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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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5화
175화 사소한 충돌(3)
카에데와 웨이링도 질린 표정으로 말릴 생각도 못했다.
희연만이 안절부절못하면서 끼어들어야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도 직접 행동에 나서지는 못했다. 성태가 얼마나 이를 갈고 있을지 뻔히 읽혔기 때문이다.
“아…….”
성태는 현기증마저 느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정형구 쪽을 바라보면서 예리한 시선으로 물었다.
“괜찮겠지요?”
“……적당히 해라.”
정형구는 말리고 싶었지만 눈을 보니 말려도 소용없겠다 싶어서 한숨을 쉬며 그 정도 제약하는 선에서 그치기로 했다.
성태는 그 대답에 만족한 듯이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레벨 일당을 향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이 자신들을 향하자 그들은 순간 등골로 서늘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억지로 버텼다.
어차피 같은 학생. 꿀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놈은 얼굴마담에 불과한 병신이 아닌가.
노렸던 여자애들에게 제대로 점수를 따기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했다.
“뭐야?”
“설마 여기서 우릴 상대하기라도 하겠단 거냐?”
“그렇다면 오히려 이쪽은 환영하지만.”
그들은 허세 가득한 거만함을 드러내 보이면서 성태를 포위하며 위협했다.
성태로서는 도리어 매우 반가운 반응이라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움직였다.
“엇?!”
놀랐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성태의 손은 이미 레벨의 손목을 잡았고, 몸은 물처럼 흐르듯 그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그 팔목을 잡아 그의 몸 전체를 바닥에 내리쳤다.
쾅!
“컥?!”
레벨의 몸이 바닥에 내리쳐지며 큰 소리가 났다.
레벨은 단번에 눈이 뒤집혀 흰자만 드러내 보이는 신세로 꿈틀댔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헌터의 내구력은 하급이라 해도 유도 기술 정도에 저런 꼴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이곳은 뉴욕대. 세계 최고의 헌터과가 있다는 곳이다.
그런 곳의 학생이 흔한 엎어 치기 정도에 저런 꼴이 된다니.
“이게!”
“이 새끼!”
레벨의 동기 팀원들은 경악했고, 그다음 순간에 성태를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늦었다.
성태는 이미 그들 사이로 송곳처럼 파고들어 가까운 학생 하나의 배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뻐억!
샌드백을 강하게 후려치는 소리가 나면서 그의 몸은 새우처럼 꺾인 채 뒤로 날아갔다.
그사이 다른 둘은 성태의 뒤로 돌아가 각자 그를 공격했다.
예리한 발과 다리 끝이 하나의 무기가 되어 성태를 향해 날아들었다.
성태는 한 발을 축으로 몸을 돌리면서 손으로 대각선을 그었다.
빠박!
그 대각선에 학생들의 공격이 걸렸다.
그들은 마치 강철을 후려친 듯한 격통을 느끼면서 일그러진 얼굴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태는 그들을 추적하듯이 한 걸음 크게 파고들어 가더니 가까운 놈의 사타구니를 발로 걷어찼다.
“꺽!”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거품을 물었다.
구경만 하고 있던 성남경과 박수천이 저도 모르게 타격을 입은 표정이 되어 한 손을 자기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갔다.
“와, 잔인하다.”
“원래 잔인한 놈이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레벨의 마지막 팀원이 성태의 공격에 얻어맞았다. 이번에는 발목을 걷어차는 공격이었다.
마치 자치기를 하듯 발목을 얻어맞은 그는 허공에 떠서 몸이 빙글빙글 돌았고 바닥에 처박히며 고꾸라졌다.
그리고 성태는 그의 꼬꾸라진 등 뒤에 편안히 앉으면서 청소를 끝냈다는 듯 양손을 탁탁 터는 오래된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걸 보던 정형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평가했다.
“깔끔하군.”
“저 녀석, 제법이라 느끼긴 했지만 여기서 보니 알던 것 이상이군요.”
“그렇지.”
장진호가 감탄해서 하는 말에 정형구는 동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속내를 밝히지 않았을 뿐 성태를 바라보는 정형구의 시선에는 감탄 이상의 것이 담겼다. 어느 정도의 외경과 어느 정도의 의혹이 혼합된 시선이었다.
그도 이미 성태의 수혜를 입었을 정도다.
지경의 구슬을 먹은 정도로…… 정말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크으윽…….”
그러는 사이 레벨이 격통에서 깨어나 몸을 추슬렀다.
성태는 여전히 자신이 쓰러뜨린 학생의 위에 앉은 채 그를 맞이해 거만하게 손짓하며 웃어 보였다.
“여, 정신 차렸냐.”
“으, 으음…….”
처음의 기세와 오만함은 볼 수 없는 공손한 태도였다.
하기야 짐승도 얻어맞고 나서야 공손해지는 법이다.
“정신 차렸으면 이제 뻘짓 하지 말고 맡은 자리로 돌아가시지.”
“시, 실력은 제법 있는 모양이지만 너,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서…….”
그러나 당하고 나서도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닌 듯, 레벨은 억지로 악을 쓰듯이 기세를 돋워서 도리어 성태를 협박하려 들었다.
성태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벨에게 다가가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냉소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되는데?”
“읏?”
“지금 니가 하는 말에 내가 굉장히 궁금해졌거든. 말해 봐. 어떻게 되는데?”
“그, 그건…….”
성태의 차가운 태도에 겁먹은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세히 살피면 그의 손과 발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력으로 졌으면 입 다물고 물러날 일이지, 병신 같은 소리 지껄이면서 멍청이 인증하지 말고 구역으로 돌아가.”
“크윽…….”
제임스 레벨은 입술을 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성태에게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자기 동기들을 하나하나 일으켜 세웠고, 그들과 함께 패배한 개처럼 꼬리를 말고 자기 구역으로 돌아갔다.
카에데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다가 성태에게 접근해 말했다.
“잘했어.”
“흠! 마치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태도잖아?”
평소에도 그랬지만 지금 카에데가 칭찬하는 태도는 한층 오만해서 마치 본인이 윗사람인 양 행세하는 모양새라 성태는 다소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그러나 카에데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성태에게 말했다.
“어머나, 자기 여자를 지키는 건 남자의 의무 아냐? 해야 할 일을 겨우 해 놓은 주제에 대단한 대접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
“그건 뭐, 할 말이 없군.”
성태는 반론이 불가능한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카에데는 킥킥 웃다가 성태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가서는 속삭였다.
“굳이 포상을 원한다면 따로 시간 내서 이야기해.”
“그건…… 기대하지.”
은근한 유혹이 서린 말에 성태는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의 반응에 만족한 듯이 빙긋 웃어 보인 카에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웨이링과 스쳤는데, 두 사람이 방금 보였던 모습이 불만스러웠던 듯 웨이링은 카에데를 살짝 째려보며 코웃음 쳤다.
“흥.”
“훗.”
하지만 선수를 친 데에 따른 여유인지 카에데는 여유롭게 그녀의 도발을 받아넘겼고, 웃음을 되돌리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것이 한층 마음에 안 들었는지 웨이링은 미간을 좁혔다가 성태에게 다가갔다. 아마도 그녀 역시 카에데와 마찬가지의 제안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부럽네.’
희연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두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면에서 자기 성격이 원망스러웠다.
본래 그녀는 적극성이 부족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성태와 지내면서 묘하게 수동적이 되고 말았다.
성태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팀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초라해서 저도 모르게 위축되고 말았다고 할까.
물론 성태도 그런 희연의 고충을 알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지만 입장과 실력 차에서 오는 근본적인 입지의 약화, 그리고 여기서 비롯된 다소 내향적인 성격은 쉽게 교정될만한 것이 아니다.
세 여성의 은밀한 갈등을 멀찍이서 지켜본 성남경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보면서 투덜댔다.
“저들의 심정이 이해되는군.”
“이해는 되지만 나는 성태한테 신세 진 게 많아서…….”
박수천도 질투와 시기심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의 덕에 인생이 바뀌다시피 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그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성남경은 이어 발을 구르며 불평을 터뜨렸다.
“으으! 금발의 미인 백인 아가씨들도 많은데.”
“학내 축제라도 있으면 그때를 노려보지 그래?”
박수천이 평소와 달리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성남경을 보면서 권했다.
성남경은 한국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었는데 여자에 무관심해 보이더니만 이국에 와서 괜히 회가 동한 모양이다.
아마도 성태와 아가씨들이 눈앞에서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극받은 모양이다.
“기회가 나려나 몰라.”
“안 그래도 백인 여자들은 동양 남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더라고. 난이도가 제법 높겠군.”
“으음, 역시 그렇겠지. 시간도 별로 없고.”
“그래도 백인 남자들도 동양 여자 별로 안 좋아한다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 바로 눈앞에서 봤잖아?”
“야, 쟤들은 표준 편차로 따져서 0.01% 안에 들어가지 싶은데 그걸 들이밀고 아니라고 얘기하면 되냐? 하나같이 아웃라이어이건만.”
박수천이 응원차 하는 말에 성남경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아웃라이어란 표준 편차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일컫는다. 확실히 성태의 여자 셋은 모두 그 범주에 든다. 미모와 재능 모두 그렇다.
아니, 사회적 신분조차 그렇다. 압도적이다.
그런 경우를 들이밀고 일반적인 경향성 조사의 결과가 틀렸다고 말하는 건 웃기는 노릇이다.
그러나 박수천은 도발하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신 없어?”
“흠! 나도 제법 괜찮다고? 그러니까 인종적인 디메리트야 인간적인 매력과 능력으로 커버가 된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지만…….”
성남경은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박수천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그 말을 받았다.
“필요한 인간적 매력과 능력이란 게 제법 높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고, 확실히 시간이 없는 게 문제이군.”
“그렇지. 이 일이 장기 임무도 아니고.”
“뭐, 그래도 호위 임무 하면서 제대로 활약하면 인기를 얻을지도?”
“그건 가능성이 있네. 어디서나 그런 법이니까.”
헌터는 인기가 있다.
실력이 뛰어난, 강한 헌터는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있다!
이것은 이미 세계의 법칙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성남경이 뉴욕대에서 크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여기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널리 퍼져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판단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안 생기길 바라야지.”
“싸우면 누군가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둘은 농담처럼 시작한 말을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했다.
싸우면 누군가 죽는다. 이런 시대라 해도 죽음은 농담으로 취급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다.
하물며 그들은 어마어마한 죽음이 펼쳐졌던 유럽의 전장에서 멀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우르르……!
그러는 사이 땅 아래로 진동이 느껴졌다.
땅만이 아니었다. 대기 자체가, 그리고 대기에 가득한 마나가 흔들리면서 세상의 풍경이 희미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성남경과 박수천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시작됐나.”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차원 경계면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이제 곧 이계의 것들이 이 세계로 흘러나올 것이다.
손쉽게 퇴치할 수 있는 것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알파메일 1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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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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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