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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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32화
132화 음모의 시간(2) & 중화연(1)
맹약의 칼.
손가락 중지 정도 길이의 작은 칼이다.
서늘한 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날에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악마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치는 칼. 손에 쥐고 있으면 얼음장처럼 차갑고, 때때로 의식을 빼앗아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마법의 검이었다.
무기로서는 별로 쓸모없다.
매우 날카롭긴 하지만 작은 데다가 사이한 힘을 강하게 띄고 있어서 던전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악마들을 도리어 강화한다.
그런데 이 검에는 아주 중요한 쓸모가 하나 있고 그 때문에 대단한 가치로 세상에서 암거래되곤 했다. 한 자루당 백억 원 정도는 가소로웠다. 가장 비싸게 경매에서 팔렸을 때는 오백억을 넘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효용이란 강한 의지를 담고 그 검으로 누군가를 찌르면 찔린 상대는 찌른 이의 의지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검에 도사리고 있던 악마가 찌르는 즉시 그의 심장을 장악하고 그 의지에 따르지 않으려 들면 심장을 터뜨려 버리기 때문이다.
즉, 상대를 완벽한 노예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것이 남아 있었습니까?”
놀라워하면서 장년인이 물었다.
엄청난 효용가치가 있는 마법 아이템인 만큼 세상에 저것이 거의 나오는 일이 없다. 아껴 쓴다고 중화 그룹에서도 오래도록 노력했지만 겨우 몇 개 구했던 걸 홀라당 다 썼다. 세계 어디라 해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누군가를 절대로 자기를 배신할 수 없는 노예로 만든다는 건 확실히 엄청난 가치가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남아 있었던 것일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네.”
“그럼 어떻게? 암시장에 나온다면 즉각 모두에게 알려질 만한 물건이라 저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의아해하는 장년인에게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데몬 프린스와 계약을 했지.”
“그건…….”
장년인의 입이 딱 벌어졌다.
맹약의 칼 같은 걸 몰래 구하는 방법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설마 데몬 프린스와 계약이라니. 장년인은 기껏해야 헌터들과 몰래 계약해서 수배했거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게 아니겠나?”
“그렇다면 차라리 그 계집아이에게 쓰는 것이…….”
장년인이 아쉽게 말했다.
데몬 프린스를 부른다는 모험까지 해서 겨우 구한 물건이다.
그쯤 되면 굳이 진 샤오를 따로 육성할 필요 없이 아예 처음부터 웨이링에게 검을 사용했다면 편리하게 끝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끌끌, 하고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벌써 그 수준이었습니까?”
장년인이 놀라워했다.
지금 말의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맹약의 칼은 분명 사람을 노예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모든 경우에 통할 리는 없다. 만일 그게 가능했더라면 세상은 엉망이 됐을 것이다. 최고 유력자를 그걸로 푹 찌르기만 해도 마음대로 조작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만큼 몇 가지 제약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심장을 마나로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인가 하는 부분이다. 최소 칠천 수준의 마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외로 빡빡한 조건이라 세계의 최정상에 해당하는 이들은 맹약의 칼에 대해 안전하다 해도 그 아래에서는 꽤 높은 직위에 있는 이들이라 해도 안전하지 않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의 경우라면……
그런데 지금 노인의 말에 따르면 웨이링은 한참 전에 그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손에 넣었을 때는.”
“허어. 과연 그 재능에 대한 평가에는 거짓이 없던 셈이로군요.”
장년인은 혀를 내둘렀다.
진 샤오가 본격적으로 육성된 것은 십 년 정도다.
그러니 맹약의 칼 역시 그쯤해서 일이 년 뒤에 손에 넣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 이미 웨이링은 칠천 수준을 넘겼다니.
제법 특혜를 입었다 해도 그 계집의 아버지가 죽은 이후에는 그런 지원이 끊겼을 것임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
“그렇다고 봐야 하겠지. 대단한 계집이야.”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그 감탄에 동의했다.
“그래서 더욱 제거되어야 하겠지만 말일세.”
장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이제 배신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좋겠군요.”
“그렇지. 이제 중화 그룹은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그러면…… 중국 역시…….”
장년인은 이번일이 끝나고 난 다음 도래하게 될 위대한 중국을 상상하고 기뻤던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히죽 웃어 그 열기 오른 장년인의 표정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하나 된 중국으로 돌아가는 거지. 블록화의 탈피? 개 같은 소리지.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패권 체제의 성립이라면 생각해 줄 수 있으나…… 여러 국가들 간의 협동 체제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흥분을 참기 힘든 듯이 노인의 메마른 양손이 의자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며 떨렸다. 뿌지직. 와직. 그 메마른 손의 완력을 이기지 못해 손잡이 부분이 와직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이백 년 전, 목전에 두었으나 결국 실패하고만 대국굴기의 꿈을 이번에야말로 실현하는 것이다……!”
대국굴기.
대국이 일어서다!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 단 한 번도 실현해 보지 못한 세계 패권의 꿈을 뜻하는 말이었다. 심지어 21세기 무렵 급격한 발전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의 이강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으나 그뿐, 급격한 고령화와 내수의 부진, 그리고 산업경쟁력의 부족과 본질적인 정치 제도의 타락으로 인해 중국은 결국 다시 무너지고 말았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중국은 하나가 되어 세계의 큰형으로서 이 세계의 진정한 패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국의 정상에는 바로 이 중화 그룹이 있을 터였다.
감격한 표정으로 장년인이 말했다.
“저 역시 그 꿈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무한한 영광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노인이 거기 응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이름은 왕 첸수와 왕 롱샹.
중화 그룹의 상해지부와 북경지배 지사장 역할을 맡고 있는, 말하자면 중화 그룹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
중화연
그 해의 마지막 날.
싸늘한 겨울바람이 베이징을 쓸어갔다.
세계는 쇠퇴했지만 그래도 연말이라 그런지 베이징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쩌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런 특별한 날이 소중해서인지도 모른다.
내년은 좀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내년의 세계는 좀 더 안전하기를.
베이징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소망을 담아 오늘을 특별하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베이징의 한 거대한 주차장에서 검은 세단이 멈춰 섰다.
그 세단의 문이 열리고 단정하게 옷을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내렸다.
모두 놀라울 정도의 선남선녀였다. 정확히 말하면 선녀들이었다. 남자들도 나름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있었지만 여성들에 비하기는 어려웠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선 보석 같은 자태들이라고 할까.
성태 일행이었다.
그들은 오늘 웨이링의 중화연 때문에 이곳에 같이 찾아온 참이었다.
“여기서 하는 거야?”
카에데가 앞의 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이 선 앞에는 마치 새둥지처럼 생긴 거대한 경기장이 있었다. 헤어초크&드 뫼롱의 걸작으로 알려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그래. 과거에……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지. 거길 빌려서 그룹의 중요 인사들 앞에서 중화신경에 대한 내 수준을 보여주는 거야.”
“채점에 특별한 기준은 있어?”
“보아하니 경쟁인 것 같던데 판정은 어떻게?”
“경연이 끝난 다음 더 나았다 생각되는 이에게 표를 넣는 거야.”
다 함께 경기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흠…… 그러면 조작 가능성이 있지 않나?”
성남경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분명히 보고 있는 이들의 판단에 의해 점수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라면 조작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란 쉽게 회유되고 공포에 굴복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웨이링은 별반 걱정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왜?”
“지금 그룹은…… 파벌이 심하게 나뉘어져 있으니까.”
“그렇군. 서로 싸우느라 결국 공평하게 될 거란 이야기네.”
“그래.”
사람은 이기적이고 약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믿을 수 있다. 서로를 견제하고 의심하느라 통일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할까.
그것이 웨이링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모르는 거 아냐?”
카에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진정한 부와 권력을 가진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생각되는 일들도 곧장 해낼 수 있는 힘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경연 가운데 몇 가지 측정 표가 있기는 해. 진각, 참격, 회전, 속도, 동작을 체크하는 거야.”
“그래서 더 나은 쪽의 점수가 높다.”
“그런 거지. 그 점수에다가 그룹 내 인사들의 표 점수가 더해져서 종합 점수가 되는 구조야. 지금 상황에서는 조작의 여지는 별로 없지.”
결국 조작한다 해도 경연 도중 드러나는 역량의 차이가 있으니 만큼 대놓고 조작을 할 수는 없게 된다는 말이다. 조작이란 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비슷할 때 가능하다. 실력 차가 역력한데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아무도 그 판단을 믿지 않게 된다.
“흠, 아주 없진 않겠지만 판을 엎을 정도는 아니겠어.”
“그래.”
그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면서 그들은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갔고, 경기장 안쪽 갈림길에서 멈춰 섰다. 경연자용 통로와 관람객용 통로였다.
헤어지기 전 성태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면, 자신 있지?”
“물론이야.”
“그럼 잘해. 우리도 보면서 응원할 테니까.”
“응!”
성태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는 웨이링은 경연자용 통로 안쪽으로 발랄하게 들어갔다. 그녀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카에데가 찌푸린 얼굴로 희연 쪽에다 말했다.
“웨이링 쟤, 조금 변한 것 같지 않아?”
“변한 것 같긴 해.”
희연 역시 동감이었다.
그녀의 표정 역시 카에데와 비슷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뭐라고 할까. 무시무시하게 세졌지.”
“얼마 전부터 그랬어.”
성남경과 박수천이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확실히 웨이링은 얼마 전부터 눈에 띄게 부쩍 강해졌다.
그 전에도 성장하는 속도가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이긴 했지만 그 속도조차 최근은 몇 주간에 비하면 그저 느릴 뿐이었다.
게다가 또 강해진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아름답던 용모가 한층 빛을 발하게 됐다. 피부가 그야말로 잘 깐 달걀 속살 같다고 할까.
아무리 잘 관리했다 해도 보통은 불가능한 고운 피부였다.
“아니, 그것도 있지만 말이야…….”
“성태에게 묘하게 친하게 구는 거 말하는 거지?”
찡그린 얼굴로 카에데가 다시 말하는데 안다는 듯 희연이 말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맞아.”
하지만 그 말을 듣고서도 눈치가 느린 남성제군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됐다. 그런 남자 둘을 무시하고 카에데와 희연이 자기들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게.”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들 뒤의 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칼날 같은 두 여성의 시선이 자기를 향하자 천하의 성태라도 찔끔 하는 마음이 들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어흠.”
그 반응에서 저간의 사정을 대체로 간파당했음을 눈치챈 성태는 헛기침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알파메일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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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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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