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7화
“엄마!”
가지고 온 책과 함께 2층에 도착한 나는, 안방 문을 열고 나에게 글자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누구보다 친절하게
글자를 가르쳐 줄 훌륭한 선생님인 엄마를 힘차게 불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안방 테이블에서 길드 업무와 관련된 서류를 훑어보고 있던 엄마, 릴리아는 방 안으로 들어온 내 모습에 다정히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뻗었다.
나는 모처럼 또래의 아이들처럼 그녀의 따뜻한 품속을 파고들었다.
단,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살살 말이다.
그런 내 모습에 엄마는 후후 웃으며 품에 안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동생이 놀라면 안 되잖아요?”
그러자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엄마는 이제 임신 7개월에 들어서 배가 상당히 커져 있었다.
배가 부푼 만큼 거동에도 상당히 불편을 줄 정도라, 최근 엄마는 2층에서 내려오지 않고 대다수의 시간을 안방이나 거실에서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거동만이 불편한 게 아니다.
아기가 장기를 짓누르기 때문인지 이전과 똑같은 식사량으로 식사를 해도 소화 불량을 느끼고 화장실도 더 자주 가게 된다. 또한 배 속에 있는
아기에 항상 신경을 쓰기 때문에 모든 것에 예민해지고, 수면에도 다소 지장이 있는 모양인지 낮잠도 꽤 많이 주무시게 되었다.
괜히 임산부에게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최근에 느끼고 있다.
‘조금 쉬셔도 괜찮을 텐데.’
하지만 엄마는 푹 쉬라는 아빠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빠의 서류 업무를 도와주고 계시다.
이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심심해서 견디기 힘들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도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평소보다는 다소 적은 양의 서류를
가져다주고 있다.
뭐랄까, 커다랗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면서도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서류 업무를 보는 엄마를 보며, 새삼 어머니라는 존재는 위대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본인도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아닐 텐데도 그것을 잘 조절하며 늘 가족들에게 다정한 얼굴과 미소를 보여 주시는 엄마에게는
존경의 마음이 든다.
따뜻한 엄마의 품을 더 느끼고는 싶지만, 이렇게 안기는 것조차 이미 동생을 품에 안고 있는 엄마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녀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웬 책이니?”
“글자 공부용 책이에요.”
“글자 공부?”
“네, 빨리 글자를 익혀서 아빠랑 엄마의 일을 도와주려고요.”
내 말에, 내가 들고 있는 책과 내 얼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엄마의 표정이 뭔가 미묘해졌다.
‘어라, 거짓말인 게 너무 티 났나?’
뻔히 엄마가 임신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라면 글공부에 도움을 줄 것 같아서, 더 잘 가르쳐 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고 있는 엄마에게 부담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후회의 기분이 든 그때였다.
엄마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어 주었다.
“보통 아넬 정도의 나이면 아빠랑 엄마한테 놀아 달라고 어리광을 부릴 만도 한데, 우리 아넬은 아빠에게도 그렇고, 엄마에게도 그렇고 늘 투정이나
어리광보다는 대견한 모습만 보여 주네. 그 모습이 엄마는 너무나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아넬이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
뜻밖의 말에 조금 멍해졌다.
하지만 엄마는 말을 끝내지 않고, 복잡한 심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가끔씩 보다 보면 조급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단다. 엄마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나?’
언제나 부모님이 알려 주는 이 세계의 언어를 잘 따라 하고, 내가 빠른 성취를 보일 때마다 마냥 기뻐하시는 모습만 봐 왔던 터라, 부모님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빠른 성취를 보이는 것에 만족하시는 평범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엄마가 나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실 줄은 정말로 몰랐다.
과연 나는 3년 동안 그들의 자식으로서 저런 애정과 관심을 받으면서,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니, 온통 나
자신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반성, 해야겠네.’
뭐랄까, 조금 울컥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했다는 것에 너무 들떠 있었구나 싶다.
사실은 전생의 기억을 타고났든 아니든 나는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아이에 불과한데 말이다.
마치 내게 주어진 특권인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오로지 내 미래만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애써 웃으면서 엄마에게 ‘헤헤.’하고 웃어 보였다.
“……곧 동생이 태어나니까요. 훌륭한 형이나 오빠가 되고 싶은걸요. 그래서 미리 공부해 두려고요.”
“후후, 그러니?”
내가 생각해도 참 궁색한 변명이다 싶었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어쩐지 죄책감 같은 것이 들 것 같아 애써 그 기분에서 도망쳤다.
다행이랄까, 아니면 역시랄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으시며 ‘그럼 엄마랑 같이 글자 공부해 볼까? 동생도 같이 말이야.’하며 말로써 나를 토닥여 주셨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엄마의 말과 함께, 나는 그날 하루 동안 엄마에게 맘껏 애교를 부리며 그녀와 즐겁게 글공부를 했다.
음, 내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들도 소중히 해야겠다.
반성하고, 조금 여유를 되찾게 되었다.
새로운 가족(1)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엄마의 출산일이 점점 가까워지는 만큼, 우리 가족들은 앞으로 태어날 새 생명에 대한 기대로 연신 들뜬 분위기가 이어졌다.
남자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여자아이라면 어떤 이름이 예쁠까? 만약 여자아이라면 옷을 새로 사야겠지? 그렇게 부모님은 매일 의견을 나누며 즐거워하셨다.
내가 자라면서 사용하지 않게 되어 창고행이었던 아기 용품들도 요새 하나둘씩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생명이 자리 잡고 있는 배를 쓰다듬으며 너무나 행복해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 나 역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동생이라…….’
전생에서는 외동아들이었기 때문에 형제가 있는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었다. 비록 형제가 있으면 서로 자주 싸운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친구보다 훨씬 가까운 또래의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러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는 했었지만, 설마 그게 환생에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 엄마가 ‘네게 동생이 생길지도 모르겠는걸?’이라고 말했을 땐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부풀어 오르는 엄마의 배와, 가끔씩 엄마의 배를 톡톡 차는 동생의 움직임을 느낄 때마다 내게 형제가 생긴다는 것이 이제는 실감이 좀 난다.
과연 남동생이 태어날지, 여동생이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 주길 바랄 뿐이다.
나이 차이가 그다지 나는 편이 아닌 만큼, 훗날 다른 형제들처럼 싸우면서 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기 전에 먼저 맞이해야 할 사람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에 아빠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어떤 화제를 꺼내려는 것인지 깨닫고 나와 엄마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 세 달 전쯤의 이야기다.
최근 세룬 도시에 상업이 활발해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상단 호위나, 도시 인근의 몬스터 퇴치를 부탁하는 의뢰들이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어찌 된 노릇인지 퇴치를 해도 몬스터의 숫자가 그다지 감소하지 않아 길드로 들어오는 의뢰의 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그 늘어나는 업무량이 이제는 아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여, 고민 끝에 아빠는 길드 본부에 추가 인원 파견을 요청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다.
앞으로 의뢰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지만, 그동안 아빠를 도와 서류 업무를 봐 주었던 엄마는 임신으로 인해 이전과 같이 서류 업무를 계속 보조해 줄 수 없었고, 또한 출산까지 하고 나면 더 여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빠를 도와 길드 업무를 도울 인원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빠는 본부 측에 추가 인원 파견을 요청하였고, 본부에서 아빠의 요청을 승인하고 그에 맞는 인재를 찾아서 보내 주겠다고 연락 온 것이 약 두 달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파견 조건에 맞는 인재를 찾아서 이야기를 전해 놓았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이곳 세룬 도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본부에서 추가적인 편지가 도착한 것이 이 주 전이었다.
“편지에는 편지를 보낸 시점에서 이미 출발한다고 적혀 있었으니, 아마도 일주일 이내에 도착할 것 같아.”
“방은 이미 비워 놨고, 침대나 옷장은 있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분이 도착하면 물어보고 구입해야겠네요.”
아빠와 엄마는 곧 도착할 본부 파견 인원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불편함을 느낄 만한 게 없을까 체크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원래는 우리 집이 아니라 파견 인원이 거주할 장소를 따로 마련해 줄 생각이었지만, 만약 우리 가족들만 괜찮다면 새로 거처를 구할 필요 없이 빈방 하나만 비워 주는 걸로 괜찮다는 추신이 적혀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고민 끝에 같이 사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앞으로 길드 업무를 같이 보면서 서로 얼굴을 자주 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고, 또한 이왕 같이 일하는 것이면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부모님의 의견이었다.
나는 외부인과 한 집에서 사는 것이 다소 꺼려지기는 했지만, 본부에서 직접 선택한 사람이 오는 만큼 신뢰성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 모양이라 부모님은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는 모양이고, 부모님이 결정한 사항이니 내가 불만을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당초 아빠의 요청으로 먼 이곳까지 오는 사람이니만큼 더더욱 말이다.
‘으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는걸.’
그런 생각을 하며 부모님과 같이 파견 인원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따뜻하게 대해 주자는 것에 의견을 모으면서 그날의 저녁 식사를 마쳤다.
***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나는 잠깐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아빠의 요청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아빠를 대신해서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어차피 바로 위층이니, 아빠를 필요로 하는 모험자 손님이 온다면 바로 뛰어가서 아빠를 부르면 될 일이었기 때문에 카운터에 앉아만 있는 것 정도라면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