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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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22화
그나마 엘프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엘프 숲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나 있는 나무들은 비행을 하는 괴 몬스터로부터 자연적인 방어막이 되어 주었다. 거기에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는 결계 지역은 괴 몬스터의 기사들로 하여금 공격할 곳을 제한하기에 엘프들로서는 충분한 방비책을 세워 놓을 수 있었다.
“성장의 나무 진액은 성장의 나무에서만 채취가 가능한 것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사르페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의 나무 진액은 나무 한 그루당 1년에 이만큼밖에 채취할 수 없네.”
사르페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로서도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
“성장의 나무 진액은 어디에 사용이 되는 것입니까?”
사르페이를 대신해서 곁에 있던 이로라가 대답을 해주었다.
“이 넓은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장의 나무 진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이로라는 품에서 아주 작은 물병과 비슷한 투명한 병을 꺼내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행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걸어갔다.
이로라의 앞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있었다. 그중에 그녀는 아직 꽃이 피지 못한 꽃봉오리에 투명한 병의 마개를 열고는 그 속에 담긴 우윳빛의 액체를 한 방울 똑! 떨어트렸다.
“……!”
“……!”
꽃봉오리가 우윳빛 액체를 빨아들이더니 그 자리에서 활짝! 피어났다.
이로라는 피어난 꽃을 예쁘게 바라보다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성장의 나무 진액은 이렇게 모든 것에 활발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손상된 나무에 성장의 나무 진액을 바르면 죽어가던 생명력에 재생력과 회복력이 깃드는 것입니다.”
“아아, 그래서 엘프 숲이 수천 년 동안이나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위드의 말에 이로라가 빙긋 웃었다.
“엘프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의 나무 진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
“예.”
위드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성장의 나무 진액은 엘프 숲 그 자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괴 몬스터의 기사들이 아무리 공격을 가해도 목숨을 걸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성장의 나무는 총 몇 그루나 되는 것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사르페이가 대답했다.
“성장의 나무는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번식을 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서 현재는 약 천 그루만이 남아 있는 상태네.”
사르페이의 대답에 위드가 놀란 얼굴로 다시 물었다.
“성장의 나무는 번식이 전혀 안 되는 것입니까?”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네. 근 10년간 열 그루 정도가 번식을 했으니 1년에 한 그루씩 번식을 한 셈이로군.”
“예? 그렇게 번식이 안 된다면서 무엇 때문에 인간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트랜트 아머의 제작 재료를 공급하시는 것입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위드의 물음에 사르페이가 괜한 걱정이라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인간들과의 협약으로 맺어져 공급하는 성장의 나무는 나무 전체가 아닌 천 그루 정도 되는 성장의 나무들 사이에서 조금씩 획득한 가지들이라네.”
“아…….”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위드가 사르페이를 바라봤다.
“성장의 나무 진액은……!”
“인간 기사들이 또 침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급하게 다가와 말하는 한 엘프.
“더러운 인간들!!”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샤프가 싸늘하게 눈을 치켜뜨며 급히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샤프!!”
위드가 급히 샤프를 불렀지만 이미 샤프는 숲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엘리언트들에게 알렸나?”
“예! 이미 엘리언트들께서 인간 기사들을 막기 위해서 이동하셨을 것입니다.”
“알겠네.”
막 몸을 돌려 달려가려는 엘프를 위드가 붙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샤프와 이로라의 친구라는 사실로 인해서 위드를 대하는 엘프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예?”
엘프가 무슨 소리냐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인간 기사들은 상당히 강한 자들이네. 이곳이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이니 이곳에 있도록 하게.”
사르페이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인간……. 같은 인간으로서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도와서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후바 역시도 도끼를 들며 말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 우라질 인간 놈들은 용서할 수 없군!”
위드가 나서겠다고 하자 피에나 역시도 조용히 일어나 그 곁에 섰다. 그러자 자연 플라키와 르멜라만이 불안한 얼굴로 피에나와 위드를 바라봤다.
“이 아이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위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엘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입니까? 안내해 주십시오.”
엘프는 위드의 말에 사르페이를 바라봤다.
사르페이는 잠시 위드와 피에나, 후바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십시오!”
사르페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엘프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오늘이야 말로 나 위대한 드워프 후바의 능력을 보여주마!”
* * *
쉬아아악! 쉬아아악! 쉬아아악!!
쾅! 퍼억! 퍽퍽!
괴 몬스터의 히드라 머리들은 징그럽게 괴음을 내며 이리저리 머리를 휘둘렀다. 그럴 적마다 나무가 부러지고, 손상을 입으며 아름다운 엘프 숲이 파괴되었다.
슈슈슈슈-!!
퍽퍽퍽퍽!!
우거진 나무 사이사이를 교묘하게 피해서 날아가는 화살들은 저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히드라의 머리들을 꿰뚫었다.
“아리후라이즈마 러너다지마더 이라나고아자!!”
한 엘프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중얼거리자 그의 금발 머리카락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을 중심으로 새하얀 실무리가 일렁거리며 나타났다.
가슴에 모았던 두 손을 천천히 좌우로 펼치자 그의 몸을 중심으로 일렁거리던 새하얀 실무리가 물결처럼 좌우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일렁거리며 나아가던 새하얀 실무리들은 활을 쏘는 엘프들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엘프가 활을 쏘자 새하얀 실무리들이 쏘아진 화살에 엉켜 붙어 마치 빛의 화살처럼 두 배가량은 빨리는 속도로 날아갔다.
푸악! 푸악! 푸악!
새하얀 빛처럼 날아간 화살들은 괴 몬스터의 머리와 몸통에 명중되었다. 놀라운 점은 단순하게 그냥 박혀만 들어가던 화살이 이제는 성인 두 주먹을 합친 만큼의 살덩어리를 파헤치는 것이었다.
살덩어리가 푹푹! 파헤쳐지자 괴 몬스터가 고통스럽다는 듯 몸을 흔들었다. 그럴 적마다 파헤쳐진 상처에서 많은 양의 핏물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후이지타기오 아지키나사하 하파루다가 푸하바자타!!”
3명의 엘프가 모여서 역시 가슴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자 그들 주변으로 희뿌연 안개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개는 점점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더니 이내 괴 몬스터를 탄 기사들의 주변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슈슈슈슈!!
푸악! 푸악! 푸악! 푸악!!
너무 자욱해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도 활을 든 엘프들은 단 한 발도 빚나감이 없었다. 안개 속을 꿰뚫고 나아가는 화살의 모습 자체가 신비롭게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자 안개 속에서 시커먼 독물 덩어리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시커먼 독물 덩어리에 맞은 나무는 순식간에 ‘푸시시시시’하는 소리와 함께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바닥으로 흘러내린 독물은 주변 풀들을 죽이며 시커멓게 물들였다.
계속해서 독물 덩어리가 안개 속에서 쏘아져 나오자 각기 다른 4명의 엘프가 또 다시 엘프어를 중얼거리며 마법을 펼쳤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4명의 엘프가 만들어낸 새하얀 막에 독물 덩어리들이 충돌하며 사방으로 독물이 흩어졌지만 또 다른 엘프들의 마법에 의해서 독물들은 하늘로 치솟듯 올라가 사라져버렸다.
상황이 그쯤으로 변하자 괴 몬스터의 등에 타고 있던 수호 기사단의 기사들이 하나, 둘 내려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엘프들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채앵!
번뜩이는 은빛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수호 기사의 검과 엘프의 검이 충돌하며 푸른 불꽃을 만들어냈다.
“더러운 인간!!”
엘프가 그렇게 외치며 마나를 담은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기사도 이에 맞서 마나가 담긴 검을 휘둘렀고, 둘은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으윽!”
활을 쏘던 한 엘프가 신음을 흘리며 은신해 있던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의 허리에는 작은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는데 어느새 뽀얀 살결이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엘리리!!”
다른 엘프가 재빨리 달려와서는 이미 기절을 해버린 엘프의 허리에서 단검을 뽑고,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단검을 내던졌던 기사가 두 엘프를 향해서 빠르게 달려왔다.
기사의 헬름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동시에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까앙!
“……!”
2명의 엘프를 동시에 죽이려던 기사는 자신의 검을 막아버린 존재를 노려봤다.
긴 손톱을 세우고 숨 막히도록 강력한 살기를 뿜어내는 있는 피에나였다.
까가강!
“큭!”
기사는 등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급히 몸을 돌리며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까앙!’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었다.
‘역시 한 번에 자르는 건 무리야.’
기사의 등을 가르려고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위드였다. 그 역시 이미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였고, 검에 마나를 담은 일격을 펼쳤지만 미스릴로 이뤄진 트랜트 아머를 단번에 베어버리는 건 무리였다.
대신 어느 정도 깊숙이 갈리며 그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기사로써는 쉽게 넘길만한 상처가 아니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기사의 당황한 물음에 위드는 검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빠른 속도로 가슴을 찔러 들어오는 위드의 검에 기사는 황급히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 올렸다. 쉽게 베어지지 않으리라 굳게 믿었던 미스릴 트랜트 아머가 이미 어느 정도 베어진 상태였기에 어떠한 공격도 쉽게 받아 낼 수가 없었다.
기사는 자신의 앞에 선 위드가 혹시 소드 마스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소드 마스터나 되는 존재가 엘프에 숲에 있을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미리 조사까지 해놓은 상태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누구냐!!”
기사는 위드가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연신 검을 휘두르면서도 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대답을 해줄 위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