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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9화

내 말에,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쪽을 바라본다.

그런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빠는 잠깐 고민하더니 턱을 쓰다듬으며 ‘그렇군.’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구나. 이거……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군…….”

드물게 아빠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아빠의 일편단심 엄마 사랑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 집 안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여성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생활하던 방식이 서로 다르고, 또한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만큼, 우리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생활하다가 서로 간의 관점 차이로 생각지 못한 불화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딱히 아빠가 집 안에서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닌다거나, 남들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들 사이에서도 가장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은 아들로서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행동하는 것에

조금은 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대하건, 기본적으로 여자의 입장에서 외간남자란 항상 주의해야 할 위험 생물이니 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사항이고, 아빠의 성격이라면 그럴 오해가 생기지 않게 철저히 자신을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리

이쪽에서 주의한다고 나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뭐,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정도일 뿐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레아 누나의 성격이라면 불화를 일으키거나 멋대로 남을 오해할 정도로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그런 성격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나는 이제 겨우 아기 티를 간신히 벗어난 몸인 만큼, 내가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위험인물로 취급되지는 않을 것이니.

결국 레아 누나의 등장을 경계해야 할 사람은 아빠인가?

모험자 생활을 해 본 만큼, 다른 여자와 함께 행동하고, 또한 엄마와 연인일 때의 경험도 있으니 아빠라면 충분히 조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당분간 서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꽤나 피곤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일 부담을 줄이려고 파견 인원을 요청했던 것이 또 다른 부담으로 찾아올 줄이야.

“화이팅이에요, 아빠!”

“화이팅?”

“변태나 불륜으로 오해받지 않게 조심하라는 뜻이에요.”

“……세 살짜리 아들에게 그런 충고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셨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아빠는 행동을 조심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엄연히 고용주는 이쪽이고, 우리만 괜찮다면 빈방에서 지내며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 것은 레아 누나 쪽이기 때문에 솔직히 지레짐작으로 이

정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뭐 사람 사는 것이 정해진 순리대로만 돌아가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지.

어느 세계에서도 남자가 권위가 높건, 여자가 권위가 높건 일단 변태로 찍힌 남성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시선이 고운 경우는 없다.

그러니 힘내시길 바랍니다, 아버지!

 

 

***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아 누나는 길드에서 ‘인재’라고 부를 정도로 일 처리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짐을 정리하고도 조금 더 여독을 풀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총 사흘을 쉬고 난 뒤에, 더 이상 일을 미뤄 둘 수는 없다며 레아 누나가 나선 이후로,

단 하루 만에 길드에 쌓여 있던 서류 업무의 절반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대강대강 넘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처리가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로 고작 이틀 더 아빠의 서류 업무를 보조했을 뿐인데도 레아 누나는 자신에게 할당된 서류 업무를 전부 끝마치고도 아빠의

기존 업무를 보조해 줄 정도로 엄청난 활동력을 보여 주었다.

참고로, 어떻게 그런 스피드로 일 처리가 가능한 것인지 레아 누나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살며시 미소 지으면서

“본부에서는 이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의뢰들이 들어옵니다. 상단 호위나 몬스터 퇴치 정도의 의뢰는 제일 쉬운 편에 속할 정도로요.”

라고 말했다. 요컨대, 이곳의 의뢰 난이도가 쉽다는 뜻이었다.

덧붙여서 본부에 들어오는 의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는데, 왕국에서 직접 몬스터 토벌 의뢰를 요청하기도 하고, 일정 기간 특정 장소에

모험자들을 머물게 하면서 지속적인 몬스터 퇴치 활동 및 순찰, A급 이상 마법 재료 습득 및 정보 수집 등등 하나같이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신분

높은 귀족들이 직접 의뢰하는 것이 많아서, 의뢰를 맡는 것부터 해결하는 단계까지 그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끽해야 지방 귀족, 상단주, 마을 촌장이 의뢰하는 이 정도의 업무는, 절차가 복잡할 것도 없이 의뢰 내용과 난이도에 맞게 그에 따른

보상이 확실한지 정도만 확인하면 되니 일하기가 훨씬 편하다는 것이었다.

“제가 늘 존댓말을 쓰는 이유도, 의뢰로 귀족들을 자주 만나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다 보니 어느새 존댓말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째 레아 누나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계속해서 의문점이 생긴다.

의뢰들이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레아 누나가 본부에서 일할 당시엔 그 업무들을 전부 처리했다는 뜻이고, 또한 귀족까지 상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레아 누나는 본부에서도 쉽게 내어 주지 않을 만큼의 능력 있는 인재라는 뜻이다.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이 고작 변방에 위치한 우리 길드에 파견 왔다는 것이 궁금해지려는 찰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레아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원래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곳에 파견될 예정이었습니다. 세룬 지부가 의뢰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의뢰들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실력 있는 사람들 중 하나를 뽑아 파견을 보내는 것으로 결정되었어요. 제가 스스로 지원하기 전까지는요.”

“스스로 지원하셔서 이곳으로 오신 건가요?”

의외의 말을 들어, 조금 깜짝 놀란 표정이 된 나를 ‘후후후’ 웃으며 바라보던 레아 누나는 내 모습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이었다.

“네, 세룬 도시의 상황과, 지부장님의 가족 사항을 듣고 난 뒤에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원했고, 이곳으로 파견

오게 되었습니다.”

레아 누나의 설명에,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한다.

비록 일이 조금 힘들다고는 하지만, 모험자 길드 본부라면 변방 도시에 위치해 있는 이곳 세룬 도시와는 다르게 엄연히 수도에 위치해 있는, 모험자

길드의 중심인 곳이다.

당연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급료나 혜택은 이런 변방 도시에서 일해서 버는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좋은 일터를 관두고, 이곳 변방에 오겠다고 선택한 것일까?

궁금함을 담아 물어보자, 그녀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더 다정히 쓰다듬어 주었다.

“……확실히 대우도 좋고, 급료도 만족할 정도로 받았습니다만, 그곳은 생각보다도 훨씬 정이 없는 곳이랍니다. 매일 귀족들을 상대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에 치여 살기 때문일까요. 업무가 끝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점으로 달려가 술을 마시기 바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뒤풀이를 하기 바쁩니다. 그렇게 술에 절어 간신히 거처로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제 있었던 일의 반복이 시작됩니다. 그런 생활을 3년 정도

하다 보니 문득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치셨던 거군요.”

내 말에, 레아 누나는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 ‘그러네요.’라고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네, 지쳤었지요. 더 정확히 말하면 좀 더 사람답게라고 할까요? 일하면서도 동료들과 서로 웃고 떠드는 그런 것을 원했습니다. 정에 굶주렸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 당시엔 길드 일 같은 것은 때려치우고 그동안 벌어 둔 돈을 가지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세룬 도시의 파견 요청에 대해 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원하신 건가요?”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 지부장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본부에서도 평판이 괜찮은 분이었고, 또한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본부 일은 그만둘 생각이었고, 벌어 둔 돈은 여유가 있으니 일을 그만두기 전에 다른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거기에 가족분들과 일하고 있다면 조금 밝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가. 쏟아지는 업무와 각박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만두려는 찰나에, 마지막으로 도전해 본 것이 우리 집으로의 파견이었던 모양이다.

‘힘들었겠네.’

레아 누나의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한 살.

전생의 내가 스물세 살의 나이로 겨우 군대를 제대한 것이 전부였던 것과 비교하면 나보다도 이른 나이에 훨씬 많은 사회 경험을 한 것이다.

그것도 전생식으로 비교하자면 대기업에 입사한 것과 똑같은 것이니 대단한 누나다.

고작 200여 명 정도가 생활하는 조그만 군대에서도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것일까? 라는 생각에 선후임 관계에 힘들어했었던 게 기억나는데, 그보다

더한 생활을 해 왔을 테니 힘들어하는 것도 당연하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엄마와 나의 환대에 무척이나 기뻐했었던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어떤가요?”

“네?”

“이곳에서의 생활이요. 어떤가요?”

내 물음에, 레아 누나의 표정이 묘해진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레아 누나는 피식하고 웃더니 밝은 미소와 함께 내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저도 앞으로도 계속 레아 누나와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레아 누나와 같이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어딘가 조금 기뻐하는 모습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잘 부탁해요, 아넬.”

“잘 부탁합니다, 레아 누나.”

레아 누나가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일주일이 지나는 날.

그녀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또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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