 너무 적극적으로 몸을 더듬는 그녀의 손길에 내가 당황하고 있으려니, 조시아 누나는 표정을 굳히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지?”
“아? 네…… 네. 그, 공격당하기 바로 직전에 회피했으니까요. 다친 곳은 없어요.”
“정말로?”
“네, 정말이에요.”
실제로 몸에 이상은 없고, 운 좋게도 옷 역시 베이지 않았기 때문에 멀쩡했다.
일시적으로 다음 동작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회피 목적으로 오러를 끌어 올려 몸을 움직인 덕분이었다.
아마도 반격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면 이 정도까지 회피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조시아 누나와 슐츠 씨의 시선에서 바라본 시점에서는 영락없이 펠튼 씨가 내 몸을 그대로 그어 버리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덕분에 펠튼 아저씨는 ‘어린아이에게 진심으로 검을 휘두른 무자비한 남자’라고 매도당하며 조시아 누나에게 한껏 설교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아넬이 검을 피하지 못할 것 같았으면 그대로 검을 거둘 생각이었다니까 그러네…….”
“거두기는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휘둘렀잖아요!”
“그거야 아넬이 회피할 거라고 생각해서…….”
“결국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검을 휘둘렀다는 소리군요?”
“아니, 그게…… 끄응.”
파티 멤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분위기인지는 몰라도 펠튼 아저씨는 조시아 누나의 잔소리에 별다른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쩐지 ‘그게 아닌데…….’하고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애당초 어린아이를 상대로 목검이 아니라 진검을 든 상태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가했다는
점에서는 할 말이 없었는지 결국 펠튼 씨는 조시아 누나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야만 했다.
실제로 피하지 못했으면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고, 펠튼 아저씨가 검을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전혀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친구 아들의 실력 한번 확인하려고 욕심부렸다가 호되게 대가를 치르는구나.”
“하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직은 몸이 성장하지 않았으니 검술도, 오러도 다루는 것에 제약이 많겠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보이는구나. 꾸준히 실력을 다듬으면서 성장하면
훌륭한 검사가 되겠어.”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오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대련해 보자꾸나. 단, 당분간은 말고 말이다.”
“네.”
결국 흐름이 깨져 버린 터라, 나와 펠튼 아저씨의 대련은 흐지부지 끝나게 되어 버렸다.
비록 짧은 공방에 불과했지만, 목검으로 하는 대련과 진검으로 하는 대련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아버지와 레아 누나, 그리고 루시안과 했었던 대련에선 이만한 긴장감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휘두르는 목검을 진검이라고 가정하고 진지하게 대련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실수로 공격을 허용해도 아얏! 하고 아프고 마는 목검에 비해(물론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긴 하지만.), 진검은 실수가 곧 큰 부상으로 이어지니 아무래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예전 고블린을 상대했을 때 느꼈었던 것과도 비슷한 감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씩 떨고 있는 오른손을 꽉 쥐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멀었네.’
고작 6년 정도 단련한 실력으로 20여 년 이상의 시간을 모험자로서 실전을 경험해 온 펠튼 아저씨와 대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본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오러도 끌어 올리지 않았고, 또한 처음 대련을 시작한 그 자리에 서서 내 공격을 받아치기만 했던 펠튼 아저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펠튼 아저씨의 반격에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그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들과 견고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몸의 중심에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는 그 실력 차이를 따라잡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잠시, 이내 장작을 들고 온 루시안과 레아 누나와 함께, 우리는 본격적으로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말이다. 검보다는 저녁이 우선이었다.
그날 저녁은 맛있는 야채수프에 마을에서 사 온 빵을 적셔 먹었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난 이후, 설거지까지 끝마친 뒤 우리는 코볼트들을 습격했을 때를 대비한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조시아 누나는 일정 범위 내에 누군가가 접근했을 때 사용자에게 신호를 주는 경계마법을 주위에 펼쳐 놓았고, 일행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펠튼
아저씨는 조시아 누나와 함께 마차 안으로 모습을 숨겼다.
만약 누군가가 온다면, 경계마법이 작동해 조시아 누나가 가장 먼저 알게 되고 이후에 조시아 누나가 텔레파시 마법으로(일정 범위 내의 인원에게
시전자의 생각을 전달하는 마법이라고 한다.) 일행에게 조용히 습격을 알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인원을 속이기 위해 밖에 남기로 한 우리를 제외하고 마차의 냄새와 기척을 없애는 마법까지 펼치자 펠튼 아저씨와 조시아 누나가 타고
있는 마차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빈 마차처럼 느껴졌다.
“마법이라는 게 정말로 신기하네요.”
“후후, 아무래도 오러와 전혀 다른 힘을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펠튼 아저씨의 말로는 오러를 사용하는 데 능숙해지면 본인의 기척을 지운다든가, 소리를 차단하는 등의 마법과 비슷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모양이지만, 마법에 비하면 연비는 나쁘다는 것 같다.
물론 검술도 내가 좋아서 배운 것이긴 하지만, 역시 눈앞에서 판타지 세계의 그 마법들이 연달아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그 신기한 현상을 직접
체험하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넬, 아까 펠튼 아저씨랑 진검으로 대련했었다면서?”
“어? 아……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네? 진검으로 대련을요?”
처음 듣는 소리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레아 누나가 나를 돌아본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눈이 영 심상치 않았다. 이거, 어째 아까랑 비슷한 전개 같은데?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베였다든가, 아니면 찔렸다든가 그런 곳이요.”
“……그,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듬는 것을 멈춰 주세요.”
조시아 누나와 똑같이 온몸을 이곳저곳 더듬으면서 다친 곳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는 레아 누나의 손길에 나는 다급히 그녀를 제지하였다.
다친 곳이 전혀 없다고 말하자, 다행히도 레아 누나는 바로 몸을 더듬는 것을 멈춰 주었다.
하지만 내가 조심성 없이 진검을 휘둘렀다는 것에는 다소 화가 난 모양인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내, 안도의 한숨을 한 번 쉬었으나 내게 꾸짖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목검이 없다고는 하지만, 진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로 다짜고짜 대련이라뇨, 위험하잖아요!”
“네, 조심성 없이 대련에 임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목검과 별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대련에 임했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레아 누나의 질책에 솔직히 사과했다.
뭉툭한 목검이 아니라, 날이 서 있는 검이 몸을 스쳐 지나간다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이번 대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그 점을 지적하는 레아 누나의 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쪽이 솔직하게 사과하며 인정하자, 더 이상 뭐라 하기는 뭣했는지 레아 누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느닷없는 포옹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따뜻한 그녀의 품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레아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넬도, 또 루시안도 아버지들로부터 진검을 선물 받아 이제는 검사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조심성 없이 행동하진
말아 주세요. 검이라는 도구는 결국 누군가를 쓰러뜨리기 위해,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물론 그것으로 누군가를 지킬 수도 있겠지만 항상
그 위험성을 생각하고 행동해 주셨으면 해요.”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기에, 나도, 루시안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