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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6화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입을 꾹 다물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를 쓰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이대로 더 달렸다간 분명 리나는 탈진해서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여태껏 레아 누나가 했었던 것처럼 나와 루시안이 리나를 안거나 업고 뛸 수도 없다.

‘아직도 숲을 빠져나가려면 조금 더 가야 하는데…….’

마음은 급했지만, 그렇다고 리나가 쓰러지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루시안과 리나의 휴식을 위해 달리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걸으면서 호흡을 고르게 했다.

“하악…… 학…… 하악…… 웨엑…….”

‘역시 너무 무리했어…….’

달리는 것을 멈추자마자 리나가 격하게 헛구역질을 하며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마저 힘든

모양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으며 즐겁게 놀던 아이가 잠깐 사이에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아파도 이 숲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리나를 부축해서라도 이끌려고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내 귀로 ‘케르륵.’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나만 들은 것이 아닌 듯 숨을

고르고 있던 루시안과 리나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후…… 후우, 후…… 아무, 래도…… 후, 쫓아왔나…… 봐.”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거칠게 훔치며, 루시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마 내 얼굴 표정도 루시안 못지않게 상당히 일그러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케륵, 케르륵.”

“께륵 케륵.”

우리가 달려온 곳으로부터 고블린 두 마리가 그 짧은 다리로 어떻게 저런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의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아까 그놈들인가?’

딱히 고블린의 얼굴을 구별할 정도로 안목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몸에 생채기들이 있는 걸로 봐선 추가적인 고블린이 아니라 아무래도 레아

누나 쪽에 있던 일곱 마리의 고블린 중 두 마리가 우리를 따라온 것 같았다.

칫, 두 마리로도 이런 어린아이쯤은 충분하다는 것이겠지.

딱히 조급해하지도 않고 천천히 이쪽을 비웃듯 노려보는 고블린의 시선에서, 우리를 전혀 위험 요소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놈들이 들고 있는 게 검이 아니라 몽둥이라는 건데.’

아버지의 선견지명 덕분에 나와 루시안은 숲에 오기 이전에 좀 귀찮더라도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목검을 챙겨 왔었다. 지금도 뛰는 데 상당히

걸리적거리기는 했지만 목검은 제대로 가지고 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병사들로부터 빼앗은 숏소드였다면 제대로 방어조차 할 수 없었을 텐데, 그래도 몽둥이라면 목검으로 막을 때마다 잘려 나갈

가능성은 없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저들이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최대한 숨을 고르며, 나는 천천히 목검을 꺼내 들었다.

“……아넬, 설마 싸우려고?”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아직 숲을 벗어나려면 꽤 거리가 되는데 너도, 리나도 지쳤잖아? 고블린들이 쫓아온 속도를 봐선, 이대로 무리해서

달려 봤자 결국 사냥당할 거야. 그럴 바엔 지금 체력이 있을 때 어떻게든 해 보는 것이 훨씬 나아.”

확실히 어린아이가 상대하기에 다소 버거운 상대임은 맞다.

키가 작긴 하지만 성인과 비교해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 근력을 지니고 있고, 우리를 쫓아오고도 그다지 숨을 고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체력 면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그래도 가망성은 있어.’

목검으로 과연 어디까지 대미지를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블린은 약한 몬스터인 만큼, 사람과 비교해도 그다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피부가 얇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설픈 무기로도 제대로 타격만 한다면

대미지를 줄 수 있다고 도감에서 읽은 적이 있다.

‘확실하게 대미지를 줄 수만 있다면.’

사람처럼 방어구를 만들 만큼 지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방어구를 빼앗아 입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이 큰 것도 아니기에, 고블린의 전신은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내 기량이 고블린을 상대로 과연 어느 정도까지 통하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내 공격 속도보다 고블린의 반응 속도가 훨씬 좋다면 내가 당할 확률이 높고, 반대로 고블린들에게 타격만 줄 수 있다면 내게도 승산이 생기는

것이다.

‘후!’하고 작게 기합을 넣으며, 나는 고블린들이 ‘케륵’ 거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루시안, 리나를 부탁해.”

“잠깐! 왜 아넬 혼자서 싸우려는 거야?”

“그렇지만 너, 제대로 대련해 본 적도 없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난 3년 가까이 아버지, 레아 누나와 대련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나 혼자서 어떻게 해 보는 게 훨씬 나아. 괜히 어설프게 같이 덤볐다간 둘

다 엇갈려서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어.”

“…….”

내 말을 이해한 듯, 루시안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표정을 보니 레아 누나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해하는 것 같다.

‘딱히 분해할 것까진 없는데…….’

나도 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검술을 배우고 1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이니, 그것을 고작 6개월 만에 따라잡은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오버 스펙이다.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루시안은 오히려 나를 앞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만큼 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지 여물지 않아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지, 루시안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것도 일단 여기서 살아남고 생각할 일이지.’

내 두 손에, 내 목숨을 포함한 다른 두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묵직해진 기분이 들었다.

질 수 없다.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검술을 펼치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크락!”

“케르락!”

내 목검의 끝이 자신들을 향하자 고블린들이 눈을 시퍼렇게 부릅뜨며 괴상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름 끼치는 인상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애써 숨을 고르며 들끓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조금, 아니…… 많이 무섭네.’

아버지와 대련할 때도 긴장감으로 몸이 떨리긴 했지만,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미 목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심장은 입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 진짜! 고블린이 초보 몬스터라고 했던 거 대체 누구야!’

조금이라도 긴장을 떨치고자 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게임에선 레벨 1의 초보자여도, 아이 캐릭터이건 어른 캐릭터이건 필드로 나가기만 하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잡몬스터에 불과할 뿐이거늘, 지금은 내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르는 흉악한 몬스터다.

목검을 휘두르다 지치면 그만두는 그런 대련이 아니라, 잠깐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실전이라는 것에 정신이 아득해지려고 했지만 루시안과

리나를 생각해서 이를 꽉 깨물고 버텼다.

눈앞의 고블린 두 마리는 천천히, 그러나 나를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내게 달려들 기회를 보기 시작한다.

야생 동물이나 몬스터에게 기세를 제압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소름 끼치는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마주 응시했다.

“캬락!”

이내, 몽둥이를 거칠게 휘두르며 한 마리의 고블린이 내게 덤벼들었다. 척 보기에도 내가 받아칠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진 몽둥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힘을 흘려보내는 기술이라면 아버지를 통해서 지겹도록 배우고 익혔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상대하기 위해선 필수로 익혀야 하는 것이라며 엄청나게 단련시켜 준 기술이다.

“하앗!”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받아치는 듯하면서, 일부러 이쪽에서 힘을 뺀다. 그리고 검을 그대로 빙글 돌리며 몸을 뒤쪽으로 뺐다.

“케륵?”

자신의 공격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흘러가자, 무슨 일인가 싶은지 고블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의 고블린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라, 나는 재차 이어지는 몽둥이 공격을 받아 흘려야 했다.

“후욱!”

그러나 한 명을 상대하던 자세에서 바로 두 번째 타격이 날아오니, 아무래도 자세가 좀 무너진다. 두 번째 고블린의 일격을 간신히 받아 내긴

했으나 첫 번째 타격에 비해 손이 조금 저릿하다. 제대로 흘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드네.’

대련은 한 사람을 기준으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형식이었지, 혼자서 두 명 이상을 상대하는 방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고블린의 움직임이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가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오히려 레아 누나나 아버지에 비하면 훨씬 느린 편에 속한다.

긴장으로 인해 계속 식은땀이 흐르긴 했지만, 땀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재차 이어지는 고블린들의 공격이 ‘부웅!’하는 파공음과 함께

휘둘러진다.

“크으!”

받아 흘릴 수 있는 것은 흘리고,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회피했다. 숲 속이긴 했지만 길이 꽤나 넓어 회피 공간은 충분하다는 것도 내게는

유리한 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두 마리 고블린들의 공격을 연속으로 피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도저히 반격의 타이밍이 생기지 않는 것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회피만 해서는 먼저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주위를 살펴보아도 내가 이용할 만한 지형지물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무를 이용해 회피하고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이 자리에서 벗어나면 고블린들이 루시안과 리나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쉽게 자리를 이동할 수도 없었다.

“아아, 진짜! 도박 같은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케륵!”

“케륵!”

초조함을 날리고자 크게 소리 질렀더니, 고블린들의 표정이 묘해진다. 그게 마치 ‘이놈이 미쳤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크게 소리를 내지른 효과는 있었다. 떨리는 몸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시 굳게 잡았다.

고블린들의 체력은 나보다 훨씬 좋고,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만큼 내 기량은 좋지 않다. 거기에 공격을 회피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면, 내게 남은

것은 계속 수비만 하다 체력이 다해 쓰러지든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박성 반격을 노려보는 방법밖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자는 필패. 후자는 그래도 조금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아아아!”

“케륵!”

휘둘러지는 고블린의 방망이를 피하거나 흘리지 않고 양손으로 굳세게 잡은 목검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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