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57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57화
157화 데몬 프린세스(1)
로마 북쪽 평야의 전장.
이곳에서도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데몬 프린세스가 참전한 이후 싸움의 양상은 완전히 이전과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그나마 군대 간의 싸움에 가까운 형상이었다면 지금은 코끼리와 개떼의 싸움, 혹은 거대한 레이드 보스를 상대로 한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의 연합 공격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말하자면 거대한 한 마리 짐승 대 개미떼!
그 개미떼 하나하나가 지역을 대표할만한 강자라곤 하지만 상대가 데몬 프린세스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텅!
터덩!
지금도 전장의 중심에서 충격파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몇몇 헌터가 모래알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겨우 충격파를 피한 곳에 정형구와 장진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일격을 피해냈다는 것일 뿐 그들 역시 이미 부상이 심상치 않았다.
“크윽...!”
“역시 데몬 프린세스.”
깔깔 웃으며 자신에게 덤벼드는 헌터들을 족족 날려보내는 데몬 프린세스를 보면서 정형구가 전율해 중얼거렸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면에서 이렇게 상대하자니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렇게 많은 헌터가 떼로 덤비고도 제압은커녕 목숨을 부지하는 게 고작이다.
‘아니, 목숨이나마 부지하는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지...!’
이곳에 있는 헌터들의 평균적인 마나량은 15000을 넘긴다.
모두 초일류의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저 괴물 같은 적에게 한 방 얻어맞을 때마다 몸의 한 곳이 박살 난다.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수의 장점을 보여준다 할만하다.
그것조차 실은 어느 정도 적이 아군을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못견뎌 하는 저 악마는 오랜만의 이 자극을 빨리 끝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일부러 죽이진 않겠다는 듯이 힘 조절을 하는 중이니까.
“젠장. 끔찍하군요.”
“그래도 싸워야지.”
“뭐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정형구와 장진호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갑자기 하늘 상공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마법적인 것으로 보이는 선들이 바티칸을 향해 뻗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대기의 분위기가 변모했다.
무언가 이상하고 이질적인 세계에 들어온 듯이.
“이건...”
“던전 같군요.”
“그렇군.”
헌터들은 묘하지만 익숙한 이 느낌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채고 환호했다. 아니, 긴장했다고 해야 할까.
장진호가 흥분을 억제한 어투로 말했다.
“마법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그래. 이제부터가 진짜야.”
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진정한 핵심 작업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당연 이변을 눈치 챈 것은 헌터들만이 아니었다.
마력에 감각만이라면 데몬 프린세스 쪽이 도리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이들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짓을, 어쩌면 대이적 마법에 버금가는 어떤 짓을 벌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파하고서 얼굴이 당장 굳고 말았다.
-이건!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내 풀렸다.
한데 정숙이 다시 지은 미소는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이전까지의 웃음이 그나마 장난기라는 것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예 피를 즐기는 표정이다. 정숙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살기와 마기가 이전보다 한층 격화됐다.
-아하하! 너희들 재밌는 짓을 하는군. 정말이지...!
새빨간 시선으로 그녀는 헌터들을 돌아봤다.
시선이 마주친 헌터들은 움찔 굳고 말았을 정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들은 이 싸움의 의미를 알고 있다! 지금부터가 오히려 중요하다! 이를 악물어 공포를 견디고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따위 꼼수가 내게도 통하리라 생각했나!
날아드는 헌터를 한 손으로 쳐내면서 정숙이 외쳤다.
컥 소리를 내며 튕겨나간 헌터는 대지에 처박히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니, 그 정도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부들거리면서 몸을 떨다가 이내 그 떨림이 멎고 말았다.
절명한 것이다.
일격에!
노도처럼 몰아치던 헌터들의 공격이 지금 광경에는 역시나 멈추고 말았다.
-너희들은 나중에 처리해 주지. 일단 저 하찮은 모략을 박살 내고 나서 말이야!
그러면서 정숙이 몸을 돌렸다.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포에 굳은 듯 그 순간 헌터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멍청한 계집!”
정형구였다!
그는 기세를 돋우며 크게 호흡을 들이키고는 바닥을 박찼다. 텅 소리가 요란하게 나고서 그의 발 아래가 무너지는 동시에 정형구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빛이 번뜩였다.
굉음이 세상을 덮었다!
빛과 굉음이 사그라든 자리에 정숙은 정형구의 검을 한 손으로 잡고 서 있었다. 그녀는 놀란 눈길로 지금 정형구를 바라보며 있었다.
-어라! 제법이군, 인간!
정말 놀란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의 손바닥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심지어 거기서 피가 흘렀다!
크진 않으나 상처를 만들었다는 것!
그것은 엄창난 일이다.
정형구가 포효했다.
“적을 상대로 놀릴 말이 그토록 많은가!”
정형구는 그리 외치면서 검을 놓고서 정숙의 품으로 한 발 강하게 치고 들어가면서 그녀의 복부를 쳤다. 바람 같은 동작으로 이를 피하면서 정숙은 정형구를 역으로 후려쳤다.
정형구의 실력이 놀라우나 데몬 프린세스와의 사이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
어린아이를 놀리는 듯한 동작에 뒤를 빼앗기며 정형구는 거기 얻어맞고 맞았다.
우드득!
거대한 철구에 얻어맞은 충격과 몸속의 무언가가 작살 나는 소리를 들으며 정형구는 허공으 날았다. 그는 바닥을 물을 치듯 후려쳐 부수면서 겨우 멈췄다.
-적? 우스운 소리를 하는구나! 아하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형구를 바라보면서 정숙은 그가 내버린 검을 쥐어 빙글 돌려 쥐었다. 그리고 그 검을 정형구를 향해 던지며 외쳤다.
-너희는 장난감일 뿐이야!
붉은 레이져가 뻗어나가듯 정형구의 검이 원래 주인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대로라면 정형구는 죽는다!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화염이 옆에서 그 레이저를 후려쳤다.
콰앙!
빙빙빙빙!
허공을 돌다가 정형구의 검이 원래 주인의 곁에 꽂혔다.
그리고 누가 지금 정숙의 공격을 막았는지가 드러났다.
장진호였다.
그의 양 주먹은 이글거리는 열을 담고 주변 빛을 굴절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도 헌터들의 주목을 끈 것은 그 주먹에서 뚝뚝 흐르는 피였다. 지금 공격을 막아내면서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던지 아예 주먹 하나가 두 쪽이 난 듯한 상처였다.
“그렇다면 장난감과 신나게 놀아봐야지!”
하지만 장진호는 신경을 쓰지 않고 열을 가득 품은 두 주먹으로 정숙을 향해 전투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안 그렇습니까!”
지금 외침은 정숙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을 향한 것이었다.
공포에 압도당했던.
그리고 지금 정형구와 장진호가 보여준 전의에 헌터들 역시 공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군!”
“그래. 장난감이라고 지껄인다면...”
“실컷 같이 놀아서 갚아야지!”
“마침 생긴 건 반반하니 잘 됐군!”
“개같은 년 사람을 놀린 댓가는 제대로 치르게 해 주마!”
다들 새로이 전투자세를 잡았다.
이글거리는 헌터들의 전의가 마법과는 다른 기세로 이곳을 가득 메웠다.
일변한 헌터들의 분위기에 정숙이 불쾌한 듯 깔깔 웃었다.
-아하하, 쓰레기 같은 것들이!
헌터들이 정숙을 향해 다시금 달렸다.
하나하나가 강자!
하나하나가 전사!
그들은 데몬 프린세스를 잡아먹는 태풍이 됐다!
“이년이!”
“얻어터지고도 그런 소리 하는지 보자!”
그들이 정숙에게까지 도달했다.
검과 창!
주먹과 발이!
그녀의 심장을 노리고 날았다.
정숙은 코웃음 치며 그들을 후려쳤다.
연약한 인형을 찢고 부수듯이 정숙의 힘은 그들의 공격을 뚫고 육신을 파괴했다.
퍼억!
퍽!
크아악!
컥!
작심한 듯이 힘을 해방한 정숙의 공격이 시작되자 곧장 정숙의 주변으로는 피안개가 서렸다. 마치 피주머니를 곳곳에서 터뜨리는 것처럼 그녀에게 얻어맞은 헌터들의 몸이 파괴되며 피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헌터들은 멈추지 않았다.
동료들의 피와 살이 튀는 와중에도 그들은 정숙에게 비집고 들어가 그녀의 몸을 무기로 후려쳤다.
퍽!
퍼억!
누군가의 칼날이 그녀의 배를 찔렀다.
누군가의 주먹이 그녀의 다리를 후려쳤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정숙의 공격이 들이닥쳤다.
먼저 공격한 이의 팔이 절단 됐다. 서둘러 몸을 뒤로 날린 또 다른 헌터 역시 그를 쫓아 날아드는 정숙의 마력에 얻어맞고 창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허공에서 바들바들 떨다 땅에 떨어졌다. 또 어떤 헌터는 정숙의 발길질에 얻어맞고 몸의 형태가 변형된 채 허공을 날았다.
피비.
피비.
피비가 내렸다!
그러나 헌터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패배하면 피만 흘리고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그때 정형구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자신의 옆에 떨어져 꽂혀 있던 검을 뽑았다.
그리고 침침한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정숙과 동료 헌터들의 싸움이다.
처절했다.
아니, 일방적이었다!
그러나 모두들 죽음을 각오한 모습으로 물러서지 않고 정숙을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정숙의주변에는 인간의 잔해가 수두룩했고 피가 안개를 이룰 정도였음에도!
정형구 역시 그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강하게 쥐었다.
전신에 힘을 끌어올렸다.
탄환이 되어 저 악마를 향해 날았다.
“흐아앗!”
공간을 한 순간에 좁아지며 정숙의 모습이 가까워졌다. 그녀가 동료들을 학살하다시피 유린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 악마를 처단해야 했다.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
그때 정형구의 뇌리에서 새롭게 번뜩였다.
과거 보았던 번개가!
성태가 내리쳤던 그 벼락 떨구기가!
-응?!
또 다른 헌터를 상대해 손을 휘두르던 정숙이 살짝 놀란 표정이 됐다.
자신을 향해 다시금 달려들고 있는 정형구를 본 것이다.
-너는!
정숙이 외치는 순간 정형구는 자신의 깨달음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꽈르릉!
그것은 세상에 내리치는 하나의 벼락이었다!
그 벼락이 정숙을 정확히 후려쳤다.
만물을 가르는 강맹함이었다!
빛이 사그라든 자리에 한 손으로 정형구의 검을 받아든 정숙의 모습이 있었다.
-크으...!
‘역시 무리였나...’
물론 무리였다.
상대는 데몬 프린세스다.
하지만 지금 정숙은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그녀의 손은 지금 일격에 움푹 패였고, 손 전체가 새카맣게 타올라 있을 정도였다.
결코 정숙의 입장에서도 이는 작은 데미지가 아니었다.
-네놈이 감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형구를 노려보며 그의 목을 꽉 잡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친 정형구다.
노한 데몬 프린세스의 손길을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커억...”
당장이라도 정형구의 목을 정숙이 부러뜨리려 했다.
정숙은 그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손은 정말로 박살 나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당황하며 정숙이 손을 바꾸어 정형구를 쥐어 그의 목을 꺾으려는 순간이었다.
“정형구를 구해라!”
“저 년이 멋대로 날뛰게 놔두지 마!”
“선배 갑니다!”
그때 아우성 같은 외침이 곳곳에서 터지고 헌터들이 정형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지금 정형구의 공격은 다시금 헌터들의 의지와 용기에 불길을 붙인 것이다.
정숙은 짜증스럽게 정형구를 내던지며 그들을 맞았다.
-벌레같은 것들이!
“그 벌레한테 어디 물려 죽어 봐라!”
“시체도 못 남기게 만들어 주마!
퍽!
퍼억!
노한 헌터들의 공격을 정숙을 맞아내며 역으로 헌터들을 후려쳤다.
다시금 곳곳에서 헌터들의 육체가 뭉개지며 정숙의 주변에 피비가 내렸다.
알파메일 157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