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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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45화
145화 내란종결(1)
“으음...”
이혜선은 눈떴다.
몸은 가누어지지 않았다.
정신은 여전히 쓰라리고 아팠다.
시 젠수라는 자에게 당한 후유증이 생각 이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실은 이상한 말이다. 시 젠수는 동북아시아에서 최강을 말할만한 사람에 속한다.
이혜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그에게 제대로 얻어맞고 몸을 가눌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상황은...?’
무인의 본능처럼 이혜선은 가누어지지 않는 몸으로도 일단 주변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전투는 끝나지 않은 듯 사방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몬스터와 군대, 그리고 헌터의 싸움이 한층 격렬해진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 학살당하고 있는 왕씨 혈족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그런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거리를 둔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니 서둘러 일어나서 몸을 정비해야 했다.
이곳은 여전히 전장의 중심이니까!
퍽퍼억!
그런 결정 가운데 의식을 가르는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의 잡음처럼 복잡한 전투소리와는 다른 것이었다.
강대한 어떤 것들이 서로 충돌하는 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이혜선은 끌리듯이 그 소리를 쫓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거대한 악마가 작은 인간을 덮쳐 가는 장면이었다.
절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혜선의 눈이 커졌다.
악마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악마가 지금 당장이라도 짜부러뜨리려고 덤벼들고 있는 인간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바로 성태였으니까.
‘아...!’
하지만 이혜선이 놀라 눈과 입을 뜨고 신음을 소리 없이 흘린 것은 그의 위기 때문이 아니었다. 성태가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 때문이었다.
너무나 완벽한 자세였다.
일찍이 저런 완벽한 자세가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설령 그녀의 아버지 이석훈이라 해도 저런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그 자세로 성태는 검을 휘둘렀다.
정녕 아름답다고 이혜선은 그 순간 생각했다.
그의 동작이 끝났을 때 해일처럼 몰려들던 악마는 멈춰선 상태였고, 마법이 풀린 것처럼 두쪽이 나서 허무하게 그 거대한 육체가 지상으로 널브러지는 중이었다.
성태는 세상에 홀로 대적하는 절대자 같은 위엄으로 우뚝 서 있다가 검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했다.
“......”
그제서야 이혜선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성태의 손에는 아무것도 쥐여져 있지 않았다.
즉 성태는 아무런 무기도 쥐지 않은 상태에서 저 괴물을 상대해 두쪽으로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 일격에!
이혜선은 저것이 뭘 뜻하는지 안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
해가 뜨고 있었다.
아침을 가리던 안개가 사그라들고 그 빛에 새로이 도시의 모습이 드러났다.
언제나와 같은 화려한 북경의 모습이었지만 한 구역은 어수선하게 달랐다. 바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앞이었다.
그곳은 처참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될 수 없는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시체가 넓은 광장에 널브러져 있었고 곳곳이 파괴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시체로 가득한 광장을 군대가 포위한 상태였다.
바로 어제 갑자기 올림픽 경기장에 나타난 몬스터들과의 싸움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마치 북경 전체를 모조리 휩쓸고 이곳에 사는 이들은 전부 학살하고 말 것 같던 기세인 몬스터의 무리는 군대와의 전투를 통해 성공적으로 제압되어 지금 이렇게 처참한 시체의 무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피해가 없진 않았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모임을 같던 중화그룹의 혈족은 이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어 중진의 7할 이상이 사망했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몬스터의 진압 도중 시 젠수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시 젠수!
현 공산당의 당서기!
그리고 중국최고의 헌터인 그가 말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죽은 자이고, 산자는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군인들은 살아남은 이들을 대피시켰고, 돌아다니면서 아직 살아남은 몬스터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죽이기를 반복했다.
한데 그들과 같은 작업을 하는 이들 가운데 명확히 군인이 아닌 이들이 몇몇 있었다.
바로 성태 일행이었다.
“겨우 끝났군.”
한참을 생존자를 구출하고 몬스터들의 뒤처리를 하던 성남경이 겨우 자기 구역을 끝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휴식 구역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힘들었어.”
“그러게.”
그에 뒤이어서 다른 이들 역시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았다.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모두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묻은 것이었다. 이미 죽거나 죽어가는 몬스터들을 손쉽게 처리하면서 묻은게 아니었다. 새벽이 되면서 사살작업은 대체로 그런 성격을 띄게 됐지만 그 전에는 실제로 싸워서 죽여야만 했다.
“어떻게든 정리했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하긴 그 말도 맞아.”
“몬스터하고 싸워서 정리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뭐 차라리 그 정도면 다행이었지.”
어젯밤을 회상하면서 희연이 말했고, 카에데가 동의했다.
사실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 카에데가 말한 내용은 다른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군부측과 협상이 잘 돼서 성태일행은 구조팀에 편입되게 됐지만 기실 그들은 중국의 반역자마냥 취급되어야 마땅했다.
그도그럴게 왕씨일족의 손님을 여기 온 데다가 시 젠수의 죽음에도 관계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자칫하면 몬스터를 정리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아예 정치사범으로 도망다녀야 될 판이었으니 말이야.”
“그런 면에서 성태의 역할이 컸지.”
“맞아. 성태 아니었으면 끝장이었을걸.”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성태일행이 아픈 몸을 겨우 가누며 일어났을 때 성태가 그들을 맞아 상황을 설명했다. 당연히 성태 일행의 얼굴을 사색이 됐다.
국가 원수를 죽인게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든 현장을 벗어나 도망가려 했는데... 성태가 다른 방도를 제안했고, 그것이 성공해서 이렇게 공산당과 함께 뒤처리를 하게 됐다.
마찬가지 작업을 하던 성태가 그들이 있는 곳을 다가오면서 잘난 척하며 웃었다.
“후후, 그걸 알면 다들 내게 감사하라고.”
“그런데 인민사령부장은 어떻게 설득한 거야?”
감사하라는 말에는 코웃음 치고 카에데는 신기한 듯이 물었다.
인민사령부장.
당서기 다음가는 권력자다.
군부의 최고 권력자.
하지만 현재는 사실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다. 본래 중국의 권력 체계가 당서기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시 젠수 개인의 카리스마와 장악력이 아주 강했기 때문이다.
한데 성태는 바로 그 인민사령부장을 설득해 자기 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켰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인민사령부장은 권력욕이 없고 시 젠수의 철저한 충복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를 설득해서 어떤 협상을 했길래 이런 큰일을 벌이고 무사히 봉합할 수 있던 건지...
“뭐 말해보니 말이 잘 통하던걸.”
성태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는 척 했다.
“말이 잘 통했다라...”
“개도 안 믿을 소리를.”
다들 어이없다는 눈으로 성태를 슬쩍 흘겨봤다.
폭력이 수반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
폭력만큼 부드럽게 대화가 흘러가도록 해 주는 조미료는 없다. 물론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이다.
“으하하.”
성태는 쑥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성태 일행이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군복을 입은 이 하나가 찾아와서 성태 앞에서 경례를 하며 말했다.
“강성태 님이십니까?”
“그런데?”
“사령관께서 찾고 계십니다.”
사령관.
인민사령부장이다.
성태는 반색했다.
“아, 찾았어?”
“그렇습니다.”
전령으로 온 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씨익 웃으면서 성태는 웨이링 쪽을 바라봤다.
“웨이링.”
“응.”
웨이링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성태가 인민사령부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떤 결정을 내렸던지를 이미 들었다. 지금부터 나눌 대화와 계약에는 그녀 역시 빠질 수 없다.
이것은 중국의... 그리고 중화그룹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간소한 회담이 될 것이다.
*********
성태와 웨이링은 엄중히 경비되고 있는 한 임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꽤 넓은 막사였지만 안에는 주변 사람을 모두 물린 채 한 사람만이 사용하고 있었다. 약간 비대한 체구의 중년 남자였다.
그가 바로 현 인민사령부장인 쉔로우였다.
시 젠수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엘리트로서의 철저한 레일을 밟아 마침내 중국 최고 권력자 중 하나가 된 그는 현 중국 정계 최고 명문가의 후계자인 동시에 본인이 또 강력한 헌터이기도 했다.
“어서오게.”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을 맞이하는 쉔로우에게 성태는 우선 말했다.
“뭘, 당연한 거지.”
씨익 웃으면서 쉔로우는 자신의 무전기를 들어 명령했다.
“데리고 와라.”
곧 막사에 두 군인이 들어왔다. 그들의 중간에는 구속되어 묶인 한 남자가 있었다. 군인들은 쉔로우 앞에 그 남자를 무릎 꿇려 앉히고는 경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큭...”
지친 기색으로 구속된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가운데 특히 웨이링에게는 익숙한 자였다. 웨이링이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왕롱샹...”
왕롱샹.
왕첸수와 함께 이번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
그는 시 젠수의 죽음과 함께 이곳에서 도피했으나 군부의 추격으로 이렇게 구속되어 성태 앞으로 끌려 나온 참이었다.
“웨이링...”
왕롱샹 역시 복잡한 시선으로 웨이링을 바라봤다.
하지만 성태는 그가 감상에 젖어들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여러 가지를 짊어져 줘야 할 희생양이다.
“여러가지로 크게 저질러 주셨더군.”
“하나의 중국을 위한 일이었을 뿐이다.”
성태의 말에 강한 확신을 담은 어조로 왕롱샹은 외쳤다. 성태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말했다.
“하나의 중국이라... 뭐 그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 치지. 하지만 거짓말은 작작 하시지. 결국 바라는 건 네놈의 권력이었을 뿐이잖아?”
“외세의 간자 따위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허! 외세의 간자 좋아하네.”
이 말은 성태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
그는 용서없이 왕롱샹의 턱을 후려갈겼다.
퍼억!
“커억!”
턱을 부여잡고 왕롱샹이 바닥을 굴렀다.
원래라면 이 한방에 왕롱샹의 머리가 박살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왕롱샹 본인이 강력한 헌터이기도 했고, 성태가 적절하게 힘 조절을 했기 때문에 큰 부상 없이 그칠 수 있었다.
성태는 그 앞에 서서는 짜증스럽게 외쳤다.
“악마에게 나라는 물론 인류까지도 팔아먹으려 들었던 작자가 함부로 남을 보고 간자 같은 소리를 하는게 아니야!”
“으, 으으 개같은...”
그러나 왕롱샹은 표독한 시선을 성태에게 보내면서 이를 갈았다.
성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개새끼는 매가 부족한 새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성태는 고개를 흔들다가 주저 없이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개는 너 같은 새끼지.”
퍼억!
“케엑!”
복부를 얻어맞은 왕롱샹이 새우처럼 몸을 꼬았고 부들부들 떨며 속의 것을 게워냈다. 처참하게 고통에 떠는 모습을 보자면 동정심이 들만도 하겠지만 도리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그의 저러한 모습에 즐거움과 통쾌함을 느꼈다.
“그쯤 해 두게.”
하지만 쉔로우가 나서서 일단 성태를 말렸다.
성태도 순순히 물러섰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써먹을 데가 많은데 말이죠.”
“뭐 그런거지.”
쉔로우도 불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왕롱샹을 써먹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모든 일의 책임자로 그를 내세워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시 젠수까지 죽었을 정도로 이번 사태는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어떻게든 몬스터는 막아냈다지만 그 이후 있을 정치적 폭풍은 그 조차도 훨씬 넘어선다.
여기서 왕롱샹을 희생양으로 내세우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물린다면 그를 구속하고 사태를 정리한 쉔로우는 최고 공훈자로서 손쉽게 공산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어 눈을 번뜩이며 쉔로우가 성태에게 물었다.
“그러면 확인해 두겠는데... 나를 지지해 준다는 건 확실하겠지?”
알파메일 1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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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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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