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4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43화
이상 현상 몬스터(2)
“네에? 아넬과 대련이요?”
통에 한가득 물을 떠 온 나와 펠튼 아저씨가 물통을 내려놓기 무섭게 각자의 검을 빼어 들고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며 조시아 누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표정 한가득 불만이 가득했다.
“나이 마흔 이상 먹고 열 살짜리 아이와 대련이라니, 무슨 행동이에요?”
“아니 뭐, 여덟 살의 나이로 오러를 발현시킨 아이라고 들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리안의 자식이기도 하고. 그의 친구이자 길드의 선배로서 아넬의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검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유인하기로 한 몬스터가 접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셨구요?”
“그래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음 마법을 쳐 달라고 부탁하는 거잖아.”
“나 참, 나이 차이가 족히 서른 살은 넘게 나는 사람이 아이와 대련하려고 방음 마법을 쳐 달라고 부탁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모험자로서 경험이 풍부한 펠튼 아저씨라고 해도 여성이 저런 표정으로 밀어붙이면 아무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지 인상이 구겨졌다.
“끙…… 한 번만 부탁하면 안 될까?”
“……후우, 아넬에게 한번 물어보고요.”
“아넬은 이미 찬성했는걸?”
“어떻게 알아요, 펠튼 씨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였을지.”
“그러지 않았다니까…….”
하지만 아저씨의 불만 어린 표정에도 조시아 누나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방금까지 무서운 표정으로 펠튼 아저씨의 대답에도 꿈쩍하지 않던 누나가 내 앞으로 다가오자 나도 명색이 남자인지라(…….) 조금 움찔했지만, 이내
조시아 누나의 표정이 풀려 있는 것을 보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아이라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조시아 누나가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저 사람과 대련해 보고 싶다는 게 정말이니? 저 아저씨가 무턱대고 대련하자고 밀어붙인 것은 아니고? 저 사람, 자주 그러거든. 자신이 흥미가
좀 생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대련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말이야. 검을 나누면서 우정과 친목을 다지는 거라나? 언제 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건지 원…….”
“아뇨, 밀어붙이지 않으셨어요. 저도 대련을 하고 싶어서 말씀드렸던 거고요.”
“……정말이니?”
“네, 어려 보이긴 해도 저 역시 나름 오러 유저의 검사이니까요. 대련은 좋아해요.”
‘진짜?’라고 묻는 조시아 누나에게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니 누나도 어쩔 수 없었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봐, 진짜지?’하고 웃고 있는 펠튼 씨에게는 ‘흥.’하며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은 조시아 누나는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나의 힘으로 소리를 가두는 벽을 생성할지니, 고요해져라. 사일런트!”
지팡이 끝에 달린 수정으로부터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조시아 누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마법이 정상적으로
발동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펠튼 씨에게 말했다.
“어차피 대련 정도니까 범위는 그다지 넓게 설정하지 않았어요. 저를 중심으로 약 100m 정도예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음, 충분해. 고마워, 조시아.”
“……흥, 살살 하세요. 괜히 다치게 하지 말고요.”
“조심하지.”
조시아 누나의 말에 펠튼 씨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마법……, 신기하네요.”
참고로 나는 또다시 펼쳐진 마법이라는 것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조시아 누나가 마법을 시전한 곳으로부터 100m 반경이라고 했으니, 얼추 소리를 차단하는 막이 생성되었을 부분으로 달려가 실제로 소리가
차단되는지 실험해 본 것이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고개를 내밀면 안쪽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다시 고개를 집어넣으면 소리가 들렸다.
그 신기함에 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오러가 아니라 마나를 익힐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깐 밀려왔다.
당시엔 나름 판타지 세계의 로망이었기 때문에 검술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상당히 편리한 힘이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미 오러를 발현시킨 마당에 마나를 새로이 발현시키는 것은 어지간해선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펠튼 씨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조시아 누나가 빙그레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마법을 보는 것이 처음이니, 아넬?”
“네, 몇 번인가 마법사들이 길드로 찾아오긴 했지만 기껏해야 라이트 마법 정도만 봤거든요. 실제로 눈앞에서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후후후……. 귀여워라. 나중에 시간이 나면 더 많은 마법을 보여 줄게.”
“정말요?”
“그럼, 얼마든지.”
조시아 누나의 파격적인 제안에 깜짝 놀라 소리치자, 뒤쪽에서 ‘크흠!’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흠흠, 검사는 마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란다, 아넬.”
“어머, 후후후, 질투하는 건가요, 펠튼?”
“그 아이는 벌써 오러를 발현시켰어. 마나를 발현시킬 수 없는 몸이라고, 조시아.”
“마나를 발현시킬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란 것이 있잖아요.”
“검술도 남자아이의 로망이라고!”
“네네, 알겠습니다.”
“저기…… 대련, 시작할까요?”
그대로 내버려 두면 만담(?)이 길어질 것 같았기에 나는 손을 들어 대련을 시작하자는 것을 어필함으로써 두 사람의 대화를 살짝 끊었다.
조시아 누나는 ‘화이팅!’하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펠튼 아저씨는 자신의 애검을 쥐고 천천히 내게 겨누었다.
“오러를 사용해도 된다. 한번 전력을 다해 보렴, 아넬.”
아버지 이외의 첫 오러 익스퍼드 실력자와의 대련이었다.
조금씩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저씨의 말에 나는 심장 속에 갈무리되어 있던 오러의 기운을 전신으로 퍼뜨렸다.
“후우우…….”
전신으로 오러가 퍼져 나가는 감각을 느끼며, 작게 심호흡했다. 모든 오러를 끌어 올린 것은 아니고, 얼추 50% 정도에 해당되는 오러다.
내가 전력으로 오러를 끌어 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펠튼 아저씨의 표정이 묘해졌다.
“보아하니 전력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걸로 괜찮겠느냐?”
아마도 ‘전력을 다해 덤벼도 모자라다.’라는 것을 살짝 돌려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50%에 해당되는 오러만을 끌어 올린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제가 검술에 오러를 포함해서 컨트롤할 수 있는 한계선입니다.”
“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구나. 자신의 한계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또한 실력이지.”
내 대답에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검을 한 바퀴 빙글 휘둘렀다.
현재로써는 전체 오러의 약 50%에 해당되는 힘만 제대로 컨트롤하는 게 가능하다.
그 이상으로 오러를 끌어 올리면 신체가 더 강화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강해진 신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오러의 힘에 휘둘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검술을 펼치는 데도 상당한 지장이 생기고 혼자 거꾸러지거나 중심을 제대로 못 잡는 등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
그러니 현재로써는 50%의 오러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실력인 것이다.
‘후우…….’하고 숨을 고르며 몸을 한껏 긴장시켰다. 그에 반응하며 오러 역시 몸에 활기를 더욱 불어넣어 준다.
상대는 아버지와 동급, 혹은 그동안의 실전 경험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요령을 피워 봤자 통할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부딪치기로 마음먹고 땅을 박찼다.
“호!”
“하앗!”
힘껏 박찬 땅이 살짝 파일 정도로, 내 몸은 펠튼 아저씨를 향해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상체는 살짝 비틀고 오른팔은 뒤로 잡아당겨 힘을 한껏
응축시킨 뒤 검을 내뻗었다.
정공법을 택한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찌르기였다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펠튼 아저씨는 검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카앙!’하며
내 찌르기를 막아 내었다.
‘윽!’
그런데 손에 전해지는 충격이 예상외로 강렬했다.
가볍게 부딪쳤을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검으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기에 오른손이 살짝 저릿하며 인상이 찌푸려졌다.
딱히 아저씨가 오러를 끌어 올렸다거나, 자세를 잡고 본격적으로 검을 휘둘러 막은 것도 아니었다. 선 자세 그대로 그저 검을 들어 올려 막았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충격이라니.
예상외의 충격에 당황하여 펠튼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자, 그는 껄껄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그렇게 놀랄 것도 없다. 오러를 끌어 올렸다고는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열 살 어린아이의 힘이야. 아무리 강화되었다고 해도 기껏해야
성인 정도의 힘에 불과하겠지. 그 정도의 힘이라면 굳이 오러를 끌어 올리지 않아도 기본적인 신체 강화만으로도 충분하다.”
과연, 알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 열 살의 신체를 아무리 오러로 강화해 봤자 기본 바탕이 바탕인 만큼, 강화되는 힘에도 어느 정도 한계선은 있다.
내가 오러 익스퍼드에 해당되는 정도의 오러를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고작 오러 유저 하급에 해당되는 오러량으로는 기껏해야 성인 수준의 힘을 내는
것이 한계다.
물론 그 정도만 하더라도 또래에 비하면 충분히 대단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른을 상대하면 기껏해야 동급인 것이다.
거기에 펠튼 아저씨처럼 근육으로 단련된 신체에, 또한 오러 익스퍼드의 경지를 이루며 기본적인 오러로 강화된 신체 능력까지 포함하면 딱히 오러를
끌어 올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보다 압도적인 근력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야 제대로 된 공방은 힘들겠는걸.’
고작 가볍게 부딪친 것으로 이만한 충격을 느낄 정도라면, 공방을 주고받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으면 손이 저리거나 이쪽이 먼저 손아귀에서 힘이 빠질 것이다. 그렇다고 검을 최대한 맞부딪치지
않으면서 휘두를 생각을 하니 공격 루트가 제한된다.
‘방법은 한 가지뿐.’
신체를 강화하는 데 쓰인 50%의 오러를 제외하고, 남은 오러의 일부를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힘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충격으로부터 손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을 강화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될까 싶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는 훨씬 쉽게 오른손으로 오러가 모여들었다.
단지, 집중시키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는 것이 나름 흠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이야 펠튼 아저씨가 내게 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오러를 집중시킬 수 있었지만 실전이라면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따로 연습해 둬야겠다.
“자, 준비되었으면 계속해 볼까?”
“네!”
다시금 펠튼 아저씨에게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오른손에 오러를 집중시킨 덕분에 검을 받아치더라도 아까와 같은 충격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는 아까보다도 한결 편하게 공격을 이어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