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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86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86화

186화 손에 넣은 꽃(1)

 

 

 

 

 

무너진 듯 일그러진 세계.

 

칠흑의 영지이자 이차원이었다.

 

그곳에 모여 인간계의 상황을 염탐하던 데몬 프린스들이 이제까지 전달되어 오던 정보가 갑자기 끊어지자 수군댔다.

 

-데몬 프린스 영빈은 패배했나?

 

-흥, 능력도 없는 것이 나대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군.

 

조소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비교적 신참인 데다가 그 출신 성분이 인간이었던 영빈은 데몬 프린스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경원시되던 존재였다.

 

실력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실력 때문에 더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악마란 그리고 본디 그렇게 경쟁하는 존재다.

 

-하지만 어떤 존재였지?

 

-미스터 로드 아니었나?

 

데몬 프린스들은 수군대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영빈에 대한 그들의 감정이야 어떻듯 냉정하게 실력은 인정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를 이렇게 지울 수 있는 적에 대한 평가 또한 냉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목숨과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아니었다. 그 이후에 나온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병신 같은 권품천사였겠지.

 

-정말 그랬나?

 

-상황이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이지.

 

데몬 프린스들이 답답한 듯이 떠들었다.

 

겨우 데몬 프린스를 지상계에 보냈다. 이후 그곳의 상황을 제대로 전송받지는 못했다. 간헐적으로 영빈의 감각과 싱크로된 정보를 전송받는 정도로 전황을 추리하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정보가 전달되면서 파괴되는 부분이 많았다.

 

때문에 영빈이 격퇴당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그런 꼴이 되었는지는 여기서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흐음…… 인간들은 아직 수십억을 상회한다. 우리가 모르는 전력이 있을 수도 있지.

 

-그렇다면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 되는군. 그들의 비장의 수를 염탐할 기회였는데.

 

데몬 프린스들이 아쉽게 여겼다.

 

이후 있을 싸움에서는 그들도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둘이 나서는 것이 아닌 만큼 두려워할 것도 없지만 천계가 이미 개입했다.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한 데몬 프린스가 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나서서 말했다.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최선이다.

 

-그렇다. 게다가 그것은 데몬 프린스 하나를 희생으로 겨우 성공한 것. 실은 우리가 대단히 값을 비싸게 치렀다고 보아야 하겠지.

 

칠흑이 그 말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였다.

 

데몬 프린스들은 불만스러운 점이 있긴 해도 일단 칠흑의 말이 맞다 여겨 고개를 끄덕였고 또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건 동의하도록 하지. 그래서 그 마법진은 확실하게 성공한 것이냐?

 

-만에 하나 실패했다면 그 시답잖은 놈이 죽은 거야 웃어넘긴다 해도 우리가 크게 곤란해진다.

 

-천국의 문이 열리게 되면 자칫 이백 년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가 있으니!

 

어린아이들처럼 우려를 쏟아내는 데몬 프린스의 무리 앞에서 칠흑은 빙긋 웃으며 제 손을 들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라. 진은 완벽하다.

 

그의 손아귀에서 방대한 마나가 확장되면서 찬란한 사기를 뿜어냈다. 데몬 프린스는 저마다 마법의 종주를 자처할 만한 존재. 그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해 ‘오오.’하는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마나는 완전한 형태를 이루었으나 개화되지 않았다.

 

형태의 완성. 그것은 곧 함정이 완벽히 설치되었다는 뜻이었다. 그 함정에 에너지가 부여되어 마나가 개화될 때 그들을 위한 문, 데몬즈 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도리어 우리는 그때를 천계랍시고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바보들을 일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대되는군.

 

칠흑의 말에 다른 데몬 프린스들은 저마다의 어둠과 마기를 부풀리며 머지않아 있을 파괴와 죽음의 축제를 기대했다.

 

 

 

 

 

***

 

 

 

 

 

성태는 뉴욕대 내부에 있는 한 병원의 병실로 들어갔다.

 

일인실인 그곳은 병실답지 않게 깔끔하고 기품 있는 공간이었다. 병상에는 놀라운 미인이 누워 있었다.

 

이혜선이었다.

 

현장에서 급히 이곳으로 이송되어 긴급한 치료를 받고 그녀가 배정받은 병실이 바로 이곳이었다. 특별히 신청한 것이 아님에도 병원에서 가장 좋은 병실 중 하나라는 건 역시 그녀가 이석훈의 딸이라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성태는 헛기침을 한 뒤 그녀 앞에 가 앉으면서 물었다.

 

“몸은 어때?”

 

“많이 괜찮아 졌어요.”

 

혜선은 가볍게 웃으면서 그의 말에 응대했다. 이곳에서의 치료도 좋았지만 성태의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그녀가 살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건 다행이군.”

 

“고마워요.”

 

“마음에 든 여자를 지키는 건 남자의 도리지.”

 

성태는 웃으면서 다소 느끼하게 말했다.

 

반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농담이지만 반쯤은 진심이다. 이혜선은 대단히 매력적인 아가씨고, 그런 여성은 가질 수 있는가의 여부에 상관없이 역시 지켜주고 싶게 된다.

 

이혜선은 이전이라면 차가운 반응만 보였을 텐데 이번엔 성태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인지 고개를 가볍게 흔드는 정도로 한심해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그 말을 받았다.

 

“그 입은 도무지 흰소리를 그치는 날이 없군요.”

 

“흰소리라니, 진짠데.”

 

성태는 억울한 듯이 툴툴댔다.

 

진심이 맞기 때문이다.

 

이혜선이 피식 웃으면서 날카롭게 반문했다.

 

“벌써 그림 같은 아가씨를 셋이나 손에 넣고도?”

 

성태는 말문이 막혀 굳었다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뭐…… 그래도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할까.”

 

그 말에 한숨을 내쉰 이혜선은 이어 그를 바라보고는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어쨌건 내가 고맙다고 한 것은 나를 구해 줬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럼?”

 

“글쎄요…….”

 

성태가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 말에 이혜선은 모호하게 말꼬리를 흐렸다. 직접 입 밖으로 그 이유란 걸 꺼내고 싶지는 않다는 듯한 태도였다.

 

성태는 그런 이혜선의 태도를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고마움의 다른 이유를 그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태가 이제까지 수호비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줌으로써 혜선이 이제까지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검을 찾는 데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준 걸 뜻하는 것이다.

 

“그보다 놀랍더군.”

 

“놀랍다?”

 

이혜선은 의아하게 되물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르는 척 말했다.

 

“스스로의 길을 찾은 것 같아서 말이야.”

 

“……!”

 

이혜선이 놀란 표정이 됐다.

 

조금 창피해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그녀의 표정을 즐기면서 성태가 말했다.

 

“놀란 표정이군.”

 

“봤나요?”

 

“물론. 심지어 그걸 더 보려고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기다렸을 정도니까.”

 

성태가 장난스럽게 그리 말하자 혜선은 분한 듯이 성태를 노려보다가 자조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창피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태에게 그런 어설픈 실력을 드러냈다는 것이 그러했다.

 

“창피한 꼴을 보였군요.”

 

“창피하다니. 대단한 것이지.”

 

“후후, 내게는 대단한 진보라 하겠지만…… 글쎄요.”

 

성태가 추켜세워서 말하는데 이혜선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성태의 실력을 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실력이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나 그가 자신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위치에 있다는 건 안다.

 

그런 이에게 자신의 실력 따위는 어린아이의 어설픈 재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성태가 화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당신 오빠 말인데…….”

 

“…….”

 

이혜선이 이를 꽉 물고 양 주먹을 쥐었다.

 

이어질 말을 견디려는 자세였다.

 

어떤 말이 있을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하지만 성태는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살아 있어.”

 

“어떻게?”

 

크게 놀란 표정이 되어 이혜선은 성태를 바라봤다.

 

그런 상황에서 싸움이 정리됐다. 데몬 프린스였던 영빈을 죽이지 않고 그것이 수습될 수 있는 싸움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태도로 성태가 이어 답했다.

 

“그야 죽이지 않고 제압했기 때문이지.”

 

“어떻게?”

 

같은 질문.

 

하지만 다른 질문이었다.

 

데몬 프린스를 어떻게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냐는 뜻이니까. 게다가 혜선은 오늘까지 데몬 프린스를 구속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세계 전체가 뒤흔들릴 이야기인데도. 그러면 단순히 제압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눈을 속였을 텐데, 아무리 성태라고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흠, 뭐…… 믿기지 않는다는 건 알겠지만 그 정도 재주는 있다고. 때문에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긴 하지만.”

 

성태가 몸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씨익 웃어 답했다. 혜선은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불가능할 것 같은 위업이지만 이 남자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마음이 심하게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혼란을 파고들듯이 성태가 말했다.

 

“뭣보다 약속을 하지 않았나?”

 

“……!”

 

이혜선의 눈동자가 두 번째로, 그리고 영빈을 죽이지 않고 잡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커졌다.

 

설마하니 성태가 정말 그 약속을 지킬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성태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데몬 프린스가 된 오빠를 구해 달라니.

 

그런 건 단순히 강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성태는 진지하게 그걸 고려하고 있었단 말인가.

 

“후후, 내가 미인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

 

“정말로 할 수 있나요?”

 

“확답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성태는 빙긋 웃으면서 그리 답했다.

 

“……고마워요.”

 

이혜선이 다시 말했다.

 

처음보다도 짙은 감사의 뜻이 담긴 인사였다.

 

성태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이혜선은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어 성태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천만에. 그러니까 우선은…….”

 

그리고 입술을 마주했다.

 

이혜선의 몸이 그 순간 흠칫 떨렸지만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 무서운 듯이 눈을 감았다. 성태는 그녀의 반응을 즐기면서 그녀의 입술을 열었고 이 사이를 노크하며 혀를 그 사이로 넣었다.

 

“아…….”

 

이혜선의 입술 사이로 억누른 신음이 흘렀다.

 

성태와 그녀의 혀가 서로 섞였다. 이혜선의 숨결과 몸이 함께 뜨거워졌다. 꽤 오래 그녀와 딥키스를 즐긴 다음 성태가 입술을 떼어냈다.

 

붉어진 얼굴로 이혜선이 당황스럽게 성태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성태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정도는 선불로 받아도 괜찮겠지?”

 

“어이가 없군요.”

 

부끄러움을 숨기듯 새초롬한 대답이었다.

 

“남자란 본래 어이없는 생물이지.”

 

성태는 낄낄 웃으며 만족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몸조리 잘하라고.”

 

혜선은 고개를 끄덕였고, 성태는 병실을 나섰다.

 

한데 성태가 기분 좋게 병실을 나서고 문을 닫는 그 순간이었다. 바로 곁에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기척이 있었다.

 

“헉!”

 

카에데였다.

 

아마도 박수천에게 부탁해 마법을 사용해서 기척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방심한 상태라 해도 성태가 이 정도로 완벽하게 기척을 놓칠 리가 없으니까. 카에데는 성태가 얼음처럼 굳어 있는 모습을 눈을 좁히면서 바라봤다.

 

“흐음, 좋은 시간을 보내신 모양인데.”

 

“아니, 그냥 문병 왔을 뿐이야.”

 

성태는 아무도 믿지 않을 대답을 했다.

 

카에데는 빙긋 웃으면서 성태와 얼굴을 가까이 했고 그의 체취를 맡았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방향이 났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성태의 이마로 식은땀이 송골송골 돋았다.

 

카에데는 빙긋 웃었다.

 

성태는 그 미소가 매우 무섭다고 느꼈다. 지금 그는 데몬 프린스와 싸울 때보다도 더한 긴장감을 맛보고 있을 지경이었다.

 

카에데가 성태의 가슴께를 손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 이런 시대고, 당신은 능력 있는 남자니까. 하지만 적당히 하지 않으면 우리도 화낼 거야.”

 

“크흠…….”

 

성태는 헛기침을 했다.

 

레이저를 쏘는 듯한 카에데의 눈빛을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그의 눈길은 이곳저곳을 향해 무의미하게 굴러다녔다.

 

그리고 카에데가 명치 쪽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더니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아, 그건 좀…….”

 

카에데의 말에 불에라도 덴 듯이 성태는 다급하게 말했다.

 

이혜선을 넣어 봐야 겨우 넷이 아닌가!

 

하나하나가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긴 하지만 원대한 욕망을 품고 회귀한 성태의 입장에서 보자면 역시 넷만으로 멈추기는 너무 아쉽다!

 

그러나 카에데는 단호하게 다시 말했다.

 

“마지막이야.”

 

“아, 알겠어.”

 

서슬 퍼런 그 기세에 성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좋았어.”

 

그제야 카에데는 만족한 웃음을 보였고 성태와 팔짱을 끼고 같이 병원을 빠져나갔다. 끌려 나가다시피 그곳을 나서면서 성태는 울상을 지었지만 굳이 이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려 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자기 뜻만을 관철하려 들어서야 그냥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것과 다름없었고, 그런 종류의 쾌락이라면 굳이 회귀 같은 짓을 해서까지 추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결국 가장 원하는 것은 인간 개개인의 자유의사가 살아 있는 가운데 향유할 수 있는 관계의 즐거움 그 자체에 있었기 때문이다.

 

 

 

 

 

알파메일 186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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