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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200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200화

200화 영웅 귀환(2)

 

 

 

 

 

미카엘은 성태의 검에 맞고 완전히 무력화되어 기절한 채 누워 있었다. 이제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지상으로 올라가면 천사들의 지휘권을 빼앗아 오는 것은 쉽다. 그러면 악마들과의 싸움도 금세 정리될 테고 그들은 미카엘을 데리고 물러갈 것이다.

 

-그렇게 하겠다.

 

-알겠다. 먼저 이 싸움을 정리하도록 하지.

 

“잘 부탁해. 당신들이 지휘하면 악마 놈들 설치는 정도야 쉽게 정리하겠지.”

 

성태가 답했다.

 

그 말에 라파엘과 가브리엘은 동조했고, 이후 찬란히 빛을 내면서 사라졌다. 연구실 상층부로 이동한 것이다.

 

그들이 사라진 다음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다가왔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바쁘게 영빈을 치료했고, 그 와중에 이석훈은 성태에게 물었다.

 

“이제 끝난 건가?”

 

“아니요.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성태는 고개를 젓고는 무력하게 바닥에 누워 있는 대천사 미카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품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오이겐이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그건 천상의 뿔피리…….”

 

오이겐이 조금 전의 전투 과정에서 빼앗기고 만 천상의 뿔피리였다. 성태는 그것을 양손으로 강하게 쥐었다.

 

콰악.

 

“뭘 하려고…….”

 

오이겐이 의아하게 묻는 것에 대한 답을 하는 것보다 먼저 성태의 양손이 그 뿔피리를 박살 냈다. 아티팩트 중의 아티팩트가 파괴되며 엄청난 힘이 그 속에서 흘러나왔고, 그것은 성태의 양손에 머물러 덩어리를 만들더니 천천히 그의 몸속에 흡수되어 갔다. 성태는 그렇게 마나의 흡수를 마친 다음에 오이겐에게 답했다.

 

“마나를 좀 빌릴까 하고.”

 

오이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놀랐지만 그보다도 마나를 흡수한 다음 성태에게서 뿜어지는 힘 때문이었다. 엄청났다. 미카엘조차 지금 성태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로 인한 위압감에 비견한다면 어린애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마나를 흡수해 사용한다더니, 이런 의미였던 모양이다.

 

이후 성태는 칠흑에게로 다가갔다. 칠흑은 성태의 접근에 두려워하면서 주춤주춤 물러섰지만 지금 그에게 더 이상 물러날 길 같은 것은 없었다.

 

-크윽…….

 

“자, 내가 다가온 용건은 알겠지?”

 

성태가 칠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칠흑은 한때 만마의 왕으로 군림하던 절대자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성태를 올려다보면서 두렵게 물었다.

 

-너는…… 뭐지?

 

“내가 뭔지 너 따위가 알 필요가 있을까? 루시펠의 찌꺼기 주제에.”

 

지금 성태의 말에 칠흑의 눈이 커졌다.

 

-너, 인간이 아니구나!

 

지금 성태가 이야기한 것은 우주의 중대한 비밀 가운데 하나다! 결코 인간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심지어 데몬 프린스들 중에서도 이를 알고 있는 것은 데미 갓의 근처까지 올라선 존재들뿐! 그런데 그것을 알다니!

 

하지만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분명한 인간이다. 다만 여러 가지를 좀 알고 있을 뿐이지.”

 

칠흑이 그 말을 비웃고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성태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어느새 그의 손에 쥐여 있던 검이 현란하게 날았다.

 

퍼억!

 

-크아아악!

 

칠흑의 목이 베였다.

 

볼품없던 칠흑의 몸에서 그의 목이 떨어져 땅바닥 위를 굴렀다. 피인지, 마나인지 모를 검은 액체가 절단면에서 흘러 대지를 더럽혔다. 그리고 칠흑의 몸은 한동안 꿈틀거리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

 

“칠흑이……!”

 

“죽었다…….”

 

미스터 로드와 이석훈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럴 만했다. 데몬 프린스 칠흑은 데몬 프린스 중에서도 강한 데몬 프린스였다. 전설이나 신화의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앞에서 칠흑이 죽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역사의 한순간이 자신들의 앞에서 펼쳐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변모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칠흑의 죽어 나자빠진 몸이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변형되더니 자기 속으로 수축되었고 이내 검은 에너지의 형태만을 남겼다. 성태는 그 에너지를 손에 쥐었다.

 

마치 반발하듯이 치직거리는 소리가 성태의 손 위에서 강하게 났지만 성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이겐이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인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뭐지요?”

 

“칠흑의 정수라고 할까……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파편이지.”

 

“파편?”

 

“보면 알아.”

 

성태가 그리 말하고는 거기 마력을 주입하며 허공에 던졌다.

 

칠흑의 정수는 허공에서 성태의 마력과 반응하며 폭발했다. 아니, 정확히는 갑자기 확장하더니 공간을 찢었다.

 

후왁!

 

그리고 새로운 워프 게이트가 생겨났다.

 

게이트 너머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그 기운을 접하자마자 굳고 말았다. 미카엘이나 천계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조차 이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격 없는 자의 출입을 단호히 거절하는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열렸다.”

 

“그 문은…….”

 

이혜선이 두렵게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 너머에 이 세상을 이 꼴로 만든 놈이 도사리고 있지.”

 

“루시펠……!”

 

오이겐이 놀라 외쳤다.

 

“그렇게도 불리는 놈이야.”

 

성태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자 다른 이들도 모두 긴장한 표정이 됐다. 세상을 갑자기 뒤틀어 인류를 이백 년의 기간 동안 고통에 몰아넣은 악마 중의 악마.

 

그것이 저 너머에 있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이 워프 게이트를 통해 넘실대는 기운이 감히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는 세계를 자신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렇다면 미카엘 같은 초월 존재조차 넘어서는 힘과 권능을 가진 정말 신에 가까운 존재일 테니 하찮은 인간이 그 기운 앞에 외경과 공포를 느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럼 갔다 올게.”

 

성태는 그 워프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를 막듯이 이혜선이 간절하게 물었다.

 

“괜찮은가요?”

 

우뚝 멈추고 성태가 그녀를 바라봤다. 사실 지금 그녀의 질문은 다른 이들도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지금 성태는 사실상 신과 싸우러 가겠다고 말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무리 그가 강하고 놀라운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해도 이것은 역시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성태는 씨익 웃으며 이혜선에게 향했다. 이어 그는 이혜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그리고…….”

 

이어 성태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이혜선과 입을 맞췄다. 입술을 떼어낸 다음 그는 윙크를 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받을 게 많은데 억울해서라도 못 돌아오면 안 되잖아.”

 

이혜선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녀의 조금 안심한 표정을 보고서 성태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이들도 그를 응원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물론 카에데를 비롯한 여성들은 다소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

 

성태는 그녀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어서 달래기 위해 그녀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마찬가지로 인사했다. 그러고서야 그녀들의 표정이 풀렸고, 성태는 워프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

 

 

 

 

 

워프 게이트로 발을 디딘 순간 성태의 몸은 차원의 협곡을 넘어 다른 세상으로 돌입했다. 하지만 방문을 넘어서듯 가벼운 감촉이었다. 다만 성태에게 그랬다는 것일 뿐이다.

 

실제 차원의 벽을 넘는 것은 성태가 천계로 넘어가기 위해 겪었던 여정의 몇백 배에 달하는 부담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성태가 이미 한 차례 겪어 보았던 감각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서 이 세계로 왔던 적이 있으니까.

 

“뭐 별로 차이도 없군.”

 

성태는 막 넘어온 다른 차원의 세상을 익숙한 듯이 돌아왔다. 기실 ‘익숙한 듯이’가 아니라 익숙한 것이 맞았다. 지금은 백색의 평평한 세계지만 이 세계의 주인의 반응에 격렬하게 변화하고 종래에는 폭발하고 붕괴해 나갈 세계이기도 했다.

 

성태는 차분히 그 광활한 공간을 걸었다. 곧 그 세계의 중앙에 있는 의자에 홀로 앉아 있는 남성이 성태와 마주하게 됐다.

 

넘실대는 힘이 누구에게라도 ‘신’을 연상하게 하는 존재.

 

그야말로 이 오래된 변이와 고통의 원흉인 ‘루시펠’이었다.

 

그는 성태를 보더니 흥미로운 듯이 웃었다.

 

-호오, 내 대리자를 죽이고 자격을 얻었나? 실로 재밌는 것이 왔군.

 

“재밌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성태도 마주 웃으며 당당하게 답했다.

 

루시펠은 그의 태도가 흥미로운 듯이 성태를 위아래로 바라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표정이 크게 변모했다.

 

-흠?

 

“역시 알아보나?”

 

성태가 씨익 웃었다.

 

루시펠은 껄껄 웃었다.

 

-뿌렸던 씨앗이…… 개화했나.

 

루시펠은 성태가 어떤 존재인지를 간파한 것이다. 그 자신도 인과율을 초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다. 지구의 이 뒤틀려진 섭리 역시 그 산물의 하나였다.

 

성태는 그 뒤틀린 섭리가 마침내 극치에 이르러 도달한 최고의 걸작이고, 루시펠이 스스로 준비한 죽음이기도 했다.

 

“거참 태연하군. 덕분에 두 번이나 죽을 텐데.”

 

-너도 이미 나와 같은 높이에 이르렀으면 알 텐데. 죽음이란 의미가 없다.

 

루시펠은 웃으며 반문했다.

 

시간을 넘어섰다.

 

공간을 넘어섰다.

 

죽음 따위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성태는 코웃음 쳤다.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나는 삶을 구가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죽음이 의미 없을 리가 있을까!”

 

-그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이지!

 

끓어오르는 욕망을 드러내며 성태가 외치는 것을 보면서 루시펠은 만족해 고개를 끄덕였다. 신에 버금가는 능력과 영원에 가까운 수명으로 인해 루시펠은 살아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욕망을 함께 잃어버렸다.

 

그가 세계를 뒤틀고 그 뒤틀린 세계의 결과물이 마침내 자신을 찾아와 주길 바란 것은 그 잃어버린 것, 바로 욕망을 되찾아 삶에 대한 감각을 얻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태로서는 역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재미 삼아 세상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단 말이지.”

 

-그것이 나쁜가?

 

“거참 웃기는 놈일세…….”

 

성태는 도리어 의아한 듯 되묻는 루시펠을 보자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루시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되물었다.

 

-너도 네 욕심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그리 이야기하면 할 말은 없다만…… 최소한 남들에게 피해주는 욕망은 아니지.”

 

-그건 우연일 뿐.

 

단호하게 루시펠은 말했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루시펠의 말이 어쩌면 옳다. 성태가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한 것은 그저 그게 성태의 욕망과 합치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세상을 해치는 것이 자신의 욕망과 합치됐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뭐 긴 이야기는 서로 피곤할 뿐이겠지.”

 

결국 성태는 더 이야기하는 걸 포기했다.

 

-잘 알고 있구나.

 

루시펠도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펠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신을 죽일 성태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성태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시간까지 역행해 세상을 구했다. 그러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욕망과 욕망이 충돌한다.

 

단지 그뿐이다.

 

“그럼 사라져 주셔야겠다.”

 

성태는 자신의 검을 꺼내면서 말했다.

 

쿠앙!

 

루시펠의 몸 주변으로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시간이 그 힘의 주변에서 일그러지고, 그 힘의 주인이 뜻하는 바에 따라 현실조차 뒤바뀔 정도였다. 그 힘의 가운데서 루시펠이 웃으면서 외쳤다.

 

-하하하, 비록 너는 내가 뿌린 씨앗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 또한 내가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그런 건 애당초 상상해 본 적조차 없다!”

 

성태는 그 힘에 전혀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루시펠을 향해 날았다. 섭리를 초월한 두 존재의 두 번째, 그리고 마지막 싸움이었다. 그들의 힘이 충돌하는 순간, 세계의 형태를 바꾸는 에너지가 분출하며 모든 것이 지워졌다.

 

 

 

 

 

알파메일 200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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