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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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4화
174화 사소한 충돌(2)
“확실히.”
“아, 진짜 엄청나지.”
“순식간에 소문이 확 퍼졌잖아.”
“요새 학교가 걔들 얘기로 떠들썩하잖아.”
모두 순식간에 동감의 뜻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눈이 남자다운 욕망에 들어차서 성태 일행 가운데 몇몇을 핥듯이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눈이 향하는 곳은 혜선, 카에데, 웨이링, 희연이었다.
어디에 있어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녀들은 오이겐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남자들 사이에서는 그 이상으로 화제가 되는 존재였다.
이곳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이란 걸 생각하면 별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을 탐욕스럽게 여성들을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성태에게로 옮겨 갔다.
“저 녀석이 대장인가?”
성태를 보자마자 그들의 시선에는 질투와 짜증이 강하게 서렸다.
성태 팀의 여성진에 대한 선망이 강한 만큼 성태에 대한 질투가 강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들은 성태가 그 넷 중 셋을 이미 자기 것으로 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만 원래 저런 미인들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미워하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는 법이다.
“프라이드를 거느린 수컷 사자처럼 굴고 있군. 쥐똥만 한 동양 놈이.”
그들 가운데 리더가 이를 갈면서 성태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성태는 지금 특별히 잘난 척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성태는 기본적인 포지션이 잘난 척과 거들먹거림이 결합된 것이지만, 그것도 남들이 보아 줄 때의 이야기이지 보는 이도 없는 데서 그러진 않는다. 피곤하게 그럴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래도 저 정도 팀을 이끌고 있으면 실력은 인정받고 있는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새끼는 얼굴마담이지.”
“그래. 내가 듣기에도 그랬어.”
다들 성태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면서 그를 깎아내렸다.
“실은 저기 화끈한 여자들이 실세라는 거야.”
이어서 그들 중 하나가 여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관심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근거가 있어?”
“저 애들이 실세라는 건 좀 의왼데.”
“의외일 게 뭐가 있어. 헌터가 되면 남녀 구분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게다가 저 세 사람, 한중일 삼국의 프린세스라고.”
여성진이 실세라는 말을 꺼낸 학생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헌터의 세계에서는 남녀 차가 무의미하다. 본래 남자가 여자보다 싸움에 더 적합한 것은 근육의 힘 때문이다.
하지만 헌터가 되면 근육은 전투력에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다. 실제로 헌터의 세계는 남초 세계이며, 마초의 세계관이 지배한다. 근육은 전투력에 차이를 만들지 못해도 남성 호르몬이 만들어 내는 기질의 차이는 남성이 전투를 지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이야기는 삼국의 프린세스란 표현 쪽이었다.
프린세스란 표현이 적합할 만큼 핫한 아가씨들이긴 하지만 아름다움만을 가지고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진 않았으니까.
“프린세스?”
“그래. 신방과 애한테 들은 건데 저기 저 애는 한국 이씨 가문의 후계자인 이혜선이고, 저쪽은 아마츠키 카에데, 그리고 저쪽은 중화그룹의 후계자인 왕 웨이링이라고.”
프린세스란 말을 꺼낸 학생이 성태 쪽 여성진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다들 몹시 놀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이혜선, 아마츠키, 중화그룹.
모두 그들 역시도 아주 잘 아는 각국의 실세다.
“뭐야, 그게…….”
“진짜 프린세스들이구만.”
“어디서 본 적 있다 싶은 얼굴이더라니.”
“동양인 얼굴을 어디서 봤다 싶을 정도일 때 알아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제야 학생들은 어딘지 얼굴이 낯익더라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뒤늦게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 서양인들은 동양인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동양인이 흑인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같이 섞여 살지 않으면 인종 간의 차이를 구분해 개별적으로 인식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성태 일행 여성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눈에 익다고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 이유가 명확해진 셈이다.
그들 세 사람은 이런저런 경로로 헌터의 세계에서는 얼굴이 제법 알려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헌터가 스타인 시대에 스타성을 지닌 유망 헌터들에게 주목이 모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그러니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놈이 리더랍시고 깝죽거려 봐야 실제 정체는 뻔한 거 아냐? 그냥 얼굴만 내세우는 거지.”
“하기는, 저기서 누가 실권을 잡으면 뒷말이 많이 나올 테니까.”
“그럴 바에는 아예 허수아비를 세우고 평화롭게 지내자는 거겠군.”
“그런 것 같네.”
다들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성태가 허수아비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저런 실세들이 모인 자리에서라면 누구 하나가 선두에 나서면 뒤가 피곤해질 수 있으니 완충을 위해 허수아비를 대리로 내세워 리더인 양 두는 것은 흔한 방식에 속한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면서 씨익 웃었다.
“그러면 가서 인사라도 해 볼까.”
“인사?”
“노리는 애들이 많은데 사실 인사도 제대로 못했잖아?”
“그렇긴 하지. 통 나오거나 하지도 않아서.”
다른 학생들이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 말처럼 기실 성태 일행은 뉴욕대에 도착해 기숙사에 짐을 푼 이후로 학교에서 특별히 활동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그들을, 정확히는 그들 가운데 여성진을 노리던 남학생들은 대단히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반면에 뉴욕대의 여학생들은 별로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성태 팀의 남성진들의 매력이 특별히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외견에서 성남경 정도를 제외하면 특히 뛰어나지는 않은 데다 그 성남경도 동양인이란 디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기 어려운 탓이었다.
“노리고 있던 애들이 많았는데 전부 손가락만 빨았지. 그렇다고 쳐들어가기에는 워낙 엄중한 장소라…….”
“연구소 주변은 진짜 장난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니 말이야.”
뉴욕대의 연구실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국가 기밀급의 중요도를 지닌 시설이다.
그런 곳 주변의 기숙사에 묵고 있는 성태 일행에게 접근하기 위해 잠입하거나 했다간 벌집이 되어 죽기 좋다.
이것이 젊은이들의 혈기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성태 팀이 반격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니 기회는 지금이지.”
“곧 싸움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그는 나서려는 리더를 말리는 친구를 예리하게 째려보며 반문했다.
“그건…….”
물론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저들은 교환 학생으로 온 것도 아니라서 여기 있는 시간 자체가 그리 길지 않을 테니까. 사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저런 멋진 아가씨들인데, 모르는 척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지.”
“하긴, 이런 곳까지 왔는데 내심 좀 기대하고 있지 않았겠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게 인연을 쌓는다는 걸 생각도 못할 입장일 테고.”
“저 아가씨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탈의 기회 아니겠어?”
리더의 말에 혹한 듯이 다른 학생들도 앞으로 나섰다.
후보는 넷이나 있다. 굳이 한 사람만 나갈 필요는 없었다.
결심을 굳히니 그들은 더욱 용기가 난 듯 기세등등해졌다.
“잘되면 우리도 좋고.”
“양국의 우호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아서라. 국제 문제로 비화나 안 되면 다행이지.”
“저런 미인들이라면 청춘을 걸 가치가 있는 거지.”
지금 말에는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
원래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미인이다.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시피 했다.
“헤헤, 그건 동의하지.”
“자, 그러면 내가 먼저 가 보지.”
리더가 먼저 나섰다.
그는 자신의 구역을 넘어서서 성태가 지키는 블록으로 들어갔고 가까운 곳에 있던 카에데에게 접근해 친근하게 손을 들었다.
“여, 안녕.”
“응?”
“나는 뉴욕대 헌팅과 제임스 레벨이라고 해. 그쪽은?”
“흠. 관심 없으니 꺼져 줬으면 하는군요.”
카에데는 인간관계에 꽤 냉랭하지만 사교적인 제스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제임스 레벨의 목적을 한눈에 파악했고, 그를 가소롭게 여기면서 벌레를 쫓아내듯이 응대했다.
뉴욕대 헌터과라면 이미 미식축구팀 주장 이상의 스타다. 평소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던 제임스 레벨은 잠시 당황한 표정이 됐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는 다시 친근하게 카에데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있어? 어차피 한동안은 서로 얼굴 마주하면서 지내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러는 사이 성태가 그 꼴을 보고 다가왔다.
내심은 당장 걷어차서 쫓아 버리고 싶었지만 여긴 남의 나라 땅이기도 해서 일단 유화적으로 나가기로 하고 말을 걸었다.
“이봐.”
그러나 상대는 무시했다.
그는 마치 성태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카에데에게 계속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정도는 괜찮지 않아?”
‘이 새끼가…….’
성태의 마음속 분노 게이지가 쭉 올라갔다.
남의 여자에게 함부로 치근덕대는 것만 해도 작살내기 충분한 명분인데…….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이 자식은 벌써 작살났을 것이다.
성태는 심호흡으로 분노를 가라앉힌 다음 찌르듯이 그를 외쳐 불렀다.
“야!”
“좋은 클럽을 알고 있는데 이번 일이 끝나면 같이 가지 않겠어?”
이번에도 무시했다.
카에데는 어이없다는 걸 넘어 이제는 재미있다는 표정이 됐다.
그사이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챈 성태의 다른 동료들이 다가와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들 가운데 반은 재밌다는, 반은 우려스럽다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한데 그사이 다가선 것은 성태의 동료들만이 아니었다.
레벨의 동료들 역시 다가와서 본격적으로 치근덕대기 시작했다. 이왕에 시작한 거 아예 팀 대 팀으로 만나서 제대로 된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인 듯했다.
“클럽이 별로라면 이 녀석 집에서 가든파티를 하는데 그건 어때? 기왕 미국까지 왔으니까 현지인과 지내보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래. 답답하게 기숙사에만 있을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이렇게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도 서로 얼마 되지 않는 형편이고.”
카에데는 짜증스러운 표정이 되어 아예 상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태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듯이 서서 대신 그들을 맞았다.
“너희, 적당히 하시지.”
그러자 제임스 레벨을 리더로 하는 헌터 팀이 성태를 가소롭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레벨은 성태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면서 엄중하게 경고했다.
“허수아빈 거 뻔히 아는데 체면 세워 주고 있으니까 끼어들지 마.”
“주제에 걸맞지 않게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으면 적당히 분위기 파악을 해야지. 남의 나라에서 멋대로 굴려고 들어?”
“자기 나라에서는 이따위로 굴어도 된다는 거냐?”
성태는 자신의 가슴팍을 찌르고 있는 이놈의 손가락을 잘근잘근 박살 내고 싶은 충동을 어렵게, 정말 어렵게 억누르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레벨의 팀은 풍선이 터지듯이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어느 정도 그치자 그들 중 하나가 반은 놀리듯, 반은 경고하듯 말했다.
“멍청한 칭챙총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걸 교정하는 정도야 문제없다는 거지.”
“맞아.”
다른 놈들이 그 말에 동조까지 했다.
“허!”
성태는 말문이 막혔다.
살다 보니 별 해괴한 경우도 다 겪는다는 심정이었다.
성태 팀의 다른 이들은 그것을 근처에서 보면서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와! 저것들 미친 듯.”
“뭐, 모르면 어쩔 수 없지.”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을 이렇게 체험하게 될 줄이야.”
“힘 이전에 안 죽으려면 좀 알고 살아야겠네.”
“여자 앞에서 폼 잡으려다 뒈지는 게 남자의 본성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다.
알파메일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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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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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