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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64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4화

164화 헤븐즈 도어(3)

 

 

 

 

 

“그럴까요…….”

 

확실히 이혜선이나 로드 주니어라면 병아리가 아닌 건 확실하다. 영국과 유럽 쪽 에이전트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다른 이들은…….

 

하지만 실적이 있으니 정형구의 말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장진호가 놓친 것이 있는데, 기실 지금 정형구는 이혜선이나 로드 주니어를 말하면서 그 시선 끝에는 전혀 다른 인물, 바로 성태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군. 하지만 객관적으로 밸런스가 제법 잘 잡힌 강력한 팀이야. 잠입해서 무언가를 도모하기엔 괜찮아 보이는군.”

 

“뭐, 선배가 그리 말씀하신다면.”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지금은 싸움의 마무리를 향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

 

 

 

 

 

오이겐이 앞으로 나서 정숙과 대치했다.

 

정숙이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맞아 마기를 뿌렸다.

 

성스러운 힘과 사악한 힘이 서로 충돌하며 폭풍 같은 마력의 충격파를 뿜어냈다.

 

정숙은 마기의 손톱을 날카롭게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설마 했더니 더러운 정신병자가 왔군!

 

-닥쳐라! 악마!

 

오이겐은 뒤지지 않는 완강한 태도로 외쳤다.

 

물론 정숙은 그녀를 비웃으며 응대했다.

 

-인간들이 요상한 짓을 한다 했더니 설마하니 헤븐즈 도어를 열 줄이야. 이건 예상외야. 칭찬해 주지.

 

-너는 이제 앞으로 누구도 칭찬하지 못하는 몸이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트리니티의 위세 앞에 악마가 요사한 혀를 놀리는구나!

 

-억만 년 이어진 싸움에서 핏덩이가 되어 죽어 간 쓰레기들 주제에 말이 많다!

 

정숙이 코웃음을 치면서 손을 한 차례 강하게 떨쳤다.

 

그녀의 그 동작에 따라 대지에 검은 선이 둥글게 그어지더니 거기서 강력한 마기가 뿜어지며 주변을 떨쳐 울렸다.

 

-오오오오오오!

 

하늘이 그 검은빛을 받아들이며 문양을 만들었다.

 

정숙의 문장이었다.

 

그것이 나타나자마자 전장의 뒤편에서 숨죽이며 대기하고 있던 악마군이 진용을 갖추고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정숙이 헌터들을 도륙하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전투에 관여하지 않던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싸움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악마군이 움직인다!”

 

“저것들은 우리가 상대한다!”

 

“정숙은 저 천사의 대장 아가씨에게 맡기자고!”

 

“그게 좋겠지.”

 

헌터들은 이제 정숙과 아군으로 참여하게 된 천사 간에 본격적인 대결이 벌어질 것을 짐작하고 그들의 힘을 그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천사와 정숙 간의 싸움에 방해되지 않도록 방위선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물론이고 오이겐이 소환한 천사군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헌터들과 함께 방위선을 짜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성태 일행 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어떻게 하지?”

 

“물론 우리도 악마를 요격하는 데에 참여해야겠지.”

 

“그래.”

 

“가자!”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싸우기 위해서니까.

 

정숙을 처치하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없다면 그녀를 돕기 위해 다가서는 저 악마의 군대를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성태를 선두로 해서 그들은 다른 헌터들과 합류했다.

 

‘왜 저 녀석이…….’

 

하지만 성태를 따라 전선에 합류하면서 로드 주니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런 영광스러운 싸움에, 사실상 역사에 기록되고도 남음이라 여겨지는 이 순간에, 전체는 아니더라도 이런 작은 분대의 선두를 자신이 이끌지 못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년배의 등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과 다른 이들이 군소리 없이 따르고 있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다 여기고 그도 성태와 함께 움직였다.

 

곧 두 전선이 충돌했다.

 

싸움이 시작됐다.

 

물론 싸움이 시작된 것은 권품천사 오이겐과 데몬 프린세스 정숙 역시 마찬가지였다.

 

-죄악의 악마야, 멸망할 때다!

 

-아하하! 네년처럼 지껄인 것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결국 모든 것들이 우리의 손톱에 찢겨 죽었다! 이제 와서 너 따위가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오이겐이 손을 휘두르자 거기서 백색의 기가 모여들어 검의 형상을 이루더니 데몬 프린세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정숙은 눈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마기를 모아 만든 칼날을 날려 거기에 충돌시켰다.

 

성마의 두 힘이 충돌하자 공간이 찢어지며 마력의 스파크가 튀었다.

 

‘웅웅-’ 하는 양 마력의 충돌 가운데 양자는 서로 힘을 겨루었고, 오이겐은 성스러운 기운을 뿜어내어 등 뒤의 날개로 승화시키면서 외쳤다.

 

-그 이상의 악이 우리의 검 앞에서 재가 된 것을 모르는 척하는구나!

 

-그런 경우도 있었지. 그러나 너 정도의 천사는 무수히 찢어 죽여 봤다!

 

정숙은 지지 않고 마기를 끌어 올리며 응대했다.

 

양자의 검이 서로에게서 떨어졌고 그다음 순간 다시 붙었다.

 

힘과 힘이 현란하게 충돌하며 강대한 충격파를 주변에 뿌렸다. 걸음마다 지형이 바뀌고, 충격으로 크레이터가 발생하는 엄청난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힘 사이에는 뚜렷한 우열이 보이지 않아서 이 싸움이 꽤 길어질 것을 예감케 했다.

 

 

 

 

 

***

 

 

 

 

 

한편 헌터 측의 싸움은-

 

“막아라!”

 

“어디 이것들이!”

 

“쳐 죽여라!”

 

-뚫어라!

 

-하찮은 인간 따위가!

 

-크아아아!

 

양 대 질의 싸움이었다.

 

질만 따지자면 정예 중의 정예를 모은 헌터 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악마군은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일 대 백 이상의 병력 차를 보이면서 악마들이 물밀듯이 밀어닥쳤다.

 

헌터들은 이를 상대해 이제까지 쌓아 올린 그들의 능력을 한계까지, 아니 한계 이상까지 발휘하며 전선을 지켰다.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갔다.

 

치열해지는 만큼 전투의 참상 역시 짙어져 갔다.

 

마치 이 세상에 지옥을 소환하듯!

 

 

 

 

 

***

 

 

 

 

 

와아아아!

 

-아아아아아!

 

크르르륵!

 

비명과 포효가 뒤섞였다.

 

마기와 성스러운 힘이 뒤섞였다.

 

인간과 악마가, 그리고 천사가 충돌했다.

 

피와 육편이, 내장과 흙먼지가 흩날렸다.

 

빼앗긴 땅 로마의 외곽, 인류의 새로운 전기를 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였다.

 

“핫!”

 

짧은 기합성에 이어 검기가 번뜩였다.

 

퍼억!

 

-크악!

 

해골에 근육이 달라붙어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악마가 단숨에 두 조각이 나면서 대지로 쓰러졌다. 내장과 핏물이 절단된 육체를 따라 흘러 대지를 더럽혔다.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성태였다.

 

“후우…….”

 

한숨을 쉬면서 검 끝을 땅으로 내리는 그의 전신은 피와 흙먼지로 더러웠다.

 

그 자신이 상처 입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흉험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적의 피만으로도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피와 육편, 그리고 기름으로 더러워진 날에 흘깃 시선을 주면서 성태는 낮게 중얼거렸다.

 

“몇 마리째지…….”

 

서른까지는 세었던 것 같은데 그다음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없이 싸움에 몰두한 것도 있었지만 주변과 적당히 보조를 맞추면서 튀지 않게 싸우기 위해서는 점수를 따듯 악마들을 도륙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백은 넘긴 것 같은데 전선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싸움과 싸움의 간격이 전혀 벌어지지 않았고, 마주하는 악마의 전력 역시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대로는 아군의 소모를 피할 수가 없다.

 

‘별로 안 좋은데…….’

 

얼굴을 찌푸린 성태는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비명과 고함이 뒤섞이는 지옥도의 광경이었다.

 

그러나 처음과 차이가 있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차츰 아군이, 인간과 천사의 연합군이 밀리고 있었다.

 

아무리 이쪽이 정예라지만 적의 숫자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여긴 던전 안쪽이 아니기 때문에 마나석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아 마나의 회복이 어렵다.

 

그런데…….

 

성태는 적진을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방위선의 안쪽이었다.

 

오이겐과 정숙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소였다. 그곳은 이미 거대한 힘의 충돌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고 폭풍이 불었다.

 

그 가운데서 오이겐과 정숙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설령 숙련된 헌터라도 쉽지 않았다.

 

‘저긴 싸움이 끝날 기미가 없군…….’

 

그러나 성태는 달랐다.

 

슬쩍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초월적인 힘과 기교, 그리고 마법이 총동원되어 충돌하는 광경이었고, 거기에 휘말린다면 평범한 인간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어지간히 강력한 헌터라도 육편으로 산산조각 날 정도의 전투였다.

 

그러나 그 강대한 힘의 충돌은 의외로 참호전처럼 지리멸렬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서로 결정적인 틈을 잡지 못하고 견제기만 쏘아대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성태가 보기에는 조금 의외였다. 그는 오이겐이 정숙을 쉽진 않더라도 점점 압도해 갈 것이라 여겼다.

 

오이겐의 힘 자체가 마를 억제하는 성격이 있었고, 한눈에 간파하기에도 저 권품천사는 정숙보다도 강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힘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 땅이 오래 지배당한 것이 원인이지 싶은데.’

 

성태는 혀를 차면서 내심 그렇게 판단했다.

 

오래도록 마에 지배당하면서 이 땅은 마치 정숙의 영지와 같은 성격을 띠게 됐다.

 

개새끼도 자기 집에서는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힘의 사용에 따른 부담 같은 것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 악마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개입할까?’

 

마침 달려드는 악마를 도륙하면서 성태는 내심 고민했다.

 

이대로 싸움이 길어지면 아군의 피해가 너무 커진다.

 

사실 지금까지의 피해만 해도 뼈저리다 할 만한 것임을 그는 알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번 싸움에 투입된 헌터들은 무지막지하게 수준이 높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려면 저 교착 상태를 해결해야 했다.

 

성태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충분히 있었다.

 

‘…….’

 

다만 고민되는 것은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도 몇 번 위기가 있었다 싶은데 이런 싸움에 개입하면 역시 완전히 자신을 감추기가 어렵다.

 

어떻게든 혼란을 틈타 다른 헌터들의 눈은 속일 수 있다 치지만 권품천사 오이겐을 속일 수 있을지는 불명확했다.

 

“아악!”

 

성태가 갈등하는 사이 전장의 소란을 뚫고 비명 소리 하나가 성태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성태가 놀라며 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봤다. 희연이었다.

 

비연 스킬을 사용해 여러 악마를 상대하던 그녀도 드디어 체력적인 한계를 맞이한 듯, 악마들에게 포위되어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였고, 지금 막 그들 가운데 하나의 공격에 맞아 뒤로 튕겨 나가던 찰나였다.

 

“희연!”

 

성태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그는 바닥을 박차면서 희연을 향해 달렸다.

 

그는 희연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녀를 품에 안고서 착지했다.

 

품 안의 희연을 걱정스럽게 돌아보며 성태가 말했다.

 

“괜찮아?”

 

“고, 고마워.”

 

희연은 얼굴을 약간 붉히고서 감사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부상은 걱정했던 것보다 심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비연 스킬 덕분에 위력을 경감하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무리하지 마.”

 

“그러고 싶지만…….”

 

성태의 말에 희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 전투 자세를 취하며 검을 쥐었다.

 

그들 앞에는 어느새 희연이 상대하던 악마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한번 잡은 우세를 놓치지 않고 헌터들을 찢어 죽이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크아아아아!

 

“이것들이-.”

 

그들을 마주한 성태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

 

그는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강하게 한 발을 내디디면서 검을 휘둘렀다.

 

흉험한 살기를 담은 선이 공간을 갈랐다. 그 선에 지금 둘을 향해 달려드는 악마들이 처참하게 걸려들었다.

 

퍼걱!

 

꺼어어억……!

 

악마들이 그 선을 따라 도륙되어 지상에 누웠다.

 

단숨에 악마들을 누인 성태는 가벼운 한숨을 쉬면서 다시 희연에게 충고했다.

 

“절대 무리하지 마.”

 

“그렇지만 남들도 열심히 싸우는걸. 나만 몸을 사릴 순 없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이기면 인류의 역사는 바뀔 거야. 그리고 사실 이런 싸움에서는 몸을 사리는 게 더 위험하잖아?”

 

강한 의지를 담은 희연의 말에 결국 성태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 같은 소모전에서는 어설프게 위험을 피하려 들다가 도리어 죽음을 재촉할 수 있었다.

 

팽팽하게 당긴 실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뜯어지고 말 듯이 방위선의 한구석이 무너지면 전체가 단숨에 붕괴하고, 그것은 일방적인 학살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과 실리, 양 측면에서 지금은 도리어 더 열심히 싸워야 한다는 희연의 말은 옳았다.

 

결국 성태는 고개를 끄덕여 희연의 말에 동의하고는 그녀를 다시 전선에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전장으로 향하는, 지쳤지만 씩씩한 희연의 등을 보고 성태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천사와 악마가 혈투를 벌이는, 이 싸움의 중심이었다.

 

 

 

 

 

알파메일 164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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