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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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5화
165화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1)
우우우웅!
꽈르릉!
콰과광!
힘과 힘이 충돌하는 중심이었다.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에서 일어나는 폭풍의 중심처럼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그곳에서는 세계의 운명을 걸었다고 할 만한 싸움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이겐과 정숙의 싸움이다.
오이겐이 날개를 뿌리며 검을 휘둘렀다.
대기를 가르며 나는 빛의 검날이었다.
정숙이 마기의 방패를 두르고 그 검을 막아냈다.
빛의 검날이 마기의 방패를 가르기 위해 치열하게 불꽃을 뿌렸다.
정숙은 마기로 자신을 보호하고 마치 검날을 타고 오르듯이 움직이며 오이겐과의 거리를 좁혔다.
날은 점점 더 마기를 파고 들어갔고, 정숙은 점점 더 오이겐에 접근했다.
둘의 거리가 한 팔 안쪽으로 들어오는 순간 마기의 방어가 박살 났다. 동시에 그 방어를 베어 가던 빛의 검 역시 소실됐다.
초월적인 두 존재는 맨몸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서로에게 노출됐다.
-하아아아!
-아아아!
오이겐과 정숙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서로의 목숨을 노린 채 손을 뻗었다.
그들의 손은 방금 파쇄된 힘을 대신하는 새로운 마력으로 들끓고 있었다. 힘과 힘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운동하는 톱날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둘의 공격이 마주했다.
꽈광!
공간이 파열했다.
양자는 튕겨 나갔다.
폭풍에 폭풍이 겹쳐 한순간의 정적이 만들어졌고 곧 그것을 다른 폭풍이 덮어 원래의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폭풍우가 다시금 마력의 그물에 장악되며 검고 흰 빛을 띠며 대립했다.
그들 빛의 중앙에는 정숙과 오이겐이 허공에 두둥실 떠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악마년, 제법이구나!
-이곳이 나의 영지다!
서로에 대한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연재해처럼 싸우고 있는 둘이었지만 실상은 교착에 가까웠다.
서로가 서로에 지나치게 주의하다 보니 자연히 공격보다 방어에 힘을 쏟게 되고 이로 인해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노리는 지리멸렬한 형국에 들어서고 만 것이다.
오이겐은 입술을 물었다.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깨부숴야 하는데…….’
그러나 쉽지 않다.
이 땅은 너무나 많이 오염되어 있다.
원래 성스러운 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겨우 헤븐즈 도어가 열렸는데, 여기서 정숙에게 패해 천국의 힘을 이 땅에 심는 데에 실패한다면 이곳을 성전의 전초 기지로 삼으려는 천계의 대전략은 실패하고 만다.
그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했다.
‘그러나…….’
최초 헤븐즈 도어가 열리고 이곳으로 부여된 천국의 힘이 너무 적었다. 세계의 연결 자체가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이 세계에 꿰여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악마들의 차원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러니 지금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숙을 처리해 바티칸을 중심으로 한 영적 전초 기지를 건설해야 하는데…….
데몬 프린세스 정숙이 생각 이상으로 완강했다.
아니, 권품천사인 자신의 힘이 이 땅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약화되었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이지만.
‘어쩌지…….’
한순간이라도 흔들림을,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저 더러운 악마의 목을 베어 버릴 수 있을 텐데.
오이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물었다.
하지만 그런 오이겐의 생각을 정숙이라고 모를 리 없다.
아니, 오이겐 그 자신만큼이나 그녀는 오이겐의 심정을 잘 안다. 뭐라 해도 지금 목숨을 걸고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숙은 자신 있었다.
‘버티면 이긴다……!’
야심에 그녀의 눈이 번뜩였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위험한 싸움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위기를 넘어서면 그녀는 데몬 프린스와 프린세스들 사이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 위에 있는 진정한 주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다.
그 순간을 그리는 순간, 정숙은 척추를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읏?!
정숙은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이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면서 그 자리를 피했다.
-아무것도……?
그러나 놀라 피한 그 자리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저 폭풍의 중심.
격전에 피로해진 신경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일까? 아무리 데몬 프린세스라 해도 동격의 존재를 상대로 피로한 싸움을 이어 간다면 초감각이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는 법.
정숙은 눈을 깜빡였다.
‘아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감각은 잘못된 게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정숙이 있던 공간의 흐름은 분명히 다른 곳과 달랐다. 극히 미세했지만 그것은 치명적이었고, 분명한 공격이었다.
‘대체 누가……!’
긴장으로 전신의 근육이 굳었다.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저런 은밀한 공격을 한 것이 지금 이 싸움의 권역 안에 있다고? 최소한 데몬 프린세스급의 괴물이 말인가?
대체 어떻게?
-실기했구나!
그때 정숙의 등 뒤로 강맹한 기운이 들이닥쳤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더러운 냄새를 풀풀 풍기는 권품천사였다!
마력으로 몸을 감싼 정숙은 몸을 돌렸다.
-읏!
쾅!
거대한 충격에 정숙은 피를 토했다.
다급히 방어했다지만 역시 충격을 완전히 방비할 수는 없었다. 그들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 사이의 싸움에서 지금 같은 허점은 대가가 너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오이겐의 입장에서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 한 번의 우세로 싸움을 완전히 결판 짓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쾅!
콰과광!
콰앙!
그녀의 날개가!
그녀가 만들어 낸 마법이!
그녀가 휘두르는 빛의 검이!
천국의 권세를 지상에 구현하며 데몬 프린세스를 향해 몰아쳤다.
공격이 한 번 적중할 때마다 대기가 파열하며 충격파를 만들어 이차적인 폭풍을 발생시켰다.
정숙은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한 채 방어에만 전념해야 했다.
-크으으!
하지만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음에도 한 번씩 얻어맞을 때마다 심령을 조각내는 타격은 몸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서로 상성이 최악이다 보니 데미지를 줄이기도 어렵고 쌓인 데미지는 좀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커어!
결국 방어에 전념해 탈출의 기회를 노리던 정숙은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것이 또 다른 악재가 됐다.
일방적으로 정숙을 난타하며 싸움을 우세로 이끌어 가던 오이겐은 이것으로 완전한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양손을 높게 치켜들며 외쳤다.
-이제 심판의 때다!
그 외침에 맞추듯이 치켜든 오이겐의 양손으로 이제까지 구현했던 그 어떤 빛의 검보다도 거대하고, 또한 강력한 검기가 서렸다. 마치 세상을 두 동강 낼 것 같은 무서운 기세가 그 힘에 서려 있었다.
일곱 개의 나팔이 울리고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는 순간을 구현한 듯이!
그리고 오이겐은 그 검격을 벼락처럼 내리쳤다.
하지만 그 검격을 보면서 정숙의 눈이 새빨개졌다.
-심판이라고?!
노골적인 분노와 증오를 담아 토하듯이 외친 그녀가 양손을 모아 자신을 향한 오이겐의 검에 뻗었다.
그 손에는 마력이 모여 거대한 방패 같은 방충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저 정도 마기로는 도저히 오이겐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검과 손이 충돌했다.
빛이 번뜩이고 폭풍이 불었다.
오이겐의 검이 정숙의 양손으로 만들어 놓은 마력의 방패 위에서 빛을 뿜었다. 거대하고 강력한 마력의 검 아래에서 파직거리며 겨우 버티고 있는 정숙의 마력은 나약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실제로도 정숙의 방어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붕괴되어 가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정숙의 몸이 두 동강 나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그런데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분노한 표정이지만 정숙에게서는 위기감이 읽히지 않았다.
오이겐이 그 점에 대해 이상하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에, 정숙은 폭발하듯 외쳤다.
-틀렸어!
쾅!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몸 전신에서 검은 힘이 뿜어져 나왔다.
숨겨 뒀던 힘을 뿜어내는 것인가? 아니다. 데몬 프린세스라 하나 적어도 오이겐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을 향해 사방에서 또 다른 마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놀란 오이겐이 주변을 살펴보니 이곳 대지와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악마들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와 정숙에게 모이고 있는 것이었다.
-키에에엑!
-꺼어어어!
마력을 빼앗기면서 약한 악마들부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떤 악마들은 시체가 되더니 재처럼 스러지기까지 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지옥 같은 전투임에도 헌터들이 놀라 주춤하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무슨 일이……?!”
“몬스터들이…….”
“이것 봐…… 흡수되고 있다!”
“정숙이 자기 부하들을 잡아먹고 있다?!”
“부하만이 아니야! 이 땅 자체를…… 먹어치우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그들이 놀라서 외치는 것처럼, 이 오염된 대지와 악마들에게서 쥐어짜듯이 마력이 뿜어져 정숙에게 몰려 들어가고 있었다.
정숙은 그 마력을 한 몸에 받으면서 더욱 흉악한 기운을 뿜어내며 더욱 강하고, 또한 흉악한 무언가로 변형되어 가고 있었다.
***
성태는 폭풍 속에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빛이 끊임없이 번쩍거리면서 폭발을 반복했다.
오이겐과 정숙의 전투였다.
폭풍으로 가득 찬 마력의 흐름 가운데 자신의 기척을 감춘 그는 설령 데몬 프린스급의 악마라 해도 찾아낼 수 없었다.
절대 은밀하다고 할 만한 이 기교를 이용해서 정숙을 틈틈이 공격해 오이겐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실제로 조금 전에 이것은 거의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성태는 혀를 찼다.
‘이런, 귀찮게 됐군.’
정숙이 설마 영지를 포기하고 승부에 나설 줄이야.
아니, 처음부터 각오해 뒀어야 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이렇게 되면 오이겐이 유리하던 상황은 완전히 뒤집힌다.
‘역시 완전히 숨길 수는 없나?’
성태는 고개를 저으면서 계획을 다소 수정하는 걸 각오했다.
마력이 부족한 지금 성태의 입장에서는 데몬 프린세스를 도륙할 정도의 힘을 발휘하면서 오이겐의 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제 오이겐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면서 이후에도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폭풍 가운데서 잠시 고민하던 성태는 결정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기척이 다시금 사라졌다.
꽈르릉!
그리고 유독 큰 폭발이 발생했다.
그 폭발이 만든 플라스마를 몸에 두르고 오이겐이 뒤로 튕겨 나왔다. 오이겐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크으…….
표정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몸 곳곳이 타오르고 상처 입은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이 정숙의 변화 이후 불과 수십 초 만에 발생한 변화였다.
곧 정숙이 오이겐을 추적해 플라스마의 열기를 꿰뚫고 나타나 그녀를 후려쳤다. 오이겐은 다급히 바스러지려는 자신의 검을 끌어당겨 이를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쾅!
콰광!
하지만 막아낼 때마다 검은 물론 오이겐의 몸 자체가 허공에서 뒤틀리고 심지어 찢어지는 것처럼 심하게 휘청였다.
정숙은 즐겁게 깔깔 웃으면서 양손 그득히 마력을 모아 공격을 이어 갔다.
-아하하하! 이제까지의 위세는 어떻게 된 거지?
위세 넘치는, 그리고 빠른 공격에 결국 오이겐의 방어가 뚫렸다.
정숙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이겐의 복부에 발끝을 꽂아 넣었다.
-커억!
‘꾸앙!’하는 무서운 소리가 나며 오이겐이 뒤로 튕겼고, 이 충격에 오이겐은 성결함을 뿜어내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피를 토했다.
정숙은 무섭게 대기를 가르며 오이겐을 추격하면서 공격을 이어 갔다.
-네년 때문에 이 땅에서 내가 뿌려뒀던 마력까지 다 잡아먹어야 했다! 너는 그 값을 치러 줘야겠어!
증오와 독기가 정숙의 눈에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그럴 만했다. 로마를 빼앗고 이곳을 자신의 영지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엄청난 공을 들였다.
강력한 모든 악마가 그러하듯 자신의 세계가 아닌 곳에서는 힘이 반감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 페널티에서 벗어나고 거의 반신에 가까운 권능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정숙은 로마에서 그 특권을 얻기 바로 직전까지 와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 정숙은 그녀가 이제까지 모았던 모든 마법적 아티팩트를 이 땅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을 포기해야 했다.
저 더러운 천사 때문에!
-이 악마가……!
오이겐은 이를 악물고 이에 응대하려 했다.
그러나 전력 차가 너무 컸다. 겨우 헤븐즈 도어가 열렸나 했더니 이 오염된 대지가 사실상 저 어둠의 권속 아래에 복속당해 있다시피 한 상황이었다니.
오염을 위해 지상에 뿌렸던 힘을 거두어들인 만큼 정숙이 겨우 문을 연결해 강림에 성공한 권품천사를 압도하는 힘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쩡!
쾅!
오이겐의 가슴에 정숙의 마력이 작렬하고, 그녀의 몸이 폭풍을 타고 위로 튕겨 올라간 순간이었다.
오이겐은 이대로라면 천국의 문을 이 땅에 고착화시키는 데에 실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께 사죄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속삭임이 들려왔다.
‘들리나?’
-읏?
‘이쪽을 보지 마.’
놀라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려 하니 엄중한 목소리가 이어 들려와 그걸 막았다.
오이겐은 그 목소리에 담긴 힘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에 따랐고, 다음 순간에 놀랐다.
대체 어떤 존재가 자신에게 이런 방식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심지어 언령만으로 위압해서 거기에 따르게 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설마 대천사급……!’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오이겐이 생각할 때 그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금부터 내가 그 악마년의 팔다리를 찢어 놓도록 하지. 나머지는 네가 해결하면 될 거야. 대신에 조건이 하나 있다. 그건 나에 대해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거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면 눈을 두 번 깜빡거려.
알파메일 1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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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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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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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